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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83화 (583/705)

제566화

검가의 무공은 뇌가의 무공을 이길 수 없다.

빠르기로나.

강함으로나.

검가는 장백산에서 오랑캐나 막는 역할이나 잘 수행해라.

괜히 뇌가의 무공을 이긴다고 헛수고나 하지 말고란 말을 했던 뇌전검왕이었다.

“지금의 지유 성격이면….”

“넌 발 뻗고 편히 못 잘 거야.”

“하, 왜 그딴 말을 지껄여서는.”

“그러게 천지분간 좀 하지. 어렸을 때부터 아무 말이나 하고 다니니 그게 나중에 돌아오는 거잖아.”

“망했다. 그냥 전생 각성을 안 했으면.”

“곧 할 것 같던데.”

박혁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장백검문의 검후.

지독하기로 유명했다.

뇌전검문을 넘는다는 일념 하나로 살았다.

장백검문도 검후의 영향으로 독했다.

괜히 장백검문을 검귀들의 집단이라 불렀을까.

그만큼 검을 잘 쓰기도 했지만 자부심도 뛰어났다.

“힘으로 찍어 누를까?”

“평생 적으로 마주할 생각이야?”

“그럼 어떡해.”

“나도 몰라. 네가 해결해.”

박정연이 발을 빼버렸다.

과거의 악연은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는 게 옳았다.

괜히 나섰다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말 터.

두 사람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 게 가장 좋았다.

“박 교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박정연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온 한민성 이사장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참변이 일어났다.

각사학을 경계하는 신비지가의 각성자들이 죽었다.

뿐인가.

학생과 교수가 죽거나 다쳤다.

다행히 박정연과 박혁진이 나서 수습을 한 것처럼 보였다.

“마족이 나타났어요.”

“마, 마족이요? 천외천의 마인이 아니고요?”

“네. 흑마력이었어요.”

“마족이라니!”

한민성 이사장의 눈동자가 커졌다.

천외천의 마인도 위험한데 여기다가 마족까지 나타났단다.

각사학을 대표하는 이사장으로서 크나큰 문제였다.

고등학생들만 다니는 무사고였을 때는 현역 각성자들이 막아줄 거라고 안심했다.

한데 각성자 사관 학교는 현역 각성자도 다니는 기관.

대한민국에 큰일이 벌어지면 각사학의 학생들도 출동해야 했다.

“어떤 마족인지 아시나요?”

“서큐버스였어요.”

“학생들을 현혹해서 혼란을 야기시켰습니다. 이사장님.”

박정연과 박혁진이 차례대로 대답했다.

“그 위험하다는 서큐버스가 각사학에 나타났다니 정말 큰일 날뻔했군요.”

한민성은 안도를 했다.

학교 건물과 많은 부상자가 있었으나.

큰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건물은 서양의 마법 문서로 다시 복원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복원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죽은 학생은 안타까우나.

다른 인명피해는 없는 것 같으니.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봐야 했다.

무려 마족, 악마였다.

카오스 몬스터보다 강한 자들.

각사학에 카오스 게이트가 열리면 수백의 목숨이 손쉽게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서큐버스가 나왔음에도 목숨을 잃은 학생은 몇 안 되니 정말 잘 막은 것이다.

“학교 경계를 더 단단히 해야 할 듯싶어요.”

박정연의 말에 한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고였을 때는 거의 성역.

몬스터에 뚫린 적이 별로 없었다.

뚫렸다 하더라도 대규모의 균열이나 몬스터 웨이브일 때뿐.

그 이외에는 전무 했다.

요새는 틈만 나면 뚫리는 곳이 바로 각사학이 돼버렸다.

기존의 경계를 다시 설정하고 만들어야 할 듯했다.

“한데 한지유 교수와 박은비 교수가 안 보이는군요?”

“아마 준이랑 같이 있을 거예요.”

“파천자께서 오셨어요? 어디에 계실까요?”

한민성은 화들짝 놀라며 이준을 찾았다.

“이사장님은 준이를 찾는 것보다 이곳을 수습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아차차. 파천자님이 오셨다는 소식에 잠시 눈이 돌아갔군요.”

그가 정신을 차렸다.

이사장으로 아수라장이 된 학교를 정리하는 게 먼저였다.

그는 학생들을 다독이면서 장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지금의 감정을 잃을 수도 있다고요?”

[그렇느니라.]

“장백검문의 무공은 정파에 가깝던데요. 마공을 익혀야 감정이 죽어가는 거 아니에요?”

