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85화 (585/705)

제568화

전생을 각성한 한지유가 눈을 떴다.

어딘지 모르게 차가울 정도로 시린 눈빛.

서슬 퍼런 칼날 같았다.

“정신이 들어?”

이준의 물음에도 한지유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본인의 몸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준은 그녀가 바쁘다는 걸 인지해 박은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박은비의 단전에 내공을 불어넣으려는 찰나.

한지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그녀의 음성에는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악마의 속삭임에서 벗어나게 해준 일.

각성을 시켜 전생을 떠올리게 한 일 등.

자신을 또 도와줬냐는 물음이었다.

“마족의 매혹에 당했다는 건 기억하나 보네.”

“날 가지고 논 게 마족이었어?”

“어. 색욕의 군주라고 마계의 명문 가주 중 하나야.”

색욕의 군주를 죽이고 얻은 기억은 엄청난 정보를 줬다.

예를 들어 마주가 마왕이 됐다든지.

오만의 군주인 알제스 루퍼가 마력과 내공을 같이 쓴다든지.

마계의 중요 인사 특급 정보가 많았다.

“전생 각성을 했으니까 마계 군주 급이 아니면, 앞으로 그런 저급한 유혹에는 안 걸릴 거야. 그래도 조심하긴 해. 네 속에 색욕의 마력이 많이 남아 있어.”

이준은 색욕의 마력을 자극해 한지유의 전생을 각성시켰다.

작았던 마력이 덩어리로 불어난 상태.

한지유의 내공이 색욕의 마력을 제압하고 있으나.

자칫하다가는 색욕의 마력으로 인해 다칠 수가 있었다.

“네가 어련히 잘하겠지만 내공으로 마력을 완전히 소멸시켜야 할 거야.”

“문제없어.”

한지유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딱딱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달까.

아마 전생의 힘이 한지유의 몸에 퍼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보다 뇌전검왕도 나처럼 환생한 건가?”

그녀는 박혁진의 무공을 떠올렸다.

분명 뇌가의 무공이었다.

“그렇다고 보면 돼. 앞으로 너처럼 차례대로 전생 각성을 시킬 생각이야.”

“그건 내가 상관할 바 아니고. 뇌전검왕이 환생했다 이 말이지.”

한지유가 어금니를 뿌득 갈았다.

눈동자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마치 분노한 모습이었다.

‘혁진이와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마도 뇌가와 검가 사이의 악연 아니겠느냐.]

‘오악선문 빼고는 다 사이가 좋았던 거 아니었어요?’

[좋긴 개뿔. 중원보다 더 싸우면 싸웠지 사이좋게 지내진 않았느니라.]

‘사부님은 유유자적 사신 것 같던대요?’

[흥. 천극자께서 세우신 사신문을 어느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느냐. 왕의 군대조차 함부로 산에 올라오지 못했느니라. 설령 사신문의 산을 넘으려면 매번 천극자 사부님께 허락을 구했다.]

사문에 대한 무극자 사부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온몸을 지배하는 오만.

이 오만이 어디서 나왔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태사부님은 어떤 분이세요?’

[강인한 분이셨지. 그분 앞에선 왕조차도 고개를 함부로 들 수 없었느니라.]

‘그게 가능해요? 그래도 왕인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하시지.]

‘정말 대단하시긴 하셨나 보네요. 사부님의 성격이 태사부님에게서 나왔을 것 같아서 한번 뵙고 싶어요.’

[그 발언 상당히 거슬리구나.]

‘좋은 뜻인데요?’

[그러느냐. 계속 말해도 되느니라.]

무극자 사부가 어깨를 한껏 올린 채 귀를 쫑긋 세웠다.

정말 못 말리는 사람이었다.

칭찬을 듣고 싶어서 안달 난 모습.

어찌 저렇게 투명할까.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부님이었다.

“이번에야말로 결판을 내고 말겠어.”

한지유가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한기가 주변을 얼렸다.

엄청난 냉기.

빙검후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그녀가 손을 옆으로 뻗자 땅에 박혀 있던 참백연이.

아니, 이제는 복마참백연이 된 그녀의 검이 손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검집에 검을 넣은 그녀가 말했다.

“그동안 고마… 웠어. 앞으로 네 도움을 받는 일은 없을 거야.”

한지유는 그 말을 끝으로 산에서 내려갔다.

