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33화 (331/705)

제329화

대한민국이 또다시 떠들썩했다.

[앞길이 창창한 창제의 은퇴. 이대로 괜찮은가.]

[모든 짐을 지고 떠난 창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기자회견도 거부하다.]

[S급 각성자의 은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안전한가.]

실시간으로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모두 이준의 은퇴 기사였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뉴스, 거리에서까지 온통 이준의 이야기뿐이었다.

“창제가 왜 책임지고 떠나야 하는 거냐.”

“그도 신력권가의 가주잖아. 오대 가문의 일원이니까 그러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천외천이란 놈들도 창제랑 검제, 괴개가 잡았잖아.”

“모든 이목이 대장전에 가 있긴 했지.”

“다 대장전을 신경 쓰고 있었는데 몬스터가 쳐들어올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겠냐.”

각성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대장전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그 어떤 누구도 하던 일을 제쳐 두고 TV를 봤다.

중국의 선전포고.

이 대장전으로 한국의 생사가 달렸었다.

대장전에 몰두하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오대 가문의 근거지는 전부 서울인데 지방 도시까지 언제 달려가. 이번에 발생한 희생자들은 오대 가문이 지원하러 가기 전에 나온 희생자들 아니냐.”

“그건 인정. 다른 지역에 비하면 서울은 크게 피해 없었잖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있잖아…”

남자가 주위의 눈치를 보았다.

각자 이준의 이야기로 바빴다.

눈치를 살핀 남자가 친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악플 때문에 은퇴했다는 소문이 있어.”

“에게? 고작 악플 때문이라고?”

“고작이 아니야. 잘 생각해 봐. 너 대장전 봤지?”

“봤지.”

“어땠냐?”

“개쩔었지. 각성자 공무원을 꿈꾸는 내 눈에도 개쩔던데.”

“넘사벽 수준으로 적과 치고 박고 싸웠어. 그런데 인터넷에 자기 욕이 있어 봐. 얼마나 힘이 빠지겠냐.”

“자신이 뭘 위해 싸웠나 싶긴 하겠다. 그런데 악플 때문에 은퇴한다는 건 오버다.”

남자가 친구를 향해 손가락을 흔들었다.

뭘 모르고 있다는 표정을 한 채 말이다.

“창제의 나이를 생각해 봐.”

“아.”

“멘탈이 한참이나 약할 때지? 각성자라고 악플에 상처 안 받는다는 보장 있어?”

“말 되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하긴, 창제가 오죽 강하냐. 그러니까 나이를 잊고 있지.”

“신력권가의 가주니깐 우리보다 나이가 많게 느껴지긴 하다.”

“소문이 아주 뜬구름은 아닌 것 같아.”

남자들이 마침 온 버스를 타고 가 버렸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여학생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들었지?”

“네. 저도 이준 님이 너무 뜬금없이 은퇴하신다고 생각했는데 악플 때문이었어요.”

“희생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에 화살이 갈 곳은 가문 연맹이지 이준 님이 아니야. 상대를 잘못짚었어.”

“그러게 말이에요. 언니 팬카페에 성명서 올리실래요.”

“그거 좋겠다. 내가 올려 볼게.”

여대생들이 폰으로 이준의 팬카페에 접속했다.

“헐. 벌써 올라와 있어.”

“회장님이 성명서 올리셨네요. 참 빠르셔.”

“다른 커뮤니티에도 퍼 나르자.”

“제가 단톡방에 뿌릴게요.”

여학생들은 등교하는 것도 잊고 성명서 나르기에 바빴다.

이로 인해 창제의 은퇴를 반대하는 운동이 벌어지게 된다.

* * *

신력권가 앞.

기자들이 벌떼같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수만 수십 명.

그들은 안쪽에서 이준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 기자가 문을 지키는 각성자를 향해 말했다.

“저기 뭐 하나만 물어봅시다.”

“……”

신력의 위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기자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창제께서는 안쪽에서 무얼 하고 계십니까?”

“…….”

“너무 빡빡하게 굴지 좀 마십시오.”

“저희가 신력의 이미지에 좋게 기사를 써 드릴 테니 창제께서 뭐 하시는지만 알려 주세요.”

