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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92화 (292/705)

제293화

수많은 몬스터가 인간들에게 복종하고 있었다.

벌벌.

몬스터의 떨리는 몸.

앞에 보이는 두 명의 인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의 손에 들려 있는 하얀 종이.

그 종이가 파르르 떨렸다.

그러자 몬스터들이 몸을 더 웅크렸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끔 조심했다.

그 이유는 대머리의 남자 때문.

남자의 몸에서 걷잡을 수 없는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사형, 어떤 내용이기에 그리 화를 내십니까?”

도포를 입은 남자가 물었다.

대머리 남자는 들고 있던 종이를 옆으로 건넸다.

“읽어 보시게.”

인자한 목소리와는 달리 살기가 넘쳐 났다.

도포를 입은 남자가 종이를 받아 들고 안의 내용을 봤다.

내용을 본 즉시 남자의 눈이 커졌다.

“이, 이게 정말입니까?”

“그런가 보이.”

하얀 종이엔 딱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삼살.

삼선이 죽었다.

누구의 손에,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는 쓰여 있지 않았다.

“어떻게… 사매가 죽을 수 있는 겁니까.”

“이제부터 물어봐야겠지. 인주께선 뭐라고 하시더냐.”

대머리 남자, 일선이 종이를 전달하러 온 자에게 질문을 했다.

“사흉수에게 죽은 건 아니라고 합니다.”

“하면?”

“아무래도… 각성자에게 기습을 당한 것 같다고 컥!”

인주의 명을 받아 달려온 남자의 목을 움켜쥔 이선이 눈을 부라렸다.

“누군가의 기습? 넌 사매의 경지가 우습나 보지?”

“사제. 진정하시게. 인주의 말을 끝까지 들어 봐야 하지 않겠나.”

털썩.

“허억… 허억….”

이선이 남자의 목을 놓아주었다.

거칠게 호흡을 내쉬는 남자가 들은 말을 전달했다.

“…인주께서는 삼선이 사흉수에게 죽은 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의 각성자, 삼선을 죽일 정도의 실력자는 그쪽에 한 명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창제.”

“또 그놈이란 말입니까.”

“그리고 두 분께 이 말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말해 보라.”

“삼선의 일로 경거망동하지 말고 내가 혼돈을 얻어 나올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 라고 하셨습니다.”

“으음….”

인주는 일선과 이선이 삼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삼선의 죽음을 듣는다면 두 사람은 당장 날뛰려 할 터.

독단으로 행동하는 걸 막고자 한 인주였다.

삼선이 죽은 마당에 일선과 이선까지 잘못되는 건 인주로서 굉장히 치명적이었으니까.

“알았다. 그리하겠다고 전하면 될 것 같군.”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인주의 말을 전달하러 온 남자가 게이트를 나갔다.

기나긴 침묵이 흘렀다.

일선이나 이선, 나머지 십선들.

어느 한 명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이선의 목소리가 들렸다.

“광현 사형.”

이선이 일선의 불명을 부른 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아니 되네. 인주의 명이 있지 않은가.”

“사매의 복수를 안 하면 제가 미칠 것 같아서 그럽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꼭 가야겠는가.”

“창제를 비롯한 그 주변 사람들을 모두 찾아다가 죽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후우우. 아미타불.”

일선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선과 오랜 세월 함께했다.

그가 마음을 정했으면 바꿀 길이 없다는 걸 알기에 설득하는 걸 체념했다.

지금은 인주도 곁에 없으니 그를 말릴 자는 아무도 없었다.

“나와 함께 가세.”

“사형….”

“일선! 인주의 명을 어길 생각이십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일선께서 움직이시는 건 천외천 전체가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남은 십선이 일선을 말렸다.

하나 일선 또한 자기가 정한 일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만들 하게나. 창제를 잡는 건 나와 이선이 하겠네. 그대들은 이곳에 있으며 인주를 보필하게나.”

“하지만!”

이선이 단호하게 말하며 십선들의 입을 막았다.

“그만! 더는 반문을 받지 않겠다. 나와 사형만이 움직일 것이니 그리 알아라.”

일선은 너그러운 성격을 가졌으나 이선은 아니었다.

도인이지만 불같은 성질을 자랑했다.

그의 화를 돋우는 건 자기 스스로 인생을 꼬는 것과 다름없었다.

“사제. 가세나.”

“저 몬스터들은 어찌합니까?”

“시선을 끌어야 할 게 필요하긴 하지.”

“그러면 사형과 제 밑에 있는 게이트의 몬스터를 끌고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최하위 블랙존 게이트는 인주를 위해 남겨 두고 나머지 게이트 몬스터만 대동하면 되겠네.”

“알겠습니다.”

일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형인 일선은 인주 다음으로 강한 강자.

