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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72화 (470/705)

제468화

안개가 깔린 서울 전역.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곳곳에서 났다.

그 사이로 섞여 들리는 비명과 신음.

“커헉!”

“억!”

“크윽.”

그와 함께 하얗던 안개는 점점 붉게 변해갔다.

오대가문과 마벽 중 피해가 제일 극심한 곳은 신기지가였다.

“현무진을 유지해!”

“현무진만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합니… 컥!”

핏빛 안개를 뚫고 날아온 장력에 의해 신기지가의 각성자가 뒤로 나가 떨어졌다.

현무진을 이루고 있던 인원 중 한 명이 이탈하니.

진법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었다.

“크크. 네깟 놈들이 저항해 봤자지.”

천외천의 무인이 쓰러진 각성자의 목을 검으로 꿰뚫어 버리곤 비웃음을 흘렸다.

그 광기가 몬스터에게도 물들었다.

몬스터는 오로지 살육만을 갈구했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두 눈.

몸에 인간의 피를 묻히며 괴성을 질렀다.

“대주! 전륜마멸진으로 전환해야합니다!”

“지원 부대가 도착하지 않았다. 이 인원으로는 부족해!”

“이대로 있다간 전멸입니다!”

신기지가 각성자들이 천외천과 몬스터에게 대항하고 있으나.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실력도 실력인데 물량으로 밀고 오니.

방어진을 펼치고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방어선을 지키고 있던 부대장이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후퇴해야하는 건가.’

1차 방어선을 30분도 지키지 못했다.

이대로 뚫렸다간 2차 방어선도 1시간 내로 뚫릴 터.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모두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몰랐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이곳을 사수할지 아니면 뒤로 물러나 정비하고 다시 싸워야할지 갈피를 못 잡겠어.’

부대장도 이런 대규모의 싸움은 처음이었다.

어떤 명령을 내리는 게 옳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대주! 어서 명령을!”

“컥!”

“푸웁!”

시간이 지날수록 신기지가 각성자의 목숨은 하나, 둘씩 사라져만 갔다.

“모두 퇴…!”

그때였다.

쾅!

그들의 앞에 거대한 창이 날아와 몬스터의 몸에 박혔다.

창날에 목숨을 잃은 몬스터는 얼음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쩌저저적-

죽은 몬스터 주변으로 얼음이 내려앉았다.

“주인님만 봐서 그런지 너희가 약하다는 걸 잠시 깜빡했군.”

창의 주인은 샥쿠였다.

전쟁 전, 계승의 꽃을 먹은 샥쿠의 외관은 많이 변해 있었다.

원래도 인간의 몸에 얼굴은 상어였다.

지금은 어떤가.

등과 양팔, 다리에 달린 지느러미만 빼면 완전 인간이었다.

샥쿠가 창을 뽑으며 천외천의 무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주인님의 적은 샤크로아의 적. 적을 제거한다.”

샥쿠의 창이 허공을 갈랐다.

하늘색 반월참이 천외천의 무인을 향해 날아갔다.

“호신강기를 펼쳐!”

천외천의 중심으로 거대한 막이 생성됐다.

반월참이 막을 찢을 듯 맹렬하게 부딪혔다.

“맙소사!”

“저, 마력참을 가볍게 막았어.”

“너무… 강하잖아!”

신기지가 각성자들의 눈이 커졌다.

샥쿠의 마력참은 엄청난 양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공격을 호신강기로 가뿐히 막은 게 아닌가.

천외천을 직접 겪어보니 소문보다 더한 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물 따위가 감히!”

“우리에게 대항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뭣들 하느냐! 저 버러지를 모두 죽여…!?”

천외천의 무인들이 명령하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몸이 얼어붙고 있다! 내공을 돌려서 한기를 막아!”

쩌저저적-

그들의 발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한기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내공으로 얼추 한기를 몰아냈다고 한심한 순간!

한기가 그들의 몸을 순식간에 얼려버렸다.

“이럴 순!”

“안… 돼애애애!”

천외천의 무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도 얼음덩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샥쿠가 사용한 건 절대영도.

녀석은 애초부터 적의 호신강기를 찢을 목적으로 반월참을 사용한 게 아니었다.

절대영도로 모두를 얼려버릴 심산.

반월참은 속임수에 불과했다.

샥쿠가 있는 공간은 순식간에 겨울로 바뀌었다.

얼음 도시 위에 서 있는 샥쿠가 샤크로아들을 향해 명령했다.

“사냥을 시작한다.”

샥쿠를 필두로 샤크로아들이 앞으로 내달렸다.

