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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04화 (304/705)

제305화

이준의 몸에서 살기가 무럭무럭 나왔다.

그의 살기는 일반적인 살기와 질이 틀렸다.

천살성의 살기.

의지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짙었다.

그 때문인지 백팔나한들이 거리를 벌렸다.

틈이 생기자 이준이 곧바로 땅을 박찼다.

펑.

하늘 높이 뜬 신형.

최고점에 이르자 공기를 박차고 앞으로 쏘아졌다.

단번에 백팔나한진을 빠져나온 이준.

“가만 안 두겠어. 일선 새끼. 검제님, 제가 할 일이 생겨서 뒤는 계획대로 해 주세요.”

“어디에 간단 말이오?”

“제 물건 찾으러요. 뒤를 부탁해요.”

무극자에게 물이 들어서일까.

이준 또한 성격이 많이 변해 있었다.

무극자처럼 성격이 종잡을 수 없게 변했다.

‘파랑이는 무사고에 가 있어. 길 알지?’

“뀨!”

파랑이가 앙증맞게 대답하곤 무사고가 있는 방향으로 갔다.

번개 같은 속도로 백팔나한진에서 빠져나온 이준 또한 천외천을 뒤로 하고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건 백팔나한들이었다.

“속았다. 잡아!”

“벌써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젠장! 다 들어온 고기를 놓치다니.”

“이제 어떻게 합니까?”

“사백이 어디에 계시는지 아는 모양입니다.”

“뒤라도 따라갈까요?”

백팔나한들이 한 무승에게 물었다.

무승의 이름은 무진.

백팔나한들의 사형이 되는 사람이었다.

“아니다. 우린 저놈들을 잡는다.”

무진의 시선은 검제를 비롯한 무극대, 제왕단, 암독에게 가 있었다.

한편 무극대의 부대주인 김봉팔은 손바닥으로 제 이마를 쳤다.

“아이고야. 또 어디 가신대?”

“저러시는 게 한두 번이오? 그냥 관심 끕시다.”

“우린 저 중놈들을 서울숲으로 이끌면 되오.”

무극대원들의 말에 사형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누가 저들의 미끼가 되겠나.”

“한 명밖에 없죠.”

“딱 적임자 있지 않습니까.”

“영웅의 등판인가?”

무극대원들의 시선이 김봉팔에게 꽂혔다.

“나?”

“당연하지 않소.”

“경공도 제일 빠르고 무엇보다 맷집이 넘사벽 아닙니까.”

“특성이 개사기지.”

모두가 당연한듯이 말했다.

의견이 한곳으로 모이자 김봉팔이 손사래를 쳤다.

“미쳤어? 쟤들 좀 봐. 눈에 광기가 가득하다고 잘못 걸리면 그냥 한 방에 세상 하직할지도 몰라.”

“불굴의 의지란 무적 패시브 있잖아요. 괜찮을 거예요. 부대주님.”

무극대의 막내인 현이가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해 주었다.

“나한테 이러기야?”

“모두의 의견에 따라 부대주가 미끼 역할을 한다. 잘 할 수 있지?”

“대주까지 나한테 왜 이러오.”

“난 진심이다. 여기서 너보다 경공이 빠른 대원이 누가 있나? 말해 봐.”

“없…습니다.”

“그러니 네가 적임자다. 뒤는 우리가 서포트 하겠다.”

“하아아. 능력 있는 것도 힘들다.”

김봉팔은 한숨을 쉬면서 자아도취를 빠트리지 않았다.

“사 대주. 우리도 이제 각자의 거점으로 흩어지세.”

“몸조심하십시오.”

“자네도 조심하게.”

검제와 제왕단이 전장에서 몸을 돌렸다.

괴개와 만천단도 하나의 거점 포인트를 맡았다.

그렇게 서로 흩어졌다.

“어이. 땡중들. 안 오고 뭐 해? 웅장하게 기세만 돋우면서 오지게 허세를 부리더니 우리한테 겁먹었냐?”

김봉팔이 백팔나한을 향해 외쳤다.

“허, 정신 나간 중생이 이곳에 있구나.”

“사형들. 제가 살계를 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랄. 지들이 고승인 줄 아네. 살귀들이면서.”

“저, 저 찢어 죽일 놈이!”

김봉팔은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백팔나한을 상대로 광역 도발을 시전한 것.

어그로가 확실히 끌렸다.

“어리석은 중생이여. 본도가 널 마구니에서 구원하겠노라!”

한 무승이 김봉팔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그의 봉이 바람을 가르며 세차가 휘둘러졌다.

“이크! X팔. 예고 좀 하고 오지.”

“그 입에 악귀가 있느니라.”

