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30화 (527/705)

제513화

천계의 수호자들이 신선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 막아!”

“커협!”

달려들었던 속도 그대로 날아가 처박히는 수호자들이었다.

“너희들에게 볼일 없다. 천계의 왕 나오라고 해라.”

신선제의 회안이 번들거렸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

그의 몸에선 무시무시한 패기가 줄기차게 뿜어졌다.

신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파천멸기였다.

“신선제! 그만 돌아가셔야 해요.”

뇌문의 여신선 연아린이 신선제를 말렸다.

“천계의 왕에게 볼일만 보고 갈 생각이다.”

“그러면 천계의 왕이 나올때까지 조용히 기다리시면 되잖아요!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천계의 왕이 분노할 거예요.”

지옥계와 신선계.

천계와 마계.

4대 신계는 이렇게 분류되어 있었다.

지옥계와 신선계는 동양.

천계와 마계는 서양.

각자의 영역을 건드리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면 됐다.

전대 신선제조차 힘이 있다고 천계나 마계로 쳐들어가진 않았다.

천계와 마계가 전쟁했을 때 천계에서 전대 신선제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만 예외.

이후에는 한 번도 서로의 영역을 넘보지 않았다.

한데 오늘 신선제가 천계에 발을 들이댄 것이다.

혈혈단신으로 깽판을 치고 있으니.

신선제를 보좌하는 연아린으로서는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깟 놈이 뭐가 무섭다고?”

신선제의 안하무인인 태도에 천계인들이 분노했다.

그의 말은 천계인에 대한 모욕이었다.

신선제가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천계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곳은 천계였다.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 신선제라도 힘이 반감되는 곳이다.

“감히!”

“그 발언 감당해야 할 겁니다!”

“천계의 수호자들은 침입자를 사살하라.”

소란에 모여든 천계인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검, 창, 활 등 다양한 무기에서 광채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모자라 원거리 지원까지 했다.

시동어도, 영창도 없는 마법.

신선제를 향해 마법이 발사되려는 순간!

“멈춰라.”

천계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신선제의 앞에 젊은 남자와 여자가 나타났다.

“설극. 이 무슨 행패냐!”

젊은 남자, 천계의 왕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본좌에게 파르가의 서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인계에 파르가의 서가 있는 거지?”

“나도 모른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마법류는 너희 천계가 관리하지 않느냐.”

“관리를 하다가 중간에 빼먹은 모양이다.”

“장난친 모양인데.”

신선제의 회안이 번쩍였다.

파천멸기가 천계의 일대를 집어삼키려 했다.

이에 질세라 천계의 왕도 마력을 뿜어냈다.

쿵!

두 개의 거대한 기가 부딪혔다.

“읏.”

“뒤로 물러나.”

“휩쓸리면 안 된다.”

천계인들이 뒤로 몸을 뺐다.

기의 여파가 어찌나 큰지.

미처 피하지 못한 이들은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털썩.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져 내리는 천계인들.

천계의 왕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내 영역에서 해 보자는 것이냐?”

“천계의 왕이 됐다고 본좌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금빛 쇠사슬이 신선제의 몸을 속박했다.

“천의 구속!”

연아린이 비명을 질렀다.

천의 구속은 천계 소속이 아닌 자에게 행해지는 속박이었다.

신선제라고 다르지 않았다.

천의 구속으로 인해 내공이 흩어지는 상황.

천계의 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긴 내 영역이라고 했잖아.”

“큭. 본좌에게 천계의 힘인 상태 창을 전해 주러 심부름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많이 컸군.”

신선제, 무극자가 스스로 몸을 봉인했을 적 나타났던 자.

무극자가 상태 창을 갖게 된 건 모두 천계의 왕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는 천계의 왕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닥쳐라!”

천계의 왕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과거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

천계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두려움이란 감정을 느꼈다.

고작 인간에게.

너무도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신이 인간을 두려워한다는 건 말이 안 됐으니까.

신선제와의 악연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이 구속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지?”

“날 도발하는 것이냐.”

“구속구를 채우고 의기양양하는 꼴이 웃겨서. 본좌는 이대로 싸워도 괜찮긴 하다만.”

무극자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마치 언제든 천의 구속을 풀 수 있다는 얼굴이었다.

천계의 왕도 찜찜한 느낌이 들어 고민에 빠졌다.

‘미친 괴물 자식. 신선제가 되고 더 강해졌구나.’

