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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42화 (440/705)

제438화

신기지가의 각성자들은 이준이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성마회의 일원을 이렇게 쉽게….”

“치고받고 싸울 줄 알았는데.”

“그랬지, 일방적으로 당할 줄이야….”

최근 들어 성마회의 유명세는 하늘을 찔렀다.

고인물인 오대 가문과 마벽의 각성자보다 강한 새로운 강자.

사람들에게 프랑스 마법 학회는 신세대 각성자였다.

특히 마법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한 사람의 마법이 전장을 가뿐히 쓸어버렸다.

고작 손짓 한 번에.

한국 가문의 각성자들도 가능하긴 하나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돌덩이.

땅을 가르고 올라오는 불.

허공에서 파도처럼 들이치는 물.

살아 움직이는 나무.

무공을 쓰는 각성자들만 봐 왔던 사람들에게 마법은 신문물과 같았다.

신기하면서도 마법사 그 자체가 1인 군단이기도 했으니.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각성자들도 흔들릴 정도로 매력적인 게 마법사인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이건 신기지가 각성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식객으로 이루어진 구성원이었기에.

강수연의 편에 선 각성자도 꽤 됐다.

이곳에 신기지가의 가솔들이 얼마 없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마법사를 이준은 힘들지 않게 처치했다.

마치 어른과 어린아이의 싸움.

이준의 손짓에 강수연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다녔다.

그녀의 발악은 목숨만 앞당길 뿐.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마법을 보고 무공을 의심했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낮은 등급일수록 마법이 더욱 효용 가치가 있다고 하니 흔들릴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이건 뭐….”

“바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파천자께서 증명해 준 거야. 마법보다 무공이 더 강하다는 걸.”

“두렵기도 하지만 흥분되기도 해요.”

무공이 마법을 이겼다.

흔들리던 가치관이 확고해졌다.

자신들의 근본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도 열심히 수련해서 등급을 높이면 마법사를 이길 수 있을 거야.”

신기지가의 각성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반면에 한지유의 눈동자는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심한 동요를 보였다.

‘마법이 약한 게 아니야. 준이가… 말도 안 되게 강한 거야.’

마법과 무공은 서로 다르면서 같았다.

그녀가 판단하기에 마법은 등급이 낮아도 높은 파괴력을 냈다.

아래 등급도 확실한 전력감이 되는 것.

이 점이 마법의 장점이었다.

무공은 낮은 등급일수록 쓸모가 없었으니.

마법의 장점이 훨씬 돋보였다.

‘비슷한 등급이면 무공은 절대 마법을 이기지 못해.’

그녀의 결론이었다.

물론 등급이 높으면 입장이 완전히 뒤집힌다.

S등급까지는 마법사가 압도적으로 강하지만 그 이상의 등급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하지만 SS급부터는 무공이 앞서.’

그녀가 가문에서 강수연을 유심히 지켜본 결과.

SS급부터는 무공이 우세했다.

처음에는 그녀도 긴가민가했으나 이준을 보고 알았다.

마법처럼 내공도 자연에서 힘을 얻는다는 걸 말이다.

똑같은 원리로 힘을 얻는 마법과 무공.

자연이 더 보듬고 포용하려는 건 무공이었다.

‘심법은 자연을 느끼기 위한 기초 훈련이었던 거야.’

이를 얼마나 더 세밀하게 느끼고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실력이 상승했던 것.

이준은 강수연과 싸우면서 자신에게 가르쳐 주었다.

이준은 강수연의 마나를 끊는 것도 모자라 대신 자연을 느낌으로 힘을 증폭했다.

한지유는 이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강수연의 존재감이 이준의 발끝에도 못 따라갔던 것도 이것 때문.

강수연이 느끼려 했던 자연의 힘을 이준이 갈취해 느껴버렸으니 강수연의 기세는 죽고 이준의 기세는 더욱 상승한 것이다.

‘사기에 가까워.’

남의 시선을 속이는 수법.

말은 쉽지만 엄청난 묘리가 들어 있는 행동이었다.

‘준이는… 굉장히… 높은 곳에 있었구나….’

등급이 높아질수록 이준의 그림자는 손에 닿지도 않았다.