“으악! 두, 두고 보자.”

엄청난 봉압에 김봉팔이 식겁했다.

칼날도 없는데 앞머리가 뭉텅 잘려 나갔다.

졸지에 쥐가 파먹은 머리가 된 꼴.

김봉팔이 이를 뿌득 갈며 도망쳤다.

“너는 내가 꼭 죽인다.”

“거기 서지 못하겠느냐!”

무승은 김봉팔을 놓아주지 않으려 뒤를 바짝 쫓았다.

백팔나한도 그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 * *

제부도로 향하는 이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주변 경관이 수시로 바뀌었다.

“사부님 청룡무의를 뺏기면 어떡하죠?”

[끌끌.]

“왜 웃으세요. 전 심각한데.”

[제자야. 넌 파멸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갑자기 파멸겁은 왜 물어 보세요?”

[질문에나 대답하거라.]

“대단한 무기죠.”

[그 대단한 무기의 주인이 누구였느냐?]

“사부님이요.”

[그리고 다음은?]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대답했다.

“저요?”

[맞느니라. 나와 너 사이에 긴 공백이 있을 텐데 파멸겁이나 다른 신물들이 왜 남의 손에 안 들어갔다고 생각하느냐.]

“못 찾아서요.”

[틀렸다 이눔아!]

무극자 사부가 버럭 소리쳤다.

답답한지 스스로 이유를 밝혔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뿜어 대서 그런 것이니라. 자칫했다간 신물에 잡아 먹혀 자아를 잃을 게 무서워서 건드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사부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이준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는 좀 다르다고 해야 할까.

“무협 소설이나 웹툰 보면 그딴 건 무시하고 힘을 얻으려고 하던데요.”

[네 말처럼 아예 없는 일은 아니지. 하나 파멸겁을 봉인시킨 게 첫째였느니라. 네놈과 비슷한 자질을 가진 그놈도 파멸겁이 겁나 아무도 만지지 못하게 봉인하고 숨겼느니라.]

“결론은 일선과 이선이 청룡무의를 못 가진다는 거네요.”

[그렇지.]

무극자 사부가 으쓱해했다.

어디 감히 네깟 놈들이 내 신물을 노려? 라는 말투였다.

“참 사부님의 물건은 까다롭네요.”

[다 이 사부와 레벨이 같아서 그렇느니라.]

“레벨이란 말은 또 어디서 배우셨데.”

[홀홀. 꼰대가 안 되려면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느니라.]

“에엑? 사부 개꼰대잖아요.”

[가아아아알!]

“억!”

이준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내공이 도중에 끊겨서 넘어질 뻔 했다.

영혼만 있는 양반이 목청은 아주 컸다.

괴물 같은 노인네.

천외천을 괴물이라고 부르면 안 됐다.

자신의 옆에 있는 사부가 진정한 최종 보스였다.

[방금 꼬오오온대라 했느냐 제자야?]

“하, 하. 농담입니다. 제가 어찌 위대한 사부님께 꼰대라는 저급한 말을 쓰겠습니까.”

본심이 나와 버렸다.

그냥 속으로만 생각했어야 했다.

옛날에는 꼰대라는 단어도 몰랐던 사부였는데 요새는 현대의 말도 잘 알았다.

이젠 말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 것.

조심해야 했다.

[이 착한 사부는 더이상 제자의 안하무인한 태도를 봐줄 수 없구나.]

이 양반이 왜 이럴까.

조금만 띄워 줘도 좋다고 넘어갔는데 처음으로 아부가 안 먹혔다.

고개를 바짝 숙여야 하나.

“이 제자가 잠시 실수한 것 같습니다. 사부님의 생각이 워낙 영하셔서 제가 친구처럼 생각한 듯싶습니다.”

[영하다? 그건 무슨 뜻이고?]

“젊다는 뜻입니다.”

[꼰대와는 반대의 단어구나.]

‘먹혔나? 아니면 더 숙여야 하나?’

이준이 무극자 사부의 눈치를 살폈다.

이미 사부의 마음을 돌리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이 영감이 왜 이럴까.

[영하다… 좋은 단어인지고. 이 사부가 그렇게 영해 보이느냐?]

생각이 젊다고 한 말이었는데, 사부는 외모를 가리켰다.

“물론입니다. 사부님이 친군 줄 알고 실수했지 뭐예요.”

[그럴 수 있느니라. 홀홀. 이 사부가 워낙 젊게 살았어야지.]

다행히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앞으로는 말조심해야겠단 생각을 하는 사이 제부도에 도착했다.

“강제로 게이트를 개방했어.”

해수욕장이 있던 자리에 게이트 하나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게이트에 들어가려던 이준이 자리에 섰다.

