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32화 (529/705)

제515화

다음 날 운동장.

이준은 이번에도 두 시간이나 일찍 나갔다.

“호.”

그런데 이미 운동장에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이전 시간의 학습 효과였다.

아마도 학생들이 빨리 나가야 한다고 보챘을 터다.

“다들 일찍 나오셨네요.”

“파천자께서 미리 나오신다는데 당연히 빨리 챙겨서 나와야지요.”

페니모어 가주의 의욕이 넘쳐났다.

그는 로브를 벗은 상태.

각사학에서 보급품으로 지급된 무복을 입고 있었다.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확실히 로브를 입은 모습이 훨씬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모두 모였으니 시작하죠. 은비야.”

“네.”

오늘 수업은 박은비가 맡게 됐다.

박은비가 박스에 담긴 물건을 꺼냈다.

“모두 열 개씩 가져가서 마력을 불어 넣으시면 됩니다.”

“풍선?”

“이걸로 뭐를 하려고?”

“자자. 잡담은 그만하시고 다들 빨리 움직이세요.”

이준의 말에 학부모들이 각자 풍선을 열 개씩 가져갔다.

“우리가 배우려던 거지?”

“응. 수업을 거부해서 저 풍선이 어떤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그 이유를 알게 되겠어.”

강의가 아닌 참관을 하게 된 학생들이 풍선을 유심히 보았다.

교수가 나눠 준 풍선이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건 안다.

하나 저걸로 무슨 수련을 할지는 몰랐다.

이준이 있음에도 다른 수련이 아닌, 강의대로 하는 것.

그 말은 이준도 이 훈련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 아닐까.

학생들은 기대 어린 표정으로 수업을 지켜보았다.

“다섯 개에는 풍선이 터지기 직전까지 마력을 최대한 넣어 보세요. 나머지 다섯 개는 마력을 넣지 마시고요.”

학부모들은 이준이 시키는 대로 했다.

여기까지는 무난했다.

“그러면 가 볼까요? 은비야 시작해.”

“네.”

박은비가 바닥에 한빙장을 펼쳤다.

운동장 바닥에 내려앉은 얼음.

학부모가 있는 자리가 꽁꽁 얼었다.

바닥을 얼린 건 하나의 준비일 뿐.

“마력의 일부를 봉쇄할게요.”

박은비는 학부모들의 혈도를 눌러 마력을 금제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여러분은 두 종류의 풍선을 같은 크기로 만들면 됩니다.”

“생각보다 쉽군요.”

“별거 아닌데?”

“마력을 봉쇄당했다고 해도 이건 식은 죽 먹기야”

학부모들이 자신했다.

그래도 명색에 S급 각성자들.

고작 풍선을 부는 일을 못 하겠나.

하나 이준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과연 쉬울까요?”

학부모들이 풍선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입으로 풍선을 부는 게 아닌, 마력을 흘려보내 풍선을 키우는 것.

학부모들이 일제히 기운을 끌어 올리자.

운동장이 요동쳤다.

“어?”

“이게 왜 이래?”

“풍선이 작아지고 있소.”

학부모들은 미리 마력을 불어 넣은 풍선을 놔두고 마력이 없는 풍선에 기를 주입했다.

한데 이상하게도 마력을 넣어 둔 풍선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게 아닌가.

페니모어 가주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그의 생각대로 안 됐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마력을 넣어 둔 풍선이 작아지는 게 아닌가.

마력으로 작아지는 풍선을 막아 보려 했으나.

그의 마력이 닿자 오히려 더욱 빠르게 바람이 빠졌다.

졸지에 두 개의 풍선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갔다.

“아이고. 어려운 길을 가시네요.”

이준의 음성은 전혀 안타까움이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목소리였다.

학부모들은 두 개의 풍선에 바람을 넣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입으로 불어도 봤고.

전력을 다해 마력을 운용해 보기도 했다.

하나 풍선은 커지지 않았다.

되레 더욱 쪼그라들 뿐이었다.

이준은 그들을 향해 풍선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줬다.

“마력 풍선이라고 사신가에서 특별히 제작한 훈련용 도구입니다. 마정석에 하나의 재료를 섞어서 제작한 거라 쉽게 불 수 없을 거예요.”

그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학부모에게 넌지시 말했다.

하나의 재료.

이 말을 하면서 바닥의 얼음을 보았다.

이를 알아차린 사람은 페리모어와 맥코이 가주뿐이었다.

‘얼음!’

‘차가운 성질로 만들어졌어.’

