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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60화 (660/705)

외전 제3부 54화

[천계의 왕이 인계는 어쩐 일이지?]

하늘의 태양을 가리는 거대한 새.

흑염마조가 화염을 태우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젠 사신수까지? 왜 이렇게 인간을 지키려 하는 거냐.”

[안 나서려 했지만, 그 아이는 안 된다. 내가 특별히 신경 쓰는 아이거든.]

“너희의 본분을 잊지 마라.”

[인계에 강림한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난 원래 인계에 간섭을 많이 해온 신수다. 너와는 다르단 소리지.]

화르륵-

노란 불꽃이 박정연을 감쌌다.

미카엘과의 거리를 벌려놓았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천계왕인 날 물로 보고 있구나!”

미카엘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흑염마조도 그를 보자 반말을 내뱉었다.

천계왕에 대한 예의는 없었다.

오히려 동급으로 보던가.

아니면 내려다보는 말투였다.

천계는 4대 신계에 소속된 곳.

4대 왕의 위치에 있는 그에게 존경을 표하는 건 당연했다.

한데 지옥계나 사신수나.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반말을 지껄이는 게 아닌가.

참을 수 없었다.

땅에 떨어진 천계의 위신을 세워야 했다.

“모두 죽여주마!”

미카엘의 몸에서 빛이 뿜어졌다.

실크 옷만 입고 있던 그의 몸에 갑옷이 생겨났다.

깃털로 된 날개는 어디가고.

그 자리에 하얀 빛의 날개가 여섯 가닥씩 좌우로 뻗어나오고 있었다.

뿐인가.

손에는 두 개의 성검이 있었다.

마계와 싸울 때만 드러내는 본모습은 주위를 압도했다.

“빛의 군단 또한 힘을 개방하여 신을 모독한 이들을 징벌하여라.”

미카엘의 위엄 가득한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친위대도 빛의 날개를 드러냈다.

감추고 있던 힘을 완전히 개방한 것.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쿵-

미카엘이 허공을 박차며 흑염마조에게 쇄도했다.

그는 성검을 휘둘렀고 흑염마조는 성화와 흑염을 번갈아 가며 뿌려댔다.

[나도 돕겠어!]

삼두는 싸움에 끼어들었다.

상대는 천계왕.

반쪽짜리 번개의 힘을 먹고 탈신경에 오른 괴물이었다.

흑염마조 혼자서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삼두와 흑염마조가 검은 불꽃을 뿜어냈다.

미카엘이 검으로 화염을 자르자.

불꽃이 두갈래로 갈리며 사라졌다.

자연경 대 탈신경의 싸움.

미카엘이 너무도 쉽게 삼두와 흑염마조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그는 곧장 하늘을 향해 검을 뻗었다.

“징벌!”

두 줄기 빛이 하늘에서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큭.]

[억…]

흑염마조와 삼두가 신음을 내었다.

천계의 신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격.

신에 반하는 자들에게 내려지는 힘이었다.

하지만 공격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흑염마조가 성화를 불태우며 징벌에서 벗어났다.

삼두도 마찬가지.

지옥기로 몸을 보호한 채 징벌을 상쇄시켰다.

[파천혈신은 이런 놈과 어떻게 싸웠던 거야?]

삼두가 투덜거렸다.

한 번의 공격이었으나 방심했다면 그대로 소멸할 뻔했다.

다른 천계인과는 격이 다른 징벌.

괜히 천계왕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또 온다. 집중해!]

흑염마조가 삼두에게 경고했다.

미카엘이 성검 두 개를 땅에 박아넣었다.

“빛의 가시.”

땅이 진동했다.

바닥에서 노란색 아지랑이가 수십 가닥이 튀어나왔다.

날카롭게 벼려진 아지랑이.

목표는 흑염마조와 삼두였다.

두 녀석의 몸을 꿰뚫으려 앞으로 뻗어나왔다.

흑염마조는 하늘로 피하고 삼두는 흑염을 뿜어냈다.

주춤하는 빛의 아지랑이.

하나 두 녀석에게 보인 가시는 속임수였다.

갑작스레 허공에 나타난 빛의 가시가 흑염마조의 날개와 다리를 꿰뚫었다.

[윽, 속았다.]

삼두는 요리조리 잘 피해 다녔지만 결국에는 가시에 잡히고 말았다.

몸통과 네 다리가 가시에 묶였다.

“이런 실력으로 감히 날 능멸한 것이냐.”

미카엘이 눈을 번쩍였다.

분노로 일렁이는 시선에는 자비가 없었다.

하늘에서 두 줄기의 빛이 재차 떨어졌다.

[크어억!]

[제, 젠장… 너무 압도… 적이야….]

미카엘에게 이길 확률은 전무.

그저 시간을 끄는 게 최선이었다.

미카엘이 뇌령의 힘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해볼 만했을 터.