“흐음….”

[안 들어가느냐 제자야?]

“생각 중이에요.”

[무엇을 말이냐?]

“일선과 이선을 어떻게 죽일지.”

[들어가서 생각해도 충분할 터인데 시간 낭비만 하는구나.]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해 주시겠어요?”

이준이 뻔뻔스러운 태도에 무극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보였다가 간혹 천재가 되는 이들이 있다는데 하필 내 제자가 이에 해당하다니… 업보로고.]

무극자가 탄식할 때 이준의 눈이 커졌다.

무언가 생각해 낸 모양이다.

“개꿀. 나 천잰가? 쉽게 해치울 방법이 있었잖아? 흐흐.”

이준이 음침한 웃음을 흘리곤 느긋하게 게이트로 들어갔다.

* * *

“다 온 듯싶네.”

일선과 이선의 주위에는 몬스터의 시체가 가득했다.

화이트존에 서식하면 안 될 몬스터가 죽어 있었다.

블루 드레이크.

도마뱀인 라자드맨과 흡수했지만, 더욱 흉포하게 생긴 몬스터였다.

드레이크는 최소 블루존에만 서식하는 존재였다.

블루 드레이크는 어떤가.

최소 레드존이었다.

그런데 이놈들이 화이트존 게이트 나타난 것이다.

각성자였다면 엄청난 피해를 봤을 게이트.

하나 게이트에 들어온 사람은 일선과 이선이었다.

그들에게 블루 드레이크의 등급은 중요치 않았다.

“드디어 청룡무의를 보는 겁니까?”

“사제와 내가 얻는 신물이기도 하네.”

두 사람의 얼굴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천주가 애타게 찾아 헤맨 파천혈신의 물건이다.

그런 걸 자신들이 차지하게 됐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나.

두 사람은 산 아래에 있는 동굴로 향했다.

동굴 안에도 몬스터가 가득했지만,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일선의 주먹과 이선의 검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몬스터가 수십 마리씩 죽어 나갔으니까.

그렇게 몬스터를 죽이고 또 죽인 결과.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앞에 보이는 언덕 위, 나무에는 청룡무의가 걸려 있었다.

“저게… 청룡무의.”

“파천혈신이 입었던 생전의 옷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청룡무의를 보고 있자니 그 전율스럽고 공포스러웠던 파천혈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 옷을 입고 얼마나 많은 정파인을 죽였나.

피가 강을 이룰 정도였다.

“이제 우리가 저 옷으로 중생을 구원하면 되네.”

“축하드립니다. 사형.”

“나만 축하할 일인가. 다음 차례는 사제네.”

“예?”

“다른 신물은 안 얻을 생각인가.”

“아….”

“마겁은 창이니 수호혼이나 파천반지를 사제가 얻게나. 내 도와줌세.”

일선은 이미 자신들이 파천혈신의 신물을 다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사형.”

“감사는 무슨 당연한 일이지.”

일선과 이선이 청룡무의를 가지러 가려고 움직였다.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네.”

그때 뒤에서 이준이 나타났다.

“애송이! 네가 여긴 어떻게?”

그를 보자 이선이 놀라 외쳤다.

자신들의 뒤를 밟지 않았더라면 따라오는 건 불가능했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주변의 기척을 확인한 결과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알 거 없고. 누구 마음대로 청룡무의를 가져가래?”

“이것이 네 물건이라도 된단 말이냐?”

“어. 그거 내 물건이야.”

“떼를 쓰는 어린애 같군.”

“진짠데. 너희는 청룡무의를 가져가도 못 입어.”

이준이 일선과 이선을 향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행동에는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네가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그 물건의 주인이 나니깐. 내 말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으면 입어 보든가.”

이준이 팔짱을 낀 채 도발했다.

“입는 순간을 노리려는 건 아니겠지?”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니야.”

“그러면 본도가 입는 걸 허락해 주겠나.”

일선이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얼굴만 보면 영락없이 득도한 스님이었다.

“사형. 이 애송이의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만약 공격해 온다면 본도가 신물을 입는 사이 사제가 저 아이를 막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건 맞습니다만.”

“허락한걸로 알고 본도가 입어 보겠네.”

일선이 청룡무의 앞에 섰다.

흥분된 그의 얼굴.

눈빛은 탐욕으로 일렁거렸다.

표정에 빨리 입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했다.

그의 곁에선 이선이 검을 들고 이준을 견제하고 있었다.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난 너희처럼 음흉하지 않아.”

[아니니라. 제자는 음흉하느니라.]

이준의 말을 무극자 사부가 부정했다.

이준이 일선에게 옷을 입어 보라는 건 속내가 굉장히 음흉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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