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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622화 (622/705)

외전 제3부 16화

현무는 필리핀 세부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에메랄드빛 바다.

균열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청정 지역 같았다.

하지만 세부 또한 위험 지역.

바다가 깨끗하다고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곳이 더 위험했다.

눈에 보이지 않은 균열은 블랙존 게이트를 생성할 확률이 현저히 높았으니까.

[어디냐.]

현무는 이 근방에서 미약하게 느껴지는 강대한 힘을 포착했다.

심해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몬스터의 숫자가 많아졌다.

샤크로아를 비롯한 레드라이트, 실라켄, 크라킹 등.

해양 몬스터들이 득실거렸다.

하나 현무는 사신수 중 북쪽의 수호신이었다.

저 몬스터들이 어떤 등급이든.

현무 앞에선 평등했다.

현무가 푸른 눈을 번쩍이자.

몬스터들이 길을 열었다.

마치 왕이 지나가는 듯.

몬스터들이 현무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쯤인 듯한데….]

강대한 기운이 이 주변에서 느껴졌다.

심해로 들어오니.

맑은 바다와는 달리 안은 균열 천지였다.

[저곳인가?]

현무가 발견한 게이트.

주변에 수십 개의 게이트가 있었으나.

한 곳만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억지로 봉인한 것 같았다.

[게이트로 눈속임할 줄이야. 예상 밖이군.]

게이트는 저급한 공간.

몬스터들이 머무는 장소였다.

신이 머무를 곳이 되지 못했다.

신은 오만한 존재.

인간이나 몬스터와는 다른, 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신이었다.

어떤 신이 몬스터들이 사는 곳에 머물겠는가.

현무가 놀란 이유였다.

[이준, 빙룡왕을 찾은 것 같다.]

[살아있어?]

[아직 보진 못했다. 심해 깊은 곳에 생성된 게이트가 하나 있는데 여기서 나와 비슷한 냉기를 뿜어내는 게이트를 발견했다.]

[빙룡왕도 게이트를 소환한 거야?]

[그래 보인다.]

[흑룡족도 게이트를 소환해서 도망가버리더니. 용신족은 게이트를 다루는 듯해.]

[뜻밖이군.]

현무 또한 처음 듯는 이야기였다.

현무는 지혜를 상징하기도 했다.

세상의 지식이 그에게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인계뿐만 아니라 신계의 지식도 많이 알았다.

한데 용신족이 게이트를 다루는 건 모르는 모양이었다.

[난 빙룡왕이 확실한지 확인만 하고 빠지겠다.]

[백룡족은 아직 안 나타났지?]

[내가 있는 곳을 발견하긴 힘들 것이다. 누가 이 천박한 곳까지 오려 하겠나. 네 부탁만 아니었다면 나도 이곳은 오지 않았을 거다.]

현무가 고개를 위로 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이 깊은 바다를 뚫고 에메랄드빛 물이 보였다.

그곳에는 백룡족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있었다.

필리핀의 맑은 바다만 돌아다니는 백룡족.

그들이 아는 현무는 굉장히 고고한 존재였다.

더러운 곳은 절대 가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영역에서만 돌아다닌다.

만에 하나 영역 이외의 곳을 간다면 철저히 깨끗한 곳만 돌아다닌다고 생각했다.

[애들도 곧 도착할 거야.]

[그런 것 같군.]

현무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잡혔다.

잘생긴 남자 한 명에 연예인을 오징어로 만드는 미녀 두 명.

박혁진과 박정연, 한지유가 보였다.

[그런데….]

[왜?]

[청룡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4대 성지의 금역에 있는 거 아니었나?]

[청룡이 거기에 있어?]

[너도 모르는 사실인가?]

[금역에 있는 줄 알았는데… 혁진이를 따라간 건지, 정연 누나를 따라간 건지 모르겠네.]

[청룡까지 나타났으니 백룡족은 문제없겠어.]

* * *

박혁진은 이준의 부탁을 받아 곧바로 필리핀 세부로 달려왔다.

그는 휴양의 도시 세부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은 박정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박정연의 어깨에 앉아있는 작은 동물에게 꽂혀 있었다.

“누나. 잠깐만 넘겨줘 봐.”

“야. 내가 넘겨주고 말고 할 게 아니야.”

