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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82화 (479/705)

제478화

천마전에는 교주가 목욕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 공간을 잘 아는 듯.

괴인은 자기 집인 양 옷을 벗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욕탕은 천산산맥에서 내려오는 온천수로 피부와 피로 회복에 좋았다.

한 발만 들어가도 몸의 피로가 쫙 풀리고 나른해지는 효과.

저절로 신음이 나오는 게 정상인데 괴인은 아무 말도 없이 욕탕에 몸을 담갔다.

마치 항상 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교주님. 지금 신마대와 마존들이 천마전으로 오고 있습니다.]

신마대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전으로 수많은 무인이 들어왔다.

“교주님. 괜찮으십니까?”

“감히 어떤 놈이 신교에, 그것도 천마전에 침입한다는 말입니까.”

“저희가 보필할 터이니 염려 마십시오.”

새로 임명된 마존들이 진운기를 안심시켰다.

그들은 백마존의 후계자들이었다.

신교의 새로운 장로.

진운기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자들이었다.

어느새 대전이 가득 채워졌다.

그들은 천마전 뒤편에 있는 욕탕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대전을 가로질러 권좌에 오르는 계단을 밟자.

“억!”

“윽.”

“이 무, 무슨…!”

마존들의 무릎이 하나같이 굽혀졌다.

무형의 기운이 겁박하듯.

몸을 찍어 눌러왔다.

마기로 대행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차고 넘치는 내공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심연의 어둠을 눈앞에 둔 것처럼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는 게 아닌가.

오히려 이곳에서 도망치라고 손수 알려 주고 있었다.

“허어억!”

계단에 발을 디딘 마존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창백해진 얼굴들.

그들의 뒤에 있는 마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놈이 앞에 있습니다. 어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존들의 물음에도 계단을 밟고 있는 마존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대신.

“푸우웁!”

“쿨럭쿨럭!”

“컥!”

피를 뿜어내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가장 선두에 선 마존들은 그들 중 서열이 가장 높았다.

서열이 높은 건 경지도 높다는 소리.

그런 이들의 입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아니!”

“괘, 괜찮으십니까!?”

마존들이 쓰러진 이들에게 다가가려 했다.

“멈추시오!”

진운기가 마존들을 멈춰 세웠다.

“더는 이 앞으로 나가지 마시오. 무형의 기가 마존들을 압박한 것 같소.”

쓰러진 마존들이 전부 기절해 있었다.

진운기가 수강을 만들어 조심스럽게 손을 뻗자.

파지직-

뇌기가 튀었다.

강한 기에만 반응한 것.

아무것도 모른 채 권좌에 올랐다면 마존들처럼 기절할지 모른다.

심지어 방탄력도 굉장했다.

강기로 손을 보호했지만 피부가 불에 탄 듯 아파 왔다.

고작 손을 뻗었을 뿐인데.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오.”

“어찌 이런 일이….”

“하필 태상 교주께서 사라지셨을 때에….”

한 마존의 말에 신마대주가 진운기에게 전음을 보냈다.

[교주님.]

[말하라.]

[혹, 진마가 돌아온 게 아닐까요? 너무도 자연스럽게 천마전에 들지 않았습니까.]

[진마들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지 이백 년이 넘었다. 그럴 리 없어.]

진마는 천마신교의 뿌리 혈통이었다.

천마신교가 세워졌을 때부터 함께 했던 이들이 바로 진마.

외부의 핏줄과는 전혀 섞이지 않은.

먼 옛날부터 천마신교와 함께한 순혈을 진마라 불렀다.

그들은 파천혈신이 천마신교에 들었을 때 짐을 싸서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들었다.

2세기가 넘는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이들인데 갑자기 모습을 드러낼 리가.

[진마가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신마대주의 말에 고민에 빠진 진운기였다.

천마신교는 원래 진마가 주인.

신교의 교주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성화를 피우는 것이다.

성화는 오직 진마의 혈통을 타고난 마인만이 피울 수 있었다.

그런데 진운기는 성화를 피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진운기가 천마신교에 입성하고 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가 파천혈신의 대제자라서 가능했던 것이다.

파천혈신이 대제자인 아버지에게 신교를 물려 줘서 자신이 뒤를 이를 수 있었던 거다.

‘설마…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자가 저 사람이란 말인가?’

균열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낼 거라 말씀했다.