생각보다 뇌령은 엄청난 힘을 가졌다.

하필 천계왕과의 궁합도 좋았다.

[…작은 주인이 와야만… 해.]

흑염마조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의 목숨만은 지키는 것.

나머지는 이준이 와야지만 해결될 일이었다.

* * *

이준은 말파르 광산으로 돌아와 있었다.

신의 석상을 부수고 괴물로 변한 사람들을 없앴지만 무의미했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었다.

그 때문에 광산으로 돌아왔다.

차라리 원신의 돌을 빠르게 회수하고 지구로 넘어가는 게 나았으니까.

“길리, 용광로의 온도를 더 올려.”

“열심히 하고 있어!”

화로에 불을 붙이는 일을 끝내고 용광로로 그 불을 옮겼다.

일반적인 검이라면 화로에서 작업을 시작했을 테지만.

녹여야 하는 장비는 무려 성검이었다.

웬만한 온도에는 꿈쩍도 하지 않은 무기였다.

“이천오백 도는 됐어.”

“그걸로는 안돼. 최소 사천 도는 되어야 해.”

“며칠 더 걸리겠는데?”

용광로의 온도를 올리는 건 쉽지 않았다.

흑마정석을 이용해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양을 많이 넣으면 폭발할지 모른다.

흑마정석의 에너지는 무궁무진했으니까.

이게 터진다면 말파르 광산만 무사하지 못한 게 아니다.

인근의 마을을 포함해서 로에니아 황도가 있는 곳까지 전부 날아갈 수도 있었다.

용광로의 온도를 올리는 건 신중을 기해야 했다.

“시간이 없어요.”

이준이 드워프를 보챘다.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길리의 대답에 이준이 초조해했다.

박혁진과 박정연을 지구로 먼저 보내서 그런지 걱정이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급해졌다.

‘예감이 안 좋아.’

이준은 김봉팔보다 더욱 뛰어난 위기 감지 능력을 가졌다.

두 사람을 지구로 보내놓고 한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했다.

싸한 느낌.

이를 지우려면 원신의 돌을 전부 회수해서 지구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박정연이나 박혁진 중 한 명과 연락이 닿아야 했다.

한데 아무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어때?]

[정신없어?]

[메시지 수신하면 연락 줘.]

[왜 대답이 없냐.]

이준은 박씨 남매에게 여러 번 메시지를 보냈다.

돌아온 메시지가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네가 말한 신성력이 주위로 퍼지고 나서 지구와 연락이 안 닿은 것 같아.”

한지유도 메시지가 먹통이었다.

“그나마 게이트 가까이에선 연락이 됐었는데.”

“엿 같은 상황이야.”

이준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이곳 상황도 마음처럼 흘러가고 있지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어.”

이준이 허리춤에서 파멸겁을 꺼내 들었다.

곧장 2단계 형태로 만들곤 길리의 옆으로 갔다.

“제가 온도를 높여 볼게요.”

“쉽지 않을 건데.”

“한번 해보죠.”

이준이 사신기를 파멸겁으로 집중시켰다.

화르륵!

파멸겁이 흑염으로 감싸였다.

“그걸로? 쉽지 않을 거야. 안 그래 말론?”

“음… 마력으로는 무리요. 차라리 흑마정석을 태우는 게….”

말론이 이준을 말렸다.

마력으로 온도를 높이면 말론이 흑마정석을 이용할까.

그는 대장장이지만 마력의 깊이 또한 깊었다.

철을 두드리면서 하는 게 바로 마력 호흡법이니까.

마력으로는 용광로의 온도를 쉽게 올리지 못해 이준을 말린 건데.

“헉!”

“말도 안 돼.”

“오, 온도가 올라가고 있어!”

길리와 말론의 생각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온도가 급속도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벌써 삼천 도를 넘겼어!”

드워프의 놀람에 이준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사천 도는 되어야 한다고 했죠?”

“마, 맞소.”

말론이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어떤 무기이길래 용광로의 온도를 금세 올리는 걸까.

그조차도 이준의 파멸겁에 호기심을 가졌다.

감탄하고 있는 사이.

길리의 음성 들렸다.

“사천 도야! 미쳤구먼!”

이준이 파멸겁을 거뒀다.

흑염은 제할일을 다 한 듯.

자취를 감췄다.

“온도는 맞췄으니 빠르게 작업해주세요. 지유야.”

“내가 옆에서 호법을 설게.”

이준이 파멸겁을 놔두고 가부좌를 틀었다.

4000도의 온도를 맞추는 데 꽤 많은 힘을 썼다.

하는 건 쉬워 보였으나 엄청난 집중력을 요했다.

이준 주위의 대기가 일렁였다.

웅웅.

공명음이 들렸다.

“헉! 갑자기 무슨 추위야.”

한 드워프가 화들짝 놀라 했다.

