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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509화 (506/705)

외전 2부 8화

“후우우.”

무극자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벌떼같이 달려든 죄인들.

익숙하지 않은 강한 지옥의 화기.

제약이 가해진 내공으로 인해 더욱 빠르게 숨이 가빠왔다.

호흡을 고른 그가 앞을 향해 중얼거렸다.

“지긋지긋하군.”

끝도 없는 적.

구천옥의 죄수들이 죄다 나와 덤벼드는 것 같았다.

적을 얼마나 죽였는지 셀 수가 없었다.

“그래도 머지않았다.”

짐승 소리를 내는 적들을 모두 죽였다.

그러자 이성을 가진 적이 나타났다.

상대의 경지는 생사경.

구천의 주인에게 성큼 다가갔다는 걸 느꼈다.

그 때문에 적을 죽이는 데 속도를 내었다.

생사경의 경지에 있는 죄인들을 모조리 죽이니.

저 앞에 있는 놈들이 나타난 것이다.

“파천혈신… 널 이 지옥에서 보는구나.”

한 남자가 무극자를 향해 한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넌 누구지?”

“정녕 나를 모른단 말이냐!”

“본좌가 알아야 할 정도로 강했나?”

“녹림왕 관응이다!”

“녹림왕?”

무극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본좌의 기억에 없다.”

“뭐, 뭐라!?”

녹림왕 관응이라는 자가 살기를 뿜어냈다.

구천옥에서 살아남은 자의 광기가 섞이니.

파멸적인 기세가 무극자를 조여 왔다.

“감히 네까짓 게… 날 잊었단 말이냐!”

지금까지 상대했던 죄수들이랑은 격이 다른 힘을 보이고 있었다.

‘자연경 초입 꽤 하는군.’

생사경에 오른 놈들만 상대하다가 자연경의 죄인을 만났다.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놈으로 보이나 상관없었다.

자신에게 원한을 가진 놈이 워낙 많아야지.

수많은 놈 중 한 놈일 것이다.

“네놈에게 내 수하들이 도륙당한 게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

“생각이 났나!”

“전혀. 넌 본좌가 죽인 놈 중 한 명일 뿐이다. 본좌의 기억에 없다는 건… 병신이라는 소리지.”

무극자의 말에 녹림왕 관응이 폭발했다.

“널 죽여 버리겠다!”

쾅-

관응이 밟고 있던 대지가 움푹 파였다.

얼마나 강하게 박찼는지 땅이 울렸다.

관응이 무극자를 향해 쇄도하자.

그를 따르는 자들이 있었다.

관응처럼 자연경에 오른 이들은 아니지만 생사경에 있는 죄인들.

이 삭막한 구천옥에서 살아남은 놈들이었다.

“보아하니 네가 여기선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것 같은데 본좌의 앞에선 한낱 하루살이에 불과하다.”

무극자도 관응을 향해 튀어 나갔다.

관응과는 달리 무극자가 박찬 땅은 멀쩡했다.

그저 바람이 맴돌다 사라질 뿐이었다.

무극자의 손에 무형창이 생겼다.

너무도 선명한 강기의 응집체.

그 무형창이 빛을 발하자.

관응을 향해 쇄도하던 무극자의 신형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무극자가 창을 적들을 향해 던지는 자세를 취했다.

“이것이 투경이라는 것이니라.”

그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적을 향해 창을 힘껏 던졌다.

하나의 무형창이 관응을 향해 쏜살같이 떨어지자.

“네놈이 아직도 나 관응을 무시하는구나!”

관응도 무형창을 향해 무형도를 휘둘렀다.

강기와 강기의 대결.

하나 상대는 무극자였다.

그가 일반적인 무형창을 던질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의 무형창이 순식간에 분열하기 시작했다.

“헉!”

그러더니 종래에는 무형의 비가 관응을 향해 쏟아졌다.

콰광쾅쾅-

관응을 아예 짓뭉개 버리려는 듯.

무형창의 비는 멈추지 않았다.

“꽤 버틴다만.”

무극자가 팔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주먹을 꽉 쥐자.

무형창의 비가 하나로 뭉치더니 뇌전이 되어 떨어졌다.

파직-

구천옥의 검은 하늘이 푸른 빛으로 번쩍였다.

그 결과.

“크윽…!”

무형창이 관응의 가슴에 정확히 박혀 있었다.

관응의 수하들로 보이는 이들 또한 죄다 꼬챙이가 됐다.

“본좌의 앞에선 헛수고일 뿐이다.”

무극자가 허공을 밟으며 땅으로 내려왔다.

구천옥의 죄인들이 주춤거렸다.

광기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은 이들도.

온전한 정신을 가진 이들도.

