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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59화 (559/705)

제542화

화르륵!

지옥지대의 화염은 일반 불꽃이 아니었다.

성화이자 암화.

대상이 죽기 전까지 절대 꺼지지 않는다.

허수와 진경수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우릴 진짜로 죽일 작정입니다….”

“모두 조심해라. 절대 저 불에 닿지 마.”

흑염마조의 눈이 번쩍일 때마다 화염이 회오리쳤다.

땅에선 화염이.

허공에선 불의 공기가 튀어나와 휘둘러졌다.

심지어 하늘로 피하지 못하게끔 불의 장막까지 만들었다.

“피해!”

불의 회오리가 채찍이 되어 정예나와 정예은을 덮쳤다.

“못 피해!”

정예나의 손에 초록색 기운이 맺혔다.

독장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맞서는 것뿐.

하나 문제는 불과 독이 부딪히면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폭발.

미친 짓이었다.

차라리 최대한 피하는 걸 선택해야 했다.

정예은도 마찬가지.

독공을 익힌 자매이기에 처한 상황은 똑같았다.

“젠장!”

진경수가 피하는 걸 포기하고 정예나를 향해 달려갔다.

불의 채찍이 그를 마구 할퀴었다.

“큭.”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고통을 참았다.

경공을 펼치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면 정예나를 구하지 못한다.

속도를 극한까지 올려도 구하는 게 간당간당하니.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았다.

허수도 정예은을 향해 움직였다.

허수는 진경수보다 경공이 느렸다.

애초에 무공 자체가 무거움을 기반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안 되겠어….”

불의 채찍을 맞는 건 버틸 수 있었다.

정예은을 구하지 못하는 게 허수를 더욱더 화나게 했다.

‘내가 잘하는 걸 생각해 내.’

경공은 잼병.

차라리 적을 혼자 막아서는 게 편한 그였다.

빠르게 자신의 장점을 찾은 허수가 경공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용석아, 예은이를 부탁한다.”

“맡겨 둬.”

허수의 몸에서 폭발적인 내공이 뿜어졌다.

그가 익힌 건 광룡도문의 무공.

패력심법을 극성으로 끌어 올렸다.

그가 든 참마도에 붉은 기운이 맺혔다.

참마도의 길이가 점점 길어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불의 채찍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몸 곳곳에서 튀는 피.

상당히 아플 건데도 허수는 개의치 않아 했다.

광룡도문의 최대 단점은 무공을 펼치기 전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

물론 다른 무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고수 간의 대결에서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그렇기에 이처럼 위험한 상황에는 살을 주고 뼈는 깎는 전법을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용아.”

허수의 용살도가 펼쳐졌다.

도에서 한 마리 붉은 용이 튀어나왔다.

아가리를 활짝 열며 어떤 것이든 씹어먹을 것 같은 기세를 토해 냈다.

불의 채찍은 아주 잠시 동안 용아에 의해 막혔다.

그것도 잠시.

불의 채찍이 용아를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일순간이었으나.

“이제 됐어.”

조용석이 정예은을 안아서 뒤로 훌쩍 빠졌다.

진경수도 정예나를 무사히 구했다.

“미친년아. 불에 독장이 뭐냐.”

“무공이 이것밖에 없는데 어쩌라고 새끼야.”

“그러면 피할 생각을 해야지, 왜 맞서 싸우려 하냐.”

진경수는 버럭 소리치면서도 정예나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다친 곳은 더 없는지.

어디가 불편한지 자세히 보았다.

“음흉하게 보지 마.”

“걱정해 줘도 지랄이냐 너는.”

“아, 몰라.”

정예나가 붉어진 얼굴을 한 채 진경수를 확 밀쳤다.

이에 진경수가 정예나의 손목을 붙잡아서 몸을 확 돌렸다.

“야 얼굴이 빨개. 어디 아픈 곳 있지?”

그리곤 정예나의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정예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가 됐다.

“됐어! 다시 불꽃이 공격해 오잖아!”

그녀는 홍당무가 된 얼굴을 숨기려고 애썼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엔 불의 폭풍이 몰려왔다.

그 때문에 진경수의 시선이 빠르게 앞으로 돌려졌다.

그와 동시에 흑염마조의 호통이 터져 나왔다.

[한가하게 연애질이나 할 시간이 있나 보군. 아무런 생각도 들지 못하게 해 주겠다.]

