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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10화 (507/705)

외전 2부 9화

“주경아? 모르겠는데? 알아도 너에게는 알려 줄 수 없지.”

“당현, 본좌가 누군지 잊었나?”

“알지 알아. 천하제일인이면서 살성을 지닌 살귀가 아니냐. 네 손에 죽은 당가의 무인들로 산을 쌓을 수도 있다지.”

당현의 음성에는 은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놈이라는 듯.

무극자를 바라보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본좌가 움직이기 전에 말하는 게 좋아.”

“설극.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여긴 무림이 아닌 구천옥이야. 네가 옛날에 알던 내가 아니라는 말이지.”

“아니. 넌 본좌가 알던 당가의 가주가 맞다.”

무극자의 여전한 무시에 당현의 눈 근육이 씰룩였다.

“오만한 건 여전해. 그래야 파천혈신이지.”

당현의 입매가 비틀어졌다.

그가 손을 올리자 수하로 보이는 이들이 나타났다.

“저놈들에게 독공을 전수한 건가?”무극자는 저들의 몸속에 독기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하나 저들은 당가의 무인들이 아니었다.

각자의 고유 무공을 익힌 이들.

거기에 더해 독기가 따로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당현의 작품.

당현은 사천당가의 역대급 천재.

초대 가주를 제외하곤 그가 가장 강했으며 독에 관한 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자연경 완숙이면 두 개의 내공을 몸에 지니게 할 수 있다.’

인계에 살았을 적 당현의 경지는 자연경에도 들지 못했다.

잘해 봐야 현경 끝자락, 극의에 머물러 있었다.

구천옥에 있는 동안 자연경에 오른 것.

이곳에서 별짓을 다 한 모양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축복이지.”

“독인이 축복은.”

“천하의 파천혈신이 겁이 나나 봐?”

“구천옥에 있는 동안 머리가 많이 컸구나, 당현. 본좌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하하. 네게 그런 말을 들어서 기쁜데?”

예전이었다면 무극자의 말에 발끈했을 당현이었다.

하나 지금은 도발에 걸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무극자를 살살 긁고 있는 게 아닌가.

시간은 구주인 독주의 편이었다.

당현은 구천옥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버텨 왔다.

반면 무극자는 지옥계에 구천옥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처음 오는 곳이었다.

구천옥의 제약은 내공만 금제하는 게 아니다.

이성을 마비시키고.

광기와 살육에 집착하게 만드는 곳이다.

피를 많이 보자 무극자의 안에 잠자고 있던 역천이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

무극자가 아니고 다른 이였다면 이미 살육의 광기에 잡아먹혔을 터.

정신력이 누구보다 강한 그였기에 아직도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그그그.

구천옥이 거칠게 떨렸다.

무극자가 파천멸진을 펼쳤다.

그의 몸에서 검회색의 기운이 무럭무럭 치솟았다.

위험을 감지한 당현이 수하들을 향해 외쳤다.

“죽여.”

당현의 수하들이 무극자를 향해 쇄도했다.

그들의 무기는 다양했지만 똑같은 건 하나.

각자의 무기로 독기를 뿌려 오고 있었다.

“당현. 너만이 강해졌다고 생각하지 마라. 본좌 또한 놀고먹진 않았다.”

무극자의 오른쪽 다리가 무릎까지 올라왔다.

검회색의 기운이 다리로 회오리치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폭풍 같은 기류.

뜨거운 구천옥의 열기도 식힐 만큼 거센 바람이 불었다.

“막아라!”

“늦었다.”

무극자의 발이 바닥을 강타했다.

쾅!

그가 서 있는 곳을 기점으로 하여 바닥에 균열이 일어났다.

거미줄처럼 갈라진 땅.

그저 강하게 대지를 때린 게 아니었다.

무극자가 사용한 무공은 진천보.

진천무 중 백호 계열의 무공이자.

패천기공 중 패천이공 진천의 바탕이 된 무공이었다.

거기다가 파천멸진이 펼쳐진 상태에서 진천보를 펼쳤다.

제아무리 강한 상대라 할지라도.

진천보와 파천멸진을 견딜 수 있을까.

독주인 당현이 뒤늦게 나서서 막아 보려 했으나.

바닥의 균열을 뚫고 나온 검회색의 기운이 죄인들을 순식간에 덮쳐 버렸다.

* * *

그 무렵.

구천옥의 가장 깊은 곳에 마주가 도착했다.

