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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48화 (548/705)

제531화

“이제 함정을 다 설치하면 뒤로 물러나자.”

괴개의 말에도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듣고 있냐, 살마?”

다시 한번 말해 보았으나 무응답.

괴개는 이상함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살마가 있을 방향을 보았다.

그의 기감엔 살마가 잡혔다.

“흠.”

이상이 없는 살마의 기.

기습을 당했다면 기운이 불안정했을 터다.

괴개는 마지막으로 무전을 했다.

“살마. 내 말이 안 들리냐?”

여전히 들려오지 않는 살마의 목소리였다.

그제야 괴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

그의 목소리가 끝나기 전.

검은 그림자가 그를 향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천만다행인 건 상대의 수도가 어깨를 때리기 전에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는 것.

주르륵-

하나 왼쪽 어깨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괴개가 그림자를 보고는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파천자!”

그림자의 정체는 이준이었다.

철왕과 살마를 제압한 후 바로 괴개에게 달려온 것이다.

괴개의 비명에도 이준은 태연했다.

그의 목소리가 다른 가주에게 닿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지 않을까.

하나 괴개는 이준이 왜 저렇게 태연한지 알고 있었다.

“어느새 기막을….”

이준과 괴개 사이로 쳐진 하나의 막.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차단하는 막을 펼쳤다.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네요.”

“설마 천하의 파천자가 기습을 택할 거라고 누가 알았겠소이까.”

“SS급 각성자가 세 명이나 있어서 선택지가 없었어요. 내공이 제한된 상태라면 저라 하더라도 힘들거든요.”

SS급 세 명에 나머진 죄다 S급.

무공 스킬 등급이 높긴 하나.

저들이 힘을 합친다면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버거웠다.

무형창이 있지만 내공 소모가 극심한 무공을 꺼내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었다.

“살마를 제압한 게 파천자라면 철왕도 제압했겠구려.”

“살수는 괴개 님만 남았어요.”

“허허.”

괴개가 허탈하게 웃었다.

상대는 내공 제한이 걸린 파천자.

제약이 많은 상대였다.

그는 전략으로 기습을 했는데….

살수보다 더 은밀하게 공격해 왔다.

대한민국 최고 살수인 자신을 상대로 말이다.

허탈했다.

여태껏 해 왔던 노력이 헛수고인 듯.

마음이 헛헛했다.

“은퇴할 때인가….”

“저 말고는 아직까지 괴개 님을 넘을 살수는 없어요.”

“파천자한테 살수로서 인정받는 건 좋으나 썩 유쾌하지는 않소.”

괴개는 살수로서 자존심이 하늘을 찔렀다.

이준에게 지는 건 괜찮았다.

그는 자신보다 강하니까.

하지만 살수 대 살수의 입장으로 놓고 보면 어떨까.

아무리 좋고 강한 무공을 지녔다지만 암살은 달랐다.

상대에 대한 분석은 물론이고 암습, 기습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야 했다.

호흡이 조금이라도 많거나, 적으면 안 됐다.

일정한 주기를 반복하며 기척을 죽이고 달려야 했기에.

암살자로 경험이 풍부하지 않으면 적을 죽이지 못한다.

한데 이준은 이런 걸 전부 무시했다.

이게 천재성인지 아니면 그가 가진 무공이 좋은 건지.

이도 아니면 둘 다인지.

괴개는 모두 부정하고 싶었다.

평생을 갈고 닦은 살수의 노력이 처참하게 짓밟히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그렇게 자괴감 느끼실 필요 없는데.”

이준의 사부가 누군지.

그가 누구의 무공을 익혔는지 제대로 안다면 아무런 말도 안 했으리라.

“실망하기 전에 빨리 끝내 드리죠.”

이준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살랑이는 바람밖에 불지 않았다.

괴개의 눈이 커졌다.

이준의 움직임이 빠르다는 건 진작부터 알았다.

그런데 저 은밀함은 뭐란 말인가.

살수 각성자 중에 저만한 움직임을 가진 이는 전무했다.

‘어디냐.’

괴개는 채찍을 꺼내 들었다.

이미 살수 무공은 틀렸다.

만독암가에서 가장 강한 백사편법만이 답.

물론 이마저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믿을 건 하나.

얼마 전에 오른 SS급 완숙뿐이었다.

괴개는 곧바로 그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무공을 펼쳤다.

“천독열!”

이준이 있는 쪽이 화염으로 뒤덮였다.

아니, 뒤덮이려 하는 순간!

“살수의 장점을 버린 게 괴개 님의 패배 요인입니다.”

