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74화 (372/705)

제370화

길었던 백호의 이야기가 끝났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면 여섯 달 전에 동쪽에서 현무의 기운을 느꼈고, 그 기운을 따라갔는데 그곳에 카오스 몬스터가 있었다?”

[그렇다.]

“누군가를 경계하는 듯 신경이 잔뜩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누군가와 이미 몇 차례 싸운 느낌이었다.]

“천외천과 싸웠나 보네.”

[천외천?]

“그런 단체가 있어.”

지주가 이 세계로 온 순간부터 카오스 몬스터의 운명은 정해졌다.

지주는 일반 몬스터보다 카오스 몬스터를 선호했다.

인간계도 지하계도 아닌, 중간의 존재들.

틈새의 혼돈에서 태어난 몬스터는 지주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였다.

지주가 카오스 몬스터를 휘하로 거두는 걸 우선으로 할 정도.

카오스 몬스터의 신경이 날카로운 건 지주 측 인원과 싸운 후였지 않았을까?

그때 백호가 나타난 거고.

“카오스 몬스터의 종을 알 수 있어?”

[데란이었다.]

“블랙 오크 말이야?”

[데란이 블랙 오크인가? 생김새가 비슷하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다르기도 한데.]

데란과 오크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오크는 근육질의 몸에 돼지의 얼굴을 가졌다.

데란도 마찬가지.

하나 다른 건 데란이 더 흉측하게 생겼다는 거다.

이빨하며 찌푸린 인상하며 몸을 휘감은 검은 연기하며.

악마를 연상케 했다.

사람들은 데란을 쉽게 부르려고 블랙 오크란 이름을 붙인 거다.

“생김새가 어떻든 상관없고 혹시 울릉도 쪽이야?”

[맞다.]

“내 생각이 맞네. 천외천이 많이 급한 모양이야.”

울릉도 사건은 전생에서 아주 큰 사건이었다.

카오스 몬스터가 대대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일은 울릉도부터 시작됐다.

[무슨 말이냐?]

“천외천이란 단체가 카오스 몬스터를 먹으려 하거든.”

[인간이 몬스터를?]

“천외천이 보통 인간은 아니지, 늙어 죽지 못하는 괴물이니까.”

[태초부터 주제 넘는 짓을 한 인간은 많긴 했다.]

“천외천이 울릉도까지 손을 뻗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계획을 짜야겠네.”

[자꾸 천외천이란 말을 하는데 누구냐?]

“너 무극자 사부는 알지?”

[당연하지 않느냐. 인간 중에 그를 넘을 수 있는 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콧대 높은 백호의 말이었다.

사신수의 입에 사부가 오르내리니 기분이 좋아졌다.

“사부님께 제자들이 있는 건?”

[안다.]

“그들이 천외천이야.”

[그 멍청한 놈들이? 신마회가 아니고?]

“너도 신마회에 대해서 알고 있구나?”

[사신수가 모르는 건 없다. 넌 그 신마회를 막으려는 입장이군.]

“놈들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마니까.”

[다 그가 자초한 일이지. 누굴 탓하랴.]

백호가 홀로 중얼거렸다.

녀석이 가리킨 사람은 무극자 사부였다.

사부가 어떤 잘못을 했길래 자기가 초래한 일이라고 할까.

사부도 옛일에 대해서는 잘 말해 주지 않았고 흑염마조도 입을 다물었다.

혹여나 백호가 말해 줄까 기대를 했지만.

[내가 너에게 말해 줄 건 하나다. 다 운명대로 흐를 것이다. 네가 신마회에 다가간다거나 멀어진다고 해도, 운명이 놈들에게 너를 이끌 것이니 다급해하지 마라.]

백호는 두루뭉술한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더욱 머리가 복잡해졌다.

* * *

백호와 이야기를 끝낸 이준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홀로 이동했다.

그가 경공을 펼쳐서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설악산.

혼원문이 있는 곳이었다.

이준이 혼원신공의 내기를 발하자 게이트가 발동했다.

그는 허공에 뜬 하얀색 포탈로 들어갔다.

지잉-

무극자 사부가 어떻게 지내시는지 보려고 왔는데.

“사부님?”

무극자 사부가 작은 텃밭에 앉아 있었다.

[벌써 왔느냐 제자야?]

“사신전 안에 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답답한 곳에 처박혀 있으면 뭐 하누.]

“밖으로도 나올 수 있으세요?”

[사부가 사신전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

“당연하죠. 사신전에 영혼이 붙잡혀 있는 줄 알았다고요.”

[끌끌끌. 보다시피 혼원문은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느니라.]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찾아올 걸 그랬어요.”

[끌끌. 이 사부가 그리도 보고 싶었더냐?]

무극자 사부가 일어서면서 활짝 웃었다.