[아직은 감정이 남아 있는 모양이구나. 전생 각성을 하면 바로 북풍한설을 보일 줄 알았건만.]

“그래도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아쉽지 않느냐?]

“뭐가요?”

[앞으로 네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지 않느냐.]

“홀가분해요. 지유가 알아서 잘하면 저야 좋죠.”

이준은 말과 다르게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여태껏 보살펴 줬던 친구가 제힘으로 홀로서기를 하려 한다.

돌봐줘야 했던 아이가 떠나는 느낌이랄까.

선까지 그으니 더욱 아쉬웠다.

한지유가 사라지고서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박은비를 치료하는 데 전념했다.

* * *

학교 뒷산에서 내려온 한지유가 검을 꽉 잡았다.

‘앞으로는 짐이 되지 않을 거야.’

전생을 기억했다 하더라도 현생의 기억 또한 지니고 있었다.

마족의 유혹에 당한 것도 다 무능력이란 감정 때문.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전생 각성과 등급 상승.

무에 대한 재능도 예전 그대로를 계승했으며 각성자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전생에는 오로지 수련으로만 경지를 올렸다면 지금은 다르다.

각성자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경지 상승은 물론, 예전의 무위를 빠르게 되찾을 수 있었다.

뿐인가.

그보다 더 빠르게 강해지는 것도 가능했다.

‘전생에서는 현경의 경지에서 멈췄고 현생은 각성자 시스템의 도움으로 생사경에 올랐어. 어쩌면 자연경에도 진입할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확신했다.

지금은 생사경의 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 벽만 부수면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미는 것도 가능했다.

‘더 강해질 수 있어.’

현재도 내부에선 엄청난 거력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전부 전생 각성으로 생긴 힘.

이 힘을 전부 수습한다면 지금보다 배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녀가 확신을 가진 사이.

산을 내려와 학교에 들렸다.

학교 또한 큰 싸움이 일어난 듯.

건물이 여기저기 부서져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한지유의 눈동자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뇌전검왕.”

박혁진이었다.

“어? 지유야.”

그가 한지유를 불렀다.

박혁진은 그녀를 보고 달려가다가 기겁을 해야만 했다.

“헉!”

그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검기가 지나간 것이다.

그의 옆머리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야, 갑자기 왜 이래.”

“넌 여전히 천진난만하구나?”

한지유의 음성에는 지독한 한기가 흘렀다.

움찔.

박혁진이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뒤늦게 그녀의 기운을 살핀 그였다.

“너….”

“날 바로 못 알아봐?”

“설마 아니지? 에이 아닐 거야.”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아.”

“미친, 그새 각성을 했어?”

“너만 각성할 줄 알았니?”

한지유가 복마참백연을 늘어뜨렸다.

그그그그-

검끝이 땅에 끌리며 쇳소리를 내었다.

벽운과 마찬가지로 복마참백연도 신기에 속한 아티팩트였다.

쇳소리를 내는 것과 달리 바닥이 두부처럼 잘렸다.

“죽엇!”

박혁진이 천월을 들어 새하얀 검기를 막았다.

“큿!”

고작 검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혁진이 뒤로 쭉 밀려났다.

“진짜잖아!”

한지유가 쏘아낸 검기는 빙검후의 무공이었다.

복마제령검식 중 빙백검이었다.

그녀가 가장 애용하는 검법.

빙검후란 이명을 만들어준 게 바로 빙백검이란 검법이었다.

박혁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데 한지유의 검이 반짝였다.

“어디까지 막는지 보자.”

다시 한번 빙백검이 펼쳐졌다.

한기의 채찍이 휘둘러지면서 박혁진을 압박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천월로 막았다.

“미치겠네.”

한지유의 일방적인 공격에 박혁진은 방어만 할 뿐이었다.

“지유야, 뭐 하는 거냐!”

한민성 이사장이 그녀를 불렀으나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한쪽은 공격만.

한쪽은 방어만 하고 있으나.

용호상박이었다.

주변에 있던 학생과 선생들도 처음에는 어이없어했다.

한지유가 다짜고짜 공격하자 그녀도 마족의 매혹에 당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정상.

마족에게 정신 지배를 당하지 않았다.

이후부터는 그저 입을 떡 벌리며 보고만 있었다.

“아….”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상대를 무참히 박살 내려는 공격과 절대 무너지지 않은 방어… 대단하다….”

