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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301화 (301/705)

제302화

얼추 준비는 끝났다.

이제 천외천을 맞을 일만 남았다.

“봉팔아.”

“옙! 주군.”

“오늘이 며칠이지?”

“12월 20일입니다.”

“올 때가 됐는데….”

천외천은 일을 굼뜨게 하지 않았다.

삼선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면 이미 출발했을 터.

지금쯤이면 쳐들어오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그런데 왜 소식이 없을까.

“신기지가랑 암상에선 연락 없어?”

“공항의 보안을 철저히 했는데 수상한 자들은 없다 합니다. 서해안 쪽도 인원을 쫙 깔아 놨는데 중국에서 넘어오는 배 한 척도 없고요.”

이준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인주가 못 오게 막았을까? 아니야. 인주는 사흉수를 자기 편으로 만드는데 정신이 없을 거야. 그러면 이선의 불같은 성격을 막을 사람은 일선밖에 없어.’

하나 일선도 삼선을 많이 아꼈다.

삼선의 죽음에 분노한 사람은 응당 이선만은 아닐 것이다.

일선도 조용히 분노했을 터.

아마 이선을 말리지 못하고 같이 한국으로 넘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에 대한 소식이 없었다.

‘일선과 이선의 성격이라면 숨어서는 절대 들어오지 않을 거야.’

일선과 이선의 자존심은 엄청났다.

차라리 목숨을 잃을지언정 자존심을 꺾지 않는 게 두 사람이었다.

그러니 쥐새끼처럼 숨어서 한국으로 들어오진 않을 거다.

“신기지가와 암상한테 잘 감시하라고 해. 그리고 우리도 인천으로 간다.”

“명을 받듭니다!”

이준과 무극대는 인천의 항구로 향했다.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천외천에 대한 소식은 전해져 오지 않았다.

“봉팔아.”

이준의 부름에 김봉팔이 바로 대답했다.

“12월 23일입니다.”

“내 예상이 틀렸나?”

이준이 얼굴을 찌푸렸다.

여태까지 그의 예상을 빗나간 건 별로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다 봉합할 수 있는 일뿐.

이번 일도 힘들겠지만 결과는 똑같을 거다.

일선과 이선을 한국에 묻어 버리는 것.

현생은 전생과 다를 거라고 여겼다.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져만 갔다.

혹시나 자신의 예상이 빗나갔을까.

이렇게 준비했는데, 다른 쪽으로 넘어오는 게 아닐까.

아니면 아예 넘어오지 않던가.

[초조해하지 말거라. 일이란 게 뜻대로 잘 흘러가는 건 많이 없느니라.]

자신의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무극자 사부가 위로를 건냈다.

[녀석들은 네 생각대로 움직일 것이니라. 성격이 그대로라면 삼선의 죽음을 무시할 수 없지. 다만… 녀석들에게 일의 순서가 어떤 게 먼저일지가 중요하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놈들이 오면 알게 될 것이니라.]

김봉팔이 이준을 걱정하며 말했다.

“주군. 들어가서 쉬세요. 싸우시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나겠습니다.”

“이걸로 안 쓰러져.”

하나 이준은 말을 안 들었다.

“너희나 체력을 많이 비축해 둬. 힘든 싸움이 될 거니까.”

“저희는 교대로 잠을 자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주군이….”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들어가서 잠 좀 잘게.”

“조금만입니다.”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곤 인천 앞바다를 응시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 밝아왔다.

세상은 온통 하얬다.

눈이 펑펑 내리며 주위를 얼어붙게 했다.

그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던 이준이 천막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데.

“주, 주군! 적이 나타났습니다.”

김봉팔의 외침을 들었다.

몸을 일으켜 천막을 나갔다.

인천 앞바다를 보자, 거대한 배 한 척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이야.”

이준이 중얼거렸다.

여태까지 봤던 천외천과는 격을 달리하는 이들이 배에 타고 있었다.

최소가 A급.

무림에선 절정에 달한 경지의 무인들의 숫자만 무려 천 명이 넘었다.

최소가 A급이지 그 이상의 등급은 훨씬 많았다.

“실제로 느껴 보니까 엄청나네.”

이준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구파일방 중 소림과 무당의 무인들.

이 두 곳이야말로 구파일방을 이루는 핵심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에 일선과 이선을 더 한다면?

괴물같은 단체였다.

“전 국민을 쉘터로 보낸 게 천만다행이네.”

