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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69화 (569/705)

제552화

박혁진이 땅에 처박혔다.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생사경이 사용한 권강.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혁진의 표정은 밝았다.

피로 붉어진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었다.

하찮은 놈에게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한 은룡대주가 발끈하려는데 등골이 서늘했다.

목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소름.

육감적인 경고였다.

그가 몸을 돌리는 찰나.

“대주 위험합니다!”

항상 은룡대주의 곁에 있던 수하가 다급히 소리쳤다.

하나 이미 상대의 검은 눈앞에 있었다.

정말로 눈앞.

퍽!

“악!”

은룡대주가 비명을 질렀다.

검에 오른쪽 눈알이 찔린 것이다.

천만다행인 건 손으로 간신히 파고들려는 검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는 것.

아니었다면 머리통이 검에 뚫렸을 터다.

“크윽. 감히!”

은룡대주가 다른 쪽 손으로 주먹을 휘둘렀지만 오히려 고통만 증폭될 뿐이었다.

푸확-

은룡대주의 눈에 검을 박은 사람은 박정연이었다.

그녀는 눈에 박힌 벽운을 거칠 게 뽑았다.

얼마나 제대로 박혔는지.

은룡대주의 눈알이 벽운에 박힌 채 딸려 나왔다.

“가만… 두지 않겠다!”

은룡대주가 기운을 폭발시켰다.

마기와 함께 지옥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하나 박정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 속도를 올렸다.

그녀의 무기인 벽운이 공기를 찢으며 은룡대주에게 떨어졌다.

“이익!”

은룡대주가 이를 악물었다.

박정연이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두 개였던 시야가 하나로 좁아지니.

좀처럼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오로지 감.

그 하나만을 믿고 박정연의 검을 막았다.

한데 위기가 또 찾아왔다.

바닥에 처박혔던 박혁진이 뒤에서 공격해 온 것.

합이 너무도 잘 맞았다.

합격진을 오래 연습한 이들 같았다.

“떨어지지 못하겠는냐!”

“대주 제가 돕겠습니 컥!”

은룡대주의 최측근이 신음하며 쓰러졌다.

신경이 온통 딴 곳에 팔려 있는 바람에 틈을 보인 거다.

어느새 접근한 한지유의 검이 남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것도 모자라 검을 잡아 뽑은 후 목을 잘라 냈다.

“이제 당신만 남았어요.”

한지유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말했다.

그녀의 곁으로 허수를 비롯한 아이들이 다가왔다.

어느새 은룡대를 전부 해치운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전투력.

원래라면 은룡대가 압살해야 했다.

그들은 사신가의 무극단도 제압한 이들이었으니까.

그런데 고작 특별 1반 출신 아이들에게 당했다.

이 모든 게 청룡 때문이었다.

청룡의 버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박정연과 박혁진이 생사경 초입에 있는 은룡대주를 상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생사경 한 명만 있으면 현경의 고수가 떼로 덤벼도 제압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내가 너희들을 무시 했-”

은룡대주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퍼석 소리와 함께 거대한 검이 그림자의 아가리에 먹혔다.

그림자의 입에서 피와 뇌수가 흘러나왔다.

우걱우걱.

뼈째로 씹히는 소리가 들렸다.

진경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오우야. 아프겠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죽은 것 같습니다.”

“어떤 느낌일까?”

“뭐가 말입니까?”

허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진경수가 대답했다.

“씹히는 느낌말이야.”

“파랑 님한테 씹혀 보면 알 겁니다.”

“…농담이야.”

은룡대주를 통째로 씹어 먹은 거대한 그림자는 바로 파랑이었다.

녀석은 틈을 보다가 단번에 은룡대주를 먹어 치웠다.

포식 스킬.

SSS등급에 있는, 무공으로 치자면 흡성공의 최상위 버전이 바로 파랑이의 포식이었다.

심지어 녀석은 ‘탐’.

자기보다 강한 상대도 틈이 보이거나 약해지면 꿀꺽 먹어 버릴 수 있었다.

탐의 장점 중 하나.

강한 상대를 먹으면 소화가 오래 걸리긴 해도 확실히 죽일 수 있었다.

[윽. 맛없어.]

파랑이의 아가리 사이로 마기가 흘러나왔다.

녀석은 미식가.

어렸을 때부터 지극히 파괴적이고 정순한 혼원신공의 내기만 먹고 자랐다.