왕의 자격을 얻은 자의 특권.

신계를 관장할 힘이 주어진다.

그는 원래부터 강했으나 신선제가 되고 난 뒤 더욱 괴물이 되었다.

천계의 왕인 자신이 싸운다 해도 이긴다고 장담하긴 어려웠다.

“미친 새끼.”

“천계의 왕이 그런 저급한 말을 해도 되나?”

“됐고. 물어볼 거나 물어보고 썩 꺼져라.”

천계의 왕이 한발 물러섰다.

아직은 신선제와 싸우는 건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러지. 혹시 파르가의 서 네가 장난질 친 거냐.”

“그래. 네가 찾는다고 하니 배알이 꼴려서 모른다고 한 거다.”

“인계에 있는 것도 네 짓이고?”

“파르가의 선택이다.”

“신선계의 정보로 파르가를 찾았지만 흔적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러겠지. 용족은 마법에서 태어난 존재. 인계와 신계의 가운데. 중간계에 존재한다.”

“4대 신계밖에 없지 않나?”

“중간계는 신계로 여기지 않아. 쉽게 말해 너희로 따지면 사신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못 찾았던가.”

무극자는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얼굴이었다.

“궁금한 건 다 말해 준 것 같으니까 천계에서 썩 꺼져라.”

천계의 왕이 축객령을 내렸다.

소금이 있다면 왕창 집어서 무극자가 있던 자리에 뿌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진실을 말해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다음에도 이딴 미친 짓거리를 하면 각오해야 할 것이다. 봐주는 건 한 번뿐이야.”

무극자를 속박하던 구속구가 풀렸다.

“기대되는군.”

그가 작게 미소를 짓곤 몸을 돌려 천계를 떠났다.

연아린은 천계의 왕에게 고개를 숙이곤 무극자를 따라나섰다.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

잠시 머물다 갔는데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후우우.”

“정말 무서운 자군요.”

“4대 신계가 괜히 저자를 두려워한 게 아니오. 마계 왕이 됐다면 신계는 피로 물들었을 거요.”

천만다행인 게 설극은 마계 왕이 아닌 신선제를 택했다.

신계로선 한숨을 돌린 것이다.

* * *

[알 수 없는 흑마력이 공격해 옵니다.]

[???가 당신의 정신을 지배하려 합니다.]

이준은 화끈거림을 느꼈다.

마치 전신에 불이 옮겨붙은 느낌이랄까.

화기에 영향을 받는 경지는 이미 훌쩍 넘었다.

그런데도 전신이 뜨거웠다.

[혼원신공이 알 수 없는 흑마력으로부터 몸을 보호합니다.]

……

……

[무극기가 알 수 없는 흑마력을 공격합니다.]

경고의 메시지가 수없이 올라왔다.

그러다가 다른 종류의 메시지가 튀어나왔다.

[심장에 자리한 혼돈의 속성(무)이 ???에 접촉했습니다.]

심장에서 올라오는 무지막지한 힘.

혼돈의 기운이 뿜어지면서 거센 기류를 일으켰다.

“억!”

페니모어 가주가 급히 베리어를 만들었다.

그가 있는 곳은 대성당.

신성한 곳이었다.

앞에는 성모 마리아 상이 있었으며 대성당의 건축물 하나하나에서 신성력이 흘러나왔다.

신성력은 마기와 같은 어둠 계열에 강했다.

이른바 카운터.

신성력이 있다면 어둠 계열의 마기는 힘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과 측정 불가 등급의 물건에서 파멸적인 마기가 쏟아졌다.

[경고! 감정 스킬이 없습니다.]

[혼돈의 속성(마)이 ???를 강제로 개방합니다.]

[혼돈의 속성(마)으로 인해 강제 개방의 페널티가 부여되지 않습니다.]

대성당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이준과 등급 측정 불가 물건을 뒤덮은 암화.

검은 화염에 휩싸인 이준은 인상을 찌푸린 채 파르가의 고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누가 이기나 보자.’

이준은 혼원신공을 극성으로 펼쳤다.

제어가 안 되어 그동안 꽁꽁 감춰 놨던 기를 푸니.

“허억!”

페니모어 가주가 식겁하며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이준의 마기에 덜컥 겁이 난 것.

그 때문에 대성당 바깥으로 텔레포트를 시전한 거다.

하지만 그곳도 여파를 피하기엔 부족했다.

