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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77화 (277/705)

제278화

지잉-

이준이 금역으로 돌아왔다.

“주인님 오셨… 어디 아프십니까요?”

테구르가 와서 인사를 하는데 이준의 상태가 안 좋다는 걸 느꼈는지.

“로, 로티틸 니이이임!”

페어리의 왕이 된 로티틸을 황급히 불렀다.

“테구르 님 무슨 일이세… 주인님?”

“주인님께서 어디 편찮으신 것 같습니다요. 혈색이 말이 아닙니다요.”

테구르의 말처럼 이준의 얼굴은 창백했다.

생명의 30%가 사라졌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며칠 앓아 눕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신력이었다.

“제가 치유 마법을 써 볼게요.”

로티틸이 이준을 눕혔다.

이준은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도 지금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으니까.

철혈검가에서는 쓰러질 수 없어서 이를 참고 버텼다.

금역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아찔한 상태였다.

우웅.

로티틸의 손에서 마력이 뿜어졌다.

페어리는 싸움도 잘했지만 그들의 진정한 힘은 이 치유에서 나왔다.

치료 무공을 익힌 각성자보다 훨씬 빠르게 상처를 고쳤다.

그게 힐이었다.

서양의 사제들은 이 힐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여긴 동양.

무공을 선택한 아시아 지역이었다.

서양에서 유학 온 각성자들이 거의 전무했기에 치료 무공을 익힌 의원이 설 자리가 있는 것이다.

아니었다면 의원 직업을 가진 각성자의 지위는 후 순위로 밀려났을 거다.

“로티틸 님, 잘되고 있습니까요?”

테구르가 안절부절못했다.

커진 덩치와는 안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심각해요….”

“예에?”

“생명력이 뭉텅이로 사라진 느낌이에요.”

“헉! 어디를 다녀오셨길래.”

로티틸의 손에 마력이 더 모였다.

그럴수록 그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

“음, 30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요.”

“치료하는데 오래 걸릴 것 같으니 테구르 님은 어서 가서 준비하세요. 주인님은 제가 치료하고 있을게요.”

“그래도 될는지….”

“테구르 님이 옆에 계셔 봤자 주인님이 괜찮아지시진 않아요. 차라리 주인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적을 막는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요. 전 준비를 할 테니 주인님을 부탁하겠습니다요.”

테구르가 비장한 얼굴을 한 채 전투 준비를 하러 사라졌다.

로티틸은 이준을 치료하는 데 전념했다.

이준의 약해진 기운을 느꼈을까.

저 멀리 상공에서 날던 흑염마조가 이준이 있는 곳으로 하강했다.

[어떻게 된 거지? 친구 집에 갔던 작은 주인의 생명력이 왜 이렇게 줄어 있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흑염마조도 이준의 생명력이 줄었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주인, 어떻게 된 일이야?]

흑염마조는 무극자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그에게 물었다.

[혼원반지의 계약을 이행했다.]

[얼음덩어리를 깨우지 않은 상태에서? 미친 거 아닌가?]

[녀석이 선택했다.]

[주인이 안 말렸어?]

[내가 말린다고 들을 녀석도 아니니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얼음덩이를 깨우지도 않고 반지를 각성시키는 거면 생명력이 1/3가량 날아간다는 걸 알잖아.]

혼원반지는 무극자의 사대 신물 중 하나.

현무의 힘으로 만든 장신구였다.

사신수의 힘이 깃든 반지답게 착용자에게 굉장한 힘을 줬다.

대신 대가도 상당했다.

물론 대가를 치르지 않는 방법도 무극자는 알고 있으나 이준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생명력은… 현무를 깨워서 채워 넣어야지.]

[퍽이나 얼음덩어리가 깨어나려고 하겠다. 긴 시간 동안 사신수의 자리를 비워 뒀는데 돌아올 리가 있나.]

[노부와 약속한 게 있지 않느냐.]

[패천기공을 제어하는 후인이 나타나면 도와주겠다는 개소리? 그 미친 무공을 어떻게 제어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주인조차도 제어가 안 되서 봉인하고 무극기를 만든 거 아니야.]

사신수의 하나.

흑염마조가 인정하는 인간은 오직 무극자 한 명이었다.

그 대단한 인간조차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시키게 하는 미친 무공이 바로 패천기공이었다.

그런 무공을 가지고 무극자는 현무와 약속을 했다.

사신수의 목숨을 구해준 값으로 자신의 후인이 나타나 패천기공을 제어한다면 그를 도와주라고.