불순물이 섞인 더러운 마기는 싫어했다.

[다신 먹고 싶지 않아.]

생사경 죄인을 먹자 파랑이의 힘이 더욱 커졌다.

탐의 또 다른 장점.

상대의 힘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었다.

“하아아. 파랑이가 없었으면 힘들었겠어.”

박정연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 잠깐의 싸움만으로도 숨이 벅찼다.

생사경의 마인과 싸우는 압박감은 실로 엄청났다.

긴장을 유지해야 했기에 심력 소모도 심했다.

“그보다… 은룡대만으로 이 꼴인데 괜찮을까?”

박혁진이 고개를 내리며 자기 몸을 살폈다.

몇 수 겨루지 않았는데도 상처투성이였다.

특히 옆구리에 권강을 맞아서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

치료 약을 먹으면 금방 낫겠으나 더 강한 상대가 남았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과연 자신들만으로 적을 막을 수 있나 하고 말이다.

아이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라. 그리고 수련에 열중해라. 너희들의 실력으로는 여기까지다.]

청룡이 매정하게 말했다.

무능력하다고 직설적으로 내뱉은 것이다.

아이들은 이에 화가 나지 않았다.

전부터 계속 느끼고 있던 감정이었으니까.

“언제까지 준이의 뒤에만 숨어 있을 순 없어.”

“맞아 혁진아. 선생님이 없으면 그 공백은 우리가 채워야 해.”

“그건 나도 알지. 하지만 준이가 왜 우리를 위험한 일에서 매번 빼는지도 생각해 봐.”

박혁진은 누구보다 적과 싸우고 싶었다.

어떤 각성자보다 호승심이 뛰어난 그였다.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싸움이 좋았다.

지금처럼 갈비뼈가 부러져도 적과 손을 나누고 싶었다.

강한 자와 싸우다 죽는 것만큼 영광인 일은 없었다.

그게 천외천의 마인일지라도.

하나 이건 자신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친구인 이준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행동.

녀석이 왜 무리해서까지 움직이는지 잘 안다.

모두 자신과 친구들의 안위 때문.

이준은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기 몸이 부서진다 하더라도 혼자 싸웠다.

만약 이곳에서 누구 하나 다치거나 죽는다면 이준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안 봐도 뻔했다.

적을 죽이기 위해 자신을 더욱더 혹사시킬 터.

그리고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빠질 것이다.

[주인이라면 그럴지도 몰라.]

파랑이도 박혁진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물러날 수 없습니다. 우리만 살겠다고 도망가는 꼴 아닙니까.”

이번엔 허수가 반대했다.

그는 목숨을 버려서라도 이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자신을 사람으로 만들어 준 은인.

그것도 모자라 가족의 안위는 물론 편의까지 모두 봐주었다.

이준을 위해선 목숨도 바칠 수 있는 게 허수였기에 지금이 그때라 여겼다.

그러던 그때 한지유가 조용히 말했다.

“싸움이 아닌, 다른 걸 이용해 보자.”

“응?”

“금룡황가 천외천의 마인과 연관된 이들이라는 건 우리가 확인했어. 이야기하는 사이 내가 정보를 찾아봤는데 선유도 게이트에 백호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최초의 유포자가 바로 금룡황가의 각성자였어.”

“여길 이용해 무슨 꿍꿍이를 벌이려는 거겠네.”

박혁진의 중얼거림에 한지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이들을 이곳으로 끌어모은 이유가 있을 거야.”

홍엽상도 턱을 쓰다듬으면서 동의했다.

“저도 이상했습니다. 이렇게 강한 무력을 소유하고 있는데 굳이 정체를 숨긴 채 각성자를 모은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래.”

“설마.”

“또 똑같은 짓을 벌이려는 거야?”

박정연과 박혁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천외천의 마인은 각성자의 생명과 내공을 이용해서 균열을 만들 생각인 거예요.”

“저도 지유 누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홍엽상이 한지유의 말에 동조했다.

이에 진경수가 화들짝 놀랐다.

“그러면 큰일이잖아. 선생님의 사부님과 같은 자가 또 출몰할 수 있다는 소리인데.”

“지금 적들만 봐도 더 강한 자가 나타날 수 있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청룡이 나 홀로 중얼거렸다.

[신선제보다 강한 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주인이 아니면 모를까 어림도 없어요.]

