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220화 (220/705)

제220화

이준과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쉬운데?”

“오올- 경수 쫌 치네.”

“레드존 게이트 공략에 참여를 못 했다고 땅을 치고 후회하더니만,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어.”

박정연과 정예나가 웃으며 말했다.

진경수의 아버지인 진씨 가문의 가주까지 학교로 찾아와 자세를 낮춘 결과였다.

일본 유망주 랭킹 1위인 궁령 하야미 텟페이를 발라 버리고 있었다.

하야미 텟페이의 특기는 궁술.

장거리에서 쏘는 화살은 예술이었다.

또한 궁술의 약점인 근접전에서도 막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활이 창으로 변한다.

창이란 무기도 근접전에선 많은 약점을 보유한 무기지만 그가 강한 이유는 보법에 있었다.

궁령이란 이명을 가지게 해 준 보법.

A등급에 해당되는 유령보는 유혼루란 사파의 살수 집단이 쓰던 무공이었다.

그 중에서 하야미 텟페이가 익힌 무공은 근거리 살수가 아닌, 원거리 살수에 특화됐다.

멀리서 목표를 저격하기 위한 것.

하나 유령보라는 귀신같은 보법 때문에 근접도 잘 할 수 있었다.

상대가 접근해 오면 빠르게 몸을 뒤로 빼서 거리를 벌리는 게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근접에 자신 있어 하는 하야미 텟페이는 무대에 없었다.

진경수의 발재간에 정신을 못 차리는 하야미 텟페이뿐이다.

진경수는 철심각이란 각법으로 무대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중이다.

이명이 철룡이고 근육이 우락부락해 단순해 보일 것 같은 진경수지만.

그는 보기보다 머리를 쓰는 타입이었다.

하야미 텟페이의 가장 큰 장점인 보법을 봉인하려면 디딤발을 디딜 수 있는 바닥이 어려워야 했다.

평지가 아닌 산악에서 보법을 펼치는 게 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그 때문에 바닥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철룡 선배님이 꽤 노련하십니다. 상대의 발을 묶고 싸운다… 한 수 배웠습니다.”

허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품에서 작은 노트와 펜을 꺼냈다.

특별반에 들고 난 이후부터 생긴 허수의 버릇.

괜찮은 정보나 명대사, 깨달음이 있으면 무조건 노트에 적었다.

배우는 자세에 있어서 허수만큼 열정적인 사람이 또 있을까.

굳이 옛날 방식의 필기법을 해 가며 말이다.

허수의 행동에 옆에 있던 정예은이 물었다.

“꼭 필기해야 해? 그거 안 귀찮아?”

“노트에 적어 놓으면 나중에 까먹어도 다시 볼 수 있으니 좋다.”

“녹화나 녹음이 있는데 너무 구식 아니야?”

정예은의 말에 허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기분이 상당히 나빠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오해였다.

“그… 생각은 못 했어. 하지만 노트를 샀으니 이걸 다 쓰기 전까지는 필기를 할 거다.”

허수는 상당한 구두쇠였다.

여타 가문의 자제처럼 다이아몬드 수저 아니고, 흙수저 중에 최강의 브론즈.

부모님 없이 일곱 명의 동생을 홀로 키우는 소년 가장이었다.

종이 하나라도 아껴 쓰는 게 버릇이 된 그가 특별반에 들어오고 산 노트와 필기구를 버릴 리가 있겠나.

그는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거다.

“그런데 지금 뭘 쓰는 거야?”

“몰라도 된다. 나만 볼 거니까 신경 꺼.”

허수가 재빨리 노트를 닫았다.

정예은이 보지 못하게 가렸다.

그의 행동에 정예은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치. 친구 사이에 비밀 만들기야?”

“내 노하우를 가르쳐 줄 순 없지.”

“아아,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 한다? 알았어. 나도 앞으로 비밀 잔뜩 만들 거야.”

“넌 너무 TMI가 많아.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정예은이 허수를 잔뜩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삐친지도 모른 채 허수는 조심스럽게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마지막 쓰지 못했던 말을 쓰기 시작했다.

-철룡 선배 오지고지리고레릿고.

무언가… 시대를 한참 거스른 듯한 표현.

그가 쓰고 싶은 건 경이롭다, 존경하다 라는 건데 어딘가 이상했다.

예전에 동생들이 한 번 쓰는 걸 본 적이 있어 요즘 어린애들 유행어인가 싶어 써 본 단어.

잘못된 지식의 폐허였다.