아니었으면 개죽음을 당했을 수도 있었다.

적들은 정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동시에 마기도 가졌으니까.

무엇보다 저들의 눈빛.

저들의 눈동자에는 광인에게서나 보이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뇌수까지 마기에 잠식당한 듯싶었다.

“모두 각오 단단히 했지?”

“신력권가의 최종병기인 저 김봉팔만 믿어 주십시오. 저놈들을 아주 작살 내 버리겠습니다.”

“깨지는 게 아니고요?”

“막내들 뒤에 숨지나 마시오.”

“이것들이!”

김봉팔이 씩씩거렸다.

겉으론 긴장감이 없어 보이지만 무극대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주인 사형준도 마찬가지.

적들의 강함을 느낀 것 같았다.

“검제께 연락해. 적들이 왔다고.”

“이미 신호를 보냈습니다.”

무극대는 각자 몸을 풀었다.

싸우기 전 기분을 고조시켰다.

이준은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밀린다 싶으며 지체 없이 도망쳐. 저들에게 진다해도 쪽팔린 게 아니니까. 기를 쓰고 한 명 더 쓰러트린다 해도 크게 의미 없어.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야.”

“지금 저희를 걱정해 주시는 겁니까?”

“걱정은. 내가 힘겹게 키워 놨는데 여기서 죽으면 나만 손해라 그런다.”

“에이, 저희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요.”

“가주 너무 츤츤거리는 거 아닙니까.”

“전 남자 좋아합니다. 괜히 설레게 하지 마십시오.”

“정신 상태가 빠졌구만. 요즘 많이 쉬었지? 이 싸움 끝나면 지옥 구경시켜 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이준은 그 말을 남기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한 천외천과의 싸움.

훗날 대혈전의 크리스마스라 불리게 된 전쟁의 서막이었다.

* * *

바다에 뛰어든 이준.

그의 발바닥은 물에서 한 뼘 가량 떠 있었다.

그의 오른쪽 발에 회색 기류가 모여들었다.

대기가 무극기로 인해 아우성쳤다.

“바다에 빠져 다 뒤져라.”

다리를 무릎까지 올리곤 그대로 물을 강타했다.

펑-!

이준의 발에 닿기도 전에 물이 터져 나갔다.

물 아래 바닥까지 훤히 드러날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그의 주위 반경으로 물이 쫙 퍼졌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다시 이준의 주위로 물이 모여드는 게 정상.

그런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물이 쩍 갈라지는 게 아닌가.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에 길이 열렸다.

자연스레 천외천이 탄 배에까지 충격이 갔다.

배의 머리에서부터 균열이 시작되었다.

“파.”

이준의 입에서 한 글자가 조용히 흘러나온 순간!

콰앙-

배가 터지면서 불을 뿜어냈다.

검은 연기와 함께 하늘을 장악한 불꽃.

이준은 감흥 없는 얼굴을 한 채 두 손에 내기를 집중시켰다.

웅웅.

양손에 거대한 기류가 모여들자.

배가 터진 곳을 향해 사정없이 날렸다.

앞으로 잘 날아가던 쌍장이 난데없이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그 결과.

검은 연기가 나는 근처에서 또다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후우우.”

이준이 호흡을 골랐다.

소모된 내력을 바로 충전했다.

그러면서도 앞을 응시하는 건 빼놓지 않았다.

“역시, 이걸로는 모자랐나?”

하늘로 솟은 검은 연기가 사라질 때쯤 보이는 이들.

그들의 앞에 투명한 막이 생성되어 있었다.

대머리에 봉을 든 남자들.

소림의 무승이었다.

[108나한진이니라.]

“혈불과 함께한 무승들이 짭이라면 얘들은 찐이네요.”

무극군림보와 무극장법을 막았다.

웬만한 이들은 몸이 터져 나가고 찢기는 무공을 막은 것이다.

물론 저들이 아예 피해를 안 입은 건 아니었다.

투명한 막 안쪽에서 들려오는 신음과 비명.

치명상을 입은 이들이 꽤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 저놈들을 상대할 생각이 아니면 어서 몸을 빼거라.]

사부의 조언이었다.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1차 저지선으로 물러난다.”

“예!”

이준과 무극대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 * *

한편 일선과 이선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보았는가?”

“네. 파천군림보와 백영장법이었습니다.”

“직접 보니 놀랍네.”

이준이 사라지는 걸 붙잡지 않고 지켜보던 그들이 바다를 건너왔다.