이준의 목소리가 괴개의 지척인 밑에서 들렸다.

이준의 손에 들린 작은 단검.

마치 세상이 이준만을 남기고 느려진 듯.

이준은 단검으로 괴개의 하단을 베어 갔다.

마안의 효과였다.

남들이 느리게 보이는 패시브 스킬.

괴개의 약점이라고 해야 할까.

약한 부분들이 붉은 실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준의 단검은 정확히 붉은 실선을 잘랐다.

양쪽 허벅지와 종아리, 아킬레스건까지.

단검이 모든 곳을 훑고 지나가자.

느려졌던 시간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준은 어느새 괴개의 등 뒤에 서 있었다.

푹-

이준은 단검을 눈밭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와 동시에 괴개가 무릎을 꿇었다.

“큭.”

그의 입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가상 현실임에도 큰 충격을 받아 내상을 당한 것.

다리에선 극심한 통증이 올라왔다.

“멀리 안 나갑니다.”

푹-

이준은 수도로 괴개의 심장을 뚫어 버렸다.

* * *

[특별 거점 점령전 첫 번째 이탈자는 괴개 정심호입니다!]

경기를 숨죽여 보고 있는 학생들.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충격이었다.

첫 번째 이탈자가 SS급 완숙인 괴개라니.

앞서 철왕과 살마를 제압한 것도 놀라웠다.

그 파천자가 기습이라니.

상상도 못 할 장면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더군다나 그의 움직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 돋게 했다.

너무도 빠르게 세 명을 제압해서 싱거워 보일 수도 있으나.

이것이야말로 살수의 정점이었다.

상대를 가장 빠르게 제압해야 하는 게 살수였다.

아니면 되레 자신이 당하니까.

“와….”

숨을 죽이며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감탄했다.

흐르던 정적이 깨지자.

실내 체육관은 시장 바닥을 방불케 했다.

“괴개 님이 반응도 못 했어!”

“내공이 제한된 상태 맞아?”

“S급 완숙으로 SS급 완숙을 이기다니….”

“굉장하잖아!”

“와아아아.”

함성이 체육관을 떠나가라 울렸다.

“개쩔어.”

“살수가 저렇게 멋있었어?”

“미쳤나고!”

“X발. 팬티에 지린 것 같아.”

이준의 패션은 학생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기습은 학생들의 뇌리에 또렷이 박힌 상태.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준이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

그의 기습을 복기했다.

“갑자기 살수로 직업을 바꾸고 싶다.”

“이참에 살막에 지원해 봐?”

“난 만독암가에 서류 넣어 볼래.”

“사신가는 암살자 안 키우냐.”

“키웠으면 사신가의 살수 때문에 발 뻗고 잠 못 잘 듯.”

“저건 인정이지.”

“진짜 대박이다.”

학생들은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준이 보여 준 기습은 굉장히 간결했다.

상대를 너무도 쉽게 무력화시키는 암습.

심지어 대상이 SS급 완숙인 괴개였기에 오히려 피부에 와닿았다.

살수의 암살을 얕보는 건 자살행위라는 것을.

학생들이 흥분하는 사이.

괴개가 가상 현실 공간에서 나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이마에는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힌 상태였다.

진짜 죽는 느낌을 받았다.

순식간에 엄습해 오는 공포.

가슴을 부여잡은 채 호흡을 골랐다.

내공을 사용해서 통각을 최소화하고 안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이준에게 당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파천자 말대로 백사편법을 꺼내면 안 됐다. 아니, 준비 시간이 큰 무공을 꺼낸 게 내 패착이야.”

상대는 암살자로 위장한 파천자였다.

무공 천재.

찰나의 순간에도 상대의 틈을 가장 잘 포착하는 무인이었다.

0.1초의 틈이라도 비집고 들어오는 게 고수 간의 싸움.

그런 자를 상대로 동작과 시전 시간이 긴 무공을 사용하려 했으니.

싸워 보지도 못하고 진 것이다.

거리가 멀었든가 당당한 정면 대결이었다면 몰라도.

살수를 상대로 편법을 꺼낸 건 큰 실수였다.

“후우우. 아직 부족하구나.”

괴개는 스스로 자책했다.

이 싸움에서 가장 핵심 인물은 그였다.

이준을 가장 신경 쓰이게 하며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이 괴개였으니까.

그런데 첫 번째로 탈락했으니.

아군이 승리할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이다.

“홀로그램으로 파천자가 기습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는데….”

아군에게 알리지 못했다.

기막이 만들어짐으로써 각성자 시스템도 차단됐기 때문이었다.

