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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406화 (404/705)

제402화

두 개의 무극기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쾅!

폭음과 함께 먼지가 주위를 휩쓸었다.

시야가 가려졌음에도 이준과 무극자는 격돌을 멈추지 않았다.

쿵-

주먹과 주먹이 맞닿자.

강력한 기파가 사신전을 뒤흔들었다.

단단한 결계가 쳐졌는지 건물과 땅만 진동할 뿐.

두 사람이 싸우는 공간은 무너지지 않았다.

“각오하라더니 말뿐이었더냐.”

“그럴 리가요.”

이준이 손바닥을 활짝 펼친 채 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주먹을 콱 쥔 순간!

바닥을 뚫고 나온 회색의 아지랑이가 무극자를 덮쳤다.

“어림없느니라.”

하나 무극기는 무극자가 만든 무공.

무형의 강기였다.

그보다 무극기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무극자는 무극기의 약점을 잘 알기에 팔을 활짝 벌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니, 반칙하지 마시라고요.”

이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무극자를 공격했던 무극기가 그의 몸을 빨려 들어갔기 때문.

무극기는 보다 수준 높은 혼원신공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무공이었다.

여태까지는 무극자가 이준의 무극기를 상대해 준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제압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손을 나눈 건 아끼는 제자에 대한 배려였다.

“끌끌. 너도 사부와 같이하거라.”

“모래주머니를 차시고 싸워도 이러냐.”

말과는 달리 실망하지 않은 이준이었다.

“이제 어찌할 테냐.”

“제 무공이 무극기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준이 땅을 박차며 무극자를 향해 쇄도했다.

공간을 격한 신형.

이준이 무극자의 앞에 나타나 파멸겁으로 찌르고 있었다.

파멸겁은 흑염을 머금고 있는지.

창두에는 검은 화염이 감싸여 있었다.

“진천무이더냐.”

무극창법의 원류.

진천무 중 주작 계열, 적익이었다.

검었던 화염이 점점 붉어지면서 날개를 펼쳤다.

이제 날아오르기만 하면 되는데 무극자의 무극기가 적익이 날지 못하게 옭아맸다.

“큭!”

2단계의 파멸겁에 힘을 줘 그를 찔러 보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더 버티다간 무극기가 적익의 날개를 꺾을 터다.

창을 회수해야했지만 대신 왼손을 뒤로 뺐다.

뒤로 뺀 손에는 파멸겁과 같은 크기의 무형의 창이 생성됐다.

콰직!

그 무형의 창을 무극자 사부의 무극기를 향해 꽂아 넣었다.

“이번에는 꽤나 위험했구나. 제자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위대한 사부에게 안되느니라.”

“아직 남았어요. 풍살!”

진천무 중 청룡 계열, 풍살을 펼쳤다.

허공에 칼날 바람이 불어닥쳤다.

얼마나 강한지 무극기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바닥이 바람에 의해 갈라졌다.

쩌어억-

결계에 틈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준의 모습에 무극자가 흐뭇하게 바라봤다.

‘더 전진해 보거라. 너는 할 수 있느니라.’

무극자는 무극기로 자신의 몸을 보호한 채 가만히 있었다.

칼날 바람이 의복을 찢어도.

피부에 작은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게 해도.

맞으며 기다렸다.

무극자의 웃음이 이준을 자극했을까.

“절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세요? 그러다 정말 다칩니다.”

“됐으니.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거라.”

“쳇.”

이준은 혼원신공을 극성으로 펼치며 풍살을 운용했다.

무형의 창에 풍살이 소용돌이 치며 사부의 무극기를 압박해갔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심장에 잠들어 있는 뇌령.

청룡의 힘을 일깨웠다.

파직-

칼날 바람에 전류가 흘렀다.

풍살이 더욱 파괴적으로 변했다.

뇌령을 머금은 풍살이 무극자의 몸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할 때였다.

[네게는 아직 무리야.]

천살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룡의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부님을 이기긴 힘들어.’

[사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네 정신력으로는 무리가 있겠지만, 나는 괜찮다.]

‘도와주겠다는 소리지?’

[그래.]

‘오케이. 선수 교체.’

이준이 풍살을 쓰고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았다.

[마신지체가 천살성을 받아들였습니다.]

[기존의 전투력이 초기화되고, 천살성의 능력치로 바뀝니다.]

[마신지체의 효과로 인해 육체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습니다.]

[모든 페널티를 무력화시킵니다.]

