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0화
낙성각 앞에 모인 신력권가 수뇌부의 눈이 동그래졌다.
한국의 역사 교과서인 무림사나 무협 소설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은 무공명이었다.
“음…”
“가주께서 말씀하시는 거라 보통의 무공이 아닌 듯 싶은데….”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닌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을까?”
수뇌부들이 각자 중얼거렸다.
저들의 고민을 대표한 이의태가 이준을 향해 물었다.
“제 짧은 상식으로는 사신수호무가 어떤 무공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주. 무공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사신수호무는 우리 나라의 무공이에요.”
“우리 나라의 무공이라 하심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무공이 대륙 무림의 무공이라면 사신수호무는 옛날 우리 선조인 고려인의 무공입니다.”
“우리 나라도 무파가 있었다니.”
“당연히 있죠. 명맥이 끊겨서 모두 없어졌을 뿐이래요.”
“누가 그럽니까?”
“제 사부라는 분이 그랬습니다.”
이준의 입에서 사부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들 또한 이준에게 사부가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준이 말하지 않으니 자세히 물어보지 않을 뿐.
그 사부란 사람이 궁금한 건 당연했다.
“혹. 가주님의 사부라는 분이 고려의 무공을 익히신 분입니까?”
“맞습니다.”
“오!”
“세, 세상에!”
“우리나라 고유의 무공이 이렇게 강했다니.”
“어쩐지 가주께서 비정상적으로 강하신 이유가 있었어.”
“고려의 무공이면 응당 대륙의 무공보다 강해야지. 암.”
그들의 눈이 반짝였다.
이준의 무공은 저 대륙의 무공이 아닌 온전한 우리의 것.
가슴에 뜨거운 감정이 올라왔다.
“고려 시대 때 무파는 수백 개가 존재했어요. 그중 대표적인 무파는 뇌전검문, 광룡도문, 장백검문, 금강권문, 수라독문이 있어요.”
“전부 못 들어봤습니다…”
“그러겠죠. 전부 맥이 끊겨 사라졌으니까. 하지만 근래 들어 저 무공을 계승한 이들이 나타났어요.”
“누, 누구입니까?”
“철혈의 작은 주인인 박혁진. 그리고 빙화 한지유와 광마도 허수입니다.”
“헉!”
그들의 눈이 커졌다.
다 아는 이름들이었다.
그때 김봉팔이 소리를 질렀다.
“허수! 허수 그놈도 고려 무파의 무공을 이었어요?”
“정확히는 특성만 계승 중이야. 아니지. 그 명맥이 끊겼던 광룡도문의 후예라고 하는게 맞겠지?”
“미친!”
“수가 고려 5대 무파의 후예였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 그런데 허수는 왜 광룡도문의 무공을 계승하지 못했습니까? 후예라면 도문의 무공을 계승했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음…”
이준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니 김봉팔의 말이 맞기도 했다.
허수가 계승한 건 대륙의 흔한 무공이었다.
[때가 아니었던 게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고려의 무공이 아직은 깨어날 시간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싶구나. 뇌전검문과 장백검문의 무공도 네가 억지로 깨운 것이 아니느냐. 때가 되면 알아서 고려의 무공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니라.]
‘아. 그러네요. 제 악마 교관의 특성으로 세 무파의 무공을 얻게 했네요.’
[진경수라는 아이에게 전해준 투존의 무공 또한 금강권문의 무공이니라.]
‘네에? 투존이 금강권문의 사람이었어요? 이건 몰랐는데.’
[너로 인해 벌써 네 개의 무파가 깨어난 것이다.]
5대 무파 중 무려 네 개의 무파가 계승되었다.
남은 건 수라독문뿐.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우연히 특별반 아이들에게 전부 계승된 것이다.
무극자 사부의 말을 이해한 이준이 김봉팔의 질문에 대답했다.
“재능을 개화하지 못했던 걸 거야.”
“고려 무파의 무공이 대단한 거라면 계승을 못 한 게 이해됩니다. 그런데 주군. 궁금한 게 생겼어요.”
“뭔데.”
“사신수호무는 고려 5대 무파에 속하지 않은 겁니까? 그 무파보다 서열이… 낮은 게 아니겠죠?”
“풉!”
이준이 갑자기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제 질문이 이상했어요?”
“아니. 어제 내가 생각나서 말이야. 큭.”
김봉팔의 질문은 자신이 어제 무극자 사부에게 했던 질문과 똑같았다.
5대 무파면 대표를 뜻하는 게 아닌가.
헌데 사신수호무라는 5대 무파에 속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서열이 아래에 있다는 뜻.
아쉬운 마음에 김봉팔과 똑같이 물었지만 사부의 대답은 역시나 예상을 깼었다.
“아, 미안. 너무 웃겨서.”
“기분은 좀 나쁘지만 주군이라 괜찮습니다.”
여전히 매를 부르는 김봉팔이었다.
