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73화 (471/705)

제469화

철혈검가의 각성자들이 전륜마멸진을 펼치니 그 위력은 상당했다.

박혁진과 박정연을 필두로 몬스터를 쓸어 갔다.

검제와 제왕단이 뒤를 봐주었고, 로티틸과 페어리가 보조를 맞췄다.

“키엑!”

“꾸악!”

수백 가닥의 검기가 몬스터를 동강 냈다.

팔과 다리, 목 가릴 것 없이.

어느 한 군데씩은 잘려 나갔다.

거기다가.

“뇌강.”

박혁진의 검이 일자로 그어졌다.

검은 하늘이 번쩍이더니 뇌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콰앙!

그와 가까운 거리에 있던 몬스터들은 뇌기에 의해 죽어 버렸다.

뇌력은 멀리 떨어져 있는 몬스터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목숨은 잃지 않아도 경직 상태가 돼 버렸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몬스터들.

녀석들은 죽는 시간만 다를 뿐이었다.

“절사.”

박혁진은 곧바로 다음 초식을 펼쳤다.

전뢰검법 1식 절사.

검이 앞으로 뻗어지는 순간.

빛이 일직선으로 반짝이더니 이내 사라졌다.

그가 검을 거두자 빛에 노출됐던 몬스터들의 몸이 일제히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또다시 검을 움직였다.

잡고 있던 검병을 놓자.

천월이 허공에 떴다.

허공에 둥실 뜬 검이 박혁진의 주위를 맴돌았다.

“은사격!”

박혁진이 무공 스킬 명을 외치니.

천월의 검신이 몬스터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분열을 했다.

수십 개로 나뉜 천월.

종래에는 족히 천 개가 넘는 검이 일제히 몬스터에게 쏟아졌다.

쾅!

콰과과광!

하나의 검이 떨어질 때마다 폭음과 함께 주위가 초토화됐다.

폭발의 여파에 휩쓸린 몬스터도 무사하지 못했다.

잠깐 동작이 느려진 사이 다음 검이 떨어졌으니까.

먼지구름이 피어났다.

검은 하늘을 감싸는 구름.

그럼에도 폭격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

몬스터와 싸우던 제왕단도 철혈검가의 각성자를 뒤로 물려야만 했다.

폭격의 여파에 휩쓸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으니까.

“어느새 도련님이 주군을 뛰어넘었습니다.”

제왕단의 단주가 떨리는 눈동자를 하며 입을 열었다.

검제가 흐뭇한 표정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나도 혁진이가 전력으로 무공을 펼치는 건 처음 보네. 전뢰검법이라고 하더군. 천뢰기보다 더 강하지 않나.”

“송구하오나 비교하기 부끄럽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네. 천뢰기를 저 무공에 가져다 대는 건 염치없지.”

“저런 게 한국 고유의 무공이라니….”

“참 대단해.”

“다른 아이들도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철혈검가의 각성자들은 넋을 놓고 있었다.

철혈검가의 후계자가.

홀로 적을 도륙내고 있었다.

그것도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이며 말이다.

소름이 돋은 표정들.

그들의 떨림이 제왕단과 검제에게 느껴졌다.

“놀라긴 일러. 한 아이는 아직 시작도 안 했네.”

검제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박혁진이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다면 박정연은 천외천을 상대로 홀로 싸우고 있었다.

박혁진이 요란한 뇌성을 뿌리며 몬스터를 휩쓸었다면.

박정연은 소리 없이 조용히 천외천의 목을 따고 있었다.

서걱-

무인의 몸이 반으로 잘렸다.

박정연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곤 뇌운보를 펼쳤다.

그녀는 어느새 천외천의 뒤를 점하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돌렸을 때는.

푸확-

무인들의 몸에서 피 분수가 뿜어졌다.

한 번의 움직임으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박혁진처럼 요란하게 초식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뇌운보만을 이용했다.

“마, 막아!”

천외천의 무인이 동요했다.

그들이 누군가.

신마회 소속 무인이었다.

화경의 경지에 있는 무인.

무림에서도 한 지역의 패자로 군림하는 게 가능한 이들이었다.

그런데 고작 어린 여자에게 검으로 썰리고 있으니.

황당할 만도 했다.

문제는 박정연이 익힌 무공을 모르고 있다는 거지만.

“합공하면 충분히 우리가… 억!”

명령을 내리던 무인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세상이 도는 느낌.

그 무인이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었다.

“강… 해.”

“저게 SS급 각성자….”

“너무 강하잖아!”

철혈검가 각성자들의 눈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아군, 그것도 검제의 손녀가 전율스러운 힘으로 천외천의 무인을 학살하고 있으니.

그럴 만했다.