허수는 자신이 쓴 글귀가 멋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 경기에 집중했다.

* * *

쾅쾅!

무대에는 연이어 바닥을 강타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야미 펫테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히 유령보를 펼쳤다.

“저, 저리 안 떨어져!”

계속 따라붙는 진경수에게 버럭 소리치기까지 했다.

하야미 펫테이는 짜증이 났다.

좀처럼 자신의 궁술을 펼칠 수가 없었다.

창술은 어떻고.

몸을 바짝 붙이고 공격해 오니 창술도 무용지물이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

궁술만 펼칠 수 있으면 상대를 잡는 건 시간문제인데 빌어먹을 녀석이 거리를 주지 않았다.

물론 이건 하야미 펫테이만의 착각이다.

진경수가 거리를 준다해도 하야미 펫테이는 그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실력은 생각보다 많이 차이가 났으니까.

무엇보다 전륜마멸진을 몸에 두르고 있는 진경수를 이길 학생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일본 원숭이 자식 X도 없잖아? 이딴 걸로 흥분하고 말이야.”

“이 조센, 컥!”

발끈을 한 하야미 펫테이의 신형이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진경수의 각법인 철심각에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강철같은 각법이라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을 거다.

“크윽!”

그래도 명색에 일본 유망주 1위 출신이라 그런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경수의 공격으로 인해 거리가 벌어진 상태.

하야미 펫테이가 화살을 꺼내 진경수에게 겨눴다.

‘약점이 없어?’

화살을 겨냥했는데 약점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 곳을 쏘든지 막힐 것 같은 느낌에 등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래도 시도는 해야 해.’

팡!

하야미 펫페이가 화살을 놓았다.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는 화살이 기이한 각도로 꺾이는 게 아닌가.

그의 주특기인 귀곡시였다.

귀신의 움직임과 함께 요상한 소리가 난다 하여 붙여진 무공명이다.

끼이익!

소름끼치는 소리와 하늘로 올라간 화살이 급강하를 했다.

수직으로 낙하한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하나의 빗살이 내려와 진경수의 정수리에 꽂혔다.

“됐다!”

하야미 펫테이가 좋아하는 순간.

쾅!

화살이 바닥을 부수며 꽂혔다.

그가 본건 진경수의 잔상이었던 것이다.

아뿔싸란 생각에 활대를 창대로 변경하려는 찰나.

지근거리에서 진경수가 나타났다.

그의 음성은 염라대왕의 목소리와 닮아 있었다.

“시시해. 시시하다고!”

진경수의 철심각이 도리어 햐이미 텟페이의 정수리에 박혔다.

쿵!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하야미 텟페이의 얼굴이 무대 바닥에 파묻혔다.

하야미 텟페이의 몸이 꿈틀거렸다.

그 모습을 본 진경수의 발이 무릎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한 번 내려찍었다.

쿵!

꿈틀거리던 하야미 텟페이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가 의식을 잃자 진경수가 발을 거뒀다.

그는 일본 대표팀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피식 웃었다.

도발 행위.

승자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엄지를 세우며 목을 긋는 시늉까지 했다.

유 다이.

일본에게는 최고의 수치심을 안기는 행동이었다.

일본 유망주 1순위가 변변찮은 반항도 못 해 보고 당하자 일본 대표팀은 큰 혼란이 온 건지.

진경수의 도발에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정신이 나가 있는 상대를 본 진경수가 승리자의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돌렸다.

3경기 또한 예상과 다른 결과.

심판도 멍한 표정을 한 채였다.

“심판님. 끝났습니다. 어서 결과를 외쳐 주세요.”

진경수가 심판에게 정중히 요청을 했다.

일본원숭이처럼 반말이나 찍찍 뱉는 건 동방예의지국의 표본인 나라, 한국의 대표팀으로서 예의가 아니었다.

“구, 궁령 하야미 텟페이 패, 한국의 철룡 진경수 승!”

심판이 결과를 외치자 진경수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들어 관객들을 본 그가 승리를 만끽했다.

환호를 해 달라는 제스처를 보이며 세리머리를 하자.

그의 무대 매너에 조용히 있던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앞전의 경기보다 더 크게 소리쳤다.

“와아아아아!”

“한국 뭐야!?”

“저 전력 차이는 뭐냐고오오오!”

“압도적이잖아!”

“우승 후보인 일본을 가지고 놀다 떨어트리다니 돈 거 아니야?”