멀리서 지켜만 볼 뿐.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후 그가 균열 안으로 사라지면 그때 균열을 다시는 열지 못하게 봉인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저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저 목소리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아버지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이야기했을까.

무형의 기만으로 마존들을 기절시킬 정도의 고수라면 확실했다.

사각.

사각.

모두의 귀에 머리카락이 잘리는 소리가 들렸다.

쥐 죽듯 조용한 대전 안.

그들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소리에 집중했다.

잠시 후, 천마전 뒤편에서 괴인이 나왔다.

산발했던 머리는 어디 가고 괴인은 어깨까지 내려온 단정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헉!”

“이립(30살)도 안 된…!”

대전에 모여 있던 이들은 침입자의 얼굴을 보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들을 경악하게 만든 고수가 고작 이립도 넘지 않아 보였으니까.

저벅.

침입자가 걸음을 옮겼다.

경악하던 그들은 어느새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가 걷기만 하는 데도 몸에 난 털이 곤두섰다.

뒷목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지는 소름.

그와 눈이 마주친다 싶으면 자동으로 눈이 아래로 내려갔다.

태상 교주인 천살신을 보는 듯.

몸이 절로 떨려왔다.

그가 권좌의 계단에서 내려오자 좌우로 길이 열렸다.

그때.

괴인이 진운기의 앞에 섰다.

“운기야.”

괴인이 진운기의 이름을 불렀다.

진운기는 좀처럼 대답하지 못했다.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아버지인 천살신에게도 이런 느낌은 받지 않았다.

제아무리 위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해도 기가 죽지 않았던 진운기였는데.

이 괴인의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네 아비와의 약조는 지켰느니라.”

그 말을 남기곤 괴인이 천마전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경공을 펼쳤으면 바람이라도 불 법하거늘.

옷깃도 흔들리지 않았다.

“허억!”

“시, 십년감수 했소이다.”

“누구기에 이런… 압박감을 보일 수 있단 말이오!?”

모두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들의 몸을 훑고 지나간 기운은 천살신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위압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침입자가 누군지를 말이다.

단 한 사람.

교주인 진운기만이 침입자의 정체를 알아챘다.

[운기야.]

어렸을 적 몇 번 들어 봤던 그의 음성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공포가 물밀듯 밀려왔다.

‘그, 그분이다. 반로환동해서 못 알아봤지만… 파, 파천혈신이 분명해!’

아버지에 의해 죽었던 혈신이 젊어져서 돌아온 것이다.

* * *

진무열이 홀가분하게 죽자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왜 저런 미소를 짓고 사라지는 거야.”

듣고 싶던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

전부 이상한 말들뿐.

죽은 사부를 믿지 말라니.

대체 왜 저런 말을 했을까.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는 건가?”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파 왔다.

상념에 잠겼던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에는 흑염마조가 있었다.

“조는 아는 거 없어?”

[모른다.]

“찜찜한 기분이 안 가셔. 나 촉 굉장히 좋은 거 알지?”

모를 리가 있나.

옆에 있던 흑염마조도 이준의 살기 감지 하나는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다.

마신지체로 인한 육감이 상식 이상으로 뛰어났기 때문.

거기다가 본능적으로 위기 감지 능력이 탁월했다.

[작은 주인, 생각은 나중에 해라.]

흑염마조가 재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이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직 진실을 말해 줄 순 없었다.

본인이 직접 겪어야 할 일이기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난 정말 심각해.”

[천주가 백마존을 폭주시켰다. 작은 주인이 뭉그적거릴수록 피해가 심할 거야.]

“아.”

이준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가 중천에 떠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는 게 아닌가.

“심각하긴 하네.”

백마존과 천외천 무인의 마기.

일반 마기도 아닌 파천멸기였다.

거기다가 마인들의 자폭 무공이자 폭주 무공인 폭멸공까지 시전한 상황.

뭉그적거린다면 흑염마조 말대로 피해가 커질 거다.

“찜찜한 건 뒤로 하고 전쟁을 마무리 짓는 게 우선이겠지.”

이준이 경공을 펼쳤다.

속도를 내자 마인의 폭주한 기운들이 기감에 잡혔다.

“저기부터.”

파멸겁을 꺼내 앞으로 던졌다.

쌔액-

창이 허공을 갈랐다.

폭주한 몬스터의 몸을 꿰뚫은 순간.

쾅!

