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40화 (640/705)

외전 제3부 34화

해미리트 성문 앞.

허공에 수십 개의 마법진이 만들어지더니.

그곳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적룡의 브레스였다.

해미리트 영지와 함께 죽으려는 건지 끝까지 공격하는 상대.

마음을 놓고 있던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성가시게 하네.”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오른쪽 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사신기도 덩달아 움직였다.

화염이 그의 지근거리로 온 순간.

사신기가 호신강기처럼 이준을 중심으로 넓게 퍼졌다.

콰아아앙!

사신기와 화염이 충돌했다.

찢어질 듯한 굉음이 들렸다.

요란한 충돌음과는 달리.

사신기는 너무도 쉽게 화염을 잡아먹었다.

어느 화염도 해미리트 영지에 닿지 못했다.

허리를 숙였던 병사들이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하늘에 화염 마법이 수놓아져 있었는데.”

병사들이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하나 화염이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마법진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올 때 모두 눈을 감은 상황.

겁에 질린 채 벌벌 떨고 있어서 누가 화염을 막은지도 몰랐다.

물론 몇몇 소수의 사람들은 눈을 뜨고 있었다.

베오가 영주와 길라스 기사단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무, 무슨!?”

“제가 무엇을 본 건지….”

눈을 비벼 보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이준이 성벽 위에서 짜증 섞인 표정으로 있는 것 정도?

두 사람은 떨리는 눈동자로 이준을 보고 있었다.

메더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전신은 부들부들 떨렸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강하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

저 남자를 보고 있자니.

그 찬란했던 옛 영광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너무 강해!”

한편으로는 걱정도 들었다.

아이덴 루블리스도 너무 강해서 쓰러졌다.

주변의 시기와 질투.

경계로 인해 고독해졌다고 전해졌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흑룡.

흑룡왕 파르가만이 옆에 있었다고 한다.

메더는 성벽 위에 있는 남자가 아이덴 루블리스와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감정.

그 이끌림은 커져만 갔다.

“영주님. 저길 보십시오.”

길라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성문 밖을 가리켰다.

그 많던 드래곤이 하나, 둘씩 정리가 되고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소름이 돋을 광경.

일방적인 살육에 가까웠다.

나중에는 드래곤으로 변하려 발버둥 치는 게 보였다.

하나 그걸 놔두지 않고 공격하니.

반쯤 변한 상태에서 죽임을 당했다.

몇몇 이들은 드래곤으로 변해 도망가려 했으나.

이 또한 저지당했다.

날개를 잘라버리니 날지를 못했다.

텔레포트를 이용해 공간 이동을 하려 했지만.

이것도 무의미.

이준 일행은 검으로 공간까지 베어냈다.

압도적인 무력 차이였다.

어느 누가 드래곤을 상대로 이런 광경을 보일까.

근 몇백 년 동안 없었다.

베오가 영주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해미리트 영지에 여신의 축복이 내렸어.”

이준이 해미리트 영지에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떼죽음을 당했을지 모른다.

심지어 함께한 일행 또한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실력을 지녔다.

하늘에서 축복이 내린 격.

여신에게 감사했다.

“영주님. 마무리를 지으려는 듯합니다.”

“우리도 가세.”

이준이 성문 아래로 뛰어내리는 게 보였다.

베오가 영주와 길라스 기사단장.

그리고 메더가 영지 밖으로 나갔다.

* * *

쿵.

네이탈이 쓰러졌다.

박혁진이 흠뻑 뒤집어쓴 먼지를 손으로 털어냈다.

“식겁했다.”

“…날 죽였다고 안심하지….”

“죽을 거면 곱게 죽을 것이지, 으이구!”

그가 몸을 뒤로 돌리면서 눈치를 봤다.

이준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소리를 할 게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혁진아 정신 차리자.”

이준이 도착하자마자 잔소리를 했다.

“마법이라 어쩔 수 없었어.”

“변명하는 거야?”

“그렇다는 거지.”

“아직 수련이 부족하네.”

이준의 말에 박혁진의 얼굴이 구겨졌다.

저 말은 곧 지옥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

벌써부터 진저리가 쳐졌다.

“준아. 산 너머에도 적룡이 있었는데 모두 처리했어.”

“다른 곳은 살펴봤어?”

“응! 내가 있던 곳 말고는 기척이 안 느껴졌어.”

박정연이 말을 끝내며 눈을 반짝였다.

