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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93화 (293/705)

제294화

이준의 거절에 한지유가 차가운 바람을 풀풀 풍기며 사라졌다.

너무 딱 잘라 말했나 걱정했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테구르와 함께 함정까지 설치를 끝냈다.

“여긴 얼추 된 것 같은데.”

이제 여기서가 문제였다.

무사고에 방어벽과 함정을 설치했지만, 싸움의 무대는 서울 전역이 될 터.

짧은 시간에 테구르와 스케먼이 감당할 만한 넓이가 아니었다.

“안 되겠다. 이사장님한테 도움을 요청해야겠어.”

이준은 테구르를 게이트로 돌려보내고 한민성 이사장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사장실 앞.

그를 본 남지우 비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남 비서님. 안에 이사장님 계시죠?”

“네. 잠시만.”

남지우가 이사장실의 문을 두드리곤 문을 열었다.

“이사장님 이준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이 선생님이?”

“안녕하세요.”

“근 한 달만인가? 개인 수련은 어땠나?”

“보시는 바와 같이 좋았어요.”

“내가 보기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한민성은 이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준의 기도를 읽으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예전에도 그랬다.

안개에 감싸인 듯 앞이 흐렸다.

지금도 마찬가지.

무공을 익혔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일반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봐도 소용없어요.”

“원래 S급은 자네처럼 기도가 안 보이는 건가?”

“제 내공이 특히 은밀해서 그래요. 잡담은 그만하고 몇 가지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뭔가. 말해 보게.”

“대가문회의를 열어 주세요.”

대가문회의는 한국에 있는 모든 가문을 소집한 걸 말한다.

중차대한 일이 있을 때만 열리는 회의였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천외천이 곧 한국에 쳐들어올 거예요.”

“천외천이? 내가 형님과 천외천의 소식을 찾았을 땐 별다른 게 없었는데.”

“제가 천외천의 고위 인사를 죽였어요. 이 사실이 알려졌다면 천외천 쪽에선 바로 반응할 겁니다.”

“죽은 사람이 검산 그룹과 연결이 됐던 천외천의 인물보다 높은 위치에 있나?”

“이번에 쳐들어올 놈들은 여태 싸웠던 천외천과는 급이 다를 거예요.”

“헉! 그 정도란 말인가?”

한민성의 눈이 커졌다.

그가 봤을 때 검산 그룹과 관련된 천외천도 굉장히 강했다.

세계의 각성자와 손을 나눌 만큼의 힘이 보였다.

그런데 그보다 급이 다른 괴물이 쳐들어올 거라니.

재앙이 오는 것과 다름없는 게 아닌가.

“A급 각성자로는 싸움 자체가 안 돼요. 그나마 비벼 볼 만한 게 AA급은 되어야 싸움이 가능합니다.”

“AA급 각성자는 왕의 별명을 가진 각성자들인데… 그 숫자가 많을 리 없지 않나.”

“그래서 부탁드리는 거예요. 다시 쉘터를 개방해 주셔야겠어요.”

“한 달도 안 돼서 또 쉘터를 개방하면 시민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시민들만이 아니라 각성자들도 다 쉘터로 피신해야 합니다. 한민성 이사장님도 포함해서요.”

“그러면 천외천을 어떻게 대적한단 말인가?”

“저 혼자 상대할 겁니다. 아니지, 검제 님과 몇몇 사람에게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에요.”

자신 이외에 천외천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검제밖에 없었다.

그나마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무극대와 제왕단 정도가 다였다.

“가문 연맹회에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네. 신력, 신기, 만독, 철혈 말고는 천외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라.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지 못할 텐데 걱정이야.”

“다른 가문이 얼마나 멍청한지는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사장님한테 부탁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천외천이 얼마나 지독하고 잔인한 놈들인지 모두 알 때가 됐어요.”

가문에 속한 이들의 자존심은 하늘을 찔렀다.

천외천이란 괴물이 오니까 피하라고 하면 어떤 반응을 하겠나.

주제도 모르고 맞서 싸우겠다고 들고 일어날 것이다.

가문의 대표가 다닥다닥 붙어서 나는 싸울 것이오 이러니, 옆에 있는 다른 가문의 대표가 거드는 꼴.

군중 심리였다.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면서 떼로 있으니 자신감이 찰 것이다.

거기다가 실리까지 챙기려고하는 멍청이들이 가문의 대표다.

“벌써부터 머리 아파 오는 것 같은데.”

“우선 설득해 보고 아니면 마는 거죠. 자기들이 지옥으로 뛰어들겠다는데 전 말릴 생각 없습니다.”

