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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57화 (355/705)

제353화

“후우우. 우리끼리 정말 레드존 게이트에 들어가는 거냐.”

진경수가 긴장한 듯 큰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본 정예나가 진경수를 놀렸다.

“넌 레드존 게이트 처음이겠구나?”

“아니! 나도 들어가 봤거든!”

“가솔들을 대동한 채 들어갔겠지. 우린 선생님이 옆에서 지도해 주면서 밤의 나락을 상대한 경험이 있다?”

“그, 그때 이야기는 하지 마. 평생에 제일 후회한 순간이니까.”

정예나와 진경수가 티격태격하고 있는 사이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 도착했다.

바리케이드가 쳐진 경기장.

곳곳이 무너져 내린 모습은 흉물과 다름없었다.

특별 1반 학생들은 바리케이드를 지키고 있는 각성자에게 가서 신분증을 보여 줬다.

“들어가면 된다.”

한지유가 고개를 끄덕이곤 안쪽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이 줄줄이 뒤를 따랐다.

경기장 한가운데에 떠 있는 빨간색 게이트.

색이 굉장히 짙어 보였다.

한지유는 들어가기 전 학생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각자 준비한 장비를 다시 확인해 주세요.”

“전, 이상 없습니다.”

“나도.”

“선생님이 그려 주신 지도는?”

“제가 가지고 있어요.”

이지안의 손에 들린 종이.

이준이 그려 준 생명의 샘 지도였다.

레드존 게이트에서도 상급에 속한 곳이라 안전장치를 쥐여 준 것이다.

지도라도 있으면 게이트를 공략하는데 한결 수월할 테니까.

물론 지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있었다.

이미 학교 측에도 보고가 된 상태였다.

레드존 게이트인 천중호수와 난이도가 흡사한 곳을 고작 열 한 명만 보내는 건 미친 짓.

중간고사라고는 하지만 안전장치가 있어야 했다.

어드밴티지가 주어진 만큼 점수가 감점되었다.

“들어가요.”

“가즈아아!”

진경수가 기합을 넣으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한 명씩 차례로 사라지는 학생들.

입장이 끝나자 잠시 후 게이트에 사슬이 묶이며 닫혔다.

[레드존 게이트 ‘생명의 샘’에 입장하셨습니다.]

특별 1반 학생들의 시스템에 뜬 메시지.

가문의 도움이나, 이준의 보호 없이 처음으로 그들끼리 레드존 게이트에 들어온 것이다.

“우와.”

“꼭 요정이 살 것만 같아.”

학생들은 주변을 보자 긴장이 확 풀렸다.

푸르른 녹색 숲으로 가득한 장소.

곳곳에는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듯 불빛이 반짝였다.

“모두 정신 차려요.”

한지유의 목소리에 모두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여긴 레드존 게이트.

긴장하지 않으면 골로 가는 곳이었다.

“바로 공략에 들어갈게요. 허수랑 조용석, 홍원찬은 저기 큰 나무 앞에 텐트를 쳐.”

“알겠습니다. 누님. 맡겨만 주십시오.”

“…….”

“네!”

허수랑 홍원찬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조용석은 멍하니 있었다.

조용석의 눈은 한지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빡!

허수가 조용석의 뒤통수를 갈겼다.

“악!”

“야, 어딜 넘봐.”

“무, 뭐냐! 빙화가 네 것이라도 되는 것이냐?”

“미친놈이, 감히 지유 누님을 빙화라고 불러?”

“빙화를 빙화라고 부르지, 그러면 뭐라고 하지?”

“빙화 님이라 불러라. 그리고 함부로 넘보지 마. 네깟 놈이 넘볼 분이 아니야.”

“흥. 꼭 자기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하는 것 같군.”

“네가 특별 1반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나 본데 지유 누님은 우리 이준 선생님과 호감이 있는 사이다. 그러니 꿈 깨.”

“서, 선생님과?”

조용석이 말을 더듬었다.

여기서 이준의 이름이 나오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사마고에는 소문이 안 났냐?”

“검화와 사귀는 거 아니었어?”

“음… 정연 누님도 선생님께 호감이 있는 건 맞지.”

“야, 양다리?”

빡!

허수의 솥뚜껑만 한 손이 조용석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악, 또 왜 때려! 죽고 싶냐!”

“선생님께 실례되는 말은 삼가 하도록. 저기 진 선배님이 널 죽이려고 한다.”

조용석이 고개를 돌렸다.