그가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었다.

‘창제. 곧 네놈과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도륙해 주마.’

이선은 창제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 * *

제25 지옥 지대, 흑염의 거처는 테구르의 진두지휘로 인해 건물이 한창 올라가고 있었다.

전투력은 꽝이지만 일꾼으로선 블랙급 몬스터의 능력과 맞먹는 녀석들.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했다.

“테구르.”

“옙! 부르셨습니까요, 주인님.”

“너 여기서 빠져도 돼?”

“물론입습죠. 제가 없어도 설계도대로 집이 올라갈 겁니다요.”

“그럼 이제 바깥에 함정이나 방어무기를 깔자.”

“바로 도구를 챙겨 오겠습니다요.”

잠시 후, 테구르는 커다란 가방을 메고 이준의 앞에 섰다.

“그게 다 도구야?”

“그렇습니다요. 주인님이 어떤 걸 요구하실지 모르니 이것저것 다 챙겼습죠.”

“그래. 우선 밖으로 나가 보자.”

이준은 흑염마조의 게이트에서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학교였다.

“야, 들키지 않게 행동해.”

“옙.”

테구르가 몸을 낮추었다.

하지만 등에 메고 있는 가방 때문에 다 들키게 생겼다.

“안 되겠다. 그냥 일반인한테만 들키지 말자. 신기지가의 비선은 내가 알아서 할게.”

“주인님만 믿겠습니다요.”

이준과 테구르가 간 곳은 학교 정문.

무사고 학생들은 전부 안쪽에서 수업 중이라 조용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문제는 학교를 지키는 신기지가의 비선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것이다.

이준이 나타난 걸 이미 알아차린 비선.

“창제 님을 오랜만에 뵙습… 몬스터?”

비선이 나타나 이준에게 인사를 하다 말고 테구르를 보았다.

“주인님 벌써 들켰는뎁쇼?”

쥐 새끼처럼 생긴 몬스터가 또박또박 이준을 주인님이라고 부르자 비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거기다 테이밍이 가능한 종도 아닌 거 같은데, 이준의 옆에서 종처럼 따라다니는 걸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라지 마세요. 제가 게이트에 잡아다가 부려 먹고 있는 겁니다. 일 잘하는 스케먼 종족 아시죠?”

“아, 압니다. 건축과 대장장이 기술로는 드워프와 맞먹는다고….”

“그래서 강제로 데려온 거니 전 개의치 말고 일 보세요.”

“그, 그런 것입니까? 그런데 주변 사람이 보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냥 몬스터라 생각해서 소동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괜히 이준 님을 귀찮게 할지도 모릅니다. 안 되겠습니다. 제가 인원을 더 데리고 와서 몬스터가 보이지 않게끔 해 보겠습니다.”

“아니요. 됐…. 가 버렸네.”

이준과 말을 하던 비선이 경공까지 써 가며 사라졌다.

정보 단체에 속한 인원 아니랄까 봐.

발 한번 빠르다.

“에라이 모르겠다. 테구르 우린 할 일 하자.”

“뭐부터 하면 되겠습니까요?”

“여기에 방어막 펼칠 수 있어?”

“흠…”

테구르는 학교 정문으로 걸어가 주변을 관찰했다.

크기, 넓이, 공간.

녀석의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보가 들어갔다.

“문제 없습니다요. 한데 말입니다요, 주인님.”

“응, 왜?”

“이곳에 방어진이 펼쳐져 있는 것 같은데 또 설치합니까요?”

“진법이 설치되어 있다는 걸 알아?”

“주인님 앞에서 으쓱대긴 뭐하지만 블랙급 몬스터인 제 안목을 속일 정도로 저 방어진이 대단하지 않습니다요.”

잊고 있었다.

테구르의 태생이 블랙급 보스 몬스터로 격상됐으며 현재는 블랙급 일반 몬스터의 등급에 있다는 걸.

흑염마조의 사대종이 되고부터 테구르의 능력은 수직 상승했다.

블랙급 일반 몬스터라도 전투력은 형편없지만, 일꾼으로서의 능력은 끝장났다.

안목 또한 뛰어날 터.

테구르가 보기에는 학교에 쳐진 방어진이 형편없을 거다.

“오, 자신감. 좀 컸다?”

“다 위대한 주인님 덕분입니다요. 헤헤.”

테구르가 손을 파리처럼 비비며 아부했다.

녀석의 트레이드 마크.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짜식, 사회생활 한 번 잘하구만.”

“제가 여태껏 목숨을 부지한 힘입니다요. 헤헤.”

“좋아. 그 자신감으로 단단한 방어막을 만들어 봐.”

“옙! 맡겨만 주시면 주인님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요.”

테구르가 이준에게 경례했다.

