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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51화 (551/705)

제534화

노말 페니모어는 직접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페니모어 가문의 정보망에 잡힌 이단의 이름은 다크소울입니다.”

“해외에 이단은 많다고 들었어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몰래 신체 실험을 하지 종교 포교에 힘을 싣지는 않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류한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포교하면 세도 늘리고 좋은 거 아니오?”

“이단에게는 오히려 안 좋다고 할 수 있소. 이단이 세력을 늘린다면 가장 먼저 경계할 이들이 누구라고 생각하오?”

“영국의 가문?”

“정확하오. 페니모어나 파스콜 가문이 눈여겨볼 것이오. 행여 꼬투리라도 잡는 날엔….”

“멸문시키겠군.”

뻔한 수순이었다.

기존 세력은 새로운 세력이 일어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새로운 경쟁자가 아닌가.

기회가 되면 짓밟는 게 원칙.

평범한 세력도 이럴진대.

이단은 어떻겠나.

잡을 꼬투리가 무수히 많았다.

사람들을 세뇌시킨다는 죄목.

몰래 신체 실험을 한다는 죄목.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죄목 등.

많은 이유로 철퇴를 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단들은 세력을 늘리려 하지 않았다.

아니, 조용히 음지에서 활동하지.

다크소울처럼 대놓고 포교에 힘쓰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는 단서가 부족해요.”

“그래서 가져왔습니다.”

노말 페니모어는 집사인 조쉬 막론에게 손을 내밀었다.

조쉬 막론이 천에 덮인 물건을 노말 페니모어에게 건넸다.

“파천자 님께서 그들의 물건을 가져오라고 말씀하셔서 물건 중에 중요해 보이는 걸 가져왔습니다.”

그제야 이준의 눈이 빛났다.

모투술로 기억을 읽을 수 있기 때문.

만약 다크소울이 구천옥에서 탈출한 죄인이라면 큰 소득을 올린 것이다.

“줘 보세요.”

이준은 노말 페니모어에게 흰 천을 받았다.

그 안의 물건은 종이었다.

내공을 끌어 올려 물건에 남아 있는 기억을 읽어 갔다.

[모투술(S)이 발동했습니다.]

[상단전의 힘이 모투술(S)을 제어합니다.]

[지나갔던 과거의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물건을 사용한 자의 기억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이준의 눈에 띈 회색의 빛.

그의 기운이 교실 안에 휘몰아쳤다.

“윽!”

“무슨 내공이…”

“모두 몸을 보호하시오!”

진병철의 외침이었다.

이준의 패기.

의도적으로 뿜어낸 게 아닌 자연적인 기운이었다.

그럼에도 강렬했다.

커다란 전율에 절로 몸이 살짝 떨리는 순간.

교실을 가득 채웠던 패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와, 생각지도 못한 놈이 영국에 숨어들었네요.”

“파천자 님께서 생각하신 마인이 맞습니까?”

노말 페니모어의 물음에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놈들이에요. 그런데 좀 힘들겠는데….”

“저희가 파천자 님을 돕겠습니다.”

“저 랭스 파스콜이 함께하겠습니다.”

노말 페니모어와 랭스 파스콜이 절도 있는 동작과 함께 말했다.

“제가 아니고 여러분이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이에 이준이 친절히 설명해 줬다.

“영국에 숨어든 마인은 혈주라는 놈이에요. 마인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죠. 그런 놈이 여러분의 나라에 숨어들었다는 거예요.”

“아!”

“그런 말씀이셨군요.”

“여러분의 가문이 위험할 수 있겠는데요.”

“그 정도입니까?”

“5분. 그들이 마음먹는다면 파스콜과 페니모어 가문이 없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헉!”

“이럴 수가!?”

페니모어와 파스콜이 기겁했다.

하루도, 한 시간도 아니었다.

단 5분.

그 안에 두 가문이 멸문한단다.

이걸 어떻게 믿으라는 걸까.

파천자인 이준이 말한 게 아니었다면 자신들을 모욕했다고 싸웠을 터다.

하나 이 말을 한 사람이 이준이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혈주라….”

이준은 혈주를 곱씹었다.

마주와 검주를 제외하곤 가장 강한 죄인.

사이한 무공을 쓰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선택한 곳은 영국.

마력을 위주로 다루는 나라였다.

무공을 사용하던 무인이.