“마주. 여, 여긴…!?”

그녀의 수하가 말을 더듬었다.

이곳은 구천옥의 금지.

구천의 주인조차 이곳에 오길 꺼렸다.

여긴 염라대왕도 건들지 못한 노괴가 사는 곳.

허락 없이 들어갔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가는 장소였다.

“드, 들어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마지막으로 그분을 뵈어야겠어.”

“하오나 노괴의 허락이 없었나이다. 생각을 재고해 주심이….”

남자가 황급히 말렸다.

그도 자연경에 든 강자였다.

마주 밑에 있으나 새로운 세력을 만든다면 십주가 되고도 남을 만큼 강했다.

그런 그조차도 여기만 오면 오금이 저려 왔다.

구천의 주인이 구천옥에선 목에 힘을 주고 다니지만.

구천옥과 팔대지옥의 경계선인 금지에서는 구주의 이름이 통용되지 않았다.

여길 함부로 침범하려던 구주가 어떻게 됐던가.

구천의 죄인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처참하게 죽었다.

금지에 있는 노괴에 의해 말이다.

구주 한 명이 아니었다.

구주 전체.

아홉 명의 주인이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죽은 충격적인 사건.

죄인들은 그가 진정한 구천옥의 주인이라 말했지만.

노괴는 모든 걸 거부했다.

금지만 넘보지 않는다면 다신 구주가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고 사라진 노괴.

그때의 충격이 아직도 선명했다.

새로운 구주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다.

“내 생각은 변함없어.”

그녀가 금지에 발을 들였다.

그러자 그녀의 목젖을 서늘한 바람의 칼날이 겨누고 있는 게 아닌가.

구주 중 마주에 해당된 그녀도 반응하지 못했다.

무형의 칼들.

자연경에 있는 그녀의 눈에도 전혀 보이지 않은 무기였다.

몸이 굳은 그녀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어르신 저예요. 잠깐만 뵈었으면 해요.”

조용했다.

그녀의 말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녀가 용기 있게 한 발을 더 내디뎠다.

바람의 칼날은 그녀의 목을 겨누기만 할 뿐.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마주가 금지에 허락도 받지 않고 들어가자.

그녀의 수하인 남자도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아이야. 너만 들어오거라.]

노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라고 칭한 대상은 마주였다.

그녀만이 금지에 들어오는 게 허락됐다.

남자는 금지에 들어가려던 걸 멈췄다.

불허.

만약 이를 어겼다면 가차 없이 소멸됐으리라.

“마주. 혼자 괜찮으시겠나이까.”

“괜찮아.”

마주가 고개를 끄덕이곤 금지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금지가 왜 금지인가.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다.

‘마주께서 금지에 들어가셨다! 노괴가 마주께만 출입을 허한 거야.’

한데 남자가 모시는 마주만 허락을 받은 것이다.

엄청난 일이었다.

‘다른 구주가 알면 기절초풍을 하겠어.’

그만큼 쉽사리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만일 노괴를 등에 업을 수만 있다면 구천의 주인이 문제겠는가.

노괴가 마음만 먹는다면 지옥계도 먹을 수 있다는 게 구주의 생각.

노괴와 어떻게든 친분을 만들고 싶은 게 구주였다.

남자는 마주가 어떤 이유로 노괴를 만나려는지는 모르나.

주인의 뜻이 이루어지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 * *

한편.

금지 안으로 깊숙이 걸어가자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마치 신선을 연상케 하듯.

구천옥과는 어울리지 않은 새하얀 의복을 입고 있었다.

그가 마주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노부가 분명 이곳에는 오지 말라고 했을 터인데.”

중얼거리듯 하는 말이었지만 형용할 수 없는 힘이 담긴 음성이었다.

“어르신께 드릴 말이 있어요.”

“예전의 그 이야기라면 거절하마.”

노인은 눈을 뜨지 않고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언제까지 이 지옥 같은 곳에 있으려고 하세요. 어르신의 힘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구천옥을 나갈 수 있어요.”

“노부는 아직 죄를 다 받지 않았느니라.”

“어째서 스스로 벌을 받는 거예요.”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느니라.”

“어르신이 사람을 많이 죽였다면 설극은 영원히 벌을 받아야겠네요.”

설극이라는 이름에 노인의 얼굴 근육이 조금 움직였다.

“염왕에게 들어 보니 다 오해에서 빚어진 일이라는구나.”

