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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화. 호수에서 지내면 됩니다 (240/367)


240화. 호수에서 지내면 됩니다
2022.06.15.


해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보석과 금속으로 된 옷을 입은, 분위기가 아주 묘하고 신비로운 이들이었다.

난데없는 이변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냥 들어오면 ‘누구야? 왜 여기 저러고 와?’ 하겠지만, 홀 전체가 파랗게 변했고 문은 해초가 되었다.

파도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기까지 하니 다들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사람들은 알아차렸다. 들어오는 이들의 귀가 사람의 귀가 아니란 걸. 그들의 귀는 아름다운 물갈퀴 날개처럼 보였다.

놀라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 사이로 라틸은 개중 몇몇 얼굴을 알아보았다. 특히 한 명은 이름도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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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다.’

자신을 부르려면 벽에 대고 ‘티투 티투’ 외치라 했던 그 피인어.

전에 봤을 땐 귀가 멀쩡하더니, 피인어 티를 내려고 그러나? 오늘은 티투의 귀도 인어 같은 귀였다. 그리고…….

다른 피인어들도 신비롭지만, 유독 신비롭고 위엄 있는 저 남자. 중앙에 선 저 남자.

전에는 얼굴을 본 적이 없는 피인어지만, 라틸은 다른 피인어들이 그를 둘러싼 걸 보고서 그 피인어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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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피인어들을 통솔하던 그 수염 수북하던 피인어인가 봐.’

지금은 수염을 깎은 모양이고. 하지만 저 피인어들이 여기엔 왜 온 걸까?

그 사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중앙으로 그들이 걸어오자, 윌랑의 사절단들이 앞으로 우르르 나왔다.

마치 그들 가까이 있으면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염려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찌 보면 피하는 행동이라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피인어들은 그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라틸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지배자 피인어와 라틸의 눈이 마주치자 그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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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여러분, 이렇게 만나서 반갑소! 우리는 인어요!”

사람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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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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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에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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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어라고? 저 귀가 진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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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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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워…….”

반면 라틸은 눈썹을 치켜뜨고 양 입술 끝을 내렸다. 어디서 사기야 저것들?

피인어잖아? 구분 똑바로 하라며? 왜 자기들이 사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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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상을 찌푸린 이들보다는 감탄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몇몇은 감동해서 눈시울까지 붉히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인어는 원체 이미지가 좋은 종족이었다.

아니, 사실은 종족이라기보다는 전설 속에 나오는 신비로운 존재의 느낌이긴 하지만. 하여튼 다들 좋게 보았다.

그런 종족이 난데없이 나타나자 다들 놀랄 만도 했다. 현실이 되어 나타난 동화…… 정도로 보이지 않을까?

서넛이 뒤에서 또 ‘부득’ 하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라틸은 힐긋 그를 돌아보았다. 서넛은 놀란 눈치는 아니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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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한차례 소란이 가라앉을 즈음. 피인어 지배자가 라틸을 불렀다.

라틸은 서넛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피인어 지배자를 보았다.

이곳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그의 파란 머리카락은 혼자서 허공을 너울거렸다. 마치 여기가 물 속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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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라틸은 중얼거리고서 일단 속내를 감추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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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미안하군. 갑자기 인어가 나타나니 놀랐네.”

라틸은 그들을 처음 보는 척 자기도 인어의 출현에 놀란 척 굴었다.

피인어 지배자는 몇 걸음 더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번에는 다른 피인어들은 그를 따르지 않았다.

라틸에게서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피인어가 서자 근위기사들이 긴장해서 경계했다.

라틸은 그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눈짓을 하고서 호의 어린 시선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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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떻게 온 거지?”

피인어는 라틸을 미묘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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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어 세계에 라트라실 황제 폐하의 명성이 멀리 퍼져 있소.”

그 뜬금없는 칭송에 라틸은 ‘응?’ 하고 눈썹을 들어 올렸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조금 당황했다. 즉위한 지 일 년도 안 된 황제의 명성이 인어 세계에 퍼졌다고?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떠올렸다. 대체 뭐로?