칭찬받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다.

마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길 바라는 강아지 같았다.

“잘했어.”

하나 이준은 말뿐이었다.

“그게 다야?”

박정연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잘했어.”

이준이 마지 못해 박정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박정연의 얼굴이 금세 활짝 폈다.

“나도 잘했어.”

이준의 행동에 한지유도 짧게 중얼거렸다.

박정연처럼 대놓고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한지유도 칭찬에 목말라했다.

“지유도 수고했어.”

이준은 이번에도 한지유의 머리를 만져 주었다.

박정연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반면에 한지유의 얼굴에는 작은 미소가 생겨났다.

그리에스도 그녀들처럼 칭찬을 받고 싶었으나.

‘용신족의 체통을 지켜.’

꾹꾹 참았다.

그녀는 용신족.

드래곤의 신이었다.

인간에게 칭찬을 받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이준이 신에 도달한 무력을 가졌다고는 하나.

그에게 칭찬을 받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리에스가 용신족의 체면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

이준이 죽은 네이탈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특성 무공천재(EX)가 발동했습니다.]

[모투술(S)을 사용합니다.]

[상단전의 힘이 모투술(S)을 제어합니다.]

[지나갔던 과거의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모투술로 네이탈의 기억을 훔쳤다.

머릿속으로 정보가 빠르게 흘러들어왔다.

‘네이탈에게는 해미리트를 맡기고 적룡왕은 나무의 돌을 찾으러 갔어.’

네이탈이 오른팔이라 그런지.

음흉한 적룡왕도 최측근에게는 동선을 알려줬다.

덕분에 적룡왕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로에니아 황도에 나무의 돌이 있는 건 뜻밖이네.’

지척에 있었던 걸 지나쳐 왔다.

만약 알았다면 나무의 돌부터 회수했을 텐데 아쉬웠다.

‘적룡왕부터 죽여야겠지?’

원신의 돌은 8개.

물, 불, 나무, 번개, 빛, 어둠, 얼음, 강철.

이렇게 있었다.

나무, 빛, 어둠, 강철 네 개만 남은 상황.

용신족이 무슨 짓을 하는지 천계도 알아차렸을 터.

용신족과 더불어 원신의 돌 전부를 찾아서 처리해야 한다.

레미엘과 싸웠을 때부터 천계와 적이 됐다.

무극자 사부가 있긴 하나.

‘사부님도 지켜야 할 분이 계시니까.’

이제는 전과 다른 입장을 가졌다.

홀로 있을 때는 남의 눈치를 안 보고 행동해도 됐지만.

보호해야 할 가족이 생기는 순간 생각할 게 많아진다.

무극자 사부의 성격상 가만히 계실 사람은 아니나.

그렇다고 사부에게 기대선 안 됐다.

아니, 이제는 사부에게서 독립해야 했다.

그래야 사부에게 피해가 안 갈 테니까.

‘적룡왕부터 빠르게 죽이자.’

용신족이 용계에서 나온 건 모두 적룡왕 때문.

녀석만 죽이면 우두머리가 사라지니.

나머진 수월하게 해치울 수 있을 테다.

“베오가 영주님.”

“말씀하시오.”

“성에 걸린 흉물스러운 건 전부 치워도 되겠어요. 그리고 여기에 있는 드래곤도 영지로 옮겨서 시체를 해체하셔도 되고요.”

“이제 적룡은 없는 것이오?”

“전부 죽였으니 안심하세요.”

“큰 은혜를 입었소. 며칠간 축제를 열 테니 귀빈으로 참석해주시겠소?”

베오가 영주의 초대에 박혁진이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축제에 참석하겠다는 강한 의지.

하지만 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저흰 할 일이 있어서 이곳에 왔어요. 물의 돌도 찾았으니 다음 행선지로 갈까 해요.”

“조금의 여유도 없으시오?”

“바로 가야 할 것 같네요.”

“허. 너무 아쉽소. 은혜를 입었는데 갚을 길이 없으니 원.”

베오가 영주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왕도 구원하러 오지 않은 영지를 구해준 영웅.

조금이라도 편히 쉬다 갔으면 했다.

“저 대신 저쪽하고 깊은 유대 관계를 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영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강했으면 왕도에서 여기까지 달려오겠어요.”

이준은 메더를 가리키며 말했다.

메더는 암흑대공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루블리스의 후손.

