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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85화 (482/705)

제481화

하늘을 보던 이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너무도 닮았다.

무극자 사부의 젊었을 적 모습과 말이다.

테크트리 창에서 무극창법을 얻었을 때 파노라마의 한 장면에서 보았던 사부의 모습이었다.

다른 건 자신이 보았던 사부는 백발.

저 사람은 흑발을 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이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극자 사부는 이미 죽은 사람.

천 년도 더 전의 사람이었다.

그런 사부가 저기에 서 있는 게 가능할까.

내공이 바닥나서 현기증이 난 것이리라.

아니, 무극자 사부가 보고 싶었던 거다.

그러니 저런 환영을 보는 거겠지.

이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기증이 가시자 다시 고개를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

무극자 사부를 똑 닮은 남자가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누구야….”

이준이 혼란스러워할 때였다.

그를 포함한 모든 각성자에게 경고의 메시지가 떴다.

[경고! 차원의 균열이 열렸습니다.]

[경고! 파천혈신이 지구로 넘어왔습니다.]

[경고! 각성자 등급: ???(측정 불가), 무림 경지: 자연경 이상.]

[각성자는 파천혈신을 죽여 그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십시오!]

“자, 자연경 이상!?”

“말도 안 돼!”

“자연경은 들어 보지 못했다고!”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각성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균열에서 나타난 새로운 적은 무려 자연경 이상.

각성자 등급으로는 아예 측정이 불가했다.

천외천을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하니.

그들보다 더한 괴물이 나타났다.

마치 신이 인간을 실험에 들게 한 것처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강한 적을 내보냈다.

“저런 적을 어떻게 사, 상대하라는 말이야….”

“이길 수 없어….”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각성자들이 전의를 상실했다.

천외천을 상대할 때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이 파천혈신을 보자마자 대항할 의지가 꺾였다.

쉘터에 있는 암상의 각성자에게도 이 메시지가 전해졌다.

각성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쉘터에 있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

“히에에엑!”

“도, 도망쳐야 해.”

“으으으으.”

자신의 창에 뜬 메시지를 보곤 사색이 된 사람들.

일반인들은 저들이 왜 발작을 일으키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왜 그래요?”

“저기요. 이 사람 발작 일으켰어요! 의원 좀 불러 주세요.”

일반인들이 암상의 각성자를 불렀지만.

그들도 석상이 된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겁을 잔뜩 집어먹은 얼굴이었다.

“무슨 일인 거지?”

“각성자들이 이상해요.”

“뭘 보고 저런 표정을 짓는 거야?”

일반인들에게는 메시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은 거다.

만약 그들도 각성자처럼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면 이렇게 태연하지 못했으리라.

“도, 도련님.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암상의 각성자가 한상인에게 물어보았다.

“저도 모르겠어요….”

그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저 정도의 적이면 쉘터는 금방 찾을 겁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게 어떠십니까.”

솔직히 한상인도 그러고 싶었다.

새로 나타난 적은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대로 음지로 들어간다면 목숨은 연명하지 않을까.

마음속으로는 이미 수십 번도 더 도망쳤다.

그러나 은혜를 입고 어떻게 자신들만 도망을 칠 수 있을까.

암상이 음지에서 살아왔다 하더라도 비겁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암상의 최종 결정권은 할아버지인 한금만에게 있다.

자신이 결정할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결정할 일이었다.

“우선 지켜보죠.”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반인 사이에 숨어 있는 각성자를 찾아 따로 격리시키세요. 저들 때문에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겠어요.”

“예.”

한상인은 모니터 화면에 비친 이준의 뒷모습을 보았다.

‘믿습니다.’

믿을 건 오직 파천자뿐.

이번에도 대한민국을 구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파천혈신, 무극자가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이준은 넋을 잃은 채 무극자 앞으로 갔다.

그가 멈추자 무극자가 입을 열었다.

“제자야. 잘 있었느냐.”

“정말… 사부님이세요.”

“그렇느니라.”

이준의 물음에 무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극자는 이준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몸에 상처가 아물지 않는 걸 보니 많이 다쳤구나.”