무극자의 무위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 * *

“하, 하하하.”

일 사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파천혈신이 죽인 죄인은 구주의 수족.

저렇게 쉽게 사라질 죄인이 아니었다.

한데 그는 파천혈신의 옷깃도 건들지 못했다.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존재.

파천혈신은 구천옥에서조차 적에게 공포를 주고 있었다.

“봐도 봐도 경이로워.”

과묵하던 이 사자와 삼 사자조차 입을 열게 한 광경이었다.

“구천옥에서는 번호를 부여받은 죄인들 빼고는 전부 제약이 걸릴 텐데….”

“저자는 왜 제약이 안 걸리는 것 같지?”

저승사자 모두가 얼이 빠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파천혈신의 무공을 본다면 처음에는 다 저런 모습이었다.

일 사자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으니까.

“귀급 죄인이 죽었으니 이제 주급 죄인이 나오겠어.”

구천옥 죄인의 등급은 딱 세 가지로 나뉜다.

제일 상위 등급인 주.

오직 아홉 명뿐인 구천옥의 주인이 이에 해당한다.

다음이 바로 관응이 자리한 귀 등급.

구주를 옆에서 보좌하는 이들이었다.

나머진 조 등급.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죄인들을 말했다.

귀급 죄인이 죽은 건 실로 오랜만이다.

구주의 세력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계속했지만.

귀급이 죽은 건 몇 번 없었다.

“일 사자.”

“말해.”

“일 사자는 파천혈신을 어찌 보시오?”

삼 사자의 물음에 일 사자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보고도 몰라? 인계와 신계를 통틀어 저자보다 강한 자는 몇 없다.”

최고의 극찬이었다.

그들은 저승사자.

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들이다.

억겁의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인간을 보았다.

그중에는 왕의 칭호를 가진 이들도 있었고.

제의 칭호를 가진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신이라는 광오한 칭호로 부르는 이들도 보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일 사자의 눈에 차지 않았다.

일 사자의 눈에는 광오한 칭호를 쓰는 인간조차 하찮아 보였다.

그의 위에는 염라대왕뿐이었으니까.

일 사자의 눈에 하찮은 것들이 들어올 리 없었다.

그만큼 눈이 높은 사람이 파천혈신에게는 최고의 찬사를 보낸 게 아닌가.

저승사자들이 놀란 눈으로 파천혈신을 보았다.

“그 정도로 강하다니.”

“으음….”

이 사자마저 신음을 흘렸다.

신계에 오른 자가 강한 건 좋은 게 아니었다.

강한 자일수록 신계의 규칙을 어길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관리자들에게는 골칫덩어리였다.

파천혈신은 그중에서 특특특급으로 분류된 대상.

그 어떤 일을 제쳐서라도 감시해야 하는 인간이었다.

그때였다.

“그래도 전 파천혈신보다 일 사자가 더 강하리라 생각합니다.”

일 사자를 치켜세웠던 선임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 사자는 뜨끔했다.

‘저 자식은 왜 또!’

여기서 부정하면 제1 저승사자로서 위엄이 떨어질 터.

난감했다.

보라.

후임 저승사자들의 눈빛을.

심지어 이 사자와 삼 사자까지 눈을 반짝이는 게 아닌가.

저 기대 가득한 시선에 실망을 안겨 줄 순 없었다.

“싸… 워 봐야 알겠지.”

일 사자가 얼버무리듯 대답했지만.

“전 일 사자가 이길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후임 저승사자들이 존경의 눈빛을 듬뿍 담아 일 사자를 쳐다봤다.

부담스러운 눈빛들.

다른 때였다면 기분이 좋았겠으나.

상대는 파천혈신.

신선계에서 그에게 된통 당한 게 떠올랐다.

지옥계 서열 2위인 자신이 저항 한 번 못한 채 개처럼 처맞았다.

그때를 떠올리니 오한이 들었다.

후임 저승사자의 말이 파천혈신의 귀에 들어가면 절대 안 됐다.

“조용. 잡담하지 말고 임무에 집중하도록.”

애써 근엄함으로 위기를 넘겼다.

“옛!”

후임 저승사자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귀급 죄인이 죽자 다른 귀급 죄인이 나타나 또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놈도 얼마 가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기가 막힌 창법.

파천혈신의 무형창 아래에서 귀급 죄인들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이래도 구주가 나타나지 않자 파천혈신이 누군가를 불렀다.

“거기.”

파천혈신의 목소리는 저승사자들에게 또렷이 들렸다.

일 사자는 그가 누구를 부르는지 정확히 알았지만 모른 척했다.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한다고 했을 텐데.”

파천혈신의 목소리에 일 사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염라대왕이 내 성격을 안 가르쳐 줬나 보군.”