분명 말을 안 들어 처먹을 게 분명했다.

현재 오대 가문 중 한 곳이 공석이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들려고 할 터.

안 봐도 뻔했다.

말을 안 들어 처먹는 가문까지 신경 써 줄 생각 따윈 없었다.

“후우우우. 대가문회의 말고 다른 부탁은 뭔가?”

“서울에 함정을 깔게 도와주세요.”

“함정을?”

“네. 진법, 기관 함정, 독, 모든 걸 서울에 깔아 놓으려고요.”

“이건 그냥… 전쟁이군.”

“천외천과의 싸움은 전쟁이라 할 수 있죠.”

“형님과 만독암가에 연락해 보겠네.”

“대가문회의도 바로 열어 주세요. 비상으로요. 저도 참가할게요.”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한민성은 남지우와 눈을 마주치곤 전화기를 들었다.

남지우 또한 몸을 돌려 빠르게 이사장실을 나갔다.

* * *

바로 다음 날.

신기지가의 연락으로 대가문회의가 열렸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가문의 대표가 서울 여의도 호텔에 모여들고 있었다.

호텔 입구.

값비싼 외제 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그 차에서 내린 여자가 한 남자를 반겼다.

“황 가주님 이게 얼마 만인가요?”

“이 가주께선 잘 지내셨소? 얼굴이 더 젊어진 것 같소이다.”

“호호호. 요즘 핫한 아티팩트 덕을 봤지요.”

“어떤 아티팩트기에 이 가주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 것이오?”

두 사람은 호텔로 들어가는 내내 이야기를 했다.

다른 가문의 가주와도 인사를 했지만, 두 사람만큼 친한 사람은 없었다.

회의장 자리에 앉은 두 사람.

대화를 이어 갔다.

“어머 황가주님은 요정의 꿀도 모르세요?”

“이 가주에게 처음 듣는 아티팩트요.”

“황 가주님 소식이 너무 느리시다. 요정의 꿀을 모르면 꼰대 소리 들어요.”

“그 요정의 꿀이란 게 무엇이기에 이 가주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것이오?”

“내공으로도 막을 수 없는 노화를 요정의 꿀로는 막을 수 있어요. 최상급 제품을 바르면 젊었을 때로 돌아가게 해 준다고도 해요.”

“너무 과장 아니요?”

황 가주란 남자는 못 믿는 눈치였다.

젊었을 때로 돌아가게 해 주는 아티팩트가 있다니.

그런 걸 파는 기업이 있으면 순식간에 재벌이 되고도 남았을 법하지 않나.

돈을 끌어모아 순식간에 상위 가문으로 치고 올라왔을 것이다.

만약 이 엄청난 아티팩트를 지킬 힘이 없다면?

서로 소유권을 차지하려고 치고박고 싸우지 않을까.

그런데 조용한 걸 보니 그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제가 바른 요정의 꿀만해도 B급밖에 안 돼요. A급 이상부터 효과가 엄청나다고 하는데 구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저도 못 구하고 있어요.”

이 가주의 말을 들으면 대단한 물건인 것 같기도 했다.

“허, 난 이 가주의 내공이 깊어져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오.”

“두 분이서 무슨 말을 그리 재밌게 하십니까?”

덩치가 산만 한 남자가 황 가주와 이 가주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오 회장. 신수가 훤칠해졌는데?”

“두 분이 저를 지원해 준 덕분입니다.”

“알면 요정의 꿀이나 구해 줘.”

“누님. B급 요정의 꿀도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구해 주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야? 오 회장 능력이면 충분히 구할 수 있잖아.”

“정말입니다. 저도 누님을 위해 요정의 꿀을 사방으로 찾는데 LJ백화점에서 밖에 안 팔더라고요. 그나마 최근에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대량으로 판다는 말에 이 가주의 눈이 빛났다.

여자로서 안티 에이징은 필수.

심지어 내공으로도 돌릴 수 없던 젊음을 요정의 꿀로 되돌릴 수 있으니 탐이 나는 건 당연했다.

“어딘데?”

“암상입니다.”

“암상에서 팔아? 나도 암상에 들려봤는데 안 팔고 있던데. 나한테 보내준 것도 LJ백화점에서 산 게 아니고 암상에서 구한 거야?”

“LJ백화점에선 절대 못 구합니다. 철혈여검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다른 루트를 찾아야 했습니다”

“암상에서 요정을 꿀을 판매하는지는 몰랐어.”

“경매하는데 어찌나 빡세던지.”