“전 괜찮아요. 그보다 어떻게 된 거예요? 사부님의 영혼은 소멸됐잖아요.”

“이 사부가 나타나서 많이 혼란스러운 게로구나.”

“당연하잖아요.”

“준아. 사부가 했던 말 기억하느냐.”

“무슨 말이요.”

“언젠가는 사부를 원망할 때가 있을 거라고 했던 말 말이다.”

“그게 왜요?”

“지금이니라. 이 사부는 널 이용을 했단다.”

“이해가 안 돼요.”

“네 랭킹 창을 보지 않겠느냐.”

이준은 불길한 마음을 붙잡고 랭킹 창을 열었다.

[파천혈신 설극 - 1위(NEW)!]

[파천자 이준 - 2위(NEW)!]

“이게 무슨!?”

이준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 커졌다.

2위였던 천주의 자리에 자신이 올랐다.

물음표로 보였던 1위 자리에는 무극자 사부가 떡하니 자리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걸까.

“사부는 네게 거짓말을 했느니라. 무림에 있으면서 죽은 척 상태창을 통해 연락을 취한게지.”

“이렇게 살아 있었으면서 왜 영혼인 채로 제 옆에 있었던 거예요…?”

“준이 너만이 날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니라.”

이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천주 대사형의 마지막 말을 듣고 나서 계속 찜찜했다.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던 불안감이.

하늘에서 균열이 열리자 그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커져 있었다.

균열에서 나온 사부를 보니.

찜찜하고 불안했던 기분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대사형이 마지막에 그런 말을 했군요. 사부를 전부 믿지 말라고….”

“미안하구나.”

“왜 하필… 저예요?”

이준이 서글픈 눈동자로 무극자를 보았다.

사부의 영혼이 소멸하고 나서 얼마나 그가 보고 싶었던가.

사부는 자신에게 부모 대신이기도 했고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사라지니 다시 혼자가 된 느낌이었다.

평생 옆에 있을 것처럼 붙어 있었으면서 자기 모든 걸 전수해 주고 사라진 사람.

그런 사부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너는 힘을 필요로 했고, 나는 날 죽일 사람이 필요했느니라.”

“그러니까 왜 하필 저냐고요!”

이준이 버럭 소리쳤다.

언제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무극자를 대하던 것과는 달리.

진심으로 화를 냈다.

“마신지체와 천살성을 동시에 타고난 아이가 준이 너뿐이었느니라.”

이준의 테크트리 창은 무극자의 능력이 고스란히 계승되기도 했지만.

이준의 고유 능력도 존재했다.

그게 바로 마신지체와 천살성이었다.

무극자는 역천마신지체.

그에게 천살성이 없기에 이준에게 계승되지 않아야 정상이었으나.

이준이 천살성과 마신지체를 타고 났기에 테크트리 창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이준이 무극자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이 사부가 많이 미운 모양이구나….”

무극자는 이준의 눈을 피하지 않은 채 말을 하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디가 많이 불편한 모양.

하지만 이준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표정을 수습했다.

그리고 이준을 안쓰럽게 보았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제자야.”

무극자가 이준을 불렀지만, 이준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 버렸다.

무방비 상태였다.

마치 부모에게 떼를 쓰는 듯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전 사부님과 싸울 생각이 없어요.”

“이 사부와 약조한 게 있지 않느냐. 그 약조를 오늘 받아 가마.”

“싫어요.”

이준은 아예 대자로 누워 버렸다.

그는 자신을 이 자리에까지 오게 해 준 사람.

그런 사람을 어찌 해할 수가 있나.

인간으로서 못 할 짓이었다.

이준이 아이처럼 떼를 쓰자.

“이노오오옴! 당장 일어나지 못 하겠느- 푸우웁!”

호통을 치던 무극자가 피 분수를 뿜어냈다.

그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죽음의 기운.

오직 이준만이 느낄 수 있는 기였다.

“사부님!”

그가 벌떡 일어나서 무극자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오… 지 말거라!”

무극자가 거부했다.

