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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47화 (445/705)

제443화

이준이 베네로딕에 대해서 아는 건 이명과 몇 가지 마법.

활약 장소와 특징뿐이었다.

베네로딕의 약점은 몰랐다.

약점을 알게 된 건 그가 무기인 지팡이를 꺼내 들었을 때였다.

그의 지팡이는 겉보기에 평범해 보였으나 힘을 숨기고 있던 무기.

겉보이기에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엄청난 생기를 감추고 있었다.

보통의 각성자라면 절대 알아내지 못할 만큼 은밀했다.

이준은 그 생기를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법도 하나.

이준의 눈에는 지팡이의 본질이 정확히 보였다.

특히 지팡이에 박혀 있던 구슬.

그 안에 수만의 생기가 느껴졌다.

베네로딕이 불멸의 마법사라 불린 이유.

그의 몸이 잘리고, 머리가 터져 나간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재생이 되었던 원인이었다.

“프랑스에 가만히 있지. 왜 나대서는.”

베네로딕의 남은 몸이 가루가 되더니 부서졌다.

이젠 그를 재생해줄 생명이 없었다.

이준이 몸을 일으켰다.

손에 든 베네로딕의 지팡이를 부러뜨리자.

[혼원신공이 상대의 과거 기억을 읽었습니다.]

베네로딕의 과거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예전에는 극히 일부분.

띄엄띄엄 과거가 새겨졌으나.

혼원신공을 대성한 지금은 온전한 기억을 얻었다.

방대한 기억으로 인해 뇌에 과부하가 걸릴 법도 했지만 이준은 아무렇지 않아 했다.

‘베네로딕이 날 보고 발작할 만했네.’

대륙 칠좌라 불린 그란투스의 절대자.

그들은 변방의 야만족과 싸우던 중 한 남자를 만났다.

홀연히 나타난 남자는 대륙 육좌,홍염의 궁제를 땅바닥에 처박아 버렸다.

절대자들은 너무도 황당했다.

그 누가 대륙 칠좌를 땅에 처박을 수 있나.

신이라면 몰라도 인간 중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자신들과 생김새도 다른 인간이 육좌를 넘어트리니 당황한 것이다.

제일 어이없는 건 육좌 본인.

그가 일어나 남자를 향해 마력이 담긴 화살을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남자는 별다른 방어도 하지 않았으나 화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육좌의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그가 재차 전력을 다해 공격했지만.

남자는 고작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도 육좌의 공격은 물론 화살을 당기는 양팔까지 잘라 버렸다.

대륙 칠좌라 불리는 절대자들이 경악했다.

세상에서 자신들이 제일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강한 사람이 나타난 게 아닌가.

그것도 야만족과 비슷한 생김새의 인물이 말이다.

남자는 산보하듯 뒷짐을 진 채 걸었다.

남자의 발이 움직일 때마다 거대한 위압감이 몸을 짓눌러 왔다.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릎이 절로 굽혀지는 상황.

대륙 칠좌는 남자가 악마처럼 보였다.

아니 남자는 악마들의 왕인 마왕이 분명했다.

그가 뿜어내는 기운은 마기.

마물이나 악마와 같았다.

그가 지나온 자리에는 풀과 나무들이 메말라 있었다.

생기가 다 빨린 광경.

고위 악마들만이 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야만족에 마왕이 강림했다고 여긴 대륙 칠좌는 남자를 향해 총공격을 퍼부었다.

대륙 칠좌가 경각심을 가지게 되어 그런지.

홍염의 궁제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았다.

하루를 꼬박 싸웠다.

하지만 6인의 공격을 버틴 남자는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현세에 강림한 마왕의 진저리 쳐지는 강함에 대륙 칠좌는 남자를 꼭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를 더 싸웠으나.

마왕의 숨은 조금 흐트러져 있을 뿐이었다.

대륙 칠좌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는데 마왕의 입에서 경악스러운 말이 나왔다.

[무공과는 달라 처음에는 호기심이 일었는데 계속 보니 재미없군. 본좌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너희는 전부 죽게 될 것이다.]

그 누가 대륙 칠좌에게 이런 오만한 말을 뱉을까.

제국의 황제조차 고개를 숙이는 절대자였다.

그런데 마왕은 대륙 칠좌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최후의 결전을 치렀다.

하지만 뻔한 결과.

대륙 칠좌의 처참한 패퇴였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도망쳤다.

남자는 대륙칠좌를 굳이 붙잡지 않았다.

어차피 상처로 인해 죽을 걸 알고 있었으니까.