“파천자가 암습했단 사실을 빨리 알아야만 해. 아니면 각개 격파당하고 만다. 혈마야. 네 위기 감지 능력이 발동될 때가 왔다.”

괴개는 혈마를 애타게 불렀다.

류한길의 위기 감지 능력은 일류.

친구인 검제보다 한 수 위였다.

사마련이 붕괴될 때도 총수였던 그는 살아남았지 않나.

지금이 위기 감지 능력을 사용할 적기였다.

괴개는 거대한 천장 위에 있는 화면을 보며 연신 혈마의 이름을 불렀다.

* * *

“어? 왜 이렇게 느낌이 싸하지?”

류한길이 이마를 찌푸렸다.

지금은 각자 맡은 일로 인해 흩어져 있는 상황.

결계나 함정이 거의 설치되어 한 명씩 거점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뇌마. 인원 체크 좀 해 봐.”

“맨 앞 함정을 설치하는 인원만 돌아오면 됩니다.”

“괴개 영감이랑 철왕, 살마지?”

“네.”

“이제 돌아올 때가 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느낌이 싸해서.”

“총련주께서 말입니까?”

“그래.”

류한길은 설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폭설로 인해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안개도 가득 내려 이중으로 눈앞이 가려졌다.

그의 눈으로도 앞쪽이 뭐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5분이 더 흐르자.

“아직 안 왔어?”

“예.”

“검제 영감.”

“왜 그러나.”

“괴개 영감의 복귀가 생각보다 늦어지지 않소?”

“나도 그리 생각하긴 하는데….”

“함정 설치하다가 파천자 님께 걸리기라도 한 거 아니오?”

“심호한테 연락해 보겠네.”

검제는 괴개에게 연락을 취했다.

홀로그램을 통한 연락이었으나.

괴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자네 말대로 일이 생긴 듯하군.”

“느낌이 싸하더니 역시나. 뇌마, 철왕하고 살마한테 연락해 봐.”

“예. 총련주.”

뇌마가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나 신호음만 걸릴 뿐.

두 사람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응답이 없습니다.”

“젠장. 당했다. 모두 전투 준비해.”

혈마의 말에 가주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1선의 함정이 무너진 것 같으니까 결계를 친 2선에서 막자고.”

류한길의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다.

결계나 진법이 깨지기 전, 이를 활용해서 공격하는 게 좋았으니까.

“검제 영감은 여기 있으시오. 내가 먼저 정찰을 나가 보겠소. 병철이 가자.”

“알겠소.”

“저도 가겠습니다.”

류한길과 진병철이 움직이려는데 파스콜 가주가 앞으로 나섰다.

“좋아. 가자.”

류한길은 파스콜 가주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예의를 차리는 건 이준뿐이었다.

류한길과 진병철, 랭스 파스콜이 설산을 내려갔다.

10분이 지날 무렵.

쾅!

세 사람이 내려간 방향과 완전히 다른 반대 방향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싸움이 벌어진 듯합니다.”

“저긴 1선 함정 설치자가 있던 곳인데?”

“우리가 가 보겠소.”

노말 페니모어와 그의 집사 조쉬 막론 그리고 파스콜의 집사이자 호위 단장인 제롬 슈워츠가 나섰다.

“확인만 하고 돌아오십시오.”

한지웅이 말을 이었다.

“1선의 아군은 지키지 않고 말이오?”

“저희에게는 지금 정보가 필요합니다.”

“알겠소. 상황을 보고 우리가 판단하리다.”

노말 페니모어도 설산을 내려갔다.

이제 남은 사람은 네 명.

검제와 검왕, 신기학사와 마뇌뿐이었다.

“노말 페니모어가 내려간 방향으로 굉음이 계속 들려옵니다. 싸우는 소리일까요?”

홍엽상의 말에 검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네.”

“파천자와의 거리를 계산해서 함정을 설치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저희와 부딪혔습니다.”

“그는 언제나 상식을 벗어났으니까.”

“특별전이긴 하지만 적의 입장이 되니 두렵군요.”

“상대는 파천자니까 그럴 만하…지….”

검제의 말끝이 흐려졌다.

그러더니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눈에 비친 하나의 인형.

이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정도로 은밀한 접근이었다.

“처음부터 날 노린 거요?”

검제가 누군가를 보며 말하자.

검왕을 비롯한 두 사람이 몸을 돌렸다.

“헉!”

“언제!?”

“기척을 전혀 못 느꼈는데!”

이준은 놀란 그들을 뒤로하고 검제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그래야 제가 편하거든요.”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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