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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10화 (310/705)

제2화

-외전-

요녕전장에 들어온 설극은 곧장 접수처로 갔다.

품에서 서신을 꺼내 내밀었다.

“이 서신을 고려로 보내 주시오.”

“빠르기는 어떤 걸로 할깝쇼.”

“특급으로 부탁하오.”

“은전 열 냥입니다요.”

찰랑.

설극은 돈을 지불하고 전장에서 나왔다.

객잔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게 있었다.

“이건 얼마입니까?”

노점 위에 올려진 봉황 비녀를 들어 올려 상점 주인에게 물었다.

“은 열다섯 냥만 주쇼. 내 싸게 드리리다.”

상점 주인은 값을 딴에는 비싸게 불렀지만, 설극은 순순히 돈을 지불했다.

“여기 있습니다.”

은전 열다섯 냥짜리 치고는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봉황 비녀였다.

막말로 금전 하나를 받아도 될 정도.

상점 주인이 까막눈이라 거저 얻은 것 같았다.

“많이 파십시오.”

설극은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가던 길을 갔다.

그의 시선은 봉황 비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주경아에게 줄 선물.

그녀가 이 비녀를 받으면 얼마나 좋아할지 그의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경아.”

객잔 별채로 들어온 설극이 주경아의 이름을 불렀는데 별채의 문이 훤히 열려 있는 게 아닌가.

집 안에는 기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경아!”

설극이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만 널브러져 있을 뿐 짐들은 그대로였다.

아니, 손수건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몸을 숙여 손수건을 잡았다.

-무림일

“무림일….”

무슨 말인지 생각했다.

무림일… 무림일….

허나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경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1년간 여행을 다니면서 그녀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지만, 정작 중요한 건 물어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가 어느 집 여식인지.

어디에 사는지.

어떤 부모님의 밑에서 컸는지.

연모하는 사이에 물어볼 수 있었던 것도 부담이 될까 봐 묻지 않았다.

그러니 정작 중요한 지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게 없으니까 말이다.

“찾고 말겠어. 온 세상을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설극은 짐을 챙겨 나왔다.

그리고 곧장 요녕전장으로 향했다.

돌아갔던 설극이 다시 오자 접객원이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로 또 오셨습니까요?”

“요녕에 정보를 취급하는 단체가 있습니까?”

“있습죠.”

“어딥니까?”

설극은 접객원에게 은자를 건네며 물었다.

“정보 단체는 두 곳이 있습니다. 하나는 개방의 지부, 하나는 하오문의 지부가 있습죠. 어디로 가르쳐 드릴까요?”

“하오문 지부로 알려 주시오.”

“번화가에 있는 천향루가 하오문의 지부입니다요.”

“고맙습니다.”

설극은 고개를 숙이고 천향루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향루는 요녕에서 제일 큰 주루였다.

기녀의 노래 소리와 악기가 어우러진 곳.

많은 사람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장소기도 했다.

벌컥!

거칠게 열리는 문소리로 인해 경쾌한 악기 소리가 잠시 끊겼다.

점소이로 보이는 여자와 무인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앞으로 나왔다.

“무슨 용무로 오셨을까요?”

“루주를 만나고 싶습니다.”

“약속은 잡으셨나요?”

“아닙니다.”

“그러면 만나실 수 없어요. 다음에 약속 잡고 오세요.”

“여기가 하오문 요녕지부라 들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꽤 컸다.

허나 들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가 소리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무인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두리번거렸다.

두 사람에게는 설극의 입만 뻥긋거리는 게 보일 뿐.

아무 소리로 들리지 않았으니까.

오직 점소이로 보이는 여자에게만 들렸다.

점소이만 수년째인 여자는 설극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

“이렇게 대놓고 루주 님을 찾는 사람은 처음이라 당황했네요. 안내해 드릴게요. 절 따라오세요.”

설극은 점소이를 따라갔다.

2층으로 올라간 그녀는 그를 평범한 방으로 안내했다.

방 안 병풍을 젖히니 하나의 옷장이 있었다.

그르륵-

옷장의 서랍을 열자 옆으로 밀려나며 하나의 통로가 보였다.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갔다.

점점 아래를 향하는 느낌.

끝에 다다르니 조그마한 밀실이 나타났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면 곧 연락이 올 거예요.”

점소이는 그 말을 하고 돌아갔다. 밀실에는 네 개의 문이 있었다.

모두 다른 곳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위험한 일에 많이 연루되는 정보단체 다운 건물이 구조였다.

