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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72화 (172/705)

제172화

강원도 철원의 야산.

쿠우웅!

거대한 진동음이 울렸다.

“드디어 나오셨나…?”

최기범이 야산의 동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도왕의 동생임과 동시에 패왕도가의 적사자단을 이끄는 단주였다.

그가 도왕과 조카인 최태민에게 마지막 식량을 가져다주고 얼마 후.

패왕도가가 큰 변을 당했다.

가문의 원로들이 다 죽고 가솔들의 단전 또한 전부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얼마나 분노가 일었던가.

당장 패왕도가가 있는 인천으로 돌아가서 가문을 풍비박살 낸 원흉을 쳐 죽이고 싶었다.

하나 최기범은 그럴 수 없었다.

패왕대가 없는 지금.

도왕을 옆에서 보필할 사람은 적사자단과 자신뿐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지금은 마지막 수련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패왕도가가 박살났다는 소식을 전하면 도왕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꾹 참았다.

도왕이 수련을 무사히 마치고 나올 때까지.

그 때문에 현재 패왕도가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도왕이란 구심점이 없는 상태이니까.

“형님께서 없는 틈을 타 신력권가 너희가 우리 뒤통수를 쳐? 가만두지 않겠다. 형님께서 드디어 수련을 마치고 나오셨으니, 너희 가문을 피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

최기범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짓밟은 신력권가와 이준을 용서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참았던 울분을 모조리 토해 내서 찢어 죽이리라.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을 때.

“크하하하하.”

야산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나무들은 사시나무처럼 떨어 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도왕 최강규였다.

“드디어. S급 초입에 들어섰구나.”

최강규의 눈이 붉게 번들거렸다.

광기와 살기로 가득 찬 눈빛.

눈만 마주쳐도 심장 마비가 올 것만 같은 섬뜩함이었다.

“축하드립니다. 형님!”

“감축드립니다. 가주님!”

적사자단이 최강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모두 다 기범이 너와 적사자단 덕분이다.”

“아닙니다. 형님께서 훌륭하시기 때문입니다.”

최기범이 턱 아래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 모습에 최강규가 이상함을 느꼈다.

저건 단순히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끈끈한 혈연으로 이어져서인지 최기범의 변화를 곧바로 눈치 챈 최강규였다.

“기범아,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기쁜 날에 우느냐.”

섬뜩함을 지닌 눈빛은 어디가고 따사로운 눈빛을 최기범에게 보냈다.

“크흑… 형님…!”

최강규의 자애로운 목소리에 그동안 참고 있었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진 최기범이었다.

“그래그래. 이 형한테 말해 보거라.”

“형님이 마지막 수련에 들어가시는 동안… 패왕도가가… 패왕도가가… 크흑!”

“패왕도가가 왜?”

“이준과 신력권가의 손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큭!”

“뭐?”

최강규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토록 애지중지하게 키워 온 패왕도가가 무너져 내렸단다.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한 곳인 패왕도가.

S급 각성자가 있는 철혈검가에게도 밀리지 않은 전력을 보유한 게 자신의 가문이었다.

그런데 가문이 무너져 내렸다니!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은 것 같군.”

“크흑, 사실입니다. 형님이 없을 때를 노려 이준과 신력권가가 패왕도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합니다. 그 결과… 원로원들이 전부 죽었다고….”

“말도 안 된다!”

쾅!

최강규가 버럭 소리 친 것뿐인데 주변 돌과 흙들이 터져 나갔다.

“전부 사실입니다.”

“이준, 이준! 또 그놈이란 말이냐!”

그가 도를 꺼내 옆으로 휘둘렀다.

그의 독문병기인 패왕도에 선명한 도강이 생기며 옆 산을 쪼개갔다.

일도양단.

고작 한 번을 휘둘렀을 뿐인데 거대한 산이 두 개로 쪼개지고 말았다.

그 뿐인가.

쪼개진 산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산사태를 일으켰다.

졸지에 산 하나가 없어졌다.

S급 각성자의 위력이었다.

“내 오늘 당장 신력권가를 없애고 말겠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아버지.”

최강규와 함께 동굴에서 나온 최태민이 말했다.

그 또한 최강규와 마찬가지로 붉은 눈을 번들거리고 있었다.

오직 광기.

사마련의 마인보다 피에 더욱 굶주린 미치광이의 눈이었다.

“허락하마. 그 전에 인천으로 간다.”

“가문에 가 보실 생각이십니까?”

“내 눈으로, 가문을 직접 볼 생각이다.”

“안 가시는 게…”

최기범이 말했지만 최강규는 단호했다.

“아니. 내가 직접 봐야 이준을 가장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다. 그리고 작은 아버지들도 따로 묻어야 하지 않겠느냐.”

“…모시겠습니다.”

그들은 패왕도가가 있는 인천으로 향했다.

* * *

도왕과 적사자단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강원도 철원을 근거지로 삼은 백골 길드였다.

엄청난 마기와 살기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가 기운이 사라지자 산에 올라왔다.

“설마 레드존 게이트가 열린 건 아니겠지?”

“조금 전 기세는 레드존 게이트가 열렸을 때 뿜어지는 마기와 비슷했어요.”

“하, 하필 우리 영역에 레드존 게이트가 열릴 게 뭐람.”

백골 길드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레드존 게이트를 처리할 힘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15가문 연맹에 게이트를 넘겨야 한다는 이야기.

무수히 많은 보물이 떨어질 게이트지만, 능력이 없어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그나마 하위 길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차라리 높은 등급의 게이트가 나와서 포상금이라도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고 등급의 게이트를 발견한 직후 신고를 하면 게이트의 지분이 일부 떨어진다.