마력이 깃든 몸을 차지한 것.

무공과 더불어 마법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굉장히 골치 아팠다.

“혈주와 같은 놈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말이야.”

구주 중 죽은 자는 독주 한 명뿐.

다른 나머지는 무극자 사부에게 처맞고 병신이 됐을 뿐.

소멸하진 않았다.

그들 역시 인계에 숨어들어 인간의 몸을 차지했을 터.

마력 각성자의 몸에 안 들어갔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 마인들을 찾아 뿌리를 뽑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자기 나라의 일이라서 그런가.

페니모어와 파스콜 가주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음.”

이준은 생각에 잠겼다.

벌써 구주 중 두 명이나 찾았다.

한 명은 중국에 있는 살주.

다른 한 명은 영국에 숨어든 혈주.

마주는 검주와 함께 마계로 넘어갔으니 아직 남은 이들은 네 명이나 더 있었다.

‘놈들이 한국에 숨어들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어.’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니라.]

무극자 사부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다.

만약 자신이 혈주의 목을 따러 자리를 비운다 치자.

한국은 누가 지키나.

자신 다음으로 가장 강한 각성자가 박정연이었다.

하지만 끽해 봐야 SS급.

구천옥의 죄인들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SSS급은 되어야 하급 죄인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함부로 자리를 비우지도 못한다.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파천자 님의 우려대로라면 영국은 굉장히 위험한 상태가 아닙니까.”

“저희를 구원해 줄 분은 파천자 님밖에 없습니다.”

페니모어와 파스콜이 체면도 무시한 채 부탁했다.

가문이 5분도 안 돼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데 체면이 중요하겠나.

살고 보는 게 최고였다.

가문이 멸문하지 않고 오래가는 게 진정 힘 있는 가문이라 할 수 있는 법이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명성을 지녔던 스페인의 로레스 가문을 보라. 지금은 어떤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유럽에서 최강의 가문이라고 불리었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두 사람은 로레스 가문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부탁에도 이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쩌지?’

[네게는 사신수가 있지 않은…응!?]

무극자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이준도 이상함을 느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 쪽으로 갔다.

“저건 뭐지?”

[백호에게 문제가 일어났나 보구나.]

‘백호한테요?’

[백호는 서쪽의 수호신이다. 녀석이 잘못되면 서쪽 영역이 저렇게 망가지느니라.]

무극자 사부의 말에 이준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백호가 잘못됐다는 건 구천옥의 죄인 중 한 명이 선수 쳤다는 뜻.

세 마리를 안전하게 지켰다고 안심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 * *

[서쪽에 이상 현상 발생! 주의 요망!]

[블랙존 게이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남.]

[오대 가문과 마벽도 패닉 상태.]

……

……

……

기사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서쪽에 기상 이변이 일어났다.

마치 얼음 왕국을 연상시키듯.

서쪽 지역이 얼음으로 뒤덮였다.

-또 뭐냐.

-평화로울 것 같으면 이 지랄이네.

-하아아. 또 쉘터 가냐.

-오대가문하고 마벽에선 공지가 없던데?

-쉘터 지겨워 죽겠다.

-그러면 뒈지던가. 지켜줘도 지랄. 안 지켜주면 더 개지랄 어쩌자는 건지.

-정신병자들 많음. 무시하셈.

평화로워지려고 하면 연이어 터지는 일.

이번엔 블랙존 게이트가 무려 열 개 이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레드급 이하도 열렸다.

대한민국 서쪽에서 일어난 일.

각성자의 수준이 올랐다지만 이 많은 게이트를 막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해외에서 도와줄 거니까 안심하자.

-자기 자식들이 각사학에 있는데 지원 안 오겠어?

-킹정. 대륙간 포탈도 연결해놨으니 오겠지.

-정보가 느려서야 원. 이미 파스콜하고 페니모어는 각사학에 있음. 맥코이 가주도 곧 넘어온다고 함.

-봐봐. 무조건 지원 온다니까.

-존나 다행이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지.

대한민국 사람들은 위기에 익숙해졌다.

블랙존 게이트가 여러 개 열린다고 예전처럼 요란 떨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각성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안 와도 해결 가능. 파천자님이 블랙존 게이트 터트리는 거 못 봄?

-님도 봤음? 개쩔던대.

-어떤 각성자도 흉내 못내는 힘이긴 함.