탁탁탁.

설극은 탁자에 앉아 손가락을 두드렸다.

많이 초조한 얼굴.

주경아가 사라지니 평정심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잠시 후.

면사를 쓴 여인이 나타났다.

“절 찾으셨다고 들었어요.”

“이 문양이 어느 단체를 의미하는지 봐 주시겠습니까?”

설극은 손수건에 작게 새겨진 검은 초승달 모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면사 너머의 눈이 흔들리는 게 설극의 눈에 들어왔다.

“알고 있군요.”

“하나만 물어볼게요. 이 손수건의 주인을 왜 찾으시려는 거죠?”

“내가 연모하는 여인의 것이오.”

그녀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더욱 흔들렸다.

그녀는 이 손수건의 주인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다.

무림일이란 글자를 봤을 때 직감했다.

1년 전 사라진 마교 교주의 외동딸.

주경아의 물건이라 여겼다.

무림일은 천마신교를 가리키기도 했고, 그녀가 끌려간 곳인 무림맹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 초승달 모양이 표식은 천마신교 내, 교주의 가문인 흑룡가의 표식.

그러니 남자가 찾는 사람은 주경아가 확실했다.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에요.”

“돈이라면 얼마든지 지불하겠습니다.”

“하오문의 정보는 오직 돈으로만 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손수건의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만 준다면 어떤 대가도 치르겠습니다.”

설극의 눈빛은 강렬했다.

그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저런 눈빛을 가진 남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녀도 확신했다.

하나 정보가 너무 위험했다.

윗선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

그녀는 설극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함부로 줄 만한 정보가 아니에요. 윗선의 승인이 필요해요.”

“얼마나 걸립니까?”

“적어도 한 달…”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보다 윗선을 만나시는 게 더 빠를 거예요.”

“당신의 윗선이라면?”

“하북으로 가서 운화루의 나소연을 찾으세요. 그녀라면 공자님이 원하는 대답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답례로….”

“됐어요. 급하신 것 같으니 비용은 운화루에 지불해 주세요.”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나가시는 문은 오른쪽이에요.”

설극이 문을 열고 나갔다.

면사 여인이 나왔던 문으로 점소이가 들어왔다.

“언니답지 않았어.”

“기 싸움도 안 하고 전부 가르쳐 준 거?”

“응. 왜 그런 거야?”

“그가 가진 짐은 봤어?”

“별거 없던 것 같던데.”

“헝겊에 둘러진 기다란 막대기에 하얀 수실이 달려 있었어.”

“그게 왜?”

“1년 전에 나타난 절대고수. 얼굴도 나이도 출신도 모르는 무신에게 딱 하나의 특징이 있었어. 창에 하얀 수실을 매단 것. 그것도 일반적으로 구할 수 없는 수실을 말이야.”

점소이 여자의 입이 떡 벌어졌다.

무신과 같은 줄에 놓인 사람은 딱 두 사람이었다.

마교 교주와 무림맹주.

무신이 활동한 기간은 단 1년.

이 짧은 기간에 엄청난 업적을 이뤄 낸 것이다.

무림 백대 고수를 전부 꺾은 무인.

무림맹주와 마교 교주만은 남겨 두고 사라진 도깨비.

무림 역사에 유례없는 족적을 남긴 게 바로 무신이었다.

“저, 저 남자가 그 무신이라고 말하는 거는 아니지?”

“많은 사람을 만나 봤지만, 저 사람과 앉아 있으니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어.”

“고작 느낌만으로 추측한 거야? 무신이 저렇게 어린 나이일 리 없잖아. 안 그래?”

“무신이 아니더라도 괜찮아. 정보를 제공해서 그에게 호감을 얻는다면 우리에겐 커다란 이득이야.”

“그 정도로 저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고?”

“어쩌면 평가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하, 다연 언니가 그렇게 평가할 줄은 몰랐어. 소연 언니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보다 더 정확하게 그를 꿰뚫어 보지 않을까?”

점소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나연 언니라면 그가 누군지 샅샅이 알아낼 거야.”

“우선 특급으로 서신을 띄워. 손님이 갈 거라고.”

“알았어.”

점소이 여자가 나갔다.

면사를 쓴 여자도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를 도와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이게 잘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하오문에는 해가 안 될 거야.’

그랬다.

면사를 쓴 여인으로 인해 무림이 쑥대밭이 될 때, 오직 하오문만이 멀쩡할 수 있었다.

* * *

설극은 하북을 거쳐 하남으로 가는 길이었다.