제왕단의 단주가 박정연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기에 본신의 무공을 사용한다면… 간담이 서늘해지겠군요.”

“자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나 보이.”

박정연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던 검제의 뒷목이 뻣뻣해졌다.

등은 땀으로 축축하기까지.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 긴장이 됐다.

저게 바로 SS급 완숙에 든 자의 힘이었다.

지금은 페어리의 버프를 받고 있으니 SS급 끝자락.

같은 SS급에 있는 검제조차 긴장하게 하는 경지였다.

* * *

박정연과 박혁진의 싸움을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일마존. 저 무공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소.”

“잘 떠오르지 않네.”

“어디서 봤는데.”

이마존이 이마를 찌푸리며 뇌기가 치는 전장을 봤다.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기억이었다.

“이 엿 같은 느낌은 분명 안 좋았던 기억이오.”

“나도 그렇소이다. 뭔가 묘하게 거슬리오.”

삼마존도 이마존의 말에 동의했다.

뇌 속성을 가진 무공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남궁세가의 천뢰제왕신공을 제외하면 딱 떠오르는 게 없을 정도.

그만큼 뇌 속성을 지닌 무공은 희귀했다.

저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면 단박에 떠오를 터.

그런데 찜찜하기만 할 뿐.

무공 명이 단번에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하나 있긴 하지만 그 무공이 전승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아예 제외를 시켰다.

그러던 중 박혁진이 은사격을 펼치는 걸 본 이마존이 뾰족한 비명을 질렀다.

“미친!”

“왜 그러오?”

“저 무공이 뭔지 모르오?”

“무슨 무공인데 사색까지 하시오?”

“저, 전뢰검법! 뇌전검왕의 미친 검법이오!”

“그 오랑캐의 무공 말이오!?”

삼마존도 눈동자가 커졌다.

전뢰검법이란 단어를 들으니 그 또한 뇌전검왕이 생각난 것이다.

“그, 그렇소.”

“저 무공이 어딜 봐서 전뢰검법이라는 말이오? 저런 무공은 한 번도 보지 못했소. 안 그렇습니까, 일마존?”

“다른 무공은 몰라도 저 어검술은 뇌전검왕의 무공과 비슷하네.”

이마존의 몸이 떨려 왔다.

쎄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다 저 각성자가 쓰는 무공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뇌전검왕.

변방 오랑캐라고 무시했다가 그에게 팔이 잘릴 뻔한 적이 있던 이마존이었다.

뇌리에 박혀 있던 뇌전검왕의 이명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악몽이었으니까.

무엇보다 그가 자신들을 상대할 때 선보였던 무공은 어검술뿐이었다.

바로 저 각성자가 선보였던 어검술 말이다.

그러니 그전에는 기분만 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마존의 말이 맞네. 나도 저 무공을 보고 나서야 알았네.”

“뇌전검왕의 무공이라니! 다들 너무 예민한 것 아니오. 그는 천주의 손에 죽었소이다.”

“죽었어도 무공이 전승되는 건 흔한 일이오.”

“후계자도 남기지 않았는데 어찌!”

“이 세계의 각성자 시스템이라면 가능한 일이네.”

“아!”

“젠장!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니 벌써부터 어깨가 욱신거리는군.”

이마존이 손으로 어깨를 주물렀다.

그는 중원 무림의 무공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천축과 북해의 무공도 중원 무림의 무공보다는 한 수 낮다고 여겼다.

변방 작은 나라의 무공은 어떻겠나.

안 봐도 뻔했다.

중원 무림의 무공을 한 수도 받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파괴적이었다.

그것도 중원 무림의 무공을 가뿐히 뛰어넘을 만큼 강력했다.

뇌전검왕에게 팔을 잃을 뻔했던 것도 오랑캐의 무공이라 얕보았기 때문.

훗날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무림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파천혈신의 무공이 그 작은 변방의 나라에서 왔다는 걸.

그때 얼마나 기겁했던가.

목숨을 잃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이마존이 뇌전검왕을 말하니 다른 이도 떠올랐다네.”

일마존의 말에 삼마존이 물었다.

“누구 말이오?”

“뇌후.”

“그 미친년 말이오?”

“그년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소.”

이마존이 진저리쳤다.

뇌전검왕도 강했지만 그가 죽고 나타난 여자는 더욱더 막강했다.

이때 천주도 목숨을 잃을 뻔하지 않았던가.

뇌후는 천주가 만나 본 무인 중 가장 강한 적이었다.

천주도 그녀를 인정했다.

만약 일대일로 싸웠다면 진 사람은 천주 자신일 것이라고.

그녀로 인해 백마존 중 절반이 죽었다.

그녀가 무림으로 나왔다면 천하제일인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물론 파천혈신은 논외.