힘껏 뻗으면 멀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차라리 순응하는 편이 정신에 이로웠다.

‘너란 남자는 정말….’

한지유의 머릿속은 온통 이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 * *

한편.

와룡산 게이트 안에서는 언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건아. 이건 아니다. 돌아가자.”

“돌아가려면 형이나 돌아가. 난 꼭 얻어야 할 게 있어.”

괴개 정심호가 한 노인의 팔을 붙잡았으나 그 노인은 거칠게 팔을 뿌리쳤다.

“여긴 우리 만독암가의 영역이 아니야.”

“가문들이 언제부터 서로 눈치를 보고 살았어? 기회만 되면 물어뜯으려 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옛날과 달라.”

“내 생각은 확고하니 그만 말려.”

노인은 정심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괴개와 많이 닮아 있었다.

아니, 거의 비슷했다.

그의 이름은 정심건.

괴개 정심호의 쌍둥이 동생이었다.만독암가의 수뇌부 중 극소수만이 아는 사실.

6개월 전 정심건이 가문으로 돌아오고 나서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괴개가 두 명이나 된다고.

인피면구를 사용해서 얼굴을 바꾼 건지.

아니면 역용술을 사용해서 정심호의 얼굴을 따라 한 건지.

만독암가도 혼란스러웠다.

그의 등장에 정심호가 한숨을 쉬며 모두에게 말했다.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두 사람의 아버지.

그러니까 전대 만독암가의 가주가 평생을 숨긴 사실이었다.

형인 정심호는 양지에서 쌍둥이 동생인 정심건은 음지에서 활동하게 했다.

전대 가주가 돌아가고, 정심건 또한 증발하듯 사라졌다.

10년 넘게 그를 찾았고, 후에 동생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것도 게이트에서.

그래서 정심호는 동생이 죽은 줄 알고 여태까지 지내 왔는데 동생이 버젓이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암독!”

정심호가 정심건을 향해 소리쳤다.

만독의 가주가 정심건에게 명령을 내릴 때 부르는 이명.

정심건의 이명은 암독이었다.

걸어가던 정심건이 우뚝 멈춰 섰다.

“암독… 오랜만에 들어.”

“더는 가지 말거라. 이 이상은 나도 널 감싸 줄 수 없다.”

“가주로서 명인가?”

“그래.”

정심건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누군가를 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향한 곳에는 정예나가 있었다.

“난 이제 만독암가의 가솔이 아니야. 프랑스 마법 학회 소속이지. 형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가 정심호의 말을 무시하고 성마회의 일원과 함께 몸을 돌렸다.

“현재야. 사신가에서 연락은?”

“아직 답변이 안 왔습니다. 아버지.”

“난감하구나.”

“사신가에 변상을 하는 게….”

“변상이 문제가 아니다. 이건 신의의 문제야. 무슨 면목으로 내가 파천자를 보겠어!”

정심호가 버럭 소리쳤다.

안 그래도 갑작스레 돌아온 정심건으로 머리가 복잡한데 그의 행동은 더욱 골치였다.

타 가문의 게이트를 허락도 없이 침범하는 건 도발에 가까웠다.

게이트는 소속 가문의 재산.

각성자 세계에서는 이 게이트만큼 중요한 자산은 없었다.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게 지금의 세상.

정심건이 건드린 게이트는 하필 사신가의 것이었다.

“무력을 써서라도 막아야겠다.”

“작은아버지와 관계가 더 벌어질 수도….”

“파천자와 불편해지는 건 괜찮다는 말이냐.”

“이 게이트는 레드존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신가에 우리의 입장도 알렸고, 보상으로 레드존 몇 개와 블랙존을 줘서 달래면 될 듯합니다.”

“신의를 게이트 몇 개로 퉁칠 순 없다.”

정심호가 정심건을 향해 달려갔다.

“아버지!”

“저희도 따라가요.”

만독암가의 각성자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모두가 움직이는데 진경수가 이지안을 붙잡았다.

“지안아 잠깐만.”

“네?”

“선생님이 귀환했다는 거 괴개 님께라도 말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으니 그냥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지안의 말에 류가을도 동의했다.