현무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사신수의 말에는 무게가 있었다.

한 번한 약속은 깰 수 없는 계약.

몇백 년, 몇천 년이 지나도 유지가 된다.

무극자는 그 현무의 말을 믿고 이준의 행동을 허락한 거다.

현무라면 소모된 이준의 생명력을 가뿐히 채워 줄 테니까.

[이 녀석이라면 패천기공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주인이 천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안 돼.]

[아니, 된다. 패천기공은 피의 무공, 천살성이라면 제어가 가능할 것이다. 내가 천살성이 아니었기에 패천기공을 제어하지 못했을 뿐이니라.]

천살성은 말 그대로 살인귀의 운명을 타고난 별자리이다.

세상을 피로 물들게 하는 화신이나 다르게 말하면 세상을 정화하는 운명을 가졌다.

피와 엮일 수밖에 없어서 살인귀란 오명을 가졌을 뿐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주인은 작은 주인에게 너무 후해.]

[노부의 마지막 제자 아니냐. 이 녀석만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니라.]

[참 씁쓸하군. 과연 작은 주인이 패천기공을 익힌 이후에 벌어질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충격이 상당할 텐데….]

[다 노부와 이 아이의 운명이니라.]

무극자가 씁쓸하게 말했다.

목소리엔 아주 지독한 외로움이 묻어나 있었다.

[주인은… 정말 잔인한 인간이야.]

[그래서 빨리 사라지고 싶구나….]

무극자의 목소리는 큰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침묵했다.

* * *

금역 밖.

맑던 하늘에 날벼락 아니, 불 난리가 났다.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붉은 빛은 마치 지구의 종말을 예견한 것 같았다.

붉은 하늘을 본 이들은 너도나도 폰을 잡고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석양이 질 시간도 아닌데 하늘 왜 이래?]

[불안해 죽을 것 같음.]

[2차 대공황을 겪은 지 며칠 됐다고 이러냐.]

[가문연맹에선 아무 말도 없음?]

기상 이변이 일어나면 기상청이 아닌, 가문연맹회에서 먼저 나서 상황을 브리핑했다.

오늘날의 기상 이변은 게이트에 의해 일어나는 게 많았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가문연맹회의 브리핑만 기다렸다.

[요즘 가문연맹회 일 개 못해.]

[그러면 네가 나서서 해보든지. 각성자도 아닌 새끼가 집에서 키보드만 두드리고 앉아 있네.]

[좀 진득하게 기다려보자, 2차 대공황도 가문연맹회에서 빨리 나선 덕에 피해가 적었잖아.]

[지금 브리핑한다!]

사람들은 글을 올리던 걸 멈추고 가문연맹회의 브리핑으로 눈을 돌렸다.

[안녕하십니다. 국민 여러분. 가문연맹회의 칠절 정인우입니다. 금일 일어나는 현상을 조사한 결과 하늘에 방대한 마기가 나타난 걸로 파악되었습니다.]

그의 말에 실시간 채팅창이 폭발했다.

[방대한 마기면… 아직 2차 대공황이 안 끝났다는 소리야?]

[하늘에 균열 오염이 일어날 거라는 소리기도 하잖아.]

[ㅅㅂ. 쉘터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어.]

[지금 쉘터로 가야하는 거임?]

[난 이미 뛰는 중.]

[나도.]

[용산 쉘터 사람 미어터짐. 5분 내로 안 오면 못 들어옴.]

2차 대공황이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는 이야기로 해석한 사람들이 폰을 들고 쉘터로 뛰기 시작했다.

가문연맹회의 브리핑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하늘에 퍼진 마기와 연결된 게이트를 찾지 못했습니다. 검왕을 비롯한 가문연맹회에 몸담은 가문들이 열심히 원인을 찾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쉘터를 개방했으니, 불안하신 시민들께서는 곧장 쉘터로 향하시면 됩니다. 이상 가문연맹회의 칠절 정인우였습니다.]

브리핑이 끝났다.

가문연맹회에서도 쉘터로 향하라고 하자 사람들이 가방을 챙겨 나갔다.

[요즘 계속 일이 터지는 걸로 봐선 게이트가 불완전한 것 맞지?]

[맞음. 2차 대격변 때도 이랬음.]

[3차 대격변이랑 2차 대공황이랑 같이 오는 거냐?]

[실화면 다 뒈짐.]

[X발. 아니길 빌어야지.]

[불안해서 잠도 잘 수 없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늘을 더욱 붉어졌다.