저 포근한 미소, 오랜만이다.

“아니거든요. 사부님이 없어서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항의하러 왔어요.”

[홀홀. 이 사부가 박학다식하긴 하느니라.]

사부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머리에 번개가 스쳐 지나갔다.

‘혼원문도 게이트야. 차라리 4대 성지의 금역과 합칠까? 그러면 설악산까지 올 수고로움도 덜 수 있어.’

사부가 사신전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걸 안 이상 혼원문에 안 올 순 없었다.

오히려 뻔질나게 드나들 것이다.

그럴 바에는 4대 성지의 금역과 합쳐서 사부의 얼굴을 편하게 보는 게 나았다.

“사부님.”

[오냐. 말하거라.]

“혼원문하고 4대 성지의 금역하고 합치면 어때요?”

[여길 말이냐?]

“네. 제가 제일 좋은 자리로 옮겨 드릴게요.”

[사부는 상관없다만.]

“그러면 결정하신 걸로 하고 진행할게요.”

혼원문을 4대 성지와 합치면 적적하게 혼자 있지 않으셔도 된다.

밖으로 나가지 못할 뿐.

게이트 안은 활보가 가능하니.

황금이도 보고, 말벗도 되어 드릴 수 있었다.

혼자 혼원문에 있는 것보다 덜 외로우실 것이다.

“혼원문이랑 4대 성지의 금역을 합쳐.”

이준의 입에서 게이트 명령어가 나왔다.

[블랙존 게이트 ‘혼원문’을 블랙존 게이트 ‘4대 성지의 금역과 합치겠습니까? (Y/N)]

“어.”

[두 개의 게이트를 하나로 합칩니다.]

이준은 자신의 눈앞에 뜬 4대 성지의 금역 맵을 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금역 안에 혼원문을 어디에 배치할지 골랐다.

그는 혼원문을 게이트 정중앙에 박아 놓았다.

그러자 빛이 뿜어지더니 게이트가 뒤흔들렸다.

“됐다! 사부님 어때요? 자리 죽이죠?”

진동이 멎었다.

이준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절경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서 황금이가 있는 천중호수가 보이는구나.]

남쪽은 얼음지대, 황금이가 사는 장소였다.

혼원문의 밑에는 어떤가.

로티틸이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이 보였다.

그 주위로 스케먼이 사는 나무 집과 오아시스가 있었다.

“심심하시면 황금이가 있는 곳에 마실도 다녀오고 하세요.”

[그리하겠느니라.]

사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혼원문으로 테구르와 로티틸, 샥쿠와 파들락이 달려왔다.

녀석들은 손에 병장기를 하나씩 쥐고 있었다.

“주인… 님?”

“뭐냐. 나랑 싸우게?”

테구르는 이준을 보자 들고 있는 창을 바닥에 던지며 손을 비볐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요. 난데없이 거대한 건물이 생겼길래 와 봤습니다요.”

“그런데 주인님. 그분은 누구세요?”

“응? 사부님이 보여?”

이준의 눈이 커졌다.

로티틸이 무극자 사부를 가리키며 물어보는 게 아닌가.

사부는 영혼만 존재했다.

실체가 없기 때문에 오직 이준만이 볼 수 있었다.

“네. 그런데….”

로티틸은 무극자를 보자 서서히 몸을 떨었다.

끝에는 사시나무 떨 듯했다.

눈을 마주친 그는 고개를 황급히 숙였다.

그러더니 절로 무릎을 꿇는 게 아닌가.

“로티틸 왜 그래?”

“저, 저분은 누, 누구세요?”

심지어 이곳에서 제일 강한 샥쿠는 오체투지를 하며 피까지 토했다.

이상한 건 테구르와 파들락은 괜찮다는 거다.

멀뚱멀뚱 눈을 깜빡이던 두 몬스터를 향해 로티틸이 다급하게 말했다.

“두 분 당장 무릎을 꿇으세요!”

“네?”

“저희가 말입니까?”

“어, 어서요!”

그동안 화 한 번 내지 않았던 로티틸의 외침이었다.

상황 파악을 기깔나게 하는 테구르가 바닥에 붙을 정도로 몸을 숙였다.

파들락도 테구르를 따라 했다.

서 있는 사람은 단 두 명.

이준과 무극자뿐이었다.

그때 무극자 사부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나와 눈을 마주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내 제자 한 명뿐이니라.]

덜덜.

이젠 테구르와 파들락까지 몸을 떨었다.

심지어 무극자가 예뻐했던 파랑이까지 두려움에 잠겼다.

이준의 주머니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는 파랑이.

금역의 주인이며, 절대자 종 중 한 마리면서도 무극자를 극도로 무서워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극자의 목소리에는 주변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억지로 내는 말투가 아니다.

