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33화 (431/705)

제429화

이준이 사라진 지 어느새 6개월.

한국에 열린 대규모 균열도 무사히 종식되었다.

일본처럼 경제가 무너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오대 가문과 마벽의 빠른 대응 덕분도 있었으나.

프랑스 마법 학회 소속인 성마회 덕분이기도 했다.

성마회의 커다란 공.

그런데 그들은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제 가문으로 돌아갔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입이 침에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들과는 달리 성마회 인원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하아아.”

“에휴.”

정예나와 정예은이 운동장 벤치에 앉아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벤치 아래에서 도를 휘두르고 있던 허수가 연습을 멈췄다.

“무슨 고민 있어?”

“가문으로 돌아온 당숙 때문에 집 분위기가 엉망이야.”

“프랑스 마법 학회 소속이라는?”

“응. 사사건건 가문의 일에 간섭하고 있어.”

“월권도 서슴지 않아.”

듣고 있던 진경수가 발끈했다.

“뭐 그런 사람이 있냐. 가문에서 쫓겨났으면 외부 사람이지, 월권까지 해? 예나야. 괴개 님께 말해서 제재를 가해야 하지 않아?”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당숙의 등급이 S급 끝자락에 있는 것 같아서 가솔들도 동요하고 있어요.”

“아.”

S급 초입도 아니고 S급 끝자락의 등급.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이나.

격이 다른 등급이었다.

S급 끝자락이 벽을 넘는다면 SS급에 오르니.

쉽게 행동할 수 없었다.

등급은 곧 권력.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하지만 다시 돌아온 사람이다.

소속만 다를뿐.

만독암가는 어렸을 때 나고 자라 온 집이었다.

강자가 되어.

그것도 가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올 만큼 변해서 왔으니.

가문으로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도 그래?”

박정연이 운동장 벤치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녀의 표정도 정씨 자매와 비슷했다.

“할아버지한테 들었어. 철혈검가도 우리랑 상황이 똑같다며.”

“응. 골치 아파 죽겠어.”

그녀들을 향해 박혁진이 폰을 흔들면서 말했다.

“학교에 안 나온 지유네가 가장 심한 것 같아요.”

한지유에게 전화를 계속 걸고 있지만 받지 않았다.

[얼음공주: 바빠.]

달랑 온 건 짧은 깨톡 답장뿐이었다.

정예나가 심각한 표정을 했다.

“신기지가는 지유 말고 강한 각성자가 없으니까. 우리 가문이나 철혈검가처럼 큰 어른이 계시는 것도 아니고.”

“지유가 가장 강하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나 봐요.”

“하긴, 지유는 외동이기도 하고 혹시나 결혼이라도 한다면 신기지가가 지유 남편한테 홀라당 넘어갈 수도 있으니 딴지를 걸 명분이 차고 넘치지.”

한지유는 아직 열아홉이었다.

그녀가 결혼하려면 많은 시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일을 지금부터 논했다.

“신기지가가 식객으로 이루어진 게 문제지.”

“예전보다 식객의 비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예 무시는 못 하니까.”

“하필 준이가 없을 때 이럴 게 뭐람.”

“선생님이 계셨다면 해결책을 주셨을 텐데 말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의 이미지는 단순 그 자체.

하지만 겪어보면 단순하지 않았다.

그저 단순하게 보일 뿐.

그는 생각 없는 것처럼 보이나 판을 깔고 움직인다.

물론 제 성질을 못 이겨서 깽판을 쳐서 그렇지.

의외로 명분을 만들어야 행동했다.

이준의 이름이 나오자 박혁진이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아, 지안이! 너희 가문은 어때?”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지안의 입이 열렸다.

“저희도 비슷해요.”

“패룡의 활약 때문에 가솔들이 동요하지?”

“아니요.”

박혁진을 비롯한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비슷한 입장이라면서 가솔들이 동요하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막내 도련님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데 별 소득이 없지만 다른 가문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이에요.”

“아, 그 말이었어?”

“그러면 사신가는 걱정할 필요 없네.”

“선생님의 가문이야. 당연히 견고한 성과 같겠지.”

진경수는 믿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와는 달리 박혁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이휘의 무력이면 흔들릴 법도 한데. 준이가 그 정도로 신임이 있었나?”

“저희 가주 오빠 무시하지 마세요.”

이지안이 박혁진을 노려봤다.

그녀의 살벌한 표정에 박혁진이 아차싶었다.