저 주둥이만 좀 가만히 있으면 좋으려만.
한 대 쥐어박으려다가 만 이준이 김봉팔의 말에 설명을 해주었다.
“사신수호무는 1인 전승 무파야. 미완성의 무공을 계승해 발전해나가는 곳. 내 무공인 혼원신공의 뿌리라고 하는 게 옳겠지?”
김봉팔과 수뇌부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준이 익힌 신공의 이름이 드디어 입 밖으로 나온 것이다.
무극창법과 무극장법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그의 무공이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심법을 익혔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가 언급을 안 했으니까.
했다고 하더라도 들은 이들은 함구를 해버려 미스테리로 남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늘 제일 중요한 무공의 이름이 알려진 것이다.
김봉팔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러면 주, 주군. 서열이…”
“사신수호무의 무공은 논외야. 사부가 말하길 저 다섯 곳이 전부 덤비더라도 가뿐히 이길 거라 하셨어.”
“우, 우리가 그런 대단한 곳의 무공을 익힌다는 말입니까?”
“그렇다고 내 혼원신공을 익힌다는 소린 아니야. 사신수호무는 불완전한 무공이라 익히면서 자신의 것으로 변화시키는 게 천무의 특징이야.”
“천, 천무는 뭡니까?”
“말 안 했나? 사신수호무의 또 다른 이름. 그리고 무파의 이름이기도 해.”
“하늘의 무공이라니…”
“개 멋있어.”
“설레서 죽을 것 같습니다.”
수뇌부와 무극대는 전부 같은 표정을 했다.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무공과 더불어 옛 선조의 무공을 이은다는 게 너무 설렜다.
뿐인가.
가주가 익힌 무공의 뿌리란다.
이 하나만으로 천무를 익힐 가치는 충분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이때 이의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한 가지 여쭈어볼 게 있습니다. 사신수호무를 모두 익힐 순 없지 않습니까?”
“왜요?”
“무공을 초기화시키려면 계승의 꽃이 필요합니다. 무극대의 무공을 초기화시킨다고 그 많은 계승의 꽃을 구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신력의 가솔 전부의 무공을 바꾸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합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이준이 이의태를 향해 자신 있게 웃어 보였다.
* * *
4대 성지의 금역 내 남쪽.
파랑이의 보금자리에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많은 마기가 흐르고 있었다.
마기가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무수히 많이 핀 검은 꽃 때문.
한 송이가 수천억에 달하는 신의 꽃이 자리하고 있었다.
“흐흐. 내 보물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풍족해지네.”
이준은 무릎을 굽혀 앉아 계승의 꽃을 흐뭇하게 보았다.
꽃밭 중앙에는 파랑이가 귀엽게 앉아있었다.
이준의 눈에는 파랑이의 주변으로 마기가 모였다가 퍼지고 있는 게 눈에 잡혔다.
계승의 꽃이 이렇듯 많이 번식할 수 있었던 것도 파랑이 덕분이었다.
“아주 잘한다 우리 파랑이.”
“뀨우!”
파랑이가 힘차게 울었다.
계속 칭찬을 하자, 아직 피지 않았던 꽃들도 서서히 개화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몇 송이냐.”
눈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눈대중으로만 삼천 송이는 훌쩍 넘었다.
“여기서 천 송이만 빼도 아직 많네.”
안핀 꽃까지 합치면 그보다 배는 더 됐으니, 가솔 전부에게 사신수호무를 계승할 수 있었다.
“테구르.”
“옙! 주인님.”
“우선 삼백 송이만 뽑아.”
“맡겨주십시오!”
테구르가 바구니에 계승의 꽃을 꺾어 담았다.
금세 가득 찬 바구니를 이준에게 건낸 테구르였다.
“여기 있습니다요.”
“잘했어. 내가 신호 주면 천송이 꺾을 준비해.”
“알겠습니다요!”
이준은 파랑이와 테구르를 놔두고 게이트를 나갔다.
그가 나온 곳은 낙성각 자신의 방이었다.
방을 나오자 많은 이들이 보였다.
수뇌부와 무극대.
그리고 그들이 데려온 자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준은 그들에게 꽃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헉!”
“정말 계승의 꽃이야!”
“이 많은 걸 어떻게…?”
꽃을 받아든 수뇌부의 눈은 튀어나올 듯했다.
놀랄 일이 연속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하도 놀라 이제는 적응할 법도 하나 그러지 못했다.
연이어 벌어지는 건 그들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으니까.
“자, 이제 무공을 초기화시키세요. 전 나눠줄 무공서를 복사할게요.”
이준은 사신수호무를 펼쳤다.
흑염마조가 얼마 전에 준 무공.
흑염의 거처에 있던 보상 중 하나였다.
“가주님. 동의각 인원들은 치료계라 지금의 무공을 사용할까 합니다.”
“제가 무공서를 봤는데 사신수호무 중 현무 계열에 치료술이 있더라고요. 배우셔도 됩니다.”