휘파람 소리가 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중국과 더불어 막강했던 일본이 무작위 대진표로 인해 16강도 진출하지 못하고 한국을 만나 떨어졌다.

엄청나게 큰 충격.

사람들이 예상하기에 결승전은 일본과 중국의 경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전력으로는 일본과 중국이 가장 강력했으니까.

8강이나 4강에서 떨어질 거라 생각했던 한국이, 우승 후보인 일본을 압도적으로 제압하자 경기장은 그 여느 때보다 활기가 넘쳐났다.

***

진경수가 무대에서 내려왔다.

“수고했어요.”

“아닙니다. 더 크게 혼내 주지 못해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직 시간은 많아요. 단체전도 있으니까요.”

올림픽이나 월드컵인 국제 대회의 대체재답게 대인전 말고도 다양한 경기들이 있었다.

필드를 선정한 점령전과 게이트 클리어 전.

아직 큼직한 경기는 두 개나 더 남아서 일본을 박살 낼 기회는 많았다.

그리고 충분히 일본에게 충격을 줬다.

대인전은 국가 전력을 판단하기 가장 좋은 시합.

여기서 압도적 승리를 가져왔느니 일본 대표팀을 고개를 들지 못할 거다.

어쩌면 나라에서 역적이 됐을 수도.

“앞으로 더 열심히 수련하면 이보다 강해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만 믿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의 경기가 끝났다.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워낙 커서인지.

나머지 경기에선 큰 이변이 없었다.

그나마 태국이나 인도 정도가 예상외로 선전을 했다.

중국은 생각한 대로 파죽지세.

그들을 막을 국가는 없었다.

양민 학살을 하듯 모두 한 방 컷.

한 경기에서 5분을 넘긴 적이 없을 만큼 강한 힘을 보여 줬다.

모든 경기가 끝나자 일주일이 훌쩍 넘어갔다.

드디어 16강.

한국의 상대는 인도였다.

그들과 싸우려면 아직 3일이나 남았다.

한국은 평소와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1층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준과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이목이 집중됐다.

“우리 인기인 됐나 봐.”

박혁진이 헤벌쭉 웃으며 이준을 향해 말하자.

“다 이 형 덕분이다.”

진경수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하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거의 그에게로 향했다.

하야미 텟페이를 가뿐히 제압한 남자.

진경수는 타 국가의 각성자에게 경계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박은비와 남선호도 호의적인 시선을 받았다.

그들이 보여 준 활약상도 엄청났으니까.

그저 익숙하지 않은 시선들에 몸이 움츠러든 상태였다.

저 중에서도 호의적인 시선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불쾌, 시샘의 눈치도 있었는데 하나가 일본 대표팀이었지만.

진경수와 눈이 딱 마주치곤 꼬리를 내리고 도망쳤다.

그 콧대 높은 일본원숭이라곤 생각이 안 들 모습이었다.

이준과 아이들이 쟁반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꾸벅.

그들의 앞에 있는 대머리로 보이는 이들이 인사를 했다.

인도의 승려들.

이준과 아이들도 저들에게 합장을 했다.

호의적인 시선이라 아이들이 일본을 대할 때와는 태도가 달랐다.

하나 이준은 그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파천멸기의 파편이 느껴지다가도 안 느껴지는 건 뭐지?’

[불공을 익혀서 그런 것이다.]

‘혈불 때도 그렇고 불기와 마기가 어떻게 공존하는 거예요?’

불기와 마기가 공존하는 걸 예전에도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다만, 그때와 지금의 이준은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달랐다.

예전에 이해도가 2였다면 지금은 7.

성장에서 차이가 나기도 했고, 무극자 사부가 여러 지식을 심어준 덕에 이해력이 높아졌다.

사부의 설명이 굉장히 쉽기도 했고.

불기와 마기가 어떻게 공존하는지.

무극자 사부가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이야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파천멸기는 혼돈 그 자체이니라. 모든 걸 먹어 치울 수 있지. 파천멸기는 불공을 그저 먹이라고밖에 생각 안 한다.]

‘무엇과도 섞일 수 있는 기운이라는 거네요.’

어느 정도 이해를 한 이준이 인도 승려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들은 한국 대표팀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눈속임.

순진한 애들을 속여 먹고 비무에서 큰 낭패를 보게 하려는 위장이었다.

[그보다 천외천이라는 놈들이 사방팔방에 퍼져 있구나.]

‘그런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 퍼져 있다는 게 놀라워요.’

현재는 중국, 한국, 일본만 퍼져 있을 줄 알았다.

한데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 천외천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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