흑염마조는 마치 못 볼 꼴을 본 것처럼 두 사람을 멀찍이 떼어 놓으려 했다.

* * *

4대 성지의 금역 북쪽 영역.

현무가 있는 곳은 치열한 남쪽과는 달리 평화로웠다.

현무를 택한 인원은 한지유와 이지안, 홍엽상과 서혜지 그리고 박은비였다.

현무는 지혜를 상징하는 신수.

현무의 통찰력과 지식을 배우기 위해 선택하게 됐다.

다섯의 귀에 현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식하게 몸을 혹사한다고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저 남쪽의 불닭이 하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지.]

현무는 자신을 선택한 아이들과 그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면 저희는 무슨 훈련을 하는 건가요?”

한지유의 물음이었다.

현무는 그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을 해 줬다.

[우린 이대로 계속 대화할 것이다.]

“훈련은 안 하는 건가요?”

[조금 전에 말했듯 우린 몸을 혹사시키지 않을 뿐 지금도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무슨 훈련을 하고 있는 거지?”

“모르겠어.”

아이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다.

[너희는 앉아서 무엇을 하고 있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홍엽상이 대답했다.

현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리고?]

모두가 말문이 막혔다.

이야기 말고 또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휴식입니까?”

[틀렸다. 난 분명 너희들에게 수련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현무의 말에 아이들이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제일 똑똑한 이지안조차도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상당히 실망스럽군. 이런 머리를 가졌으면서 날 선택했다는 게 황당하구나.]

그때였다.

이지안이 이마를 찌푸리며 자신 없다는 듯 작게 말했다.

“내공… 수련이에요?”

아이들의 시선이 현무에게로 옮겨졌다.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했다.

[정답이다. 너희는 하루 종일. 앉아 있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내공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아.”

“너무 익숙해져서 깜빡했어.”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내공을 운용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강해지는 건 당연했다.

“질문이 있어요.”

한지유가 손을 들었다.

[말해라. 누구든 자유롭게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보고 대신 대답을 해 줘도 좋다.]

“항상 내공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신을 집중해서 제대로 운공하는 것과는 성장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네 말도 맞다. 하지만 깨달음이란 내공 수련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타인과 대화하다가 문득 오는 게 바로 깨달음이다.]

현무는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성장을 주려 했다.

이미 육체는 만들어져 있었다.

얼마나 기초가 탄탄한지.

다시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이준의 작품이라더니 안 봐도 뻔했다.

그의 옆에 있는 무극자가 조언을 해 줬을 게 뻔했으니까.

[싸움 감각은 재능의 영역. 너희는 모두가 천재다. 언제든 싸움 감각을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지. 하지만 깊고 높은 깨달음은 함부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린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련할 것이다.]

“이제 알았어요.”

“편하면서 재밌을 것 같은 훈련이에요.”

“현무 님을 선택하길 잘했어요.”

“나도.”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떴다.

이야기하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

허황된 소리 같지만 현무가 곁에 있으니 가능해 보였다.

[이야기하며 서서히 내공을 끌어 올려 보거라. 내공을 사용한다는 느낌 말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정신은 내공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됐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자 현무가 질문했다.

[너희들의 내공 속성은 물, 빙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내공을 어떻게 사용해야지만 주변이 한기로 가득 차지 않게 할 수 있겠느냐. 내공을 극한까지 사용했다는 가정으로 대답해 봐.]

“음….”

“…….”

아이들은 내공에 집중하느라 입을 열지 못했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여 유지하자 그제야 입을 떼고 대답했다.

“공기와 잘 융화하면 돼요.”

한지유의 대답이었다.

[더 쉽게 말해 보거라.]

“자연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맞다. 세상은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내공도 각자의 속성이 있지. 만약 얼음 속성, 즉 물의 속성을 지녔다면 물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 친밀한 관계로 어떻게 기운을 숨길까?]

“저희가 내공을 극한까지 사용한다는 가정으로 말하는 건가요?”

[그 조건은 항상 유지해야 한다.]

“친밀한 관계로 어떻게 기운을 숨기냐라….”

모두가 다시 생각에 잠긴 그때.

이지안이 말했다.

“친화적인 관계라면 숨겨 달라고 하면 되지 않아요?”

[대기와는 말할 수 없는데?]