“그렇습니까?”
“아마 지금 익힌 활명심법보다 훨씬 좋을 거예요.”
이준의 말에 이의태가 계승의 꽃이 시들이 전에 먹었다.
하지만 무극대와 이지안만이 계승의 꽃을 먹길 주저했다.
“너희들은 왜 안 먹어?”
“저희가 먹어도 됩니까?”
“그러니까 주지.”
“몸에 무리가 가는 게 아닐까 싶어서….”
이지안의 말에 무극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그녀와 같은 마음이었다.
“너희들은 다 이미 무리 없이 계승의 꽃을 소화한 상태야. 또 먹어서 초기화해도 괜찮아. 대신 처음 먹었을 때처럼 내공을 얻을 순 없을 거야.”
“다행입니다.”
“전 먹었다가 잘못될 수도 있다 생각했습니다.”
“부작용이 있으면 내가 왜 너희들한테 계승의 꽃을 먹이냐.”
“전 이미 주군의 생각을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자 김봉팔이 제일 먼저 계승의 꽃을 먹었다.
“으휴 저 화상.”
모두가 계승의 꽃을 먹었다.
연무장에 모인 이들의 몸에서 마기가 뿜어졌다.
“흡!”
“크으…”
신음과 함께 얼굴을 찌푸리는 이들.
무공 초기화로 인한 고통이었다.
이준은 저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마기로 인해 주변에 균열이 생길까봐 무극기로 연무장을 덮였다.
마기가 무극기의 벽에 가로막히며 흡수됐다.
그 사이 이준은 무공서를 복사하는 데 열중했다.
시간이 흐르고 하나둘씩 초기화를 완료한 사람들.
전원 초기화를 완료하자 이준의 필사도 끝났다.
이준이 책을 던지자 앉아 있는 이들에게 하나씩 날아갔다.
“심법, 보법, 검법, 창법, 의술. 다 있으니까 한 번 배워봐.”
이의태가 받아든 책을 찢었다.
그의 몸이 빛으로 감싸이며 들고 있던 책이 사라졌다.
[이의태가 천무(SS)를 익혔습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50,000,000p가 지급됩니다.]
……
……
……
[김봉팔이 천무(SS)를 익혔습니다.]
[똑같은 보상으로 인해 획득 포인트가 감소합니다.]
[보상으로 테크트리 포인트 3,000,000p가 지급됩니다.]
수뇌부와 무극대의 가족들까지 전부 사신수호무를 익히게 됐다.
그들은 지금 홀로그램에 뜬 무공 창을 보고 있었다.
“X발.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
“혀, 형님! 이, 이 등급이 진짜요?”
“나, 나도 잘못 본 게 아닌가 시, 싶은데.”
“가, 가주님.”
이의태가 답을 요하는 눈으로 이준을 불렀다.
“더블S등급 맞아요.”
“허, 허허.”
그들에게 S급도 쳐다보지 못할 등급이었다.
그런데 SS급이라니.
그들은 자신들이 배우고도 못 믿는 눈치였다.
‘저 마음 아주 잘 이해하지.’
이준은 저들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그 또한 높은 등급의 무공을 봤을 때 저런 표정을 했다.
과연 보고 있는 등급이 맞을까.
꿈은 아니겠지 하고 말이다.
“멍하니 있지 말고 계열 잘 정해.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중 어떤 걸로 갈지 말이야. 동의각은 현무가 좋지만, 이참에 전투 보직으로 바꿀 사람은 바꾸던가.”
“전 현무 계열을 선택할게요.”
이지안이 제일 먼저 현무 계열로 갔다.
그녀의 몸이 초록빛으로 반짝였다.
구음절맥을 치료하긴 했으나 현무의 속성은 얼음.
그녀의 선택은 자살행위와 같았지만 말리지 않았다.
신수호심공이라는 혼원신공의 뿌리 무공이 있기에 괜찮았다.
어쩌면 그녀의 재능이 이 신수호심공으로 인해 더욱 폭발할지 모른다.
절맥은 저주임과 동시에 무한한 내공을 주는 큰 축복이었으니까.
“허허. 치료계열이라고 싸움을 못 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이의태도 현무 계열을 선택했다.
그의 말대로 사신수호무는 그 어떤 계열도 약하지 않았다.
미완성의 무공이긴 하나 누가 만들었는지 밸런스 하나만큼은 엄청났다.
어떤 계열이든 재능에 따라 빛을 보는 게 바로 사신수호무이자 천무였으니까.
이의태와 이지안을 따라 모두가 무공 계열을 선택했다.
그 모습을 본 이준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짧은 시간 안에 가솔들을 강하게 만들어야 해. 아니면 지주에게 전부 죽을지 몰라.’
과거 그가 느꼈던 지주는 괴물 중 최악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악마.
그 악마에게서 소중한 이들을 지키려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게 만드는 게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