“청룡 님. 그 어깨 안 불편해요? 제 어깨가 굉장히 넓은데 여기로 넘어오는 게 어때요?”

박혁진은 박정연의 어깨에 앉아있는 도마뱀.

청룡을 꼬드겼다.

하나 청룡은 박혁진에게 넘어갈 바보가 아니었다.

[난 애완동물이 아니다. 선을 지켜라.]

청룡이 귀여운 모습으로 작아져 있긴 하나.

사신수였다.

그의 눈동자가 뇌기로 번쩍이자.

박혁진이 움찔했다.

청룡은 예나 지금이나 온전한 힘을 지닌 존재였다.

그가 소리 내어 말하는 것도 위엄이 가득했다.

“윽.”

“그러게 그만 좀 하라니까.”

“부러워서 그러지. 이준 그 자식도 흑염마조를 데리고 다니는데 나는 왜 안 돼!”

“준이랑 너랑 비교가 돼?”

“그건 수치스러운 발언이에요.”

한지유도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하아. 내 편은 아무도 없구나.”

박혁진은 두 사람의 핀잔에도 기분 나쁜 구석은 없었다.

모두 인정하는 부분.

이준은 옛날부터 저 멀리 앞서가 있었다.

닿고 싶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

녀석에게 민폐나 끼치지 않으면 다행이라 여겼다.

“그래도 포기 못 해. 야수공을 익혀서 나만의 펫을 만들 거야.”

“으휴. 저 머저리.”

“무시해요. 언니.”

두 여자가 박혁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런 부분만 빼면 참 괜찮은 남자인데 말이다.

세 사람이 세부의 남쪽 바다 쪽을 향해 움직였다.

[잠깐.]

경공을 펼치던 세 사람이 멈춰 섰다.

“드래곤이에요.”

한지유의 말에 박정연이 앞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드래곤의 모습이 아니었다.

인간.

폴리모프를 한 듯.

수십 명의 인간이 인근 바다를 뒤지고 있었다.

“현무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

“네.”

“우리가 먼저 공격할까?”

박정연의 제안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게 좋겠어요.”

“선공필승이지.”

한지유가 복마참백연을 빼 들었다.

스르릉-

청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박정연과 박혁진도 벽운과 천월을 꺼냈다.

[나도 도와주마.]

청룡의 몸에 뇌기가 번쩍였다.

콰릉!

맑은 하늘에서 천둥이 쳤다.

[천상의 동쪽 주인, 청룡이 버프를 걸었습니다.]

[세 사람에게 청룡의 가호가 내려졌습니다.]

[뇌속성 공격력이 500% 상승합니다.]

[뇌속성 저항력이 500% 상승합니다.]

[마기 저항력이 500% 상승합니다.]

청룡의 버프라 그런지.

박혁진과 박정연한테는 효과가 좋았다.

두 남매의 몸에 강력하게 둘러진 뇌기.

청룡의 힘은 남매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한지유에게는 저항력 이외에는 효과가 없었다.

옛날이었다면 아쉬워했을 그녀였으나.

전생 각성을 한 그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복마참백연을 세우며 앞으로 나가려 했다.

그 순간.

그녀에게도 뜻밖의 메시지가 떴다.

[빙하의 북쪽 주인, 현무가 버프를 걸었습니다.]

[세 사람에게 현무의 단호함이 전해졌습니다.]

[빙속성 공격력이 500% 상승했습니다.]

[빙속성 저항력이 500% 상승했습니다.]

[마기 저항력이 500% 상승했습니다.]

한지유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현무의 기운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녀의 귀로 현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아서 도와주는 것이다.]

퉁명한 음성이었으나.

현무의 배려라는 걸 느꼈다.

옛날 황금이 때의 감정이 남아있어서 그런가.

자신에게는 모질게 굴지 않았다.

한지유가 희미하게 웃고는 앞으로 쇄도했다.

* * *

빛이 번쩍였다.

서걱-

피부가 베이는 소리가 났다.

벌어진 살에선 피가 뿜어져 나와야 했으나.

치이익-

고기가 타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살에서 연기가 흘렀다.

박혁진의 검에 의해 살이 익은 것.

두껍고 단단한 피부를 자랑하는 백룡족이 당황해했다.

“저 검에 맞지 마!”