그들이 지나면서 얼어버린 천외천과 몬스터들을 파괴했다.

샤크로아의 창이 하얀빛을 뿜을 때마다 몬스터들이 괴성을 질렀다.

“꾸엑!”

“캬악!”

샤크로아의 얼음마력참에 의해 몸이 얼어붙은 몬스터들.

쉴드로 막으면 다른 샤크로아의 창에 심장을 꿰뚫어 버렸다.

거기다가 천중호수는 아니더라도 얼음 도시에 물이 생겨났다.

샥쿠가 도시를 침수시켜버렸다.

도시에 생성된 물의 필드.

샤크로아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니.

전세가 급격하게 역전이 되어 버렸다.

뒤에서 보고 있던 신기지가의 각성자들은 입을 떡 벌렸다.

“원하는 공간에… 필드를 만들었어…”

“샤, 샤크로아들이 저렇게 강한 몬스터였던가?”

“천외천을 단 한방에…”

“저희가 알던 샤크로아들이 아닙니다.”

“보스 몬스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것 같습니다.”

“그러겠지. 그러니까 저런 광경을 연출한 게 아닌가.”

“이,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같이 적을 죽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모두 정신 차리고 적을 섬멸하라!”

샥쿠의 강함에 넋을 잃고 있던 신기지가의 각성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반격을 시작했다.

* * *

놀람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스케먼의 공격력이 무슨!?”

만독암가의 각성자들은 입을 떡 벌리며 그저 구경만을 했다.

괴개도 보고만 있었다.

적을 향해 날아가는 건 스케먼의 마력탄환.

“쏴라! 우리 스케먼의 무서움을 보여줘!”

테구르가 마력총을 마구잡이로 쏘아대고 있었다.

공중에 뿌려진 마력탄들이 적에게 떨어지기 직전.

콰과과광!

허공에서 폭발했다.

순식간에 주변이 불바다가 됐다.

건물이 무너지든 말든.

테구르는 적을 죽이는데 열중했다.

철컥.

테구르의 마력총에서 나온 탄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초록색 구슬을 마력총에 장착시켰다.

“킥킥. 우리 주인님을 공격한 대가를 톡톡하게 치러줄 테다. 전원 탄환을 독냉탄으로 교체한다 실시!”

“찍찍!”

독냉탄은 독탄의 상위 버전.

천중호수에 살던 나고쉬의 독액을 바탕으로 만든 독탄이다.

나고쉬의 독액은 독성만 있는 게 아니라 냉기의 성질도 지녔다.

테구르는 이 나고쉬의 독액을 연구한 끝에 엄청난 무기로 만들었다.

“크크. 수야.”

“네!”

“이 형님의 강함을 보여주마. 마음껏 존경해라.”

테구르가 마력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팡!

테구르가 독냉탄을 발사하자 스케먼들도 일제히 쏘아댔다.

하늘을 수놓은 초록색 액체들.

이 또한 바닥에 닫기 전에 터졌다.

하얀 안개 대신 독 안개가 생성됐다.

“독연이다! 호흡을 멈춰!”

천외천이 내공으로 독기에 저항했다.

그 모습을 본 테구르가 주둥이에 난 수염을 만지며 비웃었다.

“낄낄낄. 병신들이 도망치지 않고 저항할 생각을 하네. 날 아주 핫바지로 봤어.”

“형님. 저들이 방어하는 이때를 틈타 공격을 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르는 소리! 저 독연 안으로 들어가면 고슴도치가 될 거야. 잠자코 이 형님의 위대함을 지켜봐라.”

잠시 후.

테구르 말대로 천외천 진형에 지옥이 펼쳐졌다.

“푸우웁!”

피를 토하는 사람이 발생했다.

호흡을 멈춘다 해도 독연은 저들의 피부로 스며들었다.

독기가 저들의 내부를 엉망으로 만든 것.

내공으로 독기를 몰아낸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숨은 쉬어야 했다.

그 잠깐의 호흡이 저들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조장의 몸이 컥!”

“악!”

쓰러진 남자의 몸에서 얼음의 가시가 불쑥 튀어나왔다.

주변에 있던 동료가 그 가시에 찔렸다.

그러자 가시에 찔린 사람의 몸에서도 똑같은 얼음의 가시가 사방으로 나왔다.

“낄낄낄. 보았느냐 허수야. 이 형님의 무력을?”

“아…”

“대, 대단해.”

“저런 공격이 있다니.”

허수는 물론 정예나와 정예은까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강하던 천외천이.

레드급 이상의 몬스터가.