-그때 기억 떠올리니까 지리네. 팬티 갈아입어야겠다.

-하긴 파천혈신이란 천외천도 죽였는데 블랙급 몬스터는 X밥이지.

사람들이 이렇게 맘 편히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거나 채팅을 칠 수 있었던 이유.

대한민국에 이준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파천자라면 당연히 블랙급 몬스터를 막아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상식을 파괴하는 무력을 가진 각성자였으니까.

-그래도 서쪽에 사는 놈들은 쉘터로 가라.

-안 가면 골로 갈듯해.

-들리는 말로는 발만 담가도 전신이 얼어붙는단다.

-일반 얼음지대가 아니라 이말임?

-ㅇㅇ. 마력이랑 비슷한 힘인 듯.

-미쳤네.

-이번 일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파천자님이 있는데 잘 해결 될거임.

-2222

사람들은 서쪽의 이상 현상을 그저 몬스터로 인해 생긴 일이라 생각했다.

사신수의 신변에 이상이 생겨서 생긴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원인을 일으킨 범인이 블랙급 몬스터라면 다행.

진범은 구천옥의 죄인.

최소 현경 이상의 무인이 벌인 짓이었다.

그들이 믿는 이준도 난감해하는 상황.

혼자라면 몰라도 지킬 게 많은 이준으로서는 고민이 많았다.

* * *

이준은 서쪽 지역인 강화도에 와 있었다.

산과 땅, 강이 얼음으로 뒤덮인 상태.

공기 중의 한기가 사람도 얼려 버릴 것만 같았다.

“사신수가 정말 중요한 존재구나.”

서쪽을 담당하는 백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니.

날씨 자체가 변했다.

그토록 화창하던 곳이 을씨년스럽게 변해 있었다.

“백호, 준이 네가 데리고 있지 않았어?”

뒤에서 박정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주들은 사람들을 안정시키려고 빠진 상황.

서쪽을 조사하러 온 이들은 박정연을 비롯한 특별 1반 출신의 각사학 교수들이었다.

“그랬는데 자기 영역으로 돌아갔어.”

“할아버지한테 대충은 이야기 들었어. 천외천의 마인이라며.”

“응.”

“네 사부님하고 관련됐어?”

“눈치 빠르네.”

“사신수인 백호를 위협에 빠트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끽해 봐야 너뿐이잖아.”

“그런가?”

“뭐가 고민이기에 혼자 끙끙 앓고 있어?”

박정연의 물음에 이준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여전히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영국에 숨은 혈주를 죽이면 많은 정보를 얻을 터.

그를 잡는 게 가장 좋았다.

하지만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대한민국은 위험해질 거다.

만약 이곳에 구주 중 한 명이라도 숨어들었다면 지옥이 펼쳐질 테니까.

이준 대신 이지안이 입을 열었다.

“가주 오빠는 저희가 위험에 빠질까 봐 또 이러고 있는 거예요.”

“지안아!”

“저희가 걱정되는 건 알지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잖아요.”

안다.

아주 잘 안다.

하나 우선순위를 뒤로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게 있지 않나.

“신중하게 고민 중이야.”

“고민하다가 늦어요. 잘못하면 원하는 걸 다 놓칠 수 있어요.”

이지안의 말도 맞았다.

어영부영하다간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그래도 어쩌랴.

소중한 이들이 다치는 건 싫었다.

“알았으니 그만.”

이준의 음성이 낮아졌다.

표정도 상당히 굳어 있었다.

그에게는 엄청 중요한 결정.

떠밀리듯 우선순위를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지안은 멈추지 않고 말했다.

“언제까지 가주 오빠가 저희를 다 지켜 줄 수는 없어요. 저희 늙을 때까지 평생 지켜 줄 건 아니….”

“그만!”

이준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잖아요. 선택의 시기가 빠르게 다가왔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입을 꾹 다물었을 터.

이지안은 꿋꿋이 할 말을 다 했다.

그녀만이 이준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하나뿐인 여동생이었으니까.

“그만하라고 했지.”

이준에겐 처음이었다.

이지안을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보는 게.

그의 눈빛에 이지안이 입술을 깨물었다.

“오빠가 이럴수록 저희는 무능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이준의 눈빛이 서러웠을까.

아니면 버럭에 서러웠을까.

이지안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내가 알아서 정할 테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

이지안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모두에게 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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