그를 제외하면 천주를 가장 궁지에 몬 사람은 뇌후였으니까.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떠올리게 될 거네. 저 여자아이를 보시게.”

일마존의 말에 이마존과 삼마존이 동시에 박정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요란하게 싸우는 것도 아닌데 뭔가 섬뜩했다.

검에 뇌기가 어려 있지만 초식다운 걸 펼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보고 있으니 뇌후가 떠올랐다.

“헉!”

“어, 어찌 이런 일이!”

미치도록 아름다웠던 여자.

무림의 봉황과 꽃들도 한낱 흔해 빠진 잡초로 만드는 외모를 가졌으며.

그 옛날.

무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마중화와 쌍벽을 이루었던 뇌후의 모습이 저 여자아이에게 보였다.

“저 아이도 뇌후처럼 싸우면서 성장하고 있네. 아무래도 우리가 나설 때인 것 같으이.”

여자아이에게 신마회의 무인이 우후죽순 쓰러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피해가 컸다.

누가 알았겠나.

대군의 병력을 이렇게 막아낼지.

그 어떤 전략가도 이런 변수는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모두 정신 바짝 차리게나. 까딱하다간 우리가 당할지 모르네.”

“알겠소.”

“예전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오.”

세 마존이 땅을 박차며 박정연을 향해 다가갔다.

* * *

‘누가 다가오고 있어.’

뇌신공이 박정연에게 경고를 보냈다.

그녀의 기감에 잡힌 세 개의 거대한 기운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내공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단전에 내공이 많지 않았다면 위험할 뻔했다.

다가오는 세 개의 기운에는 적의가 가득 담겨 있었으니까.

검이 사선으로 그어지며 천외천을 두 조각 냈을 때였다.

그녀의 앞에 세 명의 인물이 내려앉았다.

노인과 30대로 보이는 여자 그리고 중년 남자였다.

‘저 노인은 심상치 않아.’

박정연이 뇌신공을 끌어 올렸다.

언제든 공격이나 반격이 가능한 자세를 취했다.

그녀는 세 사람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일마존이 입을 열었다.

“아이야. 이 노부가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해 주겠느냐.”

“적에게 대답해 줄 말 따위는 없어요.”

박정연이 거절했지만 일마존은 개의치 않아 했다.

“네가 익힌 무공 말이다. 혈족 계승을 받았느냐.”

일마존은 이 세계로 넘어오고 나서 많은 공부를 했다.

그중 혈족 계승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았다.

‘태어났을 때 무공의 선택을 받는다.’

무림인들은 능력이나 재능에 따라 무공을 익히고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지만.

이 세계는 태어날 때부터 선택을 받았다.

좋은 핏줄을 이었으면 신공을 부여받고 아닌 사람에게는 쓰레기 같은 무공이 주어졌다.

예외도 있겠지만 좋은 핏줄은 신공을 얻는 확률이 높았다.

만약 여자아이가 혈족 계승을 받았다면?

‘뇌후의 자손이겠지.’

“제가 왜 말해 줘야 되죠?”

“너와 저 남자아이만 무공이 다른 걸 보니, 내 생각이 맞는 것 같구나.”

일마존은 박정연과 박혁진을 뇌후의 자손이라 믿었다.

아비된 자가 남궁세가의 무공을 이었다 하더라도 아비가 남궁세가의 핏줄인 건 아니다.

중원의 무공이 오랑캐 땅에 뿌리를 내린 건 각성자 시스템에 의한 것.

각성자 시스템은 두 개의 선택지를 줬다.

하나는 그란투스 대륙의 오러나 마법을.

다른 하나는 중원 대륙의 무공을 선택하라고 했다.

그 속에서 뇌전검왕의 피가 희미하게 이어지다가 저 두 아이에게 나타난 것이다.

이게 일마존이 내린 결론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었으니까.

“뇌후의 자손이라 과거의 치욕을 되갚아 줄 수 있겠어. 이마존과 삼마존은 어찌 생각하시는가.”

“좋은 생각이오.”

“그년의 자손만 끊을 수 있다면 난 만족합니다.”

일마존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파천멸기를 끌어 올렸다.

이마존과 삼마존도 마기를 뿜어냈다.

세 사람의 마기는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진 공간.

하나 박정연은 뇌신공으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에 일마존이 혀를 찼다.

“쯧쯧. 역시 위험해.”

뇌후의 무공은 절세의 신공.

절대 살려 두면 안 되는 아이였다.

신마회에게 큰 위협이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누나!”

몬스터를 뚫고 나온 박혁진이 박정연의 옆에 섰다.

그도 세 사람에게서 위험한 기운을 느끼자 달려온 것이다.

합류한 박혁진에게 그녀가 전음을 보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