저항도 못 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큰 고통을 토해내며 말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천외천이 공격도 하지 못하고 당하고 있을 걸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심지어 선공을 취한 몬스터가 스케먼이라 더욱 경악했다.

“캬캬캬캬. 이 테구르님의 강함에 매료가 됐나보구나.”

이준이 없으니 여기선 테구르가 왕이었다.

녀석은 수하만 족히 삼천은 넘었다.

스케먼은 오크와 같이 종족 번식이 쉬운 몬스터.

오백 마리도 안 됐던 숫자가 어느새 삼천 마리로 증가했으니.

테구르의 위세가 커진 건 당연했다.

“파천자가 스케먼을 왜 우리에게 지원해줬는지 알겠어.”

괴개가 앞을 멍하니 보며 중얼거렸다.

눈앞에 벌어진 장면이 바로 독의 위력.

강력한 독은 폭탄과 같은 무기보다 훨씬 위험했다.

저길 봐라.

비명과 절규로 얼룩진 공간을.

그토록 강하던 적들이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가엽기까지 했다.

“내가 앞으로 연구해야할 부분이야.”

괴개는 테구르를 보며 자신이 한참은 부족하다고 여겼다.

그 부족한 부분을 이 장면을 통해 보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준이 스케먼 종족을 붙여준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시너지도 있겠지만 만독암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 것.

이준은 전쟁을 하면서도 만독암가를 생각해주었다.

‘예나와 예은이의 수라만독신결이라면 저것보다 더한 위력을 낼 수 있을 거다.’

만류귀원신공이 아닌, 수라만독신결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괴개가 깨달음을 얻는 사이.

테구르와 스케먼들은 전장을 넓혔다.

“모두 대포 모드로 전환!”

“찍찍!

테구르가 마력총을 조작하자 거대한 포로 변했다.

스케먼들도 각자의 총을 모았다.

총들이 합쳐지면서 마력포가 됐다.

10인 1조가 되어 자리 잡은 녀석들.

테구르는 마력포에 앉아 하늘을 향해 겨냥했다.

“다 쓸어버려!”

쾅!

마력총과는 달리 거대한 괴음을 일으키며 쏘아지는 탄환이었다.

* * *

“테구르 님이 벌써부터 비장의 무기를 꺼냈나 봐요.”

푸확-

로티틸의 손톱이 몬스터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귀엽게 생긴 모습과는 달리.

페어리의 공격은 무자비하고 잔혹했다.

왜 블루급 몬스터 중에 최상위의 공격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지금은 블랙급.

철혈검가의 각성자와 같이 싸우니.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뿐인가.

페어리의 장점은 공격력만이 아니었다.

페어리가 가장 좋은 점은 바로 회복력.

치료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싸움꾼에 자가 회복까지 갖췄으니 그 어떤 몬스터보다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누구 하나 쓰러지면 회복을 시켜서 다시 전장에 참여하게 했으니까.

“저희도 질 수 없죠.”

로티틸이 날개를 활짝 폈다.

날개에서 꽃가루와 함께 빛이 흘러나왔다.

[요정왕의 영역(SS)을 사용했습니다.]

[페어리 필드가 전개됩니다.]

[페어리의 모든 능력치가 +200% 상승했습니다.]

[펠리아스가 요정왕에게 결속되었습니다.]

[요정왕의 축복(SS)을 사용했습니다.]

[페어리의 리페어 효과가 +150% 상승했습니다.]

페어리들의 능력치가 대폭 상승했다.

안 그래도 강했던 페어리들이었다.

로티틸이 힘을 드러내니 페어리가 미쳐 날뛰었다.

“어?”

“응?”

[요정왕이 잠시 결속을 신청해왔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N)]

박혁진과 박정연을 포함한 철혈검가 각성자들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제힘을 빌려드릴게요.”

페어리의 힘을 빌려준다고 하니 마다할리가 있나.

박정연과 박혁진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자 두 사람에게 페어리에게 나왔던 메시지가 떴다.

[로티틸의 결속으로 인해 ‘요정왕의 영역(SS)’의 효과를 받았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0% 상승했습니다.]

[로티틸의 결속으로 인해 요정왕의 축복(SS)의 효과를 받았습니다.]

[리페어 효과가 +150% 상승했습니다.]

“와, 지리는데.”

“한 등급이 오른 느낌이야.”

박정연과 박혁진은 넘쳐 오른 힘을 느꼈다.

현재 그들의 등급은 SS급 완숙.

현경의 완숙에 있었는데 지금은 끝자락과도 같은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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