[마공이 아닌 정공도 감정을 죽이는 무공이 있느니라.]

“장백검문의 무공이 감정을 죽이는 무공에 속하고요?”

[맞다. 장백검문은 강함을 얻는 대신 감정 잃는 걸 선택했다.]

“지유는 그대로였어요.”

아니, 성격이 조금 바뀌긴 했다.

처음 한지유를 만났을 때는 감정이 없었다.

딱딱한 로봇이랄까.

그녀와 친해지고 나서부터는 차가웠던 여자가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

한지유는 어느 순간부터 감정을 내비쳤다.

로봇이던 사람이 인간의 마음을 가지게 된 느낌이랄까.

아무튼 장백검문의 무공을 각성하고서도 똑같았다.

복마심법의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예전의 한지유로 다시 돌아가는 듯 보였다.

그래도 아직까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아직 무공이 궤도에 오르지 않아서 일 것이니라. 전생 각성을 이루면 사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래도 전생 각성을 시킬 생각이냐.]

이준은 고민에 빠졌다.

한지유의 감정이 죽는단다.

그녀에게 감정이 생기고부터 얼마나 생기가 돌았던가.

그런데 그 감정이 다시 죽는단다.

“색욕의 군주에게 사로잡혔던 이유가 자괴감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 아이는 자기와 정연이를 비교했겠지. 네게 도움이 안 되자 무력감을 느끼고 형편없다고 자기 폄하를 했을 것이니라.]

“힘을 갖게 해 줄 수 있다면 지유의 소원대로 해주는 게 맞지만 얼마나 감정이 죽는지 상상이 안 가니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요.”

[감정이 일절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물론 동요 같은 건 있겠지만 앞으로 표정의 변화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무극자 사부가 극단적으로 말할 정도면 심각했다.

[저 아이의 소원대로 해주는 게 좋을 듯싶구나. 자칫하다가는 무력감에 시달려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느니라. 네 도움으로 고비를 넘긴다고 하더라도 저 아이는 매번 자신과 싸워야 할 터. 차라리 전생 각성을 시키는 것이 좋다.]

무극자 사부의 진단이었다.

사부의 말이 틀린 적이 있던가.

약간의 오류는 있지만 큰 틀에선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한지유를 전생 각성을 시켜주는 게 옳은 방향이었다.

“전생 각성을 시키겠어요.”

[정했다면 네 생각대로 밀고 나가거라.]

이준은 한지유의 단전에 올려둔 손에 다시 혼원신공을 주입했다.

쿵.

한지유의 몸이 들썩였다.

묵직하고 파괴적인 혼원신공의 내공이 그녀의 몸으로 흘러갔기 때문.

그녀의 전신으로 도망친 색욕의 마력을 자극했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 분홍빛 기운이 맺혔다.

색욕의 마력이 몸 밖으로 나가려고 아우성치고 있다는 증거였다.

[색욕의 마력을 상당히 많이 받아들였구나. 이 아이의 간절함이 이 부분에서 느껴지는구나.]

단시간인 것 치고는 몸에 깃든 색욕의 마력이 상당했다.

만약 며칠만.

아니, 한 일주일만 늦게 한지유를 마주쳤다면 색욕의 군주에게 완전히 지배됐으리라.

‘네 잘못이 아니야.’

이준이 회귀 전에는 한지유가 먼저 죽었다.

그녀의 천재적인 능력 때문.

천외천은 그녀의 재능을 높이 샀다.

그랬기 때문에 박정연과 더불어 가장 빨리 죽이지 않았던가.

한지유가 늦게 죽었다면 천외천에게서 몇 년은 더 버텼을 터다.

현생은 과거와 많이 달라진 상태.

천외천을 없애기도 했고, 새로운 적인 구주와 마족의 등장으로 인해 무능해 보이는 것뿐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한지유는 뛰어난 각성자였다.

21살에 SS등급에 오른 사람은 그녀와 박씨 남매뿐이었다.

그 강하다는 미국의 각성자도 21살에는 SS등급에 오르지는 못했다.

‘적들이 무식하게 강할 뿐이야.’

구주와 마족.

영겁의 세월을 산 괴물들이다.

각성자가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라는 뜻.

무력감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이젠 네 뜻대로 해 줄게. 전생 각성을 보여봐.’

이준은 색욕의 마력을 더욱 자극했다.

색욕의 마력은 몸집을 불리면서 한지유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마기가 공격해오자.

한지유의 내공인 복마의 힘이 이에 맞섰다.