‘사부님다우셔.’

천상천하 유아독존.

하늘에 홀로 서 있는 존재.

대륙 칠좌가 마왕이라 칭한 사람은 무극자 사부였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을 지닌 중년인.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마왕이라니 개웃기네.’

사부의 강함에 놀란 대륙 칠좌는 마왕이 강림했다고 생각했다.

베네로딕은 수십 년을 치료에 전념했음에도 신체가 죽어 갔다.

다른 대륙 칠좌도 마찬가지.

절대자라곤 하나 그들 또한 인간.

죽음은 그들도 두렵게 만들었다.

그들은 결국 금단의 마법에 손을 댔다.

생명을 얻을 방법은 이것뿐이었으니까.

흑마법을 이용해서 치료하자.

악마가 접촉해 왔다.

이미 흑마법으로 인해 마음이 검게 물든 그들.

더 강한 이에게 고개를 숙이고 불멸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들을 궁지에 몬 마왕을 만나기로 결심하고 직접 마주했는데 얼굴이 전혀 달랐다.

자신들을 패퇴시킨 건 마왕이 아니라 한낱 야만족 인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고작 같은 인간에게.

야만족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

그때 마왕이 제안해 왔다.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면 불멸을 얻는 동시에 힘을 주겠다고.

그들은 야만족 남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영혼을 팔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는데도 사부님한테 졌으니 내 무공을 보고 식겁했겠지.’

그들은 무극자 사부에게 다시 한번 덤볐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악마화까지 하고 싸웠는데도 사부에게 졌다.

사부는 전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파천멸기에 완전히 농락당한 대륙칠좌.

이번에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다.

그들은 도망치지 못하고 울부짖으며 죽어 갔다.

이게 사부와 대륙 칠좌의 이야기였다.

‘사부님도 참, 적을 만드는 성격이시네.’

강한 힘을 바탕으로 선을 그어 충돌하지 않는 방법도 있었다.

한데 대륙 칠좌에게 모욕을 줬다.

당연히 이를 바득 갈 터.

사부님이라면 조용히 끝낼 수 있었을 텐데 일을 크게 만들었다.

‘사부님의 성격이 워낙 오만하시니 당연한 건가?’

그 어떤 이도 아래로 보는 무극자 사부였다.

대륙 칠좌가 눈에 찼을까.

오히려 사부와 더 오래 싸웠던 사람은 천마의 후예와 달마의 환생이라 불리는 소림의 방장이었다.

‘어쨌든 칠좌인 베네로딕이 죽었고, 사좌까지 부활했다는 걸 알았으니 후속 대책만 세우면 되겠구만.’

마법 학회도 천외천과 똑같은 목적이었다.

천외천이 세상을 파멸시킬 생각이라면, 마법 학회는 세계의 마계화였다.

이준의 입장에선 두 단체 모두 똑같은 놈들.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인들이었다.

“주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사형준이 말을 걸어와서야 생각을 멈췄다.

“인간들 속에 별 미친놈이 많이 숨어 있어서.”

“악마입니까.”

“어. 인간이길 포기했으니 악마야.”

“고위 악마는 처음 봅니다.”

“카오스 게이트에 나오는 하급 몬스터와는 다르긴 해.”

“그보다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준이 주위를 보았다.

구경꾼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에 언뜻 적개심이 비쳤다.

베네로딕이 악마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은 모양.

그들은 동양의 무인이 서양의 마법사를 죽였다는 것만 마음에 담았다.

“내 실수야.”

[맞아. 주인님 실수야. 게이트를 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미안. 흥을 너무 냈어.”

[괜찮아.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어.]

파랑이가 이준의 주머니로 쏙 들어갔다.

할 일이 사라졌으니 굳이 밖으로 나와 있을 필요가 없었다.

사형준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법 학회 쪽에서 이번 일을 걸고넘어질 겁니다.”

표면적으로 이준은 베네로딕이라는 걸출한 서양의 각성자를 죽인 것이다.

각성자 간의 대결은 언제나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그것도 상황을 봐 가면서 해야 한다.

아니면 세력전으로 번질 때도 있었으니까.

“그러면 그쪽도 눈치 좀 보라고 해야겠어.”

“예? 무슨 말….”

사형준이 말을 끝내지 못했다.

모두의 귀에 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베네로딕을 죽인 건 그가 악마화를 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흑마력이라면 제가 간섭할 필요는 없었지만, 베네로딕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습니다. 놈의 목숨을 살려 줬다간 서양뿐만이 아니라 아시아도 피해를 볼 수 있다 판단해서 내린 결론입니다. 만약 이를 문제 삼고 싶다면 제게 직접 연락하십시오.”