청순하면서도 얼음 같은 표정을 지니고 있지만, 이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이 사뭇 풀렸다.

안 좋은 말이 나오면 지금처럼 무서워졌다.

“아, 아니 난 준이를 무시한 게….”

“됐어요.”

그녀의 음성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박혁진이 이지안에게 쩔쩔매는 사이.

오대 가문의 상황을 듣고 있던 조용석이 중얼거렸다.

“저도 진 선배님과 마찬가지로 사신가에 대해서는 애초에 의심하지도 않았어.”

그의 중얼거림을 듣던 홍원찬이 류가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희는 저런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그쵸?”

“우리는 철혈이나 신기, 만독보다 역사가 짧으니까.”

“옛날에는 뼈대 있는 집안 같아서 부러웠는데 지금은 오대 가문이 안쓰럽게 느껴져요.”

“그래도 쉽게 분열되지는 않을 거야.”

류가을의 대답에도 홍원찬의 심각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잘 해결되어야 할 텐데 말이에요. 프랑스 마법 학회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해질지 몰라요.”

“그 정도야?”

“네. 사람들은 옛날부터 무협보다는 판타지를 좋아했잖아요. 이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웹소설은 여전히 존재했다.

무협 소설은 무사고의 교본이 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읽었다.

하지만 소설이 등장할 당시 사람들은 무협보다 판타지를 더 좋아했다.

오러와 마나.

기사와 마법사.

기사는 고결함과 품위를 가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경건함.

왕에 대한 충성은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줬다.

마법사는 어떤가.

공중을 날고, 공간을 이동한다.

투명화 마법도 사용해서 사람의 눈을 속이는 것도 가능했다.

흑마법 중 사령술을 익히면 네크로맨서도 부릴 수 있었다.

무궁무진한 표현력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반면 무공은 단순했다.

무기나 주먹에 기를 모아 날리던가.

기를 뭉쳐서 베던가.

때문에 사람들은 무협보다 판타지를 더 좋아했다.

지금도 소설책에서 받았던 인상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실제로 성마회가 마법을 사용하니 뒤도 안 돌아보고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까지 생기지 않았나.

“원찬이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심각해요. 100% 분열로 연결될 거예요.”

* * *

오대 가문이 프랑스 마법 학회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무렵.

잠잠하던 4대 성지의 금역이 또다시 요동쳤다.

“우왔! 무, 무너집니다요!”

테구르가 머리를 붙잡고는 요리조리 뛰어다녔다.

녀석은 태생이 겁쟁이였다.

이준을 만나 엄청난 신분 상승을 했을 뿐.

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창을 들고 서 있는 샥쿠조차 긴장한 얼굴이었다.

“황금 님이 펼친 결계가 깨지고 있다. 로티틸.”

“준비됐어요. 샥쿠 님!”

로티틸이 페어리와 함께 마력을 방출했다.

모든 페어리가 갈라지는 결계를 메꿨다.

샥쿠는 얼음 마력으로 수 겹의 방벽을 만들었다.

“테구르, 네 차례다.”

“우와아악!”

“테구르!”

샥쿠의 외침에 테구르의 비명이 멈췄다.

“정신 차려라!”

“예, 옙! 죄송합니다요.”

“네가 만든 결계를 가져와.”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금방 가져오겠습니다요.”

테구르가 스케먼과 함께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마법 공학으로 만든 결계 기계.

전에 무사고를 보호한다고 만든 결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천중 호수의 외곽.

동, 서, 남, 북.

네 곳에 결계 기계를 놓고 작동시켰다.

기계 중앙에 놓인 마정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푸른 장막을 생성했다.

“설치했습니다요.”

“뒤로 물러나.”

샥쿠의 명령에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테구르가 빠졌다.

도망치는 것 하나는 정말 기똥찬 녀석이었다.

페어리의 마력.

샥쿠와 샤크로아의 얼음 마력.

단단하기 그지 없는 힘이었다.

그들은 결계가 무너지지 않게 마력을 계속해서 주입하고 있으나.

“으윽”

“샤, 샥쿠 님… 무리예요….”

“조금만 더….”

버티고 또 버텼지만 회색의 마기는 황금이의 결계를 무너트리고 말았다.

“안 되…겠어요. 다음 결계를 준비할게요.”

“…알았다.”

1차 저지선이 깨지자 다음은 샥쿠의 2차 저지선이었다.

하나 그마저도 금방 부서졌다.