이곳은 용광로가 있는 곳.

더워야 정상이었다.

한데 뜬금없이 추위라니.

길리는 추위의 원인이 이준이라는 걸 금방 눈치챘다.

“신기한 인간이네.”

극한의 추위에서 갑자기 찌든 더위가 느껴졌다.

“이젠 더위냐.”

더움은 얼마 가지 않았다.

이내 포근함이 느껴졌다.

졸음이 몰려왔다.

“저 인간 곁으로 가지 마. 온 속성을 다 가진 호흡법을 사용하고 있어.”

“그런 호흡법도 있어?”

“저기 있잖아.”

“보고도 믿기지 않아.”

드워프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고 있을 때 말론은 용광로에 성검을 던졌다.

사천 도의 온도라 그런지.

성검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 * *

이준은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오랜만의 운기조식.

그는 현재 대나무 숲에 홀로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상쾌하네.”

그의 심상 속 세계.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굉장히 평온했다.

아마도 사신기가 만든 견고한 공간 때문이리라.

“말과는 달리 어찌 마음이 이리도 불안할꼬.”

운기조식을 하던 이준이 눈을 번쩍 떴다.

여전히 심상 속이었다.

그의 앞에는 전에 한 번 봤던 노인이 보였다.

“태사부님?”

“오랜만이구나.”

“신계에서 접촉하신 거예요?”

천극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웃고만 있었다.

대신 다른 말을 했다.

“사신기를 가진 놈이 무엇이 그리 불안하느냐.”

“아… 친구가 걱정돼서요.”

“사신기가 네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그게 아니라 제 자질이 부족해서 사신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쯧쯧. 망언이다.”

“네?”

“극이도 네 나이 때는 너보다 강하지 않았다. 어찌 자질이 부족하다고 그러느냐. 어디 가서 그런 망언을 하면 칼을 맞을 것이다.”

“네… 죄송해요. 그런데 제 심상에는 왜 나타나셨어요?”

이준은 천극자가 소멸된지 모른 채 묻고 있었다.

“네 경지가 자연경 끝자락과 탈신경 초입에서 왔다갔다하고 있구나.”

“제가요? 자연경 끝자락 아니에요?”

천극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친절히 설명했다.

“사신기로 인한 오차다. 여기서 고비만 넘기면 탈신경에 들 터인데….”

“왜요?”

“네 앞길에 피가 보인다. 아마도 이를 계기로 탈신경에 오를 듯해.”

“제가 또 마성에 사로잡힌다는 말씀이세요?”

“사신기가 있는데 마성에 젖을 리 있겠느냐. 그저 네가 안쓰러울 뿐이다. 모두 나로 인해 틀어진 인과율인데… 네가 대신 벌을 받는구나.”

뜬금없이 나타나서 하는 말.

천극자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제 운명인데요, 뭘.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구나.”

이준의 미소에 천극자도 덩달아 웃었다.

“준아.”

“네.”

“사신기는 네 의지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발전한단다. 잊지 말거라. 네가 피의 길을 걸으려 한다면 사신기가 네 뒤를 바쳐줄 것이다. 절대 의심을 하지 말거라. 의심하는 순간 사신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야.”

천극자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으나.

이준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또 보자꾸나.”

“자주 찾아오세요.”

“오냐.”

천극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심상이 무너져 내렸다.

번쩍!

이준이 눈을 떴다.

“이제야 끝났어?”

“얼마나 걸린 거야?”

“하루가 지났어.”

“하루!?”

천극자와 대화를 나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았다.

한데 하루가 지났다니.

너무 오래 운기조식을 했다.

“철의 돌은?”

“저기에 있소.”

말론이 용광로 속을 가리켰다.

이준이 팔을 뻗자.

철의 돌이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곧장 사신기를 운용해 철의 돌을 흡수했다.

[사신기가 흡성공을 사용했습니다.]

[철의 돌을 흡수합니다.]

이준의 모습에 길리를 비롯한 드워프가 입맛을 다셨다.

“쩝. 반쪽만 우리한테 나눠줬으면 인간 여자의 무기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을 텐데.”

“아까워 죽겠어.”

“지금이라도 말해볼까?”

“아서라. 괜히 말했다가 말론한테 무슨 소릴 들으려고.”

[사신기가 철의 돌을 전부 흡수했습니다.]

[사신기에 철 속성(인계)이 추가되었습니다.]

[원신의 힘: 불의 돌, 물의 돌, 나무의 돌, 철의 돌(NEW)]

이준이 철의 돌을 전부 흡수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맨 아래에 흑염마조가 보낸 메시지가 보였으니까.

[작은 주인. 천계왕이 학교에 강림했다. 박혁진이 크게 다쳤어. 천계왕이 노리는 건 박씨 남매의 뇌령인 듯싶다. 내가 막고는 있지만 무리야. 작은 주인이 직접 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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