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80화 (378/705)

제376화

이준이 미야와키 요코에게서 몸을 돌렸다.

“어디 가시나요?”

“범인을 알아냈으니 이제 잡아야죠.”

“미즈노 뱅크에 쳐들어가겠다는 말인가요?”

“문제 있어요?”

“저희를 도와주려고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나머진 제가 처리할게요.”

“미야와키 가문을 돕는 건 덤이에요. 제가 일본에 온 진짜 이유는 천외천을 상대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즈노 뱅크가 천외천의 끄나풀인 건 모르시죠?”

“미, 미즈노 뱅크가요?”

미야와키 요코의 눈이 커졌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천외천은 이 세계의 존재.

몬스터와 같이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한국에서 공언했다.

인주와 이준의 싸움으로 천외천이 얼마나 위험한 이들인지 알게 된 세상 사람들.

그 큰 중국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뒤에서 조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얼마나 충격이었나.

그런 무시한 존재가 일본에.

미즈노 뱅크가 꼭두각시로 있다고 하니 놀란 건 당연했다.

“정확히는 사사키 가문이죠. 오사카의 미야와키 가문을 미즈노 뱅크가 무너트렸다? 이상하지 않아요? 요화를 깨우지 못했다 하더라도 명문가가 몰락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옛말에 재벌은 망해도 삼대가 먹고 산다는 말이 있지 않았던가.

현시대의 명문가도 마찬가지였다.

명문의 혈통은 어디 가지 않는다.

특히 미야와키 요코라는 강한 각성자가 있으면 더더욱 망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녀는 AA급 끝자락.

한국의 오왕보다 더 강한 각성자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와키 가문이 몰락해 가는 건 몇 가지 요소 때문이었다.

첫째, 미야와키 요코의 안일한 대응이 문제였다.

시비를 걸어오면 응징을 해야 할 텐데, 평화를 선택했다.

이때부터 미야와키 가의 피해는 점점 커져만 갔다.

태도만 고쳤으면 이 정도로 몰락하지 않았건만.

그녀의 우유부단함이 이 사단을 만든 거다.

물론 그녀가 응징했다 하더라도 미야와키 가문이 망하는 건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상대하는 가문의 뒤에 천외천이 있으니.

아무리 그녀가 뛰어난 각성자라도 몰락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생각지도 못했어요.”

“한국도 미야와키 가주님처럼 당했습니다. 그들의 정체를 빨리 밝혀내 없앴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피해가 컸을 거예요.”

“앞으로 항상 천외천을 염두해 두어야겠군요.”

“그 누구도 믿지 마세요. 월령검이라도 말이죠.”

월령검은 일본의 영웅.

전 국민이 지지하는 각성자였다.

아니, 지지 정도가 아니었다.

신앙.

한국에서 이준이 사람들에게 구원자였다면 일본에선 월령검 마츠모토 아카기가 그들의 구원자였다.

때문에 월령검을 모독하는 건 신성모독이었다.

“그분은 절대 천외천 같은 놈들의 밑에 들어갈 사람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말한 겁니다. 딸 이외에는 믿지 마세요.”

역시나 월령검을 들먹이니 바로 반응이 오는 미야와키 요코였다.

월령검이 천외천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면 안 믿을 터.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야 했다.

아니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테니까.

아무리 자신이 은인이라도 자국의 영웅을 믿지 타국 사람을 믿진 않을 것이다.

“무튼 전 미즈노 뱅크에 갔다 올게요.”

“저도 도울게요.”

“저두요!”

미야와키 요코와 칸나가 따라간다고 나섰다.

혼자 가는 것보다 조력자가 있으면 일도 끝내기 쉬우니 마다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가시죠.”

세 사람은 미야와키 가문을 나와 미즈노 뱅크가 있는 빌딩으로 향했다.

“저흰 뭘 하면 될까요?”

“뭘 하긴요. 그냥 다 때려 부수면 돼요.”

“네에?”

요코와 칸나의 눈이 커졌다.

싸우려면 명분은 필수.

무턱대고 깽판을 치면 명성이 땅에 처박히게 된다.

그런데 다 때려 부수라니 진심인가?

“몬스터 때문에 일본 전역이 난리예요. 이 틈에 가문 몇 개가 사라져도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아….”

요코는 탄성을 질렀다.

아무 생각 없이 힘으로 밀어부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미 머릿속에는 계산이 완료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어떤 게 진면목일까?’