메시지가 끝남과 동시에 이준의 눈이 번쩍 떠졌다.

회안이 아닌, 적안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동자.

주변이 살기로 요동쳤다.

“천살성을 깨웠느냐. 제자야.”

“네.”

천살성이 짧게 대답했다.

반격 시작.

심장에서 나온 청룡의 힘이 발현됐다.

천살성의 손에 들린 무형창이 허공에 만들어졌다.

수 백의 창.

일반 무기가 아닌, 하나 하나가 무형의 기운을 가진 창이었다.

거기다가 뇌의 기운까지 머금고 있으니.

무형의 번개 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목표는 무극자.

창이 그에게 기울었다.

거센 칼날 바람과 함께 뇌성이 치자, 무형의 창들이 무극자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쿵!

무형의 창이 무극기에 부딪쳤다.

“으음….”

무극자가 처음으로 신음을 내었다.

무극기로 몸을 보호했음에도 방어를 뚫은 뇌력이 몸에 상처를 입혔다.

“확실히 넌 강하구나. 하지만 너무 불안정해.”

방어만 하고 있던 무극자가 드디어 움직였다.

천살성에게 쇄도하는 그가 손을 옆으로 늘어트렸다.

무극자의 손에도 무형의 창이 생겼다.

무극기로 만든 창이었다.

창의 비를 뚫고 접근한 무극자가 천살성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쾅!

“…큭.”

“난 네 의중을 알아야겠다. 네가 내 제자를 마음으로 돕는지 아니면 피를 갈구하기 전의 변덕인지를 말이야.”

쾅쾅!

무극자의 창이 연신 파멸겁을 강타했다.

그의 창은 마기도 지니고 있었으나.

불기도 지녔다.

불기는 천살성이 가장 꺼리는 기운.

연이은 격돌로 인해 천살성이 신음했다.

“윽….”

“이래도 네 의도를 말하지 않을 생각이냐!”

무극자는 무자비한 창격에 이어 사자후까지 사용했다.

사자후는 마를 제압하는 일갈이었다.

그의 사자후는 지주의 사령술도 일시에 풀어 버리는 위력을 지녔다.

아무리 천살성이라도 사자후를 버티는 건 힘들었다.

“어서 말하지 못할까!”

무극자는 이준을 상대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무력을 보이고 있었다.

두개골을 흔드는 일갈에 천살성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그럼에도 천살성은 풍살을 유지한 채 무극자의 창을 막았다.

“전… 이준이기도 합니다… 큭.”

“노부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 텐데?”

푹-

무극자가 생성한 무형의 창이 천살성의 어깨를 꿰뚫었다.

지금은 천살성이 이성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준의 몸.

제자의 몸에 치명상을 입혔음에도 무극자의 표정은 차가웠다.

“네 의중을 말하지 않으면 널 소멸시킬 수밖에 없다.”

무극자의 말에도 천살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파멸겁을 놓고 무극자의 창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는.

푸욱-

자기 몸에 창을 더 깊게 박는 게 아닌가?

“……!?”

무극자의 눈이 커진 사이.

천살성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이준이 못한 큭! 행동을 저는 서슴없이 할 수 있습…니다.”

천살성의 손이 전광석화와 같이 움직였다.

무슨 의도인지 눈치챈 무극자가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거리가 너무도 가까웠다.

아무리 무극자여도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는 상태에서 공격을 다 피할 순 없었다.

“음….”

무극자가 신음했다.

그 어떤 강력한 공격으로도 그를 제압할 순 없었다.

헌데 한순간의 방심으로 가슴을 내주고 말았다.

아니, 그저 자그마한 상처였다.

공격을 피하지 못하면 막으면 됐으니까.

절대 공격임과 동시에 방어의 무공인 무극기.

그 무극기가 오로지 심장만을 보호하고 있었다.

천살성의 수도가 무극기를 깨부수고 심장에 닿으려 했지만 딱 거기까지.

천살성의 일격필살이 아쉽게 막혔다.

“…확실히 준이가 하지 못할 행동이구나… 녀석은 착해서 절대 이런 짓을 못 하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천살성의 운명을 지닌 이준이기도 합니다. 녀석을 보호하는 게 제 일입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

“혼원…과 계약을 했습니다.”

“혼원과 계약을!? 그게 무슨 뜻인지 아느냐.”

“그러니 제가 이준을 잡아먹을 일은 없을 겁니다.”

혼원과의 계약.

무극자는 혼원신공을 만들 때 안배를 해 놓았다.

