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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54화 (352/705)

제350화

일본 도쿄 타워 꼭대기.

한 여자가 손에 든 종을 흔들고 있었다.

딸랑!

경쾌한 소리가 주변으로 퍼졌다.

딸랑!

소리와 함께 여자가 입은 옷이 바람에 펄럭였다.

처음에는 잔잔했던 바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거세졌다.

태풍이 몰아치듯 거센 바람에 근처에 있던 이들이 휩쓸리지 않게 몸을 최대한 숙였다.

딸랑!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 감고 있던 그녀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녀의 눈에서 번들거리는 흑광.

손을 앞으로 뻗어 자신의 앞에 있는 청년의 몸을 만졌다.

그러자 거센 바람이 청년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바람이 잠잠해지자 그녀가 청년의 몸에서 손을 뗐다.

“일어나.”

그녀의 명령에도 꼼짝하지 않은 청년.

“다시 죽여 줘?”

협박하자 그제야 말을 듣는 청년이었다.

“장난 좀 쳐 봤소.”

“임무에 실패했으면서 주둥이는 여전하네.”

“사형도 변태 같은 취향은 여전….”

“죽고 싶어?”

“농이었소. 오랜만에 만난 사제에게 너무 매몰찬 것 아니오.”

“영혼을 찾아서 살려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

여자, 지주가 옷을 털고 일어났다.

청년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을 살폈다.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그러다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동경 가져와 봐.”

“예?”

“거울 가져와 보라고.”

“예예.”

사람들이 황급히 거울을 찾아 청년에게 건넸다.

청년, 인주는 거울을 보자 인상을 와락 구겼다.

“사형!”

“한 번만 더 사형이라고 부르면 그 입 찢어 버릴 줄 알아.”

“왜 이딴 얼굴을 가진 놈에게 소생시켰소!”

“내 마음이야.”

“X발.”

인주가 욕지거리했다.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은 굉장히 못생겼다.

그 전의 몸에 비하면 100배 이상 못생겼다랄까.

못생긴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그는 현재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당히 언짢은 기분.

그가 지주를 노려봤다.

‘저 미친 변태 새끼가 일부러 날 엿 먹이는 거야.’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가지고 노는 사형.

뻔히 얼굴에 민감하다는 걸 알면서도 병신 같은 면상에 영혼을 집어넣은 것이다.

‘두고 보자. 내 이 복수를 언젠가는 꼭 하고 말겠다.’

인주는 작은 반항을 했다.

“아무튼 살려 주셔서 고맙소. 능기 사형.”

절대 입 밖으로 꺼내선 안 되는 말이었다.

사람들 모두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지주의 눈썹 또한 꿈틀거렸다.

천외천에서 금지된 호칭이었다.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아차차. 미안하오. 50년 가까이 부르다 보니 습관이 돼서 말이오. 실수했소.”

“그 이름이 네 입에서 나오는 순간.”

화아악-

지주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사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요괴의 환생이라도 된 듯한 사기의 양이었다.

“흡!”

“죽여 버리겠다. 네가 내 사제인 걸 다행으로 알아라.”

“아, 알았소.”

인주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음… 저 변태 새끼는 가면 갈수록 세지는군.’

그는 침을 꼴깍 삼켰다.

사기에 파천멸기가 너무도 잘 어우러져 있었다.

그의 정기와 파천멸기는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는데 말이다.

그 때문에 실력 차이가 더욱 나는 것이었다.

“야, 멀뚱히 뭘 봐. 인사 안 하냐?”

“인주를 뵙습니다.”

“너희는 여전히 뻣뻣해?”

“저희는 오로지 지주만을 따릅니다.”

“큭. 천주 사형 앞에선 아무 말도 못 하면서 염병은.”

인주의 모욕에도 지주의 측근인 존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많이 들은 소리인 듯, 면역이 된 듯했다.

“분란 일으키지 말고 내려가자.”

“알았소.”

지주와 인주가 나란히 아래로 내려갔다.

“림주. 보고할 게 있습니다.”

“말하세요.”

“한국에서 온 소식입니다.”

“어떻게 됐나요?”

“모두 막았다고 합니다.”

“호오. 선발대를 보내 본 것뿐인데, 벌써부터 흥미로워요.”

지주와 사령존자의 말을 듣고 있던 인주가 말했다.

“애들을 보낸 거요? 어디로?”

“신력권가에 게이트를 풀었어.”

“신력권가!”

인주의 기세가 폭발했다.

자신을 죽인 창제가 가주로 있는 가문이었다.

이딴 병신 같은 얼굴의 몸에 다시 태어나게 한 원수였다.