피는 연하나 여전히 루블리스를 자랑스러워했다.

‘암흑대공의 힘을 잠깐이나마 이었으니. 그래도 챙겨줘야지.’

암흑대공의 마력에 꽤 도움을 받았다.

천살성이 폭주했을 때도.

기혈이 뒤틀렸을 때도.

생사가 오락가락했을 때도.

암흑대공의 힘이 자신을 구해줬다.

그의 후손으로 보이는 자가 있으니.

챙겨줘야 하는 건 당연했다.

“해미리트 영지를 위해 달려와 줬으니 응당 귀빈 대접을 받아야지. 안 그런가 길라스.”

“물론입니다. 아이덴님이 말씀하지 않아도 영주께서는 메더 님을 귀빈으로 맞을 생각이었습니다.”

이준의 한마디에 메더 루블리스는 귀빈이 되었다.

그의 행동에 메더가 감격에 빠졌다.

“아이덴 님….”

동경하는 표정으로 이준을 보았다.

그 모습이 부담스러웠는지.

이준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가졌다.

“완전히 헤어지는 건 아니에요.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으니 그때 뵙죠.”

이준이 일행들에게 눈짓을 했다.

박혁진이 시무룩해졌다.

중세의 축제를 즐기고 싶었는데 바로 다음 행선지로 간단다.

“정 없는 녀석. 넌 낭만이 없냐.”

박혁진이 투덜거렸다.

하루쯤은 쉬어도 괜찮지 않나.

“어휴. 내 팔자야. 융통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자식.”

속으로 이준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박혁진이었다.

이준 일행이 떠났다.

바람같이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이들.

세 사람은 꼭 꿈을 꾼 듯싶었다.

“이 일은 비밀로 해야 되네.”

“영지민들에게도 입단속을 하겠습니다.”

“질투심 많은 왕이 알아선 안 되지요.”

“어리석은 왕이 저분의 능력을 아시면….”

“끔찍한 일이 생길 겁니다.”

메더의 목소리에 베오가 영주와 길라스 기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 있는 자들은 전부 경계하는 무능한 왕.

현 국왕이 이준 일행을 몰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 *

천상계에 7대 가주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7명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지만.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강철의 신이자 레미엘의 가주가 자리에 없었다.

그가 소멸 됐다는 걸 들은 상항.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각자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이내 한 가주가 침묵을 깼다.

“레미엘이 죽은 시점부터 신의 위엄은 날아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발악이라도 할 때입니다.”

한때 이준에게 부탁해서 용계를 찾아보자는 라구엘도 입장을 바꿨다.

그도 천계의 신.

인간에게 같은 신이 당했는데 분한 건 마찬가지였다.

“미카엘께서는 이미 결정을 하시고 저희를 모은 게 아닙니까.”

“그렇다네.”

“전 미카엘 님을 따를 겁니다.”

“저도 라구엘과 같은 생각입니다.”

“천계의 신인 미카엘의 결정을 누가 반발하겠소. 생각을 말해보시오.”

가브리엘조차 미카엘의 의견을 물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미카엘을 빤히 보았다.

그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우리는 반쪽의 힘만을 가지고 있네. 신선계의 괴물과 싸우려면 원래의 힘을 되찾아야지만 가능하지.”

“으음….”

“용신족의 힘을 얻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다른 방법도 찾았네.”

“무엇입니까!”

“다른 방법도 있다니! 처음 듣는 소리요.”

“나도 용신족의 행방을 찾다가 안 정보네.”

꿀꺽.

가주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의 눈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용신족이 그란투스 대륙에 나타났는데 찾는 게 원신의 돌이라는 힘이네.”

“원신의 돌이라면!?”

“그렇네. 우리가 가진 속성의 힘이지. 그란투스 대륙을 유지하고 지키는 힘이야.”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속성.

원신의 힘을 손대면 그란투스 대륙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신조차 함부로 만질 수 없었다.

신계의 율법이 막고 있었으니까.

천계는 하다 하다 율법을 어길 생각을 했다.

“원신의 돌을 취하려면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네.”

“전 찬성입니다.”

“언제까지 신선계 놈들에게 빌빌댈 수는 없습니다.”

가브리엘은 마지막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자네의 의견은 어떤가.”

미카엘이 가브리엘에게 물었다.

가브리엘이 잠시 고민하더니 결연한 음성을 드러냈다.

“신계의 규율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원신의 돌을 차지해야 하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