그 어떤 상황에 놓이든 혼원신공의 계승자가 목숨을 잃지 않게끔 말이다.

마신지체의 마기에 잡아 먹히지 못하게.

천살성의 살기에 이성을 잃지 않게.

혼원신공에 안배를 했다.

그 안배는 이준의 의지에 따라 행해지는 의식.

이준이 천살성을 거부한다면 천살성은 계약에 의해 소멸될 터.

천살성이 스스로 혼원과 계약을 했다는 건 이준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겼다는 것이다.

“계약을 내게 보이거라.”

무극자는 마지막 확인을 했다.

지금과 같이 자신이 제자의 곁을 지키고 있을 때는 상관없었다.

하나 자신이 없을 때가 문제였다.

그때를 대비해서 철저히 했다.

“이것이면 되겠습니까?”

천살성이 적안을 번뜩이자.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던 혼원의 내기가 심장 부위를 통과했다.

그때 천살성의 뒤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그림자는 검은색과 황금색이 섞인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됐다. 집어넣거라.”

그 쇠사슬은 혼원이 가진 속성 중 마기와 불기였다.

천살성이 제 몸에 족쇄를 스스로 찬 것.

혼원과의 계약이었다.

“네 말이 거짓이 아님임을 알았느니라. 시간이 많지 않으니 준이를 불러 다오.”

천살성의 어깨에 박아 놓았던 무형의 창을 없앤 무극자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 * *

[천살성이 마신지체의 품에 잠들었습니다.]

메시지가 나오자 이준이 눈을 떴다.

무극자의 손이 번개같이 움직이며 이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창에 뚫린 어깨에서 피가 멈췄다.

“사부…님.”

제자의 상처는 치료했으면서 자기 몸은 그냥 놔두는 그였다.

무극자가 자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미안해할 것 없느니라. 하나 아쉬움이 있다면 너와 오래 손을 나누지 못한 것이다.”

무극기 대 무극기의 싸움 이후 싱겁게 끝난 싸움이었다.

“물론 네가 많은 성장을 이룬 걸 봐서 만족하고 있느니라.”

“사부님. 몸부터 살피세요.”

“곧 죽을 몸뚱인데 괜찮다.”

“준아.”

“네.”

“진천무는 사신수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공이니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이제 현무의 힘만 얻으면 되겠어. 현무는 네게 가까이 있으니 잘 찾아보거라.”

이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무극자 사부의 혼력이 약해진 듯.

형체가 흐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부님….”

“이 사부와 헤어진다니 섭섭하느냐?”

“전혀요.”

이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미련이 한 바가지 남은 목소리였다.

“준아. 이 사부는 말이다. 오늘을 그토록 기다렸느니라. 앞서 말했듯 시험은 싱겁게 끝났으나 다른 놈들은 제 살을 주고도 사부의 옷깃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헌데 너만은 성공했으니, 이 사실이 사부를 기쁘게 하는구나.”

“죽는 게 뭐가 좋다고 그래요.”

“고독은 말이다. 사람의 이성을 잡아먹는 괴물이니라. 보통의 이성 가지고는 버틸 수 없다. 무엇보다 역천마신지체를 가진 사부에게는 곤욕이었지.”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올랐음에도 후회로 가득한 목소리였다.

“너만이 이 사부의 한을 풀어 줄 수 있겠구나. 꼭 네 대사형을 이겨 보거라. 그때가 되면 이 사부가 네게 혼원신공을 전수한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게다.”

“알았어요. 그러니까 말 좀 그만하세요. 육신이 사라지고 있잖아요.”

무극자가 말을 할 때마다 형체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준은 안타까운 얼굴로 무극자를 보았다.

사부를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눈에 모습을 담았다.

그 모습에 무극자가 처음으로 이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준아. 이 좋은 날에 표정이 왜 그러느냐. 이 사부는 너를 만나 좋은 시간을 보냈느니라. 그러니 사라지는 것도 여한이 없다.”

“저도 사부님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 말해 줘서 고맙구나. 이제 정말 마지막 선물을 주마.”

무극자가 뒤를 돌아 이준과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이준을 보았다.

“네가 꼭 터득해야 할 무공이니라. 이 무공은 사부 또한 제어하기 어려워 했던 것이니라. 보고 머릿속에 꼭 기억해 두거라.”

무극자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졌다.

그 옛날 무림인을 절망에 빠트린 파천혈신의 최후 심득인 패천기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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