‘일반 풍선이 아닌 특수한 풍선이라면….’

페니모어와 맥코이 가주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가운 성질을 일으켰다.

그러자 쪼그라들었던 풍선이 서서히 팽팽해지는 게 아닌가.

‘이거다!’

‘내 생각이 맞았어. 얼음 속성을 이용하면 풍선을 키울 수 있을 거야.’

마력 풍선의 속성은 얼음.

몸집을 키우는 방법을 찾았으니 이제 성과를 보여 줄 차례였다.

* * *

“읏!”

“왜 안 커지는 거야.”

“빌어먹을!”

“이 풍선을 꼭 키우고 말겠어.”

학부모들은 오기가 생겼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풍선을 키우려 하고 있었다.

“벌써 오전 시간이 다 끝나 가는데 한 사람도 풍선을 키우지 못했네요. 시간이 없어 난이도를 쉽게 했는데 말이죠.”

이준은 얄미운 목소리로 학부모들을 나무랐다.

페니모어와 맥코이 가주는 더욱 좌절한 상태.

풍선을 키울 방법을 찾았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마력을 불어 넣었지만 고작 주먹만 한 크기의 풍선.

이 이상은 커지지 않았다.

“허억… 허억….”

“…하악 뭐가 잘못된 하악… 거지…?”

“분명 풍선을 허억, 키울 수 있다 허억… 여겼건만….”

다른 학부모들과는 달리.

페니모어와 맥코이 가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전신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마치 비를 쫄딱 맞은 상태였다.

“좀 쉴까요?”

“아, 닙니 허억 다….”

페니모어 가주가 고개를 저었다.

좌절한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았다.

그는 아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수업에 임했다.

지켜보고 있던 박은비가 이준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이대로면 오늘 하루 종일 해도 진도가 안 나갈 것 같아요.”

“그럴 것 같아. 네가 깔아 준 얼음을 이용해야 하는데 시야가 풍선과 마력에만 집중되어 있어.”

“힌트라도 줄까요?”

“안 돼. 이 훈련이 얼마나 실용성 있고 좋은지 저들이 뼈저리게 느껴야 해.”

“저들 때문이군요.”

박은비는 고개를 돌려 학생들을 보았다.

그녀는 이준이 학생들을 위해 학부모에게 마력 풍선 불기 훈련을 시킨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옛날부터 마음씨가 고왔어요.”

“내…가?”

“네. 항상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잖아요. 이번에도 저 학생들을 생각해서 이러시는 거죠?”

박은비의 말에 이준은 뜨끔했다.

“그렇…지?”

사실 이준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력 풍선을 생산한 곳은 사신가.

정확히는 테구르가 생산했다.

적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에 팔면 순수익이 높았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학부모들만 오십이 넘었다.

이들에게 마력 풍선을 판다면.

‘돈을 갈퀴로 긁어모을 거라는 말씀이야.’

사신가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지금은 운동장이 한기로 가득 차서 그렇지.

그냥 마력 풍선을 불었다면 가차없이 터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얼음 필드를 만들어서 훈련하면 풍선이 잘 안 터질까?

그건 또 아니었다.

정확한 냉기의 온도와 어떤 성질의 얼음인지를 알아야 했다.

얼음에도 시전자에 따라 다양한 성질을 띤다.

이준과 테구르는 이를 활용해서 장사할 생각을 한 것.

그만큼 마력 풍선은 굉장히 예민한 물건이었다.

게다가 풍선이 터지면 새 걸로 훈련을 해야 했으니.

수량이 많이 필요할 터.

대량 구매는 필수적이었다.

박은비는 이런 이준의 생각을 곡해했다.

“저도 선생님의 마인드로 학생들을 가르쳐 볼게요.”

“그, 그래.”

이준은 박은비의 오해를 바로잡지 않았다.

이렇게 오해하는 게 한두 번인가.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준과 박은비는 힌트를 주지 않고 그대로 학부모들을 지켜봤다.

벌써 오후 4시.

단 한 사람도 풍선에 마력을 넣은 사람이 없었다.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기진맥진했다.

체력이 부족한 이들은 현기증이 나 바닥에 쓰러진 채였다.

“으으.”

“대체 어떻게 해야 풍선이… 불어지는 거야.”

“파천자 님… 저희에게 한 줄기 빛을 주십시오.”

학부모들은 이준에게 힌트를 달라고 애원했다.

이전까지는 오기로 하더니 드디어 포기한 것이다.

“제가 힌트를 주면 지옥이 펼쳐질 건데 괜찮겠어요?”