아무런 말도 없던 신력의 각성자가 입을 열었다.

“좋은 말 할 때 돌아가시오.”

신력의 문을 지키고 있는 각성자는 다름 아닌 김봉팔이었다.

그의 외관은 정말이지 막 대하고 싶을 정도로 생겼다.

게다가 몸에서 흐르는 기운도 잘 제어하니 기자들에겐 형편없는 각성자로 비쳤다.

하나 이곳은 신력권가.

그 어떤 각성자도 약한 이가 없는 가문이다.

“창제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대체 왜 은퇴하신답니까?”

“국민에 대한 분노인가요?”

“기자인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평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던 김봉팔이 아니었다.

그는 현 사태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대체 왜 자신의 주군이 은퇴를 해야 할까.

천외천에게서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에 애쓴 분이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는데 돌아온 건 비난뿐이었다.

김봉팔은 그 때문에 화가 잔뜩 났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욕을 듣는 건 참을 수 없었으니까.

“우린 당연히 창제께서는 잘못이….”

“내 눈엔 주군께 떡고물을 얻어먹으려는 놈들로 보이는데.”

“무, 뭐요?”

“지금 말 다 했습니까?”

“우린 기자들입니다. 시민들에게 창제의 생각을 전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도 입을 다물 권리가 있어. 그러니까 소란 피우지 말고 꺼져.”

“신력의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만!”

“날 이렇게 박대한 것 큰코다칠 겁니다.”

기자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때 안쪽에서 사형준이 나왔다.

“입 닫고 있겠다 해서 내보내 줬더니 기자들과 싸우고 있나, 부대주?”

“저놈들이 성질을 긁지 않습니까.”

신권 사형준의 등장에 기자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댔다.

“창제를 대신해 신권이 대신 입장을 전해 주십시오.”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되십니까?”

“은퇴로 국민들을 협박했다가 번복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기자들의 질문에 사형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카메라 안 치우십니까?”

딱딱한 말투.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표정.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을 무겁게 만드는 기도.

사형준의 건조한 말에 기자들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김봉팔이 대하기 쉬운 캐릭터라면 사형준은 아주 까다로운 캐릭터였다.

옛날부터 인터뷰 따는 게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부대주. 들어가자.”

“여기에 있겠습니다.”

“주군께서 무극대 전원을 찾으신다.”

“주군께서요? 왜요?”

“모른다. 들어가자.”

김봉팔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형준은 기자들을 노려보다가 허공에 말했다.

“쥐새끼 한 마리도 들이지 마. 담을 넘는 자가 보이면 적으로 판단하고 죽여라.”

“예!”

살기 어린 명령을 내리고 안으로 들어간 사형준이었다.

기자들은 신력권가가 옛날의 무자비하던 시절로 돌아온 것 같아 몸을 사려야만 했다.

신력권가 안.

낙성각에선 이준이 팔자 좋게 누워서 딸기를 먹고 있었다.

“주군!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김봉팔이 이준의 앞에 가서 섰다.

“봉팔아. 왜 기자를 상대해 줘.”

“열 받게 하지 않습니까.”

“냅둬. 몇 달 지나면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하게 될 테니까.”

“기자들이요?”

“모두가 말이야.”

이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천외천이 다 죽었다고 생각하면 오산.

인주보다 더 강한 지주가 강림할 것이다.

그는 바로 활동을 시작하지 않을 테지만 언젠가는 한국을 밟으러 올 거라 장담했다.

그들은 파멸겁과 청룡무의에 심한 짐착을 보였으니까.

천외천이 한국을 노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제발 다시 앞으로 나서 달라고 손발을 빌 거다.

지주 측 인원의 잔혹성은 상상을 초월했으니까.

“아무튼 모두 모였네.”

이준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낙성각에 모인 이들은 무극대를 제외하면 신력의 수뇌부 전원이었다.

“안건이 하나 있어서 불렀어.”

“말씀하십시오. 가주.”

“어떤 안건입니까?”

동의각주 이의태와 비익단주 송선형이 이준의 대답만을 기다렸다.

“가문의 이름을 바꿀까 해요.”

“예?”

“허허.”

각 단주와 대주들의 표정이 똑같았다.

