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13화 (411/705)

제409화

이준의 반탄강기가 찢기는 소리가 들렸다.

무극기는 아니었으나, 혼원신공의 내기로 만들어진 방벽.

견고하기 그지없는 기운이었다.

그런 강기를 별다른 힘 없이 찢는 박혁진에 이준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짙어졌다.

“좀 친다?”

“예전의 내가 아니라니까. 수만 신경 쓰다가는 큰코다쳐.”

“그런데 혁진아.”

“어?”

“그 사이 너만 발전한 게 아니거든?”

쿠웅!

이준이 혼원신공을 1성 더 끌어 올렸다.

그러자 주변 대기가 요동쳤다.

공기가 무거워진 건 물론, 무형도의 길이가 길어졌다.

폭이 두툼해지기도 했다.

“…미친놈.”

박혁진도 뇌신공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자신을 압박하는 기운에서 벗어났다.

“수야. 혁진이랑 같이 합공해 봐.”

이준은 허수에게 무형도를 거둬들였다.

“허억허억….”

풀려난 허수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무형도의 압박은 실로 대단했다.

까딱했다간 어깨가 그대로 잘려 나갔을 터.

참마도 덕분에 간신히 무형도를 막아낸 것이다.

“수야. 전륜마멸진을 펼쳐야겠어.”

“후욱… 알겠습니다.”

박혁진과 허수가 진법을 이루었다.

“가자.”

“예!”

두 사람이 이준을 향해 쇄도했다.

전륜마멸진의 주 속성은 광.

이준의 마기에 대항하기 위해 광 속성을 선택했다.

검과 도에 서기가 맺혔다.

마기를 없애는 데 가장 좋은 광 속성.

거기다가 두 사람이 가진, 뇌 속성과 풍 속성이 더해지니.

강맹한 강기가 만들어졌다.

쾅!

이준의 무형도와의 격돌.

충돌의 여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 사람은 격렬하게 합을 나누었다.

“무슨 수준이 저래?”

“말도 잘 안 나와요….”

학생들은 넋 놓고 비무를 보았다.

허수의 도강은 이준을 죽일 듯 노렸다.

박혁진의 검은 조금이라도 이준의 빈틈이 여지없이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정신없는 공격에도 이준은 무엇하나 내주지 않았다.

“뇌강.”

그때 박혁진이 전뢰검법의 3식 뇌강을 펼쳤다.

파직-

진법을 이루던 그의 신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이준의 반대편.

천월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 있었다.

이준이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왼쪽 팔에 생긴 검상.

피가 주르륵 흐를 때.

“수야!”

“예!”

허수가 연환패왕도를 펼쳤다.

동시에 박혁진도 이준의 등 뒤를 재차 노렸다.

전뢰검법 4식, 낙성.

별을 떨어트리기 위한 초식.

천월이 박혁진의 손을 떠나 이준에게 떨어졌다.

양방향에서의 공격.

그 어떤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어느 것부터 파훼할지 고민할 법도 하나, 이준은 저들이 공격할 때부터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진천보.”

이준이 진각을 사용했다.

발을 구른 순간.

모든 게 멈췄다.

박혁진의 이기어검도, 허수의 도강도.

두 사람의 검과 도와 연결된 내기가 끊겼다.

고작 발짓 한 번에 이기어검과 도강이 무력화된 것이다.

진천무 중 백호 계열의 보법.

무극자 사부가 사용했던 패천기공 중 이공, 진천의 바탕이 된 무공이었다.

사부가 사용했던 진천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얼추 느낌은 비슷했다.

‘진천보를 사용하다 보면 패천이공을 조금씩 얻겠어.’

사부가 사라지기 전에 남겨준 유산.

[패천기공의 깨달음: 1.9%]

혼원신공을 12성 대성하지 않았음에도 패천기공의 무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부가 죽기 직전까지 무공을 펼쳐 보여준 덕분.

그 때문인지 진천보에서 패천이공의 냄새를 맡는 게 가능했다.

‘그보다 굉장히 놀란 것 같네.’

박혁진과 허수는 자신들의 비장의 수가 무기력하게 막히자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준은 두 사람을 향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날 이기려면 아직 멀었네?”

* * *

“전혀 안 먹힌다.”

박혁진이 아쉬워하듯 말했지만 표정은 웃고 있었다.

이준의 왼팔에 난 상처.

그것만으로도 박혁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꽤 늘었네?”

“준이 네가 실력을 맞춰 줘서 몸에 생채기라도 낸 거지.”

“전, 지금 죽을 지경입니다.”

허수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박혁진이 위로해 줬다.

“S급 무공으로 준이한테 대든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난 SS급 무공으로도 저 정도가 끝이잖아.”

S급, SS급.