“판매자가 누구야?”

“들어도 웃지 마십시오.”

“알았으니까 말해 봐.”

“파천자란 코드 네임을 쓰는 자입니다.”

“파천자? 하늘도 부술 수 있는 사람? 아주 오만이 하늘을 찌르잖아?”

“저도 그 코드 네임 보고 빵 터졌습니다. 꼴에 어디서 들어본 건 있어 가지고.”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사대 가문의 가주가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만독은 철왕, 신기는 신기학사, 그리고 철혈은 검왕 대신 검제가 참여했다.

회의장에 있던 모두가 일어나 검제에게 고개를 숙였다.

“검제를 뵙습니다.”

“검제 님을 뵈어요.”

사람들의 눈에는 시기와 질투, 존경과 경외 여러 가지 시선이 담겨 있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제일의 각성자.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였지만 최근에는 모습을 간간이 드러냈다.

“저 노괴는 여전히 강한 것 같습니다.”

“오 회장. 들으면 어쩌려고, 말조심해.”

“그런 말은 속으로 하는 거야. 괜히 불똥 튈지 몰라.”

“예. 죄송합니다. 형님 누님.”

세 사람이 고개를 올리며 복화술을 했다.

그때 그들의 곁을 지나가는 한 청년, 이준이 세 사람을 쓱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어디서 들어본 게 많아서 미안하네요.”

“어디서 이런 새파랗게 어린 것이 들어왔지? 썩 꺼지지 못하겠느냐. 여긴 네가 들어올 곳이 못된다. 길을 잘못 찾았으면 서둘러 나가야지.”

산속에 살면서 세상과는 단절된 삶을 산 황 가주가 버럭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를 꽤 많은 사람이 들었다.

이 가주가 황가주의 소매를 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화, 황 가주님. 창제 님이에요.”

“창제? 어디? 창제가 어디에 있소?”

황 가주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창제인 이준을 눈앞에 두고 멀리서 찾고 있었다.

이 가주는 민망한지 고개를 돌리며 오 회장에게 시선을 던졌다.

“형님. 이분이 창제 님입니다.”

“오 회장. 내가 아무리 세상에 관심을 끊고 살아도 장난은 구별할 줄 알아. 이 어린놈이 창제일 리가 없지 않나.”

황 가주는 창제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그의 나이가 18살인지.

무사고를 다니다가 학생 신분에서 선생 신분으로 바뀌었단 것도.

전혀 몰랐다.

그가 아는 건 딱 하나.

창제라는 이명뿐이었다.

그의 생각으론 검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각성자는 못 해도 50대는 될 거라 여겼다.

“혀, 형님!”

오 회장이 기겁했다.

아무리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 그렇지, 창제의 앞에서 어린놈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미친놈이 어디에 있나.

그런데 하필!

이 자리에는 이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준도 가주의 직위로 참석한 자리였다.

그의 옆에는 무극대의 대주인 사형준이 있었다.

아무리 어리다고는 하나, 한 가문의 가주.

심지어 검제와 나란히 제의 칭호를 받은 이준이었다.

나이를 떠나서 그를 경외하는 사형준은 참지 못했다.

이준은 대 신력권가의 가주였다.

가주가 다른 가문의 각성자에게 무시를 받았으면 바로 잡는 게 사형준의 일.

여기가 대 가문 회의가 열리는 장소라도 할 일은 해야 했다.

쾅!

커다란 폭음이 일어났다.

사형준의 몸에선 붉은색의 패기가 줄기차게 뻗어나고 있었다.

극히 일부만이 사형준의 움직임을 봤다.

그의 손에 맺힌 붉은 장력이 황 가주의 가슴에 적중한걸 말이다.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사형준에게 쏠렸다.

갑작스러운 공격.

왜 같은 편을 공격했는지, 각 가문의 가주들은 묻지 못했다.

사형준의 기도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뚜벅뚜벅.

사형준이 발걸음을 옮겼다.

“끄으으윽… 미친….”

회의장 벽에 처박힌 황 가주가 신음하며 욕을 뱉었다.

이곳은 가주들이 긴급 상황이 있을 때만 모이는 곳이라 벽의 재질이 굉장히 단단했다.

어지간한 내공으로는 흠집도 못 내는 골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준의 공격에 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하나만으로 사형준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한 셈이다.

우뚝.

사형준이 황 가주의 가슴에 발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

“천안지역 금룡황가의 가주 황종묵. 다시 한번 지껄여 보라. 네놈에게는 신력의 가주란 자리가 그토록 우스워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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