무극자의 신형이 사라짐과 동시에 일 사자가 소리쳤다.

“여, 여기 있소!”

일 사자는 자신의 코앞에 파천혈신이 있자 식겁했다.

미처 반응하지 못한 속도.

계속 싸움을 한 사람이 맞나 싶었다.

‘괴물.’

파천혈신은 일 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왜 그러시오?”

“말이 짧은 것 같군.”

그의 말에 일 사자가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

저승사자들의 눈이 커진 상태.

다들 파천혈신의 움직임에 놀라 있었다.

하나 곧 정신을 차렸다.

“예를 갖추시오!”

‘저, 저 미친놈의 새끼가!’

일 사자를 치켜세웠던 저승사자가 버럭 소리쳤다.

후임 저승사자의 하늘은 염라대왕과 일 사자뿐.

다른 이가 자신의 하늘을 업신여기자 분개한 것이다.

후임 저승사자의 외침에 무극자가 고개만 살짝 움직였다.

그리고 소리친 저승사자를 지그시 보았다.

“크윽.”

타들어 갈 것 같은 강렬한 눈빛에 후임 저승사자가 제 가슴을 붙잡았다.

“아이들이 너처럼 생각이 없군.”

무극자가 모독적인 말을 했다.

그러자 일 사자를 뺀 나머지 저승사자들이 무기를 빼 들었다.

“본좌 앞에서 무기를 빼 들었다는 건 죽고 싶다는 뜻이거늘.”

무극자가 뒷짐을 했다.

일 사자가 파악한 바로는 그가 수틀릴 때면 항상 하는 행동 중 하나였다.

파천혈신은 지금 수틀린 상태.

막아야 했다.

“주경아를 찾으려고 절 부르는 게 아닙니까.”

일 사자의 말에 무극자가 뒷짐을 풀었다.

“안내해라. 그러면 네 수하가 한 잘못은 용서해 주지.”

“안내하겠습니다.”

“일 사자!?”

저승사자들이 재차 입을 벌렸다.

그들의 임무는 안내가 아닌 감시였다.

한데 갑자기 안내라니.

염라대왕에게만 고개를 숙이는 일 사자가 고작 인간에게 져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들로서는 기함할 일이었다.

“모두 입 닫고 따라와라.”

일 사자는 저승사자들의 입을 닫아버렸다.

그들은 모를 것이다.

‘그는 모두를 죽이려 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승사자가 염라대왕의 측근인 걸 알 터인데 손을 쓰려 했다.

그저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핑계로.

설마 구천옥까지 와서 저승사자를 적으로 돌리려 할 줄 누가 알았겠나.

지독한 독불장군이었다.

아니, 천상천하 유아독존.

오직 사대 신계의 왕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말을 그가 사용하고 있었다.

‘아프다고 병가를 냈어야 했어.’

일 사자는 자신의 체면이 땅에 떨어진 것도 뒤로한 채 파천혈신을 구주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 * *

구천옥의 깊은 심처.

저승사자의 안내를 받자 수월하게 도착했다.

“드디어!”

구천옥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보다 발을 타고 올라오는 화기가 엄청났다.

몸을 짓누르는 혼탁한 공기.

마치 파천멸기가 태어난 곳 같았다.

삭막한 곳의 중심에 서서 주변을 보자.

여러 개의 동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 많은 인원의 기가 포착되었다.

최소 생사경 끝자락의 기운들.

자연경 초입의 죄인들이 즐비한 게 느껴졌다.

“안내는 여기까지입니다.”

“주경아가 있는 곳이 저기인가?”

“당신이 직접 알아내야 합니다.”

“알겠다.”

무극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가장 먼저 보였던 동굴을 향해 움직였다.

그가 얼마 걷지 않아 수많은 그림자가 땅에 내려섰다.

하나 같이 날이 서 있는 기세를 보이는 자들.

뒤에 있던 일 사자가 홀로 중얼거렸다.

“구주가 나타났다.”

호리호리한 젊은 남자가 무극자의 앞에 섰다.

“오랜만이야 설극.”

설극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남자.

마치 친우를 대하는 느낌이었다.

“당현.”

무극자의 입에서 처음으로 이름이 불려졌다.

“날 잊지 않았다니 이거 영광인걸.”

영광이라는 말과는 달리 지독한 살의가 느껴졌다.

“네가 구주 중 한 명이냐.”

“그래. 바로 내가 독의 주인이다.”

당현이라는 남자가 호흡을 할 때마다 공기가 요동쳤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독기로 인한 것.

얼마나 강한지 구천옥의 대기가 비명을 질러댔다.

“마침 잘 됐군. 네게 물어볼 것이 있다. 주경아가 이곳에 있다고 들었다. 어디에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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