학생들과 선생은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은 채 구경했다.

“읏!”

“뒤, 뒤로 물러나야 할 것 같아.”

“여파에 휩쓸리겠어!”

그들이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정예나와 정예은도 싸움의 여파를 감당하기란 무리였다.

단 한 명.

박정연만은 그 자리를 고수하며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봤다.

“쟤도 많이 컸어.”

박정연에게는 한지유도 꼬맹이에 불과했다.

그녀는 천주 진무열과 비교되는 인간이었다.

동생인 박혁진과 한지유의 무공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계속 싸우면 학교가 남아나지 않을 건데.”

두 사람의 싸움으로 복원하고 있던 건물이 재차 무너지고 있었다.

특급 마정석으로 만든 건물이다.

제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건물을 부수면 물어줘야 했다.

인명 피해라도 발생한다면 더 큰 일.

일단은 말려야 했다.

박정연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하나 이미 검을 거두기에는 늦은 두 사람.

동시에 인상을 찡그리는 순간!

박정연의 호신강기가 펼쳐지면서 두 사람을 밀어냈다.

반탄력에 의해 도리어 데미지를 입은 박혁진과 한지유였다.

“싸우려면 다른 곳 가서 싸워.”

“뇌후.”

한지유는 박정연을 뇌후 연아린으로 오해했다.

“날 지금 아린이로 착각하는 거야?”

“그럼 누군데.”

“복수할 기회일 텐데 아쉽겠지만 난 아린이가 아니야.”

“거짓말. 뇌신검법은 뇌후의 독문무공인 걸 모를 줄 알아?”

“아린이한테 뇌신검법을 가르쳐 준 게 난데?”

“뭐?”

한지유의 눈동자가 커졌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뇌후에게 무공을 가르쳐줬다니.

천살신 진무열 다음으로 강한 뇌후였다.

그녀에게 무공을 가르쳤다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안 믿는 눈치 같은데 난 아린이 아니고 아란이야. 연아란.”

“연아… 란!?”

한지유가 큰 목소리로 놀라했다.

그녀의 뇌에 뇌봉이란 단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뇌후가 아니었어?”

“아니었어가 아니고 아니었어요. 앞으로 말 똑바로 해.”

“….”

한지유가 얼 탄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박혁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박혁진은 그녀의 눈빛에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긍정의 대답에 한지유가 경악했다.

“어째서 뇌후가 아닌 거지?”

“너 혼자 궁금해하고 앞으로 반말하면 국물도 없다.”

“….”

“대답 안 해?”

박정연이 쌍심지를 켜며 보자 한지유가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

“…네.”

“언니!”

“…언니….”

천하의 빙검후도 뇌봉 앞에서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뇌봉 연아란의 성격은 괴짜.

천재 중의 천재라 그런지 동생들을 괴롭히는 것도 갖가지였다.

빙검후도 어렸을 적 연아란에게 당한 게 많았기 때문일까.

아직도 그녀에게 당한 기억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옛날처럼 잘 지내보자.”

“저놈하고 결판 짓는 건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

“너희 알아서 해.”

“누, 누나!”

“누가 입을 놀리라 그랬어?”

“막아줄 거면 끝까지 막아줘!”

“너희 문제는 둘이 해결해.”

그녀의 말에 박혁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빙검후의 집요함은 옛날부터 유명했다.

그녀 앞에서 긴장을 놓는 순간 황천길이었다.

박혁진은 갑자기 이준이 보고 싶어졌다.

“준아. 어딨니. 보고 싶다.”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절친인 이준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 *

박은비의 치료를 전부 끝낸 이준은 바다를 걷고 있었다.

무극군림보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그였다.

[계획이 있느냐.]

“마계의 문이 제스퍼 가문에 열렸으니. 마족을 전부 미국으로 불러들일 생각이에요.”

[위험한 계획이구나.]

“한국과도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싸우기도 편해요.”

[마계의 문이 미국이란 나라에 열렸다 해서 안심해선 안 될 것이니라. 언제든 게이트를 타고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느니라.]

“전생 각성한 세 사람이 있으니 안전할 거예요.”

자신이 자리를 비운다더라도 이제는 대신 싸워줄 사람이 있었다.

생사경 끝자락의 경지에 있는 사람만 세 명.

안심하고 싸울 수 있었다.

첫 번째 목표는 제니퍼 가주에게 빙의한 의주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