“말로 할 수는 없어도 서로 기운으로 통하잖아요.”

[하하하하.]

이지안의 대답에 현무가 웃었다.

그러자 아이들의 기운이 거세게 흔들렸다.

“음….”

아이들은 내공을 유지한 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무의 웃음으로 인해 내공이 흔들리니 내상을 당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간단한 해석이지만 정답이다. 기운을 최대한 갈무리한다 하더라도 완전히 숨길 순 없다. 자연과 친밀해져야 가능한 이야기지. 사람들은 이때를 생사경의 경지라 불렀다.]

“새, 생가경!”

“신 무림사에서 봤습니다.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다고….”

“윽!”

여기서 등급이 제일 낮은 홍엽상이 신음을 토했다.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내부를 돌보지 못했다.

현무의 웃음과 말 때문.

1차로 충격을 받았는데 2차로 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주화입마에 빠져도 난 모른다.]

현무는 말과는 달리 홍엽상의 기운을 진정시켜 주었다.

모두가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다가 이내 한지유가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 듯 말을 꺼냈다.

“자연과 친밀해지는 경지가 생사경이라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지는… 자연경일까요?”

[이해가 빠르구나. 그렇다 자연경은 생사경의 연장선인 경지. 자연과 하나가 되어야지만 내공을 극성으로 운용해도 제 기운을 숨길 수 있다.]

“아.”

한지유의 머리에 이준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존재감이 무척 컸다.

무공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가 있다는 걸 알 정도.

한데 지금은 어떤가.

무공을 드러내지 않으면 존재감이 없었다.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랄까.

다르게 생각하면 자기 기운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준이의 경지가 측정 불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겠어….”

SS급이 현경이라면 SSS급은 생사경이었다.

그 위 등급인 자연경은 SSSS급 일까.

아니었다.

규격 외.

등급이 없을 터다.

측정 불가로 나올 확률이 가장 컸다.

그녀는 이준의 경지를 자연경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것 말고는 설명되지 않았다.

존재감이 엄청났던 인간이 졸지에 무존재가 되는 게 말이 되나.

자연경의 경지에 있으니까 기운을 완벽히 갈무리하고 숨길 수 있는 것이다.

오직 본인만이 알 수 있게끔.

“정말 괴물이야.”

[집중! 딴 길로 새지 말고 이야기를 이어 가라.]

현무는 내공에 관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내공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디에서 파생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운용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내공을 차근차근 끌어 올리게 유도했다.

운공하는 기운이 많아질수록 입을 열기란 힘들었다.

운공하면서 입을 여는 건 SS급, 현경의 고수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 * *

“여기가 그 유명한 운동장이구나.”

벨렌 로레스의 눈은 굉장히 반짝였다.

“왜 신기해하는 거지?”

이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학교에서 훈련이란 각성자라면 누구나 하는 거다.

S급 각성자가 대거 출현하게 된 운동장이라는 거 말고는 특별한 게 없었다.

“난… 학교를 안 다녀 봤거든.”

[아픈 곳을 찔렀군. 안 그렇습니까. 신선제?]

[제자가 눈치가 없긴 하지.]

[많이 없는 듯 보입니다. 저 슬픈 표정만 봐도 아는 것을.]

[천살성이 완전히 녹아든 후부터는 뇌를 거치지 않고 말하더구나.]

[신선제께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본좌가 고생이 많았어.]

어느샌가 무극자와 삼두의 꿍짝이 잘 맞고 있었다.

뒷담화도 아닌 앞담화.

이준의 앞에서 대놓고 헐뜯고 있었다.

[저럴 때는 바로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 터인데 쯧.]

이준은 무극자와 삼두의 말을 무시했다.

“미안. 가문을 재건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느라 학교를 다니지 못했겠어.”

“괜찮아. 다 지나간 이야기야.”

그래도 여전히 미련이 많이 남아 있는 눈빛이었다.

벨렌 로레스는 운동장을 지나 각사학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도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네 나이와 실력 때문에 학생은 못 되겠지만 교수로 다녀 보는 건 어때?”

“각사학에?”

“응. 지금도 늦지 않았어. 내가 이사장님께 말해 볼게.”

이준의 입김이라면 늦어도 상관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암흑대제다.

SS급 끝자락에 있는 존재.

되레 한민성 이사장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영입해야 할 각성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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