즉위 기간이 너무 짧다 보니 라틸은 실정을 하지도 선정을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정치를 못 한다’고 할 수도 없지만 ‘정치를 잘한다’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명성이 바다 세계까지 퍼졌다? 솔직히 말도 안 됐다. 만약 저 말을 한 이들이 인어가 아니라 그냥 해상국가 사람이라면, 다들 ‘아부가 과하네’라고 비웃었을 정도로.

하지만 말을 한 이들이 인어이다 보니 사람들은 아부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사람들은 인어도 과장을 하고 아부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눈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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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네.”

라틸은 피인어 지배자가 숨구멍이 없어질 정도로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자 어색하게 웃고서 인사했다.

그러면서도 슬쩍 기르골을 확인했다. 피인어가 여기 나타난 것도 놀랍고 인어를 사칭한 것도 놀랍지만, 여기서 기르골과 피인어들이 또 싸울까 봐도 불안했다.

그러나 기르골이 사절단 사이에 끼어 있는 데다 위치상 사절단보다 앞쪽에 있다 보니, 피인어들은 기르골을 눈치채지 못했다.

기르골은 피인어들을 알아보았을 테지만 그는 굳이 저들에게 아는 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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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골은 왜 가만히 있지?’

심장이 두근두근한 걸 꾹 누르고서 라틸은 피인어 지배자에게 너그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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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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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들의 지배자, 므라딤이오, 인간 황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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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므라딤.”

‘님’을 붙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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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인어가 나타나서 좀 놀랍긴 하지만, 인어는 아주 평화롭고 멋진 종족이지. 그대들이 여기에 방문한 걸 고맙게 여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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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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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일이 있어서 온 것 같으니, 우선 다른 이들은 쉬게 하고 그대는 나와 둘이서 얘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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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피인어가 여기 나타난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둘이 있으면 좀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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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블레 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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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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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절단이 쓰는 방을 여기…….”

그러나 라틸이 시종장에게 사절단이 쓰는 방을 주라 하기도 전. 므라딤이 먼저 끼어들어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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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피곤하니 괜찮소.”

이 피인어…… 눈치 없구나. 라틸은 입을 다물었다.

시종장은 눈치 빠르게 라틸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가, 피인어 지배자가 난데없이 황제의 말을 끊자 일부러 말을 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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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찾아오니 몹시 영광입니다, 인어 지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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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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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무슨 일로 여기에 오신 건지……?”

시종장의 말은 사실 이곳에 모인 이들 대다수가 궁금해하던 질문이었다.

다들 그저 놀라서 인어를 구경하다가 시종장의 말을 듣고서야 귀를 열고 상황을 파악했다.

라틸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하는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야 둘째 치고라도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 왔는지는 궁금했다.

의외로 미리 생각해 온 대답이 있는지 지배자 시종은 바로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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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하나둘 세상에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소. 우리의 힘이 필요할 거요. 우리는 강하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타리움 관리들이 일단 박수를 쳤다.

다들 “오오!” “세상에!” “인어가!” 하고 중얼거리는 걸 보니, 인어가 자기들 편에 선다는 게 신기해 듯했다.

사실 아직 그들은 인어들이 대체 황제의 무슨 칭송을 듣고 이러는지 짐작도 하지 못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반면 윌랑에서 온 사절단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다들 입만 움직이고 눈이 안 움직였다.

자기 나라에 왔으면 좋았겠지만 남의 나라에 굴러들어온 행운이다 보니 그리 기쁘진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인어들, 정확히는 인어를 사칭한 피인어들은 이런 분위기를 신경 쓰지 않고 라틸을 향해 온갖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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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움의 황제는 참으로 공평하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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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하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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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움 황제와 손을 잡을 수 있다면 인어들에겐 참 기쁜 일일 겁니다.”

그럴 때마다 타리움 관리들은 덩달아 어깨를 폈다.