진경수가 눈에 힘을 빡 주고 노려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키면서 경고하는 모습에 조용석은 눈을 내리깔아야만 했다.

그가 이준 다음으로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바로 진경수였다.

꼰대 중의 꼰대.

특별 1반의 기강을 담당하는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었다.

이준에게 굴림을 당하면 다음은 진경수 차례였다.

태도가 불량하다며 지적하고, 말투가 싸가지 없다고 지적하고.

여자들을 훔쳐보는 눈빛이 음흉하다며 잔소리를 하니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저 선배 좀 어떻게 해 봐.”

“내가 왜?”

“날 도와주면 우리 살막에서 스카웃 해 줄게.”

“뭐라고 하는 거야. 내가 살막을 왜 가.”

“너 소속 없다면서. 일반 각성자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들었다. 내 밑으로 들어오면 널 살막의 최정예 부대에 넣어 주겠다.”

“말을 말자. 한 달 동안 뭘 본 건지.”

“조건이 불만이냐.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줄게.”

조용석이 정신을 못 차리자 허수가 그를 무시했다.

대화할수록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들었다.

“원찬아. 가서 텐트 치자.”

“네. 선배님!”

“야! 어디 가! 내 말 안 끝났어.”

조용석은 허수의 무시에 씩씩대며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특별 1반 학생들은 한지유의 지시에 따라 각자 일을 분담했다.

허수와 정예은은 정찰을.

류가을과 박은비, 서혜지는 짐정리를.

이지안과 정예나 그리고 한지유는 세계수에서 퀘스트를 받았다.

* * *

학교 운동장 본부석에선 선생들이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다들 무리 없이 잘하고 있군요.”

“전년보다 학생들의 실력이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습니다.”

모니터에는 이미 전투에 돌입한 반들이 꽤 됐다.

등급이 높은 게이트에 들어간 특별반만 아직 전투가 벌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특별 4반과 3반도 곧 싸움을 시작할 듯싶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학생들이 최상급 블루존 게이트를 클리어해 준다면 엄청난 성과일 겁니다.”

한민성의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근 1년 만에 A급 각성자가 무수히 많이 생겨났다.

특히 학생들은 나이가 어렸다.

포텐을 터트릴 확률이 더 높다는 뜻.

각성자의 강함에 따라 국가 전력이 판가름 난 시대에 대한민국으로선 축복이었다.

“어디 아이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볼까?”

천막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거, 검제 님!?”

“검제를 뵙습니다.”

“허허. 다들 일어나지 말게. 그냥 구경을 온 것이니.”

“그러게, 내가 따로 보자고 하지 않았더냐. 애들이 불편해한다니까.”

그 뒤로 괴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암독께서도 오셨어!”

“암독을….”

“나한테 인사는 됐다.”

“헉헉… 어르신들 걸음이 너무 빠르십니다.”

“진 가주까지 오셨습니까?”

“나야 두 분 어르신들을 모시고 왔지요.”

“저기요.”

그들을 보고 이준이 한마디 했다.

“지금 중간고사 중인데요. 학부형이 이렇게 오시면 안 돼요.”

어정쩡한 자세로 있던 선생들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누가 검제와 괴개에게 겁도 없이 무안을 줄까.

목숨이 열 개가 되지 않은 한 불가능했다.

“제가 이곳으로 오지 말고 따로 보자고 간곡히 말씀드렸는데 기어코 이곳으로 오신 게 아니겠습니까.”

진병철이 이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검제와 괴개는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아이들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하러 왔다오. 후배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우리의 임무라오.”

“난 이놈이 무사고로 간다길래 따라왔소. 겸사겸사 중간고사를 구경하는 거요.”

“우리가 보면 안 되는 것이오?”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마음껏 구경하셔도 됩니다. 검제 님과 암독 님이 중간고사를 지켜봤다는 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아이들이 좋아할 겁니다.”

“이사장은 어떤가?”

“검제 님의 뜻을 누가 막겠습니까. 편하게 하십시오.”

한민성의 허락을 맡은 검제가 이준에게 말했다.

“이사장과 선생들은 괜찮다고 하오만?”

“마음대로 하세요.”

“허허 고맙소.”

검제와 괴개, 진병철은 자리에 앉아 모니터에 집중했다.

“선생님. 제 아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기 가장 큰 모니터 있죠? 저게 특별 1반의 모니터예요.”

“오오, 아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화면에 진경수의 얼굴이 보이자 진병철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누가 아들 바보 아니랄까 봐 얼굴에 티가 다 나네.’