“히, 힘을 어디까지 숨기고 있었던 거지!?”

대성당과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멈춰 서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전율스러운 마기.

살면서 여태까지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공포였다.

동영상에서 봤던 모습은 극히 일부분.

파천자의 진정한 힘은 바로 눈앞의 모습이었다.

“이런… 각성자가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니….”

페니모어 가주는 한편으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사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파천자에게 냉큼 고개를 숙이지 않았더라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페니모어 가문이 한순간에 멸망했을 거라 봤다.

페니모어가 떨리는 눈동자로 대성당을 보는 사이.

이준은 혼원신공으로 차츰 안정을 찾았다.

몸을 달궜던 암화의 화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극성으로 일으킨 혼원신공에 대항하는 흑마력… 사부님이 놀랄 만하네.’

혼원신공에 비하면 한 수 낮지만 여태까지 봐 왔던 무공이나 마법과는 격이 다른 힘이었다.

혼원신공을 제외한다면 가장 강할 수도 있는 마법 책.

이 하나만으로 정말 대단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나 책의 저항도 마지막.

흑마력을 전부 먹어 치운 무극기가 파르가의 고서를 완전히 감쌌다.

[감정! 파르가의 숨결(SSS)이 공개됩니다.]

[파르가의 숨결(SSS) - 1서클]

설명: 태초부터 존재하는 드래곤은 네 군주로 알려졌으나. 원래는 다섯 군주이다. 그 감춰진 드래곤이 바로 검은 군주 파르가. 모든 흑마력의 근간이 되며 악의 화신이다.

악의 화신.

검은 군주.

태초의 드래곤 중 하나.

이게 파르가의 정체였다.

이준은 파르가의 숨결을 클릭했다.

그러자 끊겼던 알림이 다시 울렸다.

[네 가지 용의 심장 중 이외의 것이 선택되었습니다.]

[마법 항목에서 검은 군주 파르가의 심장밖에 선택할 수 없습니다.]

[파르가의 숨결(SSS)이 루트 창의 마법 항목에 저장되었습니다.]

[검은 군주 검술(SSS)이 루트 창의 마법 항목에 저장되었습니다.]

[검은 군주의 흑마법(SSS)이 루트 창의 마법 항목에 저장되었습니다.]

이준의 손에 들린 파르가의 고서가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전신을 압박하던 흑마력이 사라지자 풀었던 혼원신공도 갈무리했다.

기운을 감추니 불었던 폭풍도 잔잔해졌다.

“페니모어 가주한테는 좀 미안하네.”

기운을 풀자 대성당이 통째로 날아갔다.

마정석으로 지어진 대성당이었으나 이준의 기운을 감당하기란 무리였다.

그나마 위안인 건 혼원신공을 극성으로 펼쳤음에도 성당 하나 날아간 게 끝이라는 거다.

이 사실을 페니모어 가주가 알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이준은 미안한 마음을 넣고 바로 루트 창을 켰다.

-신살의 운명을 받은 파천의 길 루트(EX)

무공 - 패천기공 사공 파천멸진(0/999,999,999)

마법 - 검은 군주 파르가의 심장(0/999,999,999)

능력치 - 마나+15(200,000,000)

-(NEW)검은 군주 파르가의 심장

[파르가의 숨결(SSS)]

[검은 군주 검술(SSS)]

[검은 군주의 흑마법(SSS)]

‘여기도 다 동영상이 있네.’

마법은 어떤 느낌일까.

자신이 여태껏 봤던 마법과는 다를 거란 기대감에 동영상을 눌렀다.

그러자 화면에 용이 아닌 인간이 나왔다.

‘폴리모프인가?’

드래곤의 인간화.

완전히 인간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피부가 하얗던 인간이 흑마력을 끌어 올리자 몸이 검게 변했다.

팔을 서서히 들어 올리더니.

수많은 드래곤을 향해 마력을 방출했다.

시동어라든지.

술식을 그린다든지.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팔을 뻗어 마력을 방출했다.

손바닥 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그 안에서 쏘아진 검은 광선.

장력과는 달랐다.

장력이 기운을 뭉쳐서 내보낸 거라면, 마법은 말 그대로 빛의 줄기였다.

손바닥과 연결된 마력이 드래곤들을 관통하고도 힘이 끊기지 않았다.

마력만 무한하면 얼마든지 검은 빛의 줄기를 쏘아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