하지만 라틸은 저들이 자신에 대해 좋게 말해줄수록 찝찝했다.

저 피인어들이 ‘로드의 편일 때도, 아닐 때도’ 있다던 말 때문에 저게 진짜 호의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결국, 라틸은 그들과 한 번 더 은밀하게 대화해보려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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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많아 보이는데. 우선은 쉬고 이야기하지. 바다……에 있다가 육지로 오면 수분이 부족하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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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오.”

그러나 므라딤은 이번에도 라틸의 말을 흔쾌히 거절하더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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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족이 위기를 앞두었고, 이젠 힘을 합치려 하지. 하지만 우리는 인간들과 오래 떨어져 살아서 인간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적소. 그래서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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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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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선 아직 국서를 정하지 않았다고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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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라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내 ‘인어가 우리랑 한편 하고 싶대!’라고 신기해하던 다른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말을 꺼낸단 건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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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서로 들어가면 어떻겠소?”

역시나.

인어들의 입에 발린 칭찬에 흐뭇해하던 관리들까지도 이번에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국서 자리는 그들도 자신들이 미는 후궁이 차지하길 바라고 있었으니, 당연히 난데없이 나타난 동화 속 존재가 ‘그거 내거’ 하고 혀를 내밀면 황당할 것이다.

하지만 관리들의 표정은 윌랑 왕자의 표정에 비하면 거의 무표정에 가까워 보일 지경이었다.

윌랑 왕자는 그래도 표정 관리를 지난번보다 열심히 하는 눈치더니. 이번에는 아예 관리에 실패했다.

얼굴 근육 하나하나가 다른 생명을 얻어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사된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러다 라틸과 눈이 마주치자 혐오감 어린 눈빛을 보내는 게, 유학생으로 꼭 받고 싶을 정도였다. 옆에 두고 괴롭힐 수 있도록.

하지만 지금은 후계자 쟁탈전에서 밀린 왕자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라틸은 한바탕 일어난 소란이 다시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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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인가?”

일부러 농담조로 말하며 웃자 다행히 타리움 관리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당황했던 분위기도 풀리고 인어들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그렇게 적당히 분위기를 눌러둔 다음, 라틸은 진짜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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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지만 짐의 결혼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 인어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 서로 시간을 좀 가져보지. 사블레 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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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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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들에게 방을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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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또 인어들이 끼어들까 봐 라틸과 사블레 후작은 이번에는 빠르게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인어 지배자는 말이 끝나자 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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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우리는 인간의 방에서 지내는 것보단 물에서 지내는 게 더 편하니 괜찮소. 이곳 황실에 큰 호수가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지내면 되오.”

공교롭게도 그 큰 호수가 위치한 게 하렘 안이었다. 노리고 한 말인지 우연이 맞아떨어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물 안이 더 편하다는데 굳이 뭍에서 지내라 할 수도 없어서 라틸은 그러라 말했다.

피인어들이 나가자 파랗게 잠겼던 홀 안은 원래 색을 되찾았지만, 사람들의 낯빛은 여전히 파랗게 질려 있었다.

라틸은 급격히 피로해졌다.

* * *

윌랑 사절단도 대충 적당한 손님용 방으로 보낸 라틸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자신의 방으로 갔다.

기르골도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아니, 사실은 그 기르골이 내내 한마디도 안 하고 그 재수 없는 왕자 뒤에서 웃고 있던 게 몹시 거슬렸지만, ‘이 몸’으로는 그를 아는 척할 수도 없기에 라틸은 그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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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될만한 차 한 잔만.”

라틸은 그렇게 말하고서 안락의자에 가 머리를 등받이에 푹 눌러 기대고 눈을 감았다.

기르골은 대체 왜 여기 왔지? 그 피인어들은 왜 인어를 위장해 여기 왔지?

그때, 시녀가 차를 가져와 라틸의 옆에 내려놓으며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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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윌랑 왕자의 호위가 심부름을 왔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라틸은 눈을 번쩍 떴다. 기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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