“파천멸기가 폭주하고 있는 거 맞죠?”

“시간이… 없으니 잘 듣거라, 준아… 지금부터 네가 알던 사부는 없을 것이다. 이 사부가 어떤 말을 하든 상관하지 말고 적으로 대하거라… 끄윽!”

“사부님….”

“알겠느냐!”

“…….”

“어서… 대답하거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무엇이… 궁금하느냐…”

무극자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잃었다간 내부의 괴물이 튀어나올 터.

지금도 정신이 오락가락 했지만 제자인 이준의 질문에 극한의 정신력을 발휘했다.

“어디까지가 진심이셨어요?”

이번에는 무극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입에서 한줄기 선혈이 흘러나왔다.

“모든 큽… 것이 진심이었느니라. 답이 되었느냐….”

“그거면 됐어요.”

한계였다.

무극자는 이준을 밀어버리곤 뒤로 물러나 무릎을 꿇었다.

“크읍… 사부 안에 잠든 괴물이 더는 참지 않고 깨어나려 하는구나…. 어서 사부 곁에서 떨어지거라. 어서!”

고통 때문에 가슴을 부여잡고 있던 상황에도 무극자는 제자인 이준을 먼저 생각했다.

이준이 거리를 벌릴 때까지 이성을 붙잡고 있다가 멀리 떨어지자.

“으음.”

이성을 놓아 버렸다.

그 순간.

화아아악-

전례가 없던 강력한 마기가 무극자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눈이 붉게 번들거렸다.

“이게 몇 년 만이란 말인가.”

무극자가 손을 움켰다 쥐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무림맹에서 눈을 뜬 이후 처음이니, 오래도 됐군.”

무극자가 미소를 지으며 앞을 보았다.

* * *

이준은 무극자의 섬뜩한 눈을 마주했다.

언제나 자신을 향해 자애로운 눈빛을 보낸 사부였는데.

지금은 애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사부님이 아니야.’

마치 새로운 인격이 튀어나온 느낌이랄까.

알던 사부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사부는 인자하고 자애롭고 꼬장꼬장한 노인이었던 반면.

눈앞에 보이는 사부는 고압적, 패기가 넘쳤다.

더군다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살기는 어떤가.

대기마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천주 대사형의 살기는 어린애로 보일 지경.

한 걸음만 앞으로 가도 뒷골이 서늘할 정도였다.

[작은 주인. 조심해야 할 거다. 큰 주인이면서도 큰 주인이 아니야.]

‘넌 저 모습을 알아?’

[역천의 부추김에 혼원이 넘어간 상태라 보면 된다.]

‘혼원은 만물을 품는 신공이잖아. 사부님 정도면 역천이란 놈을 제압할 수 있지 않아?’

[당연히 제압했지. 하지만 한 번 폭주했던 힘은 계속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큰 주인이니까 지금껏 저 힘을 억누르고 있었던 거지.]

‘사부님이 죽으려는 것도 저 이유 때문이야?’

[맞아. 더는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흑염마조가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너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지?’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모두가 짜고 치듯 자신을 속였다.

분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사부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제자인 자신에게 죽여달라고 할까.

‘하아아.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하고. 저 폭주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

[큰 주인을 죽이는 방법뿐이다.]

‘내가 거절한다면?’

[지구는 파멸하겠지. 작은 주인이 소중히 여기는 건 모두 큰 주인의 손에 찢겨 나갈 것이다.]

남쪽을 관장하는 사신수의 말이었다.

절대 허투루 들으면 안 됐다.

‘그렇게 두지 않아.’

자신이 힘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과거 무능력했던 자신이 사부로 인해 사람 구실을 하게 됐다.

소중한 이들을 죽지 않게 하려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사부의 손에 소중한 이들을 잃는다면 가슴이 찢어질 것이다.

‘젠장!’

이준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앞을 보는데 무극자 사부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약해졌다.

자신 옆에서 호통을 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농담하며 장난을 쳤던 날들.

사부가 자신을 자랑하며 입을 쉬지 않고 말하던 때가 생각났다.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는데 사부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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