눈을 크게 뜬 채 이유도 묻지 못했다.

갑자기 가문의 이름을 바꾸자는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

가문의 이름을 바꾸는 건 근간을 뿌리째 뽑는다는 뜻.

새로운 가문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말과 같았다.

이의태가 이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름을 정하셨는지요.”

“가문이 이름은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대신 뿌리가 되는 무공은 정했어요.”

“어떤 무공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사신수호무. 앞으로 우리 가문의 뿌리가 될 무공이에요.”

* * *

인주가 왔을 때처럼 천외천은 지주를 기다렸다.

“역천진의 힘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게이트가 열릴 듯 하군.”

“어서 지주를 뵙고 싶소.”

그들에게 1분이 하루 같았다.

기나긴 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지주를 맞이할 때가 왔다.

파직-

게이트에서 보라색 뇌전이 일었다.

마기와 사기가 넘실거리며 게이트가 열리려는 순간!

“어떻게 된 일이지?”

“역천진이 멈췄어?”

“어서 알아보거라.”

“존명!”

노인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역천진은 소환진이자 게이트 통로.

지주를 이 세계로 넘어오게 하는 수단이기에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존자!”

원인을 알아보러 갔던 수하가 돌아왔다.

“말하거라.”

“이, 인주가 죽었다고 합니다.”

“인주가 죽어!?”

“설마 창제에게 말이냐?”

“예. 월령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역천진이 열리다 말았군.”

그들의 말을 들은 노인이 사령존자에게 말했다.

“인주가 죽었다고 중국에 연락을 넣어라. 그리고 역천진은 제물을 바쳐서라도 완료하라고 전해.”

“알겠소. 형님.”

사령존자가 중국 쪽에 있는 인주 측 인원에게 연락을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제물을 바치겠다 하오. 대신 우리 쪽에 줄을 대려고 하는 것 같소.”

“천주 측은 줄을 대 봤자 천민 취급만 받을 터이니 차라리 우리가 낫겠지.”

“흐흐. 인주 측 남은 인원까지 흡수하면 천주 측도 우릴 함부로 하지 못할 거요.”

“우선은 지주부터 뵙는 게 먼저다.”

한나절이 지나고서야 게이트의 문이 열렸다.

검은색 공간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사혈림의 림주를 뵈옵니다.”

“림주의 강림을 축하드립니다.”

노인이 공손하게 인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여자였다.

긴 흑발에 잡티 한 점 없는 얼굴을 가졌다.

그녀의 빨간 입술이 열리면서 깨끗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역천진을 여시느라 십이존자들이 고생 많으셨어요.”

“아닙니다.”

“그런데….”

사혈림이란 단체의 림주이자 지주인 그녀가 주변을 살펴봤다.

“제 사랑스러운 사제는 어디에 있기에 코빼기도 안 보일까요?”

깨끗하고 청량한 목소리엔 마기와 사기가 잔뜩 섞여 있었다.

요사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것도 이 때문.

심령을 흔드는 음성에 십이존자의 수좌인 노인이 대답했다.

“인주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사제가요? 어쩌다가?”

그녀의 목소리는 전혀 걱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다는 음성이었다.

“이곳의 각성자란 놈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저런. 어떡한대.”

“죽은 곳으로 가 보시겠습니까?”

“됐어요. 육신은 망가졌어도 영혼은 떠돌고 있겠죠. 어쩌면 여기에 있을 수도?”

그녀의 한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들 모두 영혼을 다루는 재주를 익혔다.

인주의 영혼이 이곳에 있다면 눈에 보일 것이다.

“농담이에요. 여기에 없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림주께서는 여전히 짓궂으십니다.”

“그런가요? 시집가려면 조신해야 하는데.”

“아직도 찾고 계셨습니까?”

“어머. 당연하죠. 눈에 차는 남자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혼인할 거라고요.”

“허허. 제발 누가 림주 좀 데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이는 지주 측이었다.

인주 측보다 잔인한 심성을 가졌다는 게 의심스러울 지경.

악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시겠습니다. 림주.”

“어디 이곳은 어떤 재미난 게 있는지 가 볼까요.”

게이트가 닫히고 지주 측 인원은 그들의 근거지인 도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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