그녀는 창제란 사람이 궁금해졌다.

해맑기도 했으며 차갑기도 했다.

풍기는 분위기는 그의 기분에 따라 천차만별.

따사롭다가도 칼바람이 폭풍처럼 불기도 했다.

단순해 보이나 행동 하나 하나가 계산적이었다.

그와 말을 나누지 않으면 멍청해 보일 정도.

그러니 더욱 무섭기도 했다.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모르기에.

그녀가 창제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이준이 입을 열었다.

“최근 등급이 급격하게 변동한 게이트가 있나요?”

“여러 곳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오사카 성, 아베노 하루카스, 덴포잔 대관람차, 하루카스 전망대가 제일 등급 변동이 심해요.”

“죄다 관광지였던 곳이네요.”

이준은 전생의 정보를 대조시켰다.

고리로 연결된 게이트는 전생과 똑같았다.

이제 마지막 확인만 남았다.

미즈노 뱅크 회장에게 고리의 게이트가 어딘지.

숨겨 놓은 정보가 있는지.

알아내기만 하면 됐다.

* * *

신 우메다 시티.

미즈노 뱅크의 본사 앞에 이준이 나타났다.

“노골적으로 여기만 평화롭네요. 미야와키 가주님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미즈노 뱅크가 게이트 관리를 잘했구나 라고 여겼어요.”

그랬을 터다.

미즈노 뱅크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미야와키 가문이 몰락해 가면서 미즈노 뱅크의 위세는 독보적이게 됐다.

오사카 내에서는 대적할 가문이 없을 만큼 세가 불어난 상태였으니.

미야와키 요코가 그리 생각할 만했다.

미즈노 뱅크가 천외천과 관련이 있는지 전혀 몰랐을 테니까.

이준과 미야와키 요코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 대박!”

칸나가 옆에서 연신 감탄했다.

요화를 개화하자 대번에 무공과 내공이 생겼다.

반복된 훈련으로 숙련도를 높이지 않아도 그녀는 경공을 완벽하게 펼칠 수 있게 됐다.

다 요화 덕분.

같은 힘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지라, 요코 또한 은서단의 무공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바로 즉시 전력감이라고 했던 게 이런 이유였다.

“어머니 보셨죠?”

“응. 봤어.”

“제가 경공을 펼쳤어요!”

미야와키 칸나가 기뻐서 손뼉을 쳤다.

목소리를 크게 내자 요코가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렸다.

“쉿! 목소리가 너무 커.”

“괜찮아요. 정면으로 왔는데 조용할 게 뭐가 있겠어요.”

이준이 싱긋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정지!”

미즈노 뱅크의 앞을 지키는 각성자가 이준을 막아서는데.

우뚝.

이준이 먼저 걸음을 멈췄다.

혼원신공에 감지된 무언가.

신경을 자극하는 기운이 발아래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정확한 기운을 느껴보기 위해 혼원신공을 운용했다.

기감을 넓게 퍼트리고 신경을 발밑 감각에 집중시켰다.

‘내 아래에 엿같은 놈들이 있네.’

이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때 미즈노 뱅크 각성자가 이준의 몸을 밀쳤다.

“이봐!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오는 거야.”

하나 이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작 A급 각성자가 밀치는 것에 넘어질 이준이 아니었다.

“어? 저 사람 미야와키 가주 아니야?”

“맞네. 왜 이곳에 왔지?”

“회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건가?”

미즈노 뱅크 각성자들이 미야와키 요코를 보자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미즈노 뱅크 회장이 그녀에게 한 제안.

미야와키 가문과 미즈노 뱅크의 합병이었다.

하나 미야와키 요코가 그 제안을 수락했겠는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 후 미즈노 뱅크 영역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인데, 이제서야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거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미즈노 산하에 빨리 들어오지 그랬어.”

“그러니까 말이야. 여태껏 회장님의 배려로 미야와키의 명맥을 유지시켜 준 건데.”

“몬스터가 출몰하니 목숨이 위태로웠나 보지.”

“그런데 저 남자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지 않아?”

미즈노 뱅크 각성자들은 미야와키 모녀를 손가락질하며 힐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녀는 그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들은 이곳에 굴복하러 온 게 아니니까.

되려 미즈노 뱅크를 무너트리러 왔다.