“뇌 속성이야, 무조건 피해야 해.”

“청룡에 버금가는 뇌 속성이라니….”

“인간을 얕보면 안 된다는 말이 맞았어.”

그것도 잠시.

백룡족은 혼란을 빠르게 수습했다.

그들이 일제히 폴리모프를 풀었다.

용족왕, 군주들이 아니면 인간형태로 싸우는 게 더 약했다.

그 때문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백룡족.

드래곤의 모습을 한 채 재차 싸웠다.

하나 세 사람은 사신수의 버프를 받은 상태였다.

백룡족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한들.

세 사람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쩌어억-

한지유의 복마참백연이 백룡족을 가르며 지나가자.

얼음이 된 백룡족이 반으로 쪼개졌다.

복마제령검식의 1식, 빙백검이었다.

그녀가 연이어 검을 휘둘렀다.

달을 열두 번이나 가르는 듯.

한기를 토해내면서 검이 움직이는 무공.

2식인 빙월십이검이 순식간에 백룡족 네 마리를 죽였다.

대등할 줄 알았던.

아니, 드래곤의 모습을 하면 쉽게 이길 줄 알았던 인간들에게 학살을 당하고 있었다.

“이, 이게… 얼음 군주가 말하던 인간!?”

“이러다 다 죽겠어.”

“우리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백룡왕께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건데.”

백룡족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현무를 찾아 죽이지도 못하고 쫓겨났다.

이 사실을 안다면 백룡왕이 얼마나 노할까.

임무에 실패할 거란 생각은 못 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곧 천계도 자신들이 인계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 터.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었다.

“어떡하지?”

“인간의 전력이라도 알려야 하지 않겠나.”

“빌어먹을. 빙룡왕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어야 했다.”

이제 와서 후회해봐도 소용없었다.

백룡족이 몸을 빼려 하는 그때였다.

포탈이 열리며 그 안에서 새하얀 드래곤이 모습을 보였다.

“저건 위험한데?”

박혁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위압감이 엄청났다.

상대하던 백룡족과는 비교도 안 되는 중압감이 들었다.

어깨도 짓눌리는 느낌.

중압감에 의해 몸이 느리게 움직였다.

[저놈이 백룡왕인가.]

세 사람의 귀에 청룡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룡왕….”

“용신족의 군주가 저 정도라니.”

“강하네요.”

박혁진과 박정연, 한지유가 백룡왕을 보며 중얼거렸다.

전신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전과 다른 위험이 느껴졌다.

청룡의 버프를 받았으나.

이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포탈을 타고 나온 백룡왕이 날개를 펄럭이면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

“구, 군주….”

“인간이 예상외도 너무 강해서.”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백룡왕이 버럭 소리쳤다.

빛이 번쩍이더니.

백룡족 하나를 향해 쏘아졌다.

푸스스-

드래곤 한 마리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뼈만 남았다.

“현무를 죽이라고 수십 보냈건만 인간 따위에게 당해?”

백룡왕은 인간을 혐오했다.

거의 모든 용신족이 인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딱 두 명.

흑룡왕과 빙룡왕만이 인간을 좋아했다.

“너희들이 내 이름에 먹칠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백룡왕의 기세에 백룡족이 벌벌 떨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선 평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그의 말이 법.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아야 했다.

“한 번만 용서를!”

“저희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다신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은 백룡족이 간곡히 부탁했다.

허나 백룡왕은 임무에 실패한 드래곤을 용서할 생각 따윈 없었다.

“너희에게는 자격이 없다.”

그의 한 마디에 백룡족 위로 빛이 내려앉았다.

빛에 닿은 백룡족의 피부가 갈라지며 재가 되었다.

졸지에 뼈만 남게 된 드래곤들이 무너져 내렸다.

산화한 백룡족.

백룡왕은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가 향한 시선은 세 사람에게 꽂혀 있었다.

“네놈들이 내 일을 방해한 인간들이냐.”

그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을 향해 빛이 쏘아졌다.

빛에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던 세 사람은 경공을 펼쳐 도망쳤다.

이에 백룡왕이 격분했다.

“방금 건 운이 좋아 피했다만 이것마저 피할 수 있는지 보마.”

백룡왕의 눈이 번쩍였다.

그러자 세 사람을 향해 사방에서 빛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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