“오해? 사람을 죽여 놓고 오해였다고 미안해하면 용서가 되는 건가요?”

“극이의 잘못도 모두 노부가 지고 갈 것이다. 그러니 그만 미워하거라.”

금지에 칩거한 노인은 천극자였다.

진천무의 창시자이자 사신문의 초대 문주.

파천혈신 이전 세대의 천하제일인이며 무극자 설극의 사부이기도 했다.

신선계에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천극자였으나.

그는 스스로 지옥계를 선택했고 벌을 받았다.

“제가 이 지옥 같은 곳을 견디는 이유인데 어째서 그만 미워하라 하는 거예요.”

마주, 주경아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의 높은 언사에 천극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허, 실타래가 꼬여도 어찌 이리 꼬였누.”

천극자 또한 젊었을 적 꽤 많은 살생을 저질렀다.

그래서 제자만큼은 그 살겁의 운명을 피하게 하려고 인성 교육을 똑바로 시켰다.

이립(30살) 이전에 사신문 밖으로 내보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한데 얄궂은 운명이 제자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으니.

희대의 대살성이 탄생한 것.

자신이 살아만 있었다면 제자의 살겁을 막았겠으나 설극이 하산했을 때 운명하고 말았다.

조금만 더 살았다면.

제자를 대륙으로 보내지 않았더라면.

제자의 운명이 조금이라도 덜 꼬이지 않았을까.

벌을 받으면서도 자책했다.

“전 어르신께 구천옥을 나가자고 말씀드리러 온 거예요. 구주들은 이미 이곳을 빠져나갈 계획을 짜 놨어요. 물론… 설극의 손에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게 무슨 말이냐.”

감고 있던 천극자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의 백안이 주경아에게 쏟아졌다.

“아….”

주경아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천극자가 눈을 감고 있는 이유.

백안의 살기는 사대 신계의 왕만이 감당할 수 있었다.

주경아가 자연경에 있다지만 그녀의 무위로는 감당하지 못할 힘이다.

“이런, 미안하구나.”

천극자가 곧바로 눈을 감았다.

“하악… 하악…!”

주경아가 심장을 붙잡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너무도 강한 힘에 의해 영혼이 소멸되는 걸 느꼈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아찔한 힘이었다.

“극이가 구천옥으로 왔다니, 자세히 말해 보거라.”

“절 찾으러 왔더군요.”

“바보 같은 놈!”

천극자가 화를 내었다.

굳이 구천옥에 올 필요가 있을까.

주경아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많았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바로 신선제가 되는 것.

녀석이 혈겁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죽였다지만 이미 신선계에 들었던 몸.

신선제에 도전할 자격은 충분했다.

아니, 설극이 마음만 먹으면 신선제가 되고도 남았다.

천극자인 자신의 제자였으니까.

제자의 죄는 현재 자신이 달게 받고 있으니 신선제에 도전만 하면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신선제에 오르면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될 터.

주경아를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구천옥에 갇힌 주경아를 빼내는 것도 염라대왕과 합의를 보면 될 일.

한데 바보 같은 놈이 쉬운 길을 마다하고 어려운 길로 가는 게 아닌가.

“극이는 구천옥에 들면 안 된다.”

제자는 자신처럼 천살성을 타고 나지 않았다.

역천마신지체만 타고나서 살기가 너무도 짙다.

이를 자유롭게 하는 게 바로 천살성인데 그 천살성이 없다.

제자에게는 최악의 환경.

구주가 이성을 붙잡고 있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그들은 구천옥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으니까.

“허허. 이를 어찌할꼬.”

천극자가 가부좌를 한 상태로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연신 쳤다.

걱정이 많이 되는 모양.

하지만 그는 금지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벌을 받고 있었다.

그의 주위로 지옥의 화기와 냉기가 번갈아 가며 고통을 주는 상태였다.

“어르신은 계속 벌 받는 걸 택하신 것 같으니 전 이만 가 볼게요.”

천극자가 움직이지 않자 주경아는 그를 설득하는 걸 포기했다.

그녀가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천극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야. 이것만은 알아두거라. 만일 극이가 잘못되는 날에는 너희 구주가 계획한 모든 걸 망가트려 주겠다. 사부가 제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복수뿐이라는 걸 명심하거라.”

천극자는 그녀에게 소름 끼치는 경고를 보냈다.

염라대왕조차도 버거워하는 천극자의 말.

그에게 설극은 굉장히 소중한 제자임과 동시에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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