무공의 등급은 한 단계 위로 올라갈수록 수준 차가 컸다.

무공의 등급은 한 단계 높은 각성자 등급도 커버가 가능했다.

이준과 허수는 두 등급 다 격차가 크니 상대도 안되는 건 당연한 일.

그에 반해 박혁진은 각성자 등급과 무공 등급이 SS급이니 덤벼 볼 만했던 것이다.

그도 허수와 같은 S급 무공을 가졌다면 덤빌 엄두도 못 냈으리라.

“이제 수도 네 무공과 같은 등급이야.”

“수 무공이 나랑 등급이 같아? 어떻게?”

“내가 업그레이드시켜 줬거든.”

“언제?”

“지금.”

허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새로운 메시지가 그를 놀라게 했다.

[특성 도문의 후예(AA)의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특성 광룡도문의 후예(SS)로 등급을 상향 조정합니다.]

[건곤미허신공(S)를 초기화합니다.]

[앞으로 패력심법(SS)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경지에 따라 패력심법(SS)의 무공을 배울 수 있습니다.]

-패력심법(SS)

-용살도(SS)

-봉인(?)

-봉인(?)

-봉인(?)

주어진 무공은 SS급 무공이었다.

허수로서는 S급 무공을 배운 것도 축복.

한데 SS급까지 얻게 되자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게… 앞으로 제가 배울 무공입니까?”

“너한테 딱 알맞은 무공이야. 앞으로 연환패황도는 버려.”

“선생님….”

“네 특성을 업그레이드시키려고 강제 개방을 사용했으니까 열심히 수련해.”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준은 허수의 특성을 강제로 개방시켰다.

정예나와 정예은처럼 조건을 채우면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마음을 바꿨다.

연환패왕도도 괜찮았지만, 허수가 가진 특성에 비해 무공이 약했다.

어느 순간 성장 속도도 느려진 것도 이 탓.

제일 처음 키운 사람이 허수였는데, 어느새 특별 1반 모두와 엇비슷한 실력이 됐다.

좋은 특성이 도리어 허수의 발목을 잡은 거다.

그래서 강제로 특성을 개방시켰다.

“이제 남은 사람은 쟤뿐인가.”

이준이 류가을을 보았다.

금강권문은 그녀로 정했다.

무극자 사부가 계승자를 정해 줬으니.

다른 사람으로 바꿀 생각은 없었다.

“다른 아이들한테도 맞는 무공을 찾아줘야겠지?”

남들이 봤을 때는 호구.

하지만 저들이 강해져야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었다.

백마존은 여태 상대했던 상대와는 차원이 다른 강자.

자신이 생사경에 올랐다지만 혼자서 여럿을 감당하는 건 힘들었다.

‘점점 윤곽이 나오고 있어.’

박정연에 박혁진.

두 사람은 이미 즉시 전력이었다.

일본의 미야와키 칸나도 마찬가지.

허수를 포함한 한지유, 정씨 자매, 류가을만 즉시 전력으로 만들어 놓으면 얼추 최소한의 싸움은 성립되지 않을까.

아쉬운 건 박은비 네였다.

이미 성장의 한계치를 훌쩍 넘은 상태.

박은비와 서혜지, 남선호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등급은 S급 초입이 끝이었다.

그 때문에 조용석과 홍원찬을 눈여겨본 거다.

저 셋이 조용석과 홍원찬만한 재능이 있다면 더 키웠을 건데, 굉장히 아쉬웠다.

‘두 녀석이라도 있는 게 어디냐.’

진경수는 말할 것도 없고 조용석과 홍원찬은 키우면 최소 S급은 될 인재들이었다.

그 이후의 성장은 저들의 몫.

자신은 재능을 이용한 특성 개방.

한계의 최저치를 위로 끌어 올리는 역할이 끝이었다.

‘시간만 여유로웠으면 좋겠어.’

각성자를 키울 시간만 충분했으면 마음이 놓일 터.

백마존이 언제 활동을 시작하는지가 관건이었다.

광룡도문과 수라독문 등은 사부님의 말로 인해 쉽게 얻었으나.

이와 비슷한 무공을 얻으려면 이제는 발로 뛰어야 했다.

* * *

무사고 이사장실.

오대 가문과 마벽의 회동 이후 한민성도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가문의 첫 번째 계획은 내실을 다지는 것.

천외천과 연관이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는 거다.

두 번째는 무사고의 확장.

이전부터 계획했던 일을 실행할 때였다.

이 때문에 한민성은 잠도 못 자고 일했다.

“이사장님. 이 선생님의 결재 서류가 올라왔습니다.”

한민성은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였다.

“으으… 결재 서류?”

“네.”

남 비서가 서류를 한민성에게 내밀었다.