“준 사마. 안으로 안 들어가시나요?”

“굳이 안 들어가도 될 것 같네요. 저들이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 이유를 알았거든요.”

그 말을 마친 이준이 바닥으로 발을 강하게 굴렸다.

쾅!

원래였으면 대지가 들썩이면서 거미줄을 쳤을 터.

시멘트만 부서졌지 충격을 흡수한 모양새였다.

“뭐 하는 거야!”

“여기에 좋은 거라도 숨겨 놨어?”

쿵!

이준이 다시 진각을 펼쳤다.

강력한 충격에도 땅이 무너지지 않았다.

지반이 강하다 하더라도 진각을 버티는 땅이라니.

상당히 수상했다.

“보고만 있을 거야! 저놈을 당장 쫓아내!”

이준을 밀친 남자의 말에 보고만 있던 각성자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지옥에 발을 들이민 줄 모르고 있었다.

이준이 너무도 강한 나머지.

허접한 각성자들이 그의 기운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것.

동태 눈깔을 달고 다닌 그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

이준의 발이 바닥을 재차 강타한 순간!

퍼벅퍽퍽!

그들의 몸이 일제히 터졌다.

그와 동시에 그 단단하던 바닥도 무너져 내렸다.

* * *

쾅!

빌딩 최상층에 있던 미즈노 요시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무슨!”

그가 느끼기에 무섭도록 날카로운 기운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회장님!”

“뭐야?”

“본사 아래에 미야와키 요코가 와 있습니다.”

“그녀가 왜?”

“가문으로 함께 들어갔던 남자도 같이 있는데….”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건물 밑에 있는 지하 밀실을 발견했습니다.”

“뭐야!?”

미즈노 요시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하 밀실은 밖에 드러나면 안 되는 공간이었다.

“하필이면 건물 내부에서가 아닌 바깥에서 지하 밀실이 드러난 바람에….”

“당장 조치를 취해! 내가 내려갈 테니까!”

“그리고….”

“그리고 또 뭐!”

“남자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누군데?”

“한국의 창제랍니다.”

“창제? 창제가 미야와키 가문과 인연이 있었나.”

“거기까진 파악을 못 했습니다.”

“우선 알았으니까 나가 봐.”

미즈노 요시오의 비서가 다급히 회장실을 나갔다.

요시오는 창밖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통유리창을 통해 아래를 봤다.

빌딩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웅덩이.

그 안에 창제와 미야와키 모녀가 있었다.

“사사키 가주께서 창제한테 이를 갈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구나. 이참에 비밀병기를 사용해 놈을 죽여, 사사키 가주께 점수 좀 따야겠어.”

요시오는 통유리를 뚫고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엄청난 낙하 속도.

그는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았다.

쿵 소리와 함께 무릎을 굽히며 바닥에 내려앉은 그가 몸을 일으켰다.

“회장님이시다!”

“회장님!”

놀란 눈을 한 각성자들이 미즈노 요시오를 불렀다.

요시오는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 지하 밀실로 몸을 던졌다.

“창제는 남의 나라에 와서 뭐 하시는가!”

한국이라면 기겁할 행동을 미즈노 요시오가 했다.

겁도 없이 이준에게 하대한 것이다.

과연 이준은 어떤 반응을 할까.

“신박한 자살 방법인데?”

이준의 한쪽 입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기분이 상당히 나쁜 상태를 말했다.

그러나 그 의미를 모르는 미즈노 회장은 이준을 향해 일갈을 토해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다!”

“너희 국민이 SOS를 청해서 난 도움을 주러 왔고. 이곳에 살아 있으면 안 될 시체들이 있어서 확인하려던 것뿐이야.”

“저, 저 조센징이!”

“감히 회장님께 무슨 말버릇이냐!”

최근 들어 기세가 하늘을 뚫고 충천해서 그런가.

미즈노 뱅크의 각성자는 보이는 게 없었다.

상대는 이준.

한국 최고의 전력.

천외천의 인주를 박살 낸 각성자였다.

이준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건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했다.

“여기가 일본이어서 나한테 깝치는 건가? 내가 너희를 못 죽일 줄 알고!”

화아악-

이준의 몸에서 회색 아지랑이가 폭발적으로 뿜어졌다.

그에게 지하 밀실의 내용도 중요했다.

하나 자꾸 조센징이라 하는 저 뚫린 입은 가만히 둘 수 없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