이준의 행동에 사형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김봉팔은 이준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일을 벌이는 건 주군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니까.”

좋게 보면 자신감.

나쁘게 말하면 도발.

이준의 언행은 마법 학회에서 걸고넘어지기 쉬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관점이었다.

이준의 무력을 확인한 프랑스 마법 학회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 * *

괌에서 열린 이준과 베네로딕의 대결 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졌다.

기사며 뉴스며.

안 나오는 곳이 없었다.

전 세계적인 이슈였다.

무인과 마법사에 대해서 치열한 설전을 펼치던 커뮤니티에서는 글과 채팅이 계속 올라왔다.

[마법사가 무인보다 강하다고 한 새끼 어디에 있냐.]

[바로 버로우 탄 듯.]

[파천자님이 조금만 밀렸으면 득달같이 달려들었을 텐데 개 압살하니까 아무 말도 못 하죠.]

[믿고 있었다구 준멘.]

글이나 채팅은 이준의 칭찬으로 가득했다.

그를 까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마법사의 인기가 하늘을 뚫고 승천하고 있었으나 이준이 찬물을 끼얹은 것.

마법사는 그저 화려할 뿐.

강함은 무인을 넘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베네로딕이 쓴 마법이 SSS급이라 마법사들 빠는 놈들이 다 잠수 탄 것 같아. ㅋㅋㅋㅋ]

[블러드 레인이었던가?]

[캬아아. SSS급 마법인 블러드 레인을 호신강기로만 막아버리는 클라스.]

[ㅋㅋㅋㅋㅋㅋ 야 팩트로 너무 조지지 마. 지금 키보드 앞에서 부들부들하고 있잖아.]

[안 봐도 뻔하긴 함. 손가락을 움직이고 싶은데 깔 게 없으니 쳤다가 지우고를 반복할거임.]

[다들 너무하네. 말 좀 하게 먹이 좀 줘. ㅋㅋㅋ]

그때 용기 있게 채팅을 치는 사람이 있었다.

[나 이준 팬인데 서양의 마법사를 죽인 건 도가 지나쳤음. 마법 학회에서 이번 일로 시비를 걸 게 분명함. 한국에 큰 타격이 올지 모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멘 팬인 척 지리구여.]

[마법사빠 어서 오세요.]

[나 이준 팬인데 <- 뺐으면 그나마 나았다 ㅅㅂ 생각 좀 하시고 치세요.]

[파천자님 팬이면 본명 안 부르는 거 모르나봄 ㅋㅋㅋㅋ]

[까지만 말고 마법 학회가 어떻게 나올지 생각해보셈.]

[파천자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베네로딕이 죽은 지 벌써 삼 일이 지났는데 소식 없는 거 보면 답 안나옴?]

[견적 뽑는 걸 수도 있음. 한국 각오해야함.]

[피의 쉴드 하나요.]

[SSS급 마법을 쓰는 마법사가 죽었는데 삼일 동안 아무 말도 없다? 견적을 뽑는 게 아니라 어떻게 자기들 면을 세우면서 마무리 지을까 입장 정리 중이겠지 ㅋㅋㅋㅋㅋ]

[킹정. S급 무공을 익힌 각성자가 죽었다고 생각해봐. 피바람이 불걸. 그런데 SSS급 마법이야. 삼 일이 아니라 그 당일에 지랄하는 게 맞지.]

마법사를 추종하는 이의 글은 빠르게 묻혔다.

사람들은 이준을 추앙하기도 바빴다.

팬들은 축제 기간.

논쟁을 벌일 시간 따윈 없었다.

* * *

과녁의 정중앙만을 쏘던 금발 청년의 활이 어쩐 일로 벗어났다.

“칠좌가 죽어? 불사의 몸을 지녔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청년이 있던 곳은 세상과 단절된 장소.

포탈을 열어 밖으로 나가자 큰 방이 나왔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방.

문이 열리고 메이드 차림의 여자가 빠르게 다가왔다.

“오셨어요.”

“칠좌가 죽었다. 알고 있었나?”

“저도 얼마 전에 소식을 접했어요.”

“말이 된다고 생각해?”

“믿기지 않지만 이걸 보시면 이해되실 거예요.”

여자는 청년에게 동영상을 보여 줬다.

그 동영상에는 칠좌와 동양의 청년이 싸우고 있었다.

동영상을 볼수록 금발 청년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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