나소연이란 여자에게 주경아의 위치를 전해 듣고 바로 움직였다.

‘경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곧 만나러 갈게.’

그는 오직 경공만으로 요녕에서 하북으로, 하북에서 하남으로 달렸다.

마르지 않은 내공도 쉬지 않고 사용하니 바닥을 드러낼 지경.

쉬어야 했지만 그는 다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돌아다닌 것만으로도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으니까.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설극이었다.

내공이 한계에 이를 때쯤 하남에 도착하고 말았다.

“허억… 허억….”

설극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움직였다.

성문을 넘어 대로를 걸었다.

그러자 하나의 성이 그의 눈에 잡혔다.

문 위에는 웅장한 현판이 걸려 있었다.

무림맹.

정파인들이 모여 만든 단체였다.

설극이 문 앞으로 다가가자 위병들로 보이는 무인이 그를 제지했다.

“신분패를 보여주시오.”

설극의 복장은 뜨내기 촌놈이었다.

창으로 보이는 무기는 하얀 헝겊에 가려진 모습.

딱 봐도 허접한 무인의 전형적인 행색이었다.

설극이 신분패를 위병에게 건넸는데.

“설극?”

“자네 설극이란 이름 들어 보았나?”

“처음 듣네.”

“에잇. 또 촌놈이 무림맹에 입맹하려고 왔구만.”

“안으로 들여보내 주시오.”

설극의 말에도 위병들은 무시했다.

“가라. 구파일방의 추천서가 없는 사람은 맹의 시험이 있을 때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위병이 다짜고짜 반말을 했다.

설극은 개의치 않았다.

이 안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면 반말 따위는 들어도 됐다.

“안에 들어가야만 하오.”

“너 같은 뜨내기는 못 들어간다니깐!”

위병이 설극의 어깨를 밀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네 뭐해?”

“하, 하. 내가 요즘 기가 허한가 보네. 자네가 하겠나?”

설극을 밀쳤던 위병이 동료에게 그를 떠넘겼다.

그 위병도 설극을 밀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으윽! 꿈쩍도 안 해. 자네도 돕게.”

두 위병이 힘을 합쳐 설극을 밀어냈지만 똑같았다.

“소란을 피우고 싶진 않지만 양해 바라오.”

더 이상 드잡이질을 하고 싶지 않았던 설극은 두 위병을 무시하고 앞으로 갔다.

“억!”

“이, 이봐! 거기 서지 못해?”

옆으로 쓰러진 위병이 일어나서 설극에게 달려들었다.

퍼벅!

그의 주먹질에 다시 나가떨어진 두 사람.

그 모습에 안쪽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무기를 든 무인들이 설극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누군데 감히 무림맹 앞에서 행패냐?”

“안에 볼일이 있소.”

“여기가 볼일이 있다고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절차를 밟아 들어가라.”

“그렇담 경아를 불러 주시오.”

“경아?”

“주경아가 이 안에 있다고 들었소.”

“주경아라면….”

“군룡검 백자운 님과 혼인하실 분 아닙니까?”

무인들이 수근거렸다.

사라진 지 1년 만에 나타난 여자.

그런데 어떤 미친놈이 무림맹에 와서 그녀를 찾고 있었다.

“네놈 따위가 그분을 왜 찾는단 말이냐.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그녀를 봐야 하니 비켜 주시오.”

“안 된대도! 여봐라 뭣들 하느냐. 어서 저 녀석을 쫓아내지 않고.”

“예!”

위병과 무인들이 합심해 설극에게 무기를 겨누며 다가왔다.

“비키시오. 다칠지 모르오.”

“네깟 놈이 우리를 털끝 하나라도 건드릴 수 있을 줄 아느냐.”

“어디 시골 촌뜨기 따위가!”

“난 경고했소이다.”

무신이란 별명을 가진 설극이 계속 참으며 저자세로 나간 이유는 하나였다.

주경아의 집이 무림맹이라고 오해했다.

급한 마음에 나소연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나왔다.

그녀에게 들은 건 딱 두 가지.

하나는 주경아가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녀가 있는 곳은 현재 무림맹에 있다는 것.

이 두 가지였다.

그 때문에 가볍게 해치울 수 있는 이들도 봐주며 대화로 풀어 가려고 했던 거다.

“당신들이 자초한 일이오.”

하나 그도 참을 만큼 참았다.

더 이상 막는다면 해치우고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팟-

그가 천에 감긴 창을 꺼내 들며 무인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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