[넌 주인에 대한 믿음이 강하군.]

[청룡 님은 안 느껴지세요?]

[무엇을 말이냐.]

[주인님과 사부님이 닮았다는 사실 말이에요.]

[원래 사부와 제자는 닮아 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 느낌이 아닌데…. 냄새가 똑같아요.]

[같은 내공을 익혀서 그런 것이다.]

[그게 아닌데….]

파랑이는 이준과 무극자가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했다.

생김새는 다르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게 똑같았다.

짙게 연결된 고리.

피였다.

이준은 무극자의 피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느낌이랄까.

이 사실을 청룡은 모르는 것 같았다.

파랑이와 청룡이 대화를 나누는 그때.

“여기 있었구나.”

“할아버지!?”

“억! 검제 님과 괴개 님을 뵈어요.”

“오랜만입니다. 어르신.”

그들의 앞에 검제와 괴개가 나타났다.

* * *

자초지종을 들은 두 사람.

검제와 괴개의 표정은 어두웠다.

파천혈신.

입에 담는 게 금지된 이명이었다.

파천혈신은 파천자 이준의 사부였으니까.

이준과 친한 이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허. 큰일이구나.”

“사람들도 계속 게이트로 들어오고 있다.”

괴개의 말대로 각성자들은 끊임없이 선유도 게이트로 들어왔다.

“균열이 목적이라면 너무 위험해.”

“이 게이트를 통째로 묻어 버리지 않은 이상은 힘들어.”

게이트를 날려 버리는 건 이준만이 가능했다.

그조차도 엄청난 페널티를 받았다.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금룡황가가 많은 각성자를 데리고 갔다는구나.”

“그들을 이용하려는 생각인 듯해요.”

“아무래도 자중지란밖에 없어.”

같은 편에 서 있는 이들을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것.

분열을 일으키면 적의 본모습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가장 좋은 방법 같다.”

괴개도 같은 생각을 했다.

“시간이 없는 듯하니 움직이자꾸나.”

박춘식과 정심호가 땅을 박찼다.

아이들도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경공을 펼쳤다.

블랙급 몬스터가 죽은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음….”

“괴물 같은 놈들.”

“은룡대가 있으면 금룡대도 있다는 소리인데….”

“미칠 노릇이야.”

박춘식과 정심호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몬스터를 쓰러트린 흔적만 봐도 등골이 오싹했다.

모두 다 일 합.

단번에 죽었다.

무려 블랙급 몬스터를 말이다.

이게 가능한 각성자는 대한민국에서도 손을 꼽았다.

“정말 위험한 놈들이다.”

“파천자가 천외천의 마인을 신경 쓰는 이유가 있었어.”

“대체 이런 자들이 얼마나 있는 거지?”

각성자가 강해진 만큼 적도 강해졌다.

마치 게임 난이도처럼 말이다.

“거의 다 왔으니 기척을 죽여.”

한참 경공을 펼쳐 온 그들에게 대규모의 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박춘식을 비롯한 아이들이 기를 최대한 감췄다.

보폭도 줄이면서 은밀히 움직였다.

“보인다.”

금룡황가와 그들을 따르는 각성자들이 보였다.

“하, 할아버지. 저기요. 저길 보세요!”

정예은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저 거대한 몬스터가 백호!?”

“상처가 심해 보여요.”

“곧 쓰러지겠어.”

아니나 다를까.

금룡황가의 공격에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백호가 옆으로 쓰러졌다.

쿵.

바닥이 울렸다.

쓰러진 백호는 안간힘을 쓰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이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백호의 발에 검을 꽂아 넣는 금룡황가의 각성자들.

백호는 움직일수록 상처가 심해졌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금룡황가의 가주, 황바울이 백호의 심장에 손을 얹자 청룡이 대노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사신수를 소멸시키려 한단 말이냐!]

콰르르릉-

선유도 게이트 하늘에서 난데없이 천둥 번개가 쳤다.

좋았던 날씨가 순식간에 변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그와 함께 주변이 어두워졌다.

청룡의 분노가 선유도 게이트에 내려앉은 것이다.

언제나 중립을 유지하던 청룡이 선유도 게이트에 영향을 끼쳤다.

이를 도주도 느꼈는지.

백호의 심장에서 손을 떼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박정연의 어깨에 앉아 있는 도마뱀을 향했다.

도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오라는 놈은 안 왔지만 대어가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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