평소에는 진경수에게 엄하게 대하지만 아들이 없는 자리에선 지금처럼 자랑스러운 얼굴을 했다.

괴개의 표정도 진병철과 같았다.

저 얼굴이 모두 자식을 가진 부모의 얼굴이었다.

‘좋겠다.’

이준은 모니터에 비친 특별 1반 학생들이 부러웠다.

자신은 이런 가족이 없었으니까.

씁쓸한 마음이 들 때 진병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특별 1반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퀘스트를 받았나 보네요.”

이준은 잡생각을 집어넣고 모니터에 집중했다.

* * *

[게이트 퀘스트 - 오염된 세계수를 지켜라]

난이도: AA

설명: 언데드 종족이 여러 세계수 중 하나인 생명수를 오염하려고 합니다. 언데드는 마지막 고지를 점령하기 직전입니다. 그들에게 저항해 생명수를 지키십시오.

완료 조건: 몬스터로부터 세계수 지키기(0%)

실패 조건: 세계수의 완전한 오염(0%)

보상: 게이트 클리어 보상, 세계수의 열매

“모두 퀘스트 받았죠?”

“네!”

“몬스터가 오기 전에 방어진을 깔게요.”

“제가 도우면 안 될까요?”

텐트를 치던 홍원찬이 손을 번쩍 들었다.

한지유가 고개를 돌리니 박은비가 말했다.

“짐 정리는 할 게 별로 없으니까 내가 텐트 치는 걸 도울게.”

“그렇게 해.”

“열심히 할게요!”

홍원찬이 안경을 쓸어 올리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준이한테 들었는데 지안이 넌 빙결진이란 방어진을 사용할 줄 안다며?”

“네.”

“빙결진의 효과는 어떤 거야?”

“주변을 얼려 버려요. 진법의 안쪽일수록 냉기가 더 강해져요.”

“그렇구나. 홍원찬 너는?”

“전 구유진을 압니다.”

“구유진? 뇌전홍가의 그 구유진 말하는 거야?”

“맞아요! 별로일까요?”

“아니, 좋아.”

구유진은 신기지가의 현무진과 더불어 방어에선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진법이다.

등급은 A급.

사람이 펼치는 진법이 아닌, 결계의 성능으로는 현존하는 가장 높은 등급이었다.

물론 한지유가 이지안이 가진 빙결진의 등급을 모르는 것도 한몫했다.

빙결진이야말로 현무의 힘이 깃든 방어 결계였으니까.

“내 현무진을 제일 앞에 깔고 그다음 구유진, 빙결진 순으로 깔자.”

“넵!”

세 사람은 자신이 가진 스킬을 생명수 주위에 펼쳤다.

생명수가 커서 시간이 좀 걸렸다.

텐트와 짐 정리, 정찰을 마친 학생들도 세 사람의 주문에 따라 진법 설치를 도왔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1시간, 2시간, 5시간.

밤이 돼서야 준비를 완료했다.

[빙결진의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현무진의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구유진의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홍원찬의 특성 ‘전술의 달인’이 발휘되었습니다.]

[결계의 효과가 두 배로 상승했습니다.]

[속성 능력치 버프가 적용되었습니다.]

[빙결진 - 빙, 현무진 - 수, 구유진 - 암]

뜻밖의 메시지에 모두의 시선이 홍원찬에게 향했다.

홍원찬은 손가락으로 안경을 끌어 올렸다.

“저 뇌전홍가의 자식이에요.”

“짜식. 참 괜찮단 말이야.”

“억!”

진경수가 홍원찬의 머리를 헝클며 기뻐했다.

“결계는 다 했으니 이제 배 좀 채울게요.”

“그러자.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에 밥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주변이 조용해졌다.

다 귀한 집 자식들.

주방에서 손에 물 한 방울이라도 묻힌 적이 있을 리 없었다.

진경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럴 줄 알고 전투 식량을….”

“제가 할게요. 동생들 때문에 몇 가지 요리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허수의 말에 진경수는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저도 가능해요.”

뒤늦게 이지안 또한 손을 들었다.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한 명도 요리를 못하는 줄 알았어.”

“싸움은 밥심인데, 정작 요리는 생각 못 했네.”

“저희가 후딱 요리를 만들어 오겠습니다. 지안아. 가자.”

“네.”

허수와 이지안이 요리하러 가려는 순간!

띠링-

그들에게 메시지가 떴다.

[고스트웍의 침공까지 남은 시간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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