로티틸이 다급하게 페어리 필드를 펼쳤다.

그리고 재차 결계를 펼쳤으나.

“으읏!”

“무립니다. 로티틸 님.”

“더 버텼다가는 마기에 휩쓸리고 말겠어요.”

“피하셔야 해요. 요정왕 님!”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급하게 펼친 결계마저도 허물어졌다.

이제 남은 건 마법 공학으로 만든 방어막뿐.

쉴 틈도 없이 마기와 방어막이 부딪혔다.

이것마저 무너진다면 게이트가 똥째로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

몬스터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방어막과 마기가 충동하는 걸 지켜보고 있던 로티틸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절대종도 이 만큼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지 않을 거예요.”

회색의 마기는 무식하게 강했다.

파멸적인 기운.

절대종에 있는 몬스터도 저만한 기운을 뿜어내기란 쉽지 않을 거라 여겼다.

“부, 부서집니다요!”

마지막 저지선에 균열이 일어났다.

작은 균열이 큰 균열로 이어지는 건 순식간.

푸른 막이 와장창 깨지면서 회색의 마기가 주위를 덮치려 했다.

그때!

화르륵-

몬스터들의 앞에 노란 불꽃이 타올랐다.

흑염마조가 날갯짓을 하며 성화를 태웠다.

마기와 성화의 격돌.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큰 주인이 극성으로 펼쳤을 때 느꼈지만, 소름 돋게 하는 기운이군.]

흑염마조는 사신수 중 하나.

그가 뿜어내는 성화가 혼돈의 기와 백중세로 겨루고 있었다.

세상에 어떤 기운이 사신수가 뿌리는 기운과 대적할까.

혼돈의 기는 인간의 힘을 이미 초월해 있었다.

흑염마조가 성화를 더 피우려는데.

‘조, 조야! 된다. 내공 컨트롤이 돼!’

이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흑염마조의 눈이 커졌다.

‘기다려 봐. 퍼진 기운을 흡수해 볼게.’

이준이 혼원신공을 계속해서 운용했다.

그럴수록 4대 성지의 금역 하늘에 가득한 혼돈의 기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만! 무슨 짓이냐.]

방대한 양의 마기였다.

무려 6개월에 걸쳐서 퍼진 기운.

그런 기운을 한꺼번에 빨아들이고 있었다.

미친 짓.

저 많은 양의 기를 흡수한다면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천살성이 폭주할 거다.]

문제는 하나가 아니었다.

이준의 신체가 마신지체라 방대한 마기를 담는다 하더라도 다음 문제에 맞닥뜨린다.

잠잠하던 천살성이 혼돈의 기운으로 폭주할 수도 있었다.

혼돈의 기운과 천살성은 서로 원수지간.

상종을 안 하려 했다.

‘오히려 천살성이 도와주고 있는데?’

[말도 안 된다!]

‘혼돈의 기랑 밀당하는 거 싫증 났대.’

저 말이 가당키나 하나.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였다.

농담하지 말라고 말하려는데 혼돈의 기가 이준을 감쌌다.

공기 중에 퍼진 마기가 전부 그의 곁으로 모여든 것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

고작 6개월이다.

이준이 천살성의 살기를 혼돈의 기운과 분리하고, 내공을 컨트롤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어찌 인간의 재능으로 저 두 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신수인 그조차도 어안이 벙벙했다.

‘좋아. 이대로 혼원신공을 완성시켜 보자고.’

이준의 얼굴에 미소가 새겨졌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으며 옷은 말할 것도 없었다.

천중호수의 한기조차 그에게서 뿜어진 열기를 감당하지 못했다.

‘파랑아. 너도 이참에 절대종에 오르는 게 어때? 이번 기회 아니면 쉽게 성장 못 한다.’

“뀨우!”

파랑이도 열심히 혼돈의 기를 흡수했다.

이준과 파랑이가 경쟁하듯이.

서로 혼돈의 기를 빨아들이자 공기 중에 떠돌던 마기가 싹 사라졌다.

이준의 주위에 맴돌던 마기마저 모두 흡수하니.

그의 피부가 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

피부가 탈피되면서 맑고 투명한 살이 대신했다.

“후우우.”

이준의 입에서 혼돈의 기가 뿜어졌다.

이에 대기가 요동치면서 몸살을 앓았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했다.

숨으로 인해 요동치던 대기가 안정되는 순간.

이준이 눈을 떴다.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미친 듯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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