몸에 절로 배어 있는 존엄이었다.

또한 무극자의 음성은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에 숨은 공포를 자극했다.

이런 이를 그 누가 안 두려워할까.

지배자 종 몬스터까지 꼭꼭 숨는데 다른 몬스터라고 다를 게 없었다.

[제자야.]

무극자가 이준을 불렀다.

위엄 가득한 목소리가 아닌, 자애로운 음성이었다.

[제자야?]

하지만 이준은 무극자의 부름을 듣지 못했다.

‘어떻게 로티틸이 사부님을 볼 수 있는 거지? 내 옆에 계시는 동안에는 몬스터가 사부님을 알아채지 못했잖아?’

그의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있었다.

‘게이트를 합쳐서 그런가? 아니면… 사부님의 혼력이 상승해서?’

[이놈아!]

“아우 깜짝이야! 왜요?”

[이 빌어먹을 제자 놈이! 사부가 부르는데 대답하지 않고 무얼 그리 생각한단 말이냐!]

“몬스터가 사부님을 보는 게 이상해서 그렇죠.”

[내 힘이 강해져서 그런 게 아니겠느냐.]

“힘이요? 영혼말이죠?”

[그렇느니라. 이틀 전부터 영력이 강해졌느니라.]

“혼력 때문인 것 맞네. 흐흐.”

백호를 정화한 보상으로 무극자 사부의 혼력이 상승했다.

몬스터가 사부를 볼 수 있었던 이유였다.

사부는 자신과 황금이, 흑염마조와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젠 모든 몬스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준이 능글맞게 웃자.

[체통을 지키거라.]

무극자 사부는 몬스터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어? 너희는 왜 그러고 있어?”

“저, 저분은 뉘, 뉘신지…”

“부, 부탁드리겠습니다. 주, 주인님.”

“이분은 내 사부님이셔. 앞으로 불편한 거 없으시게 잘 모셔야 해.”

“무, 물론입습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몬스터가 땅바닥에 붙어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쟤들이 사부님을 좀 무서워하는 것 같네요.”

[불편할 것 없다. 사부는 이 상황이 익숙하느니라.]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는 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였다.

언제나 꼬장꼬장한 모습을 보이던 사부였는데, 오늘은 사뭇 달랐다.

절대자의 풍모랄까.

행동과 말투가 시시각각 변했지만, 지금만은 파천혈신이란 이명으로 불리던 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자야. 예쁜 아이들과는 잘 교류를 하고 있느냐? 사부는 네가 혼원문의 대를 끊기게 할까 봐 심히 걱정이니라. 모름지기 남자는 말이다….]

무극자 사부가 분위기를 확 깨는 질문을 했다.

더불어 길고 긴 설교가 시작되었다.

‘이럴 줄 알았다. 사부가 멋있다는 생각을 한 내가 바보지.’

이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말을 해서 그런지 무극자 사부의 입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 * *

일본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게이트 이상 현상!]

[게이트의 등급은 최소 블루존, 수백 개의 게이트를 일본 각성자들이 막을 수 있을까?]

[사사키 가문의 분전! 일본에 있는 전 가문에게 도움을 호소하다.]

[암사회가 패퇴하다. 원흉은 카오스 게이트?]

[SNS로 전 국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본인들, 아시아 국가들은 도움에 응할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의 현상은 자신의 국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기에 말이다.

현재 일본은 생지옥으로 변했다.

전쟁이 나도 이보다는 덜 할 터.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로 인해 일본은 쑥대밭이 됐다.

그래서일까.

가문 연맹회에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왔다.

도움을 요청하는 국제 전화였다.

“창제 님은 저희가 움직일 수 있는 각성자가 아닙니다. 사신가에 직접 연락을….”

“우선은 말을 전해 보겠습니다. 기대는 하지 마세요.”

“네네. 가주 회의가 현재 진행 중이어서 지금은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그 시각.

회의실은 여러 의견이 대립하고 있었다.

“각성자 파견은 불가합니다. 일본은 침략국입니다. 자기들이 어려움에 처했다고 이제야 도움을 청하다니요!”

“어찌 그리 말씀을 하십니까 백 가주. 이웃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게 친구 아닙니까.”

“이럴 때만 친구 타령이군요. 한국을 침략하려고 하이에나처럼 기회를 엿본 놈들이.”

“말이 심하십니다.”

“더한 말도 할 수 있어요. 이곳에 검제님과 괴개님이 계셔서 화를 꾹 참고 있는 겁니다!”

검제와 괴개는 가주들의 언쟁을 말리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가 오는 걸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드르륵-

마침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

“죄송해요. TMI 좀 듣느라 늦었네요.”

사부의 잔소리를 듣던 이준이 긴급 연락을 받고 달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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