바다나, 강, 호수가 반사에 의해 붉게 보였다.

세상이 온통 빨간색으로 덥히자 사람들의 불안은 커져만 갔다.

[더, 더워.]

[겨울이 다가오는데 무슨 바깥 온도가 40도를 넘었어.]

[40도밖에 안 됨? 여긴 이미 50도 훌쩍 넘음.]

[쉘터에서 에어컨을 틀어도 여름 날씨야.]

[이대로 쪄 죽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불안감에 계속 커뮤니티로 소통을 했다.

서로 다른 지역과 정보를 나누는 건 이만한 곳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 * *

그 시각.

로티틸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마력을 거뒀다.

“휴우우우.”

“끄으응. 고생했어 로티틸.”

“괜찮으세요, 주인님? 아직도 안색이 안 좋으세요.”

“덕분에 한결 나아졌어.”

핏기 없이 창백한 건 여전했다.

그래도 어지럽다거나, 내공이 흩어지는 건 덜했다.

“적이 곧 금역으로 쳐들어올 건데 걱정이에요.”

“무리해서 그래. 너도 페어리 챙기러 가 봐.”

“네. 아프시면 제게 꼭 말씀해 주세요.”

“응.”

이준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로티틸이 페어리들에게 가자 그제야 얼굴을 찡그렸다.

“죽겠네요.”

[생명력 30%를 잃는다는 게 어디 우스운 일이냐?]

“100살까지 사는 거 70살까지만 사는 건 줄 알았죠.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안 하는 건데.”

이준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농담하는 걸 보니 괜찮은 모양이구나.]

“아닌데요. 아파 죽겠다니깐요?”

[됐고. 싸움 준비나 하거라. 적이 쳐들어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무정한 사부님. 제자를 참 강하게 키우시네요.”

[고작 이딴 일 가지고 엄살은! 고금제일인의 제자는 생명력이 30%밖에 없다 해도 쓰러지면 안 되느니라.]

“눼눼.”

[사부가 누누이 말하지만….]

또 시작되었다.

무극자 사부의 잔소리 공격.

침이 튀길 것처럼 아주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준은 듣는 척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스킬을 시전 중.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공에 손을 내리긋고 홀로그램을 띄웠다.

[경고! 공격하기까지 남은 시간: 00:05:00]

반쪽이 쳐들어오기까지 고작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 다 소비했네. 젠장.”

금역의 몬스터들이 각자 준비를 잘했기만을 빌어야 했다.

남은 시간 창을 치우고 철혈검가에서 못 본 메시지를 살폈다.

[천상의 동쪽이 의아해합니다.]

[천상의 동쪽이 대체 왜 이렇게까지 남을 돕는지 당신의 행동에 의문을 띄웁니다.]

[뇌령석의 뇌기를 아무렇지 않게 만진 당신을 천상의 동쪽이 눈여겨봅니다.]

[천상의 동쪽이 당신을 궁금해하면서도 거리를 두려 합니다.]

[천상의 동쪽과의 적대도가 하락했습니다.]

[천상의 동쪽과의 적대도가 하락했습니다.]

[천상의 동쪽과의 적대도가 하락했습니다.]

“얘는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

[사신수의 힘은 각성자가 만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넌 뇌기를 억누르면서 몸을 살피지 않았느냐. 그게 청룡의 관심을 끈 거지. 홀홀.]

잔소리 폭격을 하다 말고 설명해 주는 무극자 사부였다.

“얘한테는 관심 없는데요.”

[끌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니라.]

“전 별로….”

[홀홀.]

사부의 웃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시선은 오직 다음 메시지에 박혀 있었으니까.

[천상의 동쪽이 서브 퀘스트를 부여했습니다.]

[서브 퀘스트 ‘청룡의 무복을 입을 자격’이 생성되었습니다.]

“응? 뜬금없이?”

적대도가 극악인 천상의 동쪽이 퀘스트를 줬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사, 사부님! 얘 저한테 왜 이래요?”

이준이 다급하게 무극자를 불렀다.

무극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끌끌끌. 보면 모르느냐 제자야? 혼원반지와 더불어 본문의 네 가지 신물 중 하나이니라.]

“그러니까 그 신물을 왜 천상의 동쪽이 퀘스트로 주냐고요!”

[비밀이다 이눔아. 끌끌.]

다 가르쳐주다가 놀리듯 입을 싹 닫는 무극자 사부였다.

사람 빡치게 하는데 정말 일가견이 있는 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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