천외천은 모두가 고수였다.

다친 사람은 있어도 바다에 빠져 죽은 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보다 파천군림보입니다. 사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선의 물음에 일선도 의아해했다.

“파천군림보는 천주의 무공인데 인주의 백영장법도 같이 익히고 있다라… 난감한지고.”

“생각했던 것보다 까다로운 놈입니다. 혹시 천주의 다른 무공도 익히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럴 리가 있겠나. 천주의 다음 무공은 파천멸기네. 그 무공은 천주 이외에 익힐 수 없는 무공이야.”

이선도 그리 여겼다.

이준의 무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나 그가 인주에게 들은 게 있었다.

파천군림보는 파천멸기로 운용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할뿐더러 사용하더라도 파괴력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말씀하셨다.

인주의 말을 바탕으로 생각하자면 이준은 파천멸기를 익히고 있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사형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파천멸기가 쉽게 익힐 수 있는 무공이라면 천주의 사제인 지주나 인주는 왜 그런 파멸적인 무공을 익히지 않았을까.

그 두 사람도 100만 명에 한 꼴로 태어난 천재인데 말이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이 사실을 사형에게 말해야 할지. 그냥 무시를 해야 할지.

이선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파천군림보를 보고 너무 예민했다.’

파천멸기가 어디 뉘집 개이름인가.

각성자란 존재는 익힐 수 없는 신공이자, 마공이었다.

그저 상태창이란 특이한 특징 때문에 파천군림보를 익히게 된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우리의 우선 순위는 이준이 아니고 청룡무의다.’

이 신물만 얻으면 파천군림보든, 파천멸기든 상관없었다.

사신수의 힘은 그보다 더 강력하니까.

우선순위를 바꾼 이유기도 했다.

“바로 청룡무의가 있는 게이트로 가시겠습니까?”

“그 전에 이곳을 시작으로 살육제를 열겠네.”

살육제란 말에 주변의 눈빛이 달라졌다.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눈빛.

광기가 더욱 높아졌다.

“게이트를 열게.”

일선의 몸에서 폭풍 같은 기세가 일렁였다.

그러자 주변에 검은색 게이트와 붉은색 게이트가 여러 개가 생성되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블랙존 게이트를 굴복시키지 않았다면 전력에 큰 구멍이 있었을 거네.”

“그러게 말입니다.”

이선도 일선과 같이 압도적인 내력을 뿜어냈다.

블랙존과 레드존 게이트가 생기며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

“너희들은 이 몬스터를 이용해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거라.”

소림의 무승과 무당의 도인들이 몬스터를 데리고 움직이려는데 그 뒤로 이선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이는 족족 다 죽여도 좋다. 피가 흐르는 곳에 역천진만 만들어 놓아라.”

그들이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이제 우리도 갑세.”

두 사람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 * *

1차 저지선으로 온 검제와 제왕단은 전투 준비를 마치고 이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창제 님과 무극대가 옵니다!”

이준이 점점 검제와 제왕단에게 가까워질 무렵.

저 멀리서 대규모의 기감이 잡혔다.

그 기감 또한 빠르게 이곳으로 접근해오고 있었다.

“검제 님.”

이준의 외침에 검제가 제왕단에게 명을 내렸다.

“모두 전투 준비를 하게.”

차앙-

검제와 제왕단이 검집에서 검을 꺼냈다.

그들은 무극대가 있는 장소로 가서 섰다.

천외천을 맞이하는 장소는 봉화산이었다.

여기서부터 천외천을 서울까지 유인해야 했다.

“제가 도발을….”

“아니오. 저 멀리서 큰 무공을 사용한 것 같으니 이번에는 내가 하겠소이다. 상자를 여시게.”

검제의 말에 제왕단은 가져온 나무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 든 주먹만 한 구슬.

이화정이란 암기였다.

검제가 기를 끌어 올리자 나무 상자에 든 이화정이 공중으로 올라왔는데.

“야야. 춘식이, 네가 하는 짓거리는 미련한 행동이야. 그냥 놔둬.”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검제가 뒤를 보자 눈이 커졌다.

“심호?”

허리는 구부정하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한 노인이 다가왔다.

‘암독 정심호!?’

이준도 그를 보자 검제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만독암가의 태상가주였다.

암독 정심호.

현 가주의 아버지.

검제의 친우이며, 한때 괴개라 불린 남자.

몇십 년 동안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 자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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