그리고 가방에 있는 장비를 꺼내 마법공학 기계를 설계하려 하는데.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지켜봐도 돼?”

지척에서 아주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유?”

훈련하고 있어야 할 한지유가 비선과 함께 나타났다.

* * *

비선들이 테구르를 감싸고 있었다.

한 덩치 하는 이들만 모아 왔는지 안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테구르는 마법공학 기계를 설계하면서 눈알을 굴렸다.

“지유야, 너무 빤히 보니깐 얘가 부담스러워하잖아.”

“이게 말로만 들었던 서양의 마법공학 기계구나.”

한지유는 이준의 말 따위는 듣지 않았다.

오로지 관심은 테구르가 조립하고 있는 기계에 가 있었다.

“저 지유야?”

“준아.”

한지유가 이준의 이름을 불렀다.

쪼그려 앉아서 그를 올려다보는 한지유.

그녀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기 그지없었다.

안 그래도 예쁜 얼굴인데 처음으로 상냥하게 부르기까지 하니 넋이 나갔다.

‘안 돼! 정신 차려 이준. 쟤 완전 또라이야.’

그동안 같이 수련하고 수업하느라 잊고 있었는데 한지유는 4차원에 있는 아이였다.

봐라.

이준이 부하처럼 부리는 몬스터를 봤음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몬스터를 데리고 이곳에서 뭐 하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그것부터 물어보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관심은 마법공학 기계에만 있었다.

확실히 정상은 아닌 한지유였다.

“준아.”

그녀가 이준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렀다.

“으, 응?”

“이거 먹어.”

그녀가 팔을 뻗어서 손에 민트 초코 사탕을 쥐여 줬다.

“이건 뭐냐?”

“내 성의의 표시.”

“구경시켜 주는 값?”

“응.”

한지유가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저 얼음 공주가 웃으니 주변이 환해지는 게 느껴졌다.

옛날에는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다니더니, 요즘은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그런데 넌 훈련 안 해?”

“음… 쉬는 중이었어. 와, 기계가 거의 완성됐어.”

한지유가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화제를 바꿨다.

이준의 다음 말을 막으려는 눈치였다.

‘얘 말투가 왜 바뀐 것 같지? 기계적이고 얼음장 같았던 목소리가 좀 나긋나긋해진 느낌이란 말이야.’

이준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면서 한지유의 정수리를 응시했다.

[허, 이놈의 제자는 눈치를 밥 말아 먹었나. 어찌 발전이 없단 말이냐.]

‘사부님은 왜 또 그렇게 화가 나셨데?’

[못난 네놈 때문 아니겠느냐.]

‘저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정녕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렷다?]

‘모르겠다니깐요.’

[에라이. 멍청한 제자 놈아. 그냥 죽거라. 평생을 결혼도 못 하고 혼자 썩을 놈이다.]

무극자 사부의 폭언에 이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악담도 저런 악담을 퍼붓다니.

제자를 아끼는 사부가 맞나 의심스러웠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마법공학 기계가 완성됐다.

“정문 옆 풀숲에 하나 설치하겠습니다요.”

테구르는 네모난 상자를 들어 풀숲 옆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손바닥을 펴 상자 위에 손을 올린 순간 마법 술식이 테구르의 팔을 휘감았다.

“여긴 끝났으니 다른 장소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요.”

“고생했어.”

“아닙니다요. 헤헤.”

설치가 끝나자 한지유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수련은 안 하고 마법공학 방어벽을 모두 설치할 때까지 따라다닌 그녀였다.

해가 지고서야 설치가 끝났다.

“이게 마지막이지?”

“어.”

“음….”

“왜? 할 말 있어?”

“그게….”

한지유가 민트 초코 사탕을 만지작거리면서 우물쭈물했다.

무언가 말하려고 망설이던 그녀가 이내 용기를 냈다.

“잠깐 시간 되면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 같이 먹을래?”

한지유가 종일 이준을 따라다닌 이유.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어 줄 동지를 찾아다닌 거다.

특별반 아이들은 전부 반민초파.

오직 이준만이 민트 초코를 같이 먹어 줬다.

무엇보다 근래에 둘만 있던 시간이 전혀 없었다.

이참에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못 나눴던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미안. 다음에 먹자. 내가 바빠서.”

이준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

사실 그도 반민초파.

한지유의 부탁이라 하는 수 없이 같이 먹은 것뿐이다.

[아이고,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무에 힘들다고. 망할 놈의 제자 대에서 내 고금제일의 무공인 혼원신공이 끊기게 생겼구나. 내가 과거에 어떤 업보를 지녔기에 이런 고자 같은 놈을 제자로 뒀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구나.]

이준의 대답에 무극자는 하늘까지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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