“화가 나서 더는 못 하겠습니다. 제발 힌트를 주세요.”

“이것보다 더 힘들 텐데 괜찮겠습니까.”

“괜찮으니 힌트를….”

학부모들은 이준이 말한 지옥을 몰랐다.

그러니 이렇듯 쉽게 힌트를 달라는 걸 테다.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지옥으로 보내 달라는데 보내 줘야지.

“정 원하시면 여러분의 의견에 따르죠. 힌트는 바로 주위의 공기, 온도입니다. 이 차가운 속성을 잘 이용해 보세요.”

이준은 힌트를 말한 후 진각을 밟았다.

바닥에 펼쳐진 얼음이 와장창 깨지면서 순식간에 수증기로 증발했다.

차가운 속성이란 힌트를 주고 얼음 필드를 회수한 것.

페니모어 가주는 이준이 악마로 보였다.

* * *

펑!

펑펑!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준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풍선이 터지는 만큼 사신가에는 돈이 들어온다.

이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학부모들이 돈줄로 보였다.

그러다 이준이 고개를 흔들었다.

“정신 차려, 이준. 넌 바른 교육자야.”

여전히 헤실헤실 웃고 있는 그.

그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주변에 냉기가 사라지니까 마력 풍선이 너무 쉽게 터져요.”

“마력 풍선은 많지?”

“수십 박스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비용은 학부모들한테 청구해.”

“네.”

이준과 박은비가 말하는 사이에도 마력 풍선이 터지고 있었다.

“악!”

“X발.”

“죽어! 죽어어어!”

학부모들이 욕을 내뱉었다.

풍선으로 바닥에 팽개치며 발로 계속 밟기까지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성격이 파탄자로 보였다.

하나 마력 풍선을 부는 일은 인내심도 같이 기르는 훈련.

학부모들이 저리 행동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게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성과를 보이는 이는 페니모어와 맥코이뿐.

두 사람은 풍선을 주먹만 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하나의 풍선을 분 게 다였다.

나머지 한 개의 풍선도 불어야 했다.

다른 풍선을 불려고 하면 나머지 풍선의 바람이 빠져 버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여러분 언행을 좀 조심해 주시겠어요? 자녀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큼, 죄송합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만.”

“자제해 보겠습니다.”

학부모들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했다.

“아직 힘이 많이 남아돌아서 그런 것 같으니 난이도를 올려 볼까요? 파랑아.”

[응!]

“주변을 뜨겁게 달궈.”

[맡겨 줘.]

파랑이가 이준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그리고 암화를 태웠다.

파랑이의 전신이 검은 불꽃으로 타오르자 주변의 공기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펑펑-

풍선을 불지 않았는 데도 풍선이 터져 나갔다.

마력 풍선의 속성은 얼음.

암화와는 정반대의 속성을 지녔다.

얼음 속성의 마력 풍선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아예 찢어져 버린 것이다.

이준은 학부모들을 향해 말했다.

“멍하니 있으면 가진 풍선 전부 터질 거예요. 풍선이 산더미처럼 많긴 한데 여기에 있는 박스가 전부 떨어지면 난이도를 한 단계 더 올릴 겁니다. 각오하세요.”

각오라는 단어가 학부모의 귀에 꽂혔다.

이준이 경고할 때는 조심해야 했다.

아니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페니모어 가주는 이를 가장 잘 알았다.

‘여기서 난이도가 더 올라가면 개망신을 당할지 몰라. 어떻게든 성공해야 해.’

자식의 앞에서 부모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지금은 수련 중이고, 파천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예외라고 한들.

아버지가 돼서 어찌 아들 앞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는가.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페니모어 가주만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다.

다른 학부모도 같은 마음.

흥분했던 가슴을 진정시키고 재차 풍선에 마력을 불어 넣었지만.

펑-

마력을 불기도 전에 터진 풍선에 학부모들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

“X바아아알!”

운동장에는 그들의 욕이 울려 퍼졌다.

그 무렵.

한국의 어느 산골.

묘비 앞에 엎드려 흐느끼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흑흑.”

남자는 굉장히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곱씹으면서 이를 뿌득 갈았다.

“이준, 이준! 갈아 마셔도 시원찮은 새끼를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고 말겠어.”

남자가 이준을 부르며 분노를 쌓고 있는데.

그의 주변으로 검은 연기가 날아왔다.

[내가 네 복수를 해 주지.]

검은 연기는 남자의 몸속으로 쏙 들어갔다.

흐느끼고 있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