내용을 읽은 한민성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혁진 군과 정연 양이 폐관수련을 깨고 등교했어?”

서류는 박정연의 유급에 관한 거였다.

그녀도 진경수와 정예나처럼 무사고에 남을 생각인 듯싶었다.

“무림 아카데미의 개관을 앞당겨도 될 듯합니다.”

“정연 양까지 유급이면 명분이 충분하지.”

원래의 계획은 무림 사관 대학교였다.

하지만 이준이 선생으로 부임하고부터 계획은 계속 수정됐다.

나이에 상관없이 특별 1반에 들이니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있었다.

일반 학생들의 불만.

정예나와 진경수가 유급까지 결정해서 이준 곁에 남자, 오대 가문에 대한 특혜라는 말이 나왔다.

특별 1반의 인원 수는 정해져 있는데 기존 학생이 나가지 않으니, 이준의 밑에서 배울 기회를 빼앗겼다. 라는 불만이 쌓였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내놓은 게 바로 무림 아카데미였다.

나이에 상관없이 반을 이룰 수 있는 구조.

원하는 커리큘럼 수업을 듣고 자유롭게 수련할 수 있는 배움의 장.

무림 아카데미가 개관한다면 이런 불만이 쏙 들어가지 않을까.

관건은 이준의 허락이 필요했다.

이 산만 넘으면 무림 아카데미의 개관은 근시일 내에 이루어질 거다.

“내가 직접 이 선생님을 만나 봐야겠어.”

“모시겠습니다.”

한민성은 이사장실을 나와 특별 1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특별 1반은 자율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한지유는 운공을, 박혁진은 돌아다니면서 입을 쉬지 않고 나불거렸다.

“이 선생님은, 저기 있군.”

이준은 1:1로 류가을을 가르치고 있었다.

“기에만 의지하지 말고 초식을 조금 더 정교하게 펼쳐 봐.”

“이렇게요?”

류가을이 허공에 주먹을 찔렀다.

절도 있는 동작.

내공이 담겨 있지 않았음에도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야. 아직도 경로를 벗어나고 있어.”

이준이 너무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있어서 한민성은 아는 척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계속 흐르자 남 비서가 이준을 불렀다.

“저, 이 선생님.”

“남 비서님? 이사장님도 오셨네요.”

“방해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아요. 조금만 휴식.”

“네.”

류가을은 휴식도 건너뛰고 자신의 초식을 탐구했다.

이준에게 배우려는 열정적인 자세.

그녀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노력도 굉장했다.

이준이 흐뭇하게 웃고는 한민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신가요?”

“학교의 중요한 일을 논하려고 합니다.”

“저는 일개 선생님인데요.”

“파천자께서 일개 선생이라면 다른 선생들은 일자리를 잃겠군요.”

“너무 띄워 주지 마시고 용건을 말해 보세요.”

“예전에 말씀드렸던 무사대 건으로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그건 이사장님이 알아서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앉으세요.”

이준은 한민성과 그늘진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초기 설립 방향과는 다르게 계획이 계속 수정되고 있습니다.”

“어떻게요?”

한민성은 수정된 계획을 설명했다.

무사고와 대학교를 합친 형태.

커리큘럼을 유지하되 자율적인 훈련과 휴식을 병행.

나이와 상관없이 동기 제도로 운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4년제에 입학 나이 제한은 최소 14살, 위로는 나이 제한 없고 입학 순서에 따라 동기 제대로 운영한다 이 말씀이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 동의가 필요하다?”

“맞습니다.”

이준이 학생들을 안 가르치겠다면 이 모든 계획은 없던 것이 된다.

무림 아카데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은 이준이었으니까.

한민성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하세요.”

너무도 쉬운 대답에 한민성이 재차 물었다.

“괜찮겠습니까. 이 선생님이 맡을 과목에 학생들이 많이 몰릴 텐데요.”

“지금보다는 수업을 듣는 사람이 많겠지만 인원 제한도 있을 텐데 상관없어요.”

“후우우. 전 반대를 하시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한민성이 한시름 놓았다는 얼굴을 했다.

“그럼 문제가 해결 됐죠?”

“예.”

“전 다시 수업하러 가 볼게요.”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선생님께서 맡으실 과목을 저희에게 알려 주지 않아서 말입니다.”

“아, 그러네요.”

“무슨 과목인지 알 수 있을까요?”

한민성은 잔뜩 기대를 했다.

과언 어떤 과목을 가르칠까.

내공 컨트롤에 대한 이해?

아니면 최상승 창법의 바른 사용법?

그것도 아니면 무공총론?

이준이 어떤 대답을 할지 빨리 듣고 싶었다.

“제가 가르칠 과목은 기초 체력 훈련이에요.”

“네?”

한민성은 자기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