“전력을 파악하려고 선발대만 보낸 거니까 흥분하지 마.”

“그놈은 나에게 수치심을 줬소.”

“복수할 기회를 줄 테니까 화를 가라앉혀.”

지주의 말에 인주가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알았소. 대신 내가 놈을 죽일 수 있게 판을 깔아 주시오.”

“나야 좋지. 그보다 궁금한 게 있어.”

“뭐가 궁금하오.”

“창제 그놈 얼마나 강해? 네가 죽을 만큼이면 현경은 되겠고.”

“천주 사형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파천멸기를 그놈은 제어가 가능하오.”

“뭐!?”

지주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인주의 말은 그들에게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까.

* * *

오대 가문의 가주들이 돌아갔다.

사형준도 돌아갈 채비를 했다.

“사 대주.”

“예. 주군.”

“내일부터 움직여. 파랑이가 도와줄 거야.”

이준이 파랑이를 품에서 떼어 놓았다.

파랑이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발버둥을 쳤으나 소용없었다.

“너밖에 믿을 녀석이 없어서 그래. 무극대를 따라다니면서 지켜 줘. 알았지?”

“뀨우.”

파랑이의 귀가 축 처졌다.

장기간의 임무였다.

한동안 보지 못할 터.

파랑이는 이준과 떨어지는 게 싫었다.

“금역에서 자주 볼 건데 영영 안 볼 것처럼 행동하니.”

“뀨우?”

미처 그 생각은 못 했다는 듯, 다시 활기를 되찾은 파랑이였다.

녀석이 팔짝 튀어 사형준의 어깨에 올랐다.

“너만 믿을게.”

“뀨!”

“사 대주도 몸조심하고.”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사형준이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운동장에 남은 사람은 이준과 특별 1반 학생들뿐.

가주 회의를 한다고 훈련을 쉬엄쉬엄했으니 이제 다시 빡세게 할 일만 남았다.

“자, 다시 시작해야지?”

“하교 시간인데요….”

조용석이 소심하게 말했다.

이준은 그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 말할 기운이 남은 학생이 있었네?”

“예? 아, 아닙니다.”

“내 말에 대답도 하고. 체력이 대단해! 좋아, 기분이다. 빨리 밥 먹고 특별히 야간 수업을 진행하겠어.”

“네에에에?”

“망했다.”

“또 그 천재지변을 겪어야 한다니.”

“저 빌어먹을 놈 때문입니다. 제가 기강을 확실히 잡아 놓아야겠습니다.”

특별 1반 학생들의 시선이 조용석에게 향해 있었다.

짜증, 분노, 한심.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저, 선생님. 정말 이 철환만 차면 강해질 수 있어요?”

류가을의 질문이었다.

특별 1반에 들고 나서 줄곧 철환을 찬 채 기초 체력 단련만 했다.

이에 대한 의문은 당연한 거다.

“너희가 한 훈련, 얘들도 다 겪었어.”

이준은 손가락으로 한지유와 이지안을 가리켰다.

“선뜻 수긍하기에는 어려워요. 오대 가문의 직계 가족은 애초에 재능이 넘치는 이들이잖아요.”

“너희가 애들보다 재능이 없다고 인정하는 거야?”

“아니요. 이것 말고 다른 훈련이 있나 싶어서요.”

“오대 가문 직계는 제외하고, 지안이랑 수는 내가 1:1로 가르쳤으니 패스. 그러면 남는 애들은 은비랑 혜지, 선호밖에 없네. 얘들은 일반 각성자 출신인데 어때 비무 해 볼래?”

“일반 각성자 출신과 말이에요?”

“얘들 강해.”

“그렇긴 한데… 어떻게 저희가 일반 각성자 출신과 비무를 할 수 있을지….”

“해 보고 말해. 이기면 다음 수련 단계로 가고, 지면 철환 무게 추가하고. 어때? 좋은 제안이지?”

이준의 제안에 진경수와 허수가 수군거렸다.

“선생님께서 성격이 유순해지신 건가?”

“배려 아니겠습니까.”

“원래의 선생님이셨다면 가차 없으셨을 텐데.”

두 사람의 말에 정예나가 끼어들었다.

“너네는 선생님의 성격을 알면서 저게 배려로 보여? 쟤들 이제 죽었어.”

“내공 운용 없이 1톤 철환을 차고 움직이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가주 오빠라면 저기에 1톤을 더 추가하실 거예요.”

“2톤이나? 와. 움직이는 것도 벅차겠는데.”

“지유, 네 생각은 어때?”

“평소의 준이예요.”

“그치? 쟤들 불쌍해서 어쩌냐.”