“선생님의 이름을 들으면 저들이 의도를 숨길 수 있어요.”

“입 다물고 있는 게 좋겠지?”

“네.”

이지안이 짧게 대답하곤 경공을 펼쳤다.

성마회의 의도를 모르니 가만히 있는 게 좋았다.

진경수도 더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움직였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성마회의 마법사들은 몬스터가 보이는 족족 해치웠다.

트릭과 패턴을 가뿐히 파훼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마지막 남은 보스 몬스터.

이름은 썬더닉스.

뾰족하게 세워진 푸른 털.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거대한 조류형 몬스터였다.

녀석이 날개를 활짝 펴자 허공에서 번개가 내리쳤다.

쾅!

장판처럼 광역 스킬이 깔렸으나 정심건은 개의치 않아 했다.

도리어 그 속에 홀로 뛰어들었다.

그의 이명은 암독.

암기와 독의 대가였다.

그가 썬더닉스의 부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앞에 마법진이 생기더니 초록색 액체가 뿜어져 나와 썬더닉스를 덮쳤다.

끼에에엑!

액체를 흠뻑 뒤집어쓴 썬더닉스가 괴성을 질렀다.

뾰족한 푸른 털이 액체에 의해 녹기 시작했다.

털을 넘어서 살까지 괴사시키더니.

앙상한 뼈만 남았다.

쿵.

썬더닉스가 쓰러졌다.

정심건은 마법을 무공처럼 사용했다.

마치 무공과 마법의 장점만은 섞은 게 아닌가.

모두가 입을 떡 벌리고 정심건을 쳐다봤다.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자 게이트 보상이 떨어졌다.

정심건은 보상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비밀 공간을 찾아라.”

“예!”

성마회의 마법사들이 마력을 피우며 새로운 공간을 찾았다.

“여기 있습니다!”

썬더닉스가 죽은 위치 아래에 빈 공간이 나타났다.

그는 마법사들과 함께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드넓은 공동.

바닥에는 얕은 물이 있었고, 중앙에는 파란색으로 빛나는 구슬이 있었다.

두근.

두근!

파란 구슬은 심장처럼 뛰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신비로웠다.

“엄청난 마력이 흐르고 있어.”

정심건은 구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베네로딕 님께서 꼭 회수해 오라고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가 걸어가 구슬을 쥐었다.

뒤늦게 나타난 정심호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대체… 뭐냐.”

“형도 이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을 눈치챈 거야?”

“서, 설마!”

“맞아. 드래곤의 심장. 드래곤 하트라 불리는 아티팩트지.”

“미친!”

정심호의 심장이 덜컥 가라앉았다.

듣기론 이준이 검산 그룹의 영역을 얻을 때 독림과 화봉사, 와룡산 등 몇 개만 가지고 갔다 했다.

그중 독림과 화봉사는 진씨 가문에 넘겼고 이 와룡산은 사신가가 가지고 있었다.

‘파천자는 이곳에 드래곤 하트가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 다른 게이트는 남에게 줘도 여기만은 가지고 있었던 거겠지.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정심호는 정심건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당장 그 아티팩트를 내려놔!”

“형도 이게 탐나는 거야?”

“그건 파천자의 물건이다!”

“내가 먼저 발견했는데 그 녀석의 물건이라니. 이건 우리 성마회에서 가져갈 거야.”

고집불통이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놈이 살아서 돌아오더니.

이젠 대형 사고를 치고 있었다.

정심호는 오늘이 어쩌면 만독암가의 명운이 달린 날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멍청한 놈이!”

정심호가 정심건을 향해 쇄도하려 했으나 그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

쾅!

바닥에 내려앉은 한 사람.

남자의 몸에서 수증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서, 선생님!?”

“파천자!”

정심호와 정씨 자매의 반응은 신기지가 때와 똑같았다.

여긴 어떻게 왔냐는 표정.

그것보다 어디에 있다가 지금 모습을 보였냐는 얼굴이었다.

“감히 누가 내 아티팩트를 노려?”

이준은 숨도 고르지 않고 회안을 번들거렸다.

공동에는 살기의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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