폭음과 함께 주위 몬스터가 터져나갔다.

파멸겁에 의해 죽은 몬스터들.

몸과 분리된 팔과 다리가 여기저기서 나뒹굴고 있었다.

“몬스터까지 폭주했네.”

파천멸기의 강력함에 몬스터들이 물든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균열의 틈이 벌어졌다.

아직 열리지 않았던 게이트까지 개방되고 있었다.

전보다 머릿수가 많아진 듯 보였다.

“조야. 네 부하 좀 빌려줘라.”

[저번에도 빌려주지 않았던가.]

“지금이 더 위험하잖아.”

[흠….]

“신수가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지 않으면 직무유기 아니야?”

[사신수는 방관자이다.]

“넌 아니잖아. 인간의 편에 섰다고 사부가 말하던데.”

[큼. 내가 인간 친화적인 신수긴 하지. 큰 주인이 본좌를 정확하게도 파악했군.]

“도와줄 거지?”

[알겠다. 절대 본좌를 칭찬해서 도와준다 착각하지 마라.]

“그럼 그럼.”

이준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흑염마조를 몇 마디로 낚았다.

녀석의 부하들이 전장에 참가한다면 천외천이 폭주했다고 해도, 이긴 것과 다름없었다.

사신수 중 한 마디가 전투에 참여할 건데 패배할 리가.

천주라도 건재했다면 모를 일.

하지만 천주는 죽었으니.

아군이 반격할 차례였다.

흑염마조가 날개를 활짝 펴서 검은 구름으로 올라갔다.

화르륵-

검은 하늘에서 불이 뿜어졌다.

성화가 타올랐다.

검고 노란 구름을 뚫고 흑염마조가 모습을 보였다.

“멋 내긴.”

흑염마조가 거대화한 모습으로 서울 상공에 등장했다.

녀석이 불의 날개를 펄럭이더니.

[나의 종들이여. 저 짙고 사악한 마물들을 멸하거라.]

흑염마조의 눈이 번쩍였다.

지상 곳곳에서 불의 소용돌이가 쳤다.

[흑염마조가 검은 불꽃의 신봉자들을 소환했습니다.]

[흑염마조의 숨겨진 패시브 ‘징벌’이 발동했습니다.]

[흑염마조에게 복종한 몬스터의 화염 공격력이 200% 상승합니다.]

[흑염마조에게 복종한 몬스터의 화염 저항력이 400% 상승합니다.]

[화륜의 신전 소속 몬스터가 흑염의 무구 세트를 입었습니다.]

[흑염마조가 곁에 있는 한 흑염의 무구 세트가 계속 유지됩니다.]

그곳을 뚫고 나온 몬스터들은 다양했다.

먼저 크록과 플레임 오크.

쌍뿔 부족과 외눈박이 오우거.

그리고 활 지네였다.

녀석들은 테구르가 만든 흑염의 무구 세트를 전부 착용하고 있었다.

소환된 불의 신봉자들이 역겨운 마기를 보자 몬스터를 향해 우수수 쏟아졌다.

제일 먼저 앞장선 몬스터는 테이커크.

크록 종족의 레드급 보스 몬스터로.

지금은 불의 신봉자가 되어 블랙급 보스 몬스터가 되어 있었다.

테이커크는 샥쿠와 라이벌 관계였다.

그는 창을 무기로 했으며 수중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싸우는 것도 샥쿠와 판박이.

마주친 적은 모두 불로 태워 버릴 기세로 광역 화염을 뿜어냈다.

다른 게 있다면 속성.

테이커크는 불 속성을 지녔고 샥쿠는 얼음 속성을 지녔다는 거다.

녀석이 날뛰자 다른 신봉자들 또한 이에 질세라 무기를 휘둘렀다.

외눈박이 오우거는 적 몬스터의 다릴 잡아 몽둥이로 사용했으며.

쌍뿔 부족은 적이 보인다 싶으면 그대로 돌진해 죽였다.

활 지네는 어떤가.

땅굴을 파 그 속에서 불을 뿜으며 적을 공략했다.

마지막으로 플레임 오크.

성화의 전사들은 활시위를 당겨 적에게 쏘아 댔다.

한 마리당 시위에 다섯 발씩 걸어 쏘아 대니.

하늘에서 불비가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 주변.

흑염마조의 몬스터들이 전장에 참여하니 전장에 활기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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