“자기들이 무덤을 판 거죠. 저희는 비무를 보면서 쉴 명분이 생긴 거고요.”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비무를 오래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기존 특별 1반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류가을은 조용석, 홍원찬과 눈을 마주쳤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세 사람.

이준의 제안에 응하겠다는 뜻이었다.

“네! 할게요.”

“좋아. 너희한테 지목권을 줄게. 상대하고 싶은 사람을 골라 봐.”

* * *

상대가 정해졌다.

첫 번째 비무자는 류가을 대 박은비였다.

첫판부터 빅 매치.

구경하는 아이들은 흥미로운 눈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너희가 특별 1반에서 제일 약하다던데.”

“맞아. 우리가 제일 약해.”

“미안하게 됐어.”

“아니야. 이해해. 선생님의 마수에서 벗어나려면 이것저것 시도해 봐야지. 바로 시작하자.”

박은비가 익힌 건 일반 무공.

한빙심법과 한빙장이었다.

6인의 악인 중 빙악이 익힌 빙백신공보다 세, 네 단계는 낮은 걸 익혔다.

그래서 류가을은 자신의 아수라파천공으로 그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 그건 그녀만의 착각.

오판이었다.

박은비의 현재 등급은 AA급 초입.

이준이 박은비의 재능을 강제로 끌어 올린 결과였다.

일반 무공을 지녔으나 AA급 초입에 있는 그녀가 A급 초입인 류가을에게 질 가능성은 0%.

류가을이 이길 확률은 제로였다.

“류가을은 철환 풀고 해.”

“네!”

그녀를 손과 발목에 찬 철환을 풀었다.

쿵 소리가 들리며 철환이 바닥에 떨어졌다.

1톤 무게가 몸에서 사라지니 가뿐한 신형.

몸을 이리저리 풀더니 땅을 박찼다.

팟-

그녀의 신형이 박은비에게 빠르게 접근해 갔다.

‘너무 가벼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몸놀림이 좋았다.

1톤의 무게를 지닌 철환이 몸에 없다고 깃털 같은 움직임이라니.

놀라운 효과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왠지 내공의 흐름 또한 매끄러웠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내기가 막힘이 없달까.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류가을의 주먹이 박은비의 팔을 강타했다.

쿵!

하지만 박은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한기가 맺힌 반대편 손을 바닥으로 내리쳤다.

쩌어어억-

두 사람의 있는 주변으로 얼음 지대가 생성되었다.

공기가 차가워지니 입김이 났다.

멀리서 보고 있던 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끝났네.”

“선생님이 가르쳐 준 걸 기가 막히게 잘 사용한다.”

“은비 누님은 모범생의 표본입니다.”

배운 걸 복습하고 또 복습하는 그런 사람이 바로 박은비였다.

한빙장을 날려 바로 제압할 수 있었지만 비무를 하면서 배운 걸 연습하고 있는 것.

그녀다웠다.

류가을은 다음 공격을 위해 디딤발에 힘을 주었지만.

“억!”

발이 미끄러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사이 박은비가 허공에 한빙장을 뿌렸다.

공기가 얼어붙으며 류가을의 퇴로를 막아 버렸다.

졸지에 도망갈 곳을 전부 차단당한 류가을.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좌우로 떨렸다.

웅웅.

박은비는 빙판길을 평소의 걸음걸이로 움직였다.

그녀의 손에는 한기가 가득한 장력이 모여 있었다.

“내가 이긴 것 같지?”

“……!”

“선생님의 훈련을 그냥 따라. 처음에는 의문이 들겠지만, 나중에는 다 이해하게 될 거야. 그리고 이걸 봐 봐.”

박은비가 교복 소매를 걷었다.

양 손목에 팔찌 같은 걸 차고 있었다.

“선생님의 훈련은 하나도 쓸모없는 게 없어. 의심이 들어도 믿고 해 봐. 그러면 네가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박은비가 웃으면서 친절히 말했다.

그녀와 달리, 류가을과 조용석, 홍원찬은 충격에 빠졌다.

실력의 차이가 심하게 났다.

류가을은 겨우 공격 한 번만 해 본 채 진 것.

그녀의 눈동자는 혼란과 복잡함이 깃들어 있었다.

지니고 있던 자부심도 산산이 깨졌다.

“일반… 각성자도 이렇게 강할 줄이야….”

“다 선생님 덕분이지.”

“첫 번째 경기는 끝났고 자, 다음.”

이준이 빙판으로 덮인 바닥으로 가자 얼음이 수증기로 증발했다.

원래의 흙바닥으로 돌아온 운동장.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선호랑 조용석 나와.”

곧이어 두 번째 경기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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