복마는 마기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아무리 거대하고 강한 마기라도 복마를 뚫기란 어려웠다.

“흐윽!”

한지유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녀의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두 개의 거대한 힘이 몸에서 충돌했다.

엄청난 충격은 몸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버텨야 해.’

이준은 색욕의 마력을 자극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한지유를 계속해서 공격해야지만.

복마의 힘이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숨겨놓은 힘을 내놓을 것이다.

이때가 가장 적기.

전생 각성을 이룰 수 있는 때였다.

이준은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연속적으로 충격을 줬다.

그녀의 입에서 선혈이 흘러나왔다.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전생이 얼마나 강하면 이 정도의 충격에도 각성을 안 하는 거야.’

이미 한지유는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한 번 더 충격을 가한다면 정신이 완전히 붕괴 될지 모른다.

그만큼 몸과 정신에 충격을 가한 상태였다.

[마지막이니라. 단번에 전생 각성을 성공시킨다는 생각으로 혼원신공을 운용하거라.]

무극자 사부의 말이었다.

틀린 적이 없는 사부.

그를 믿기로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한 충격을 가하자.

“흐으윽!”

한지유가 다시 한번 크게 신음했다.

그녀의 몸을 감싼 분홍빛이 서서히 옅어졌다.

종래에는 하얀색 기운이 그녀를 감싸자 이준에게 수많은 메시지가 떴다.

[한지유를 ‘전생 각성’ 시켰습니다.]

[특성 빙검후(SSS)를 개화했습니다.]

[특성 복마참백연의 주인(SSS)이 개화했습니다.]

[특성 장백검문의 가주(SSS)가 개화했습니다.]

[특성 장백여후의 전생(SSS)이 개화했습니다.]

[잠재 등급이 SSS로 상승했습니다.]

[각성자 등급이 SS에서 SSS+로 상승했습니다.]

결국 한지유의 전생을 각성시켰다.

* * *

의자에 앉아 있던 사자서각의 관리자가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저, 저건!?”

사자서각의 책에 꽂아져 있던 책 하나가 허공에 뜨며 활짝 펴졌다.

안에는 한 여자의 초상화와 함께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빙검후 염세린]

그 글귀와 초상화가 책에서 나와 허공에 맺혔다.

하얀빛을 뿜어내더니 책과 함께 사라졌다.

“히에엑!”

사자서각의 관리자가 또 한번 비명을 질렀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건.

뇌봉과 뇌전검왕에 이어 이번엔 빙검후의 기억이 사라졌다.

“어, 어떻게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는 거야!?”

환생한 자가 전생의 기억을 찾으면 사자서각에 보관된 기록이 없어지게 된다.

빙검후의 책이 사라진 걸 보니.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것.

연이어 일어난 일로 인해 혼란스러운 관리자였다.

“대왕께서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기절했을 거야.”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환생자가 전생을 기억하게 된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수십 번을 환생해도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자는 한 명 나올까 말까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려 세 명이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게 아닌가.

사자서각을 오래 관리한 남자로서는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남아있는 게 광룡도왕, 독황, 암군, 투왕, 녹림왕, 여의선, 수라존 일곱 책이 있는 건가?”

빙검후의 같이 꽂혀 있는 몇 개의 책들.

다른 책과는 다르게 특별히 분류해놓은 것들이었다.

“설마 저기에 꽂혀 있는 책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염라대왕도 눈여겨보는 이들.

전생에 선업을 많이 쌓아놔 환생한 이들이기도 했다.

“그보다 저 두 개를 유심히 보라고 했는데.”

광룡도왕의 책과 같은 책장에 꽂혀 있는 황금색 표지의 책.

다른 책과는 달리 깨끗하기 그지없었다.

“이 책은 겉만 화려할 뿐 아무것도 안 쓰여 있는데 왜 중요하게 여기라고 하신 거지?”

결계 속에 홀로 보관된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활짝 펴진 종이에는 아무런 글귀가 쓰여 있지 않았다.

염라대왕은 왜 이 책을 결계에까지 보관하게 한 걸까.

이유를 모르는 그때였다.

“헉!”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종이에 서서히 먹물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사자서각의 관리자가 빽 비명을 질렀다.

너무도 예상 밖의 글귀가 쓰여 있는 게 아닌가.

“대, 대왕께 아, 알려야 해!”

관리자는 곧장 염라대왕이 있는 염라전으로 달려갔다.

그가 사라지든 말든.

책의 글귀는 서서히 완성되어 갔다.

[파천혈신의 태어나지 못한 아들. 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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