물론 지분이 많진 않았지만 아예 강탈을 당하는 것보단 나았다.

“그렇긴 해.”

백골 길드의 장과 부 길드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들은 폐허가 된 야산에 도착했다.

“이건…!”

“피 냄새예요!”

“지독할 정도로 진해.”

백골 길드의 길드장이 흙바닥에 얼굴을 들이대고 코를 끙끙거렸다.

흙에는 피 냄새가 배어 있었다.

너무 역했다.

길드장이 고개를 들었다.

“피 냄새가 저기로 이어지고 있어.”

그가 가리킨 곳은 야산의 중턱에 있는 동굴이었다.

이 정도의 혈 향은 블루존 게이트도 불가능 했다.

레드존 게이트.

대규모 공략대를 꾸려야 사냥이라도 할 수 있는 곳들이 지금과 같은 혈 향을 지녔다.

“가 볼 거예요?”

“주변에 몬스터가 없는 걸 보니, 아직 게이트 개방 전인 것 같은데… 위험할까?”

길드장도 걱정이긴 매한가지였다.

백골 길드가 깰 수 있는 게이트의 난이도는 블루존이 끝이었다.

괜히 접근했다가 레드급 몬스터라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몬스터 한 마리에 길드가 떼 몰살을 당할 수도 있었다.

“개방 전이라면 후딱 갔다 올까요?”

개방 전이라면 그나마 괜찮았다.

몬스터가 게이트 밖으로 나오기 전 단계.

딱 확인만 끝내고 후다닥 도망 나오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포상금.

레드존 게이트를 발견하고 15가문 연맹에 보고를 한다면 꽤 많은 이득을 얻을 거다.

레드존 게이트는 그만큼 노다지였으니까.

이 부분이 백골 길드장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자.”

동굴이 가까워질수록 피 냄새는 더욱 짙어졌다.

“우욱-”

“우웩!”

피 냄새에 익숙한 각성자들조차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게 만드는 역겨운 냄새였다.

길드장과 부 길드장은 냄새를 꾹 참고 동굴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는 걸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으나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돌아갈 순 없었다.

동굴 통로를 지나 공동으로 들어온 순간,

“으아악!”

“히익!”

길드장과 부 길드장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들의 눈에 보인 광경은 입으로도 표현하기 힘들었다.

“으어어어.”

수북이 쌓인 인간의 시체들.

팔과 다리가 분리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머리로 보이는 두개골이 가득했다.

족히 몇 수천 개는 되어 보이는 숫자였다.

“으아아악!”

부 길드장과 백골 길드원들은 눈앞의 광경을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려 도망쳤다.

길드장 또한 뒤늦게 도망쳐 나왔다.

정신없이 달린 끝에 야산 아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웨에엑!”

한숨 돌렸다고 생각한 백골 길드원들이 일제히 토사물을 게워냈다.

위액까지 전부 토해 내자 그제야 좀 제정신으로 돌아온 이들.

“X발. 내가 뭘 본 거야.”

“사, 사마련 놈들의 비, 비밀 수련장 아닐까요?”

“악마 새끼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어!”

“15가문 연맹에 연락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디로?”

“신력권가에 연락하는 게 어때요? 적폐 청산도 강행했고, 하부 가문이나 길드한테도 좋은 기회를 준다고 하니 연락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게 하자.”

* * *

비익단이 있는 건물.

송선형이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알았소. 신력에서 각성자를 파견하겠소. 우리 가문에게 연락을 줘서 고맙소. 그럼 곧 봅시다.

뚝.

송선형이 전화를 끊었다.

“지금 사 대주는 어딨지?”

“낙성각에서 무극대를 수련시키고 있을 겁니다.”

“무슨 일이기에 사대주님을 찾으십니까?”

“철원의 어느 야산에 사람의 시체가 잔뜩 있다더군.”

“그런 일을 사 대주에게 맡기시려고요?”

“보통이라면 안 맡기겠지. 그런데 수천 구의 시체라면 이야기는 달라져.”

“사마련입니까?”

“모르지. 그러니까 사 대주 같은 사람이 가서 살펴보는 게 정확할 수 있어.”

사람의 기운을 읽는 건 등급이 높은 각성자일수록 뛰어났다.

특히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범인을 찾기에도 좋았고.

그래서 송선형은 사 대주를 적임자로 선택했다.

가문에서 전 가주인 권왕과 현 가문의 가주인 이준.

그리고 동의각주인 이의태 말고는 그가 제일 강했으니까.

그가 강원도 철원으로 움직이면 누구의 소행인지 밝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송선형은 비익단 건물을 나와 낙성각으로 갔다.

무극대가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사 대주.”

“선배님, 오셨습니까.”

“오늘도 열심히구먼.”

“딱히 일이 없어 수련만 하는 중입니다. 송 선배님께선 가문의 일로 바쁘실 텐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사형준은 가문의 정보를 총괄하는 송선형과는 달리 한가했다.

무극대는 과거 권신단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들의 임무는 가주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를 보조하는 동시에 보호하는 일.

하나 신력권가의 현 가주는 무사고에 있었다.

그 때문에 무극대는 딱히 할 일이 없어 이준의 명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며 연무장에서 수련만 했다.

“사 대주가 해 줘야 할 일이 생겼어.”

“말씀하십시오.”

“철원에 있는 백골 길드란 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한 야산에 수 천구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하네.”

“제가 가서 사마련의 소행인지 알아봐 달라는 말씀이군요.”

“맞아. 그래 주겠나?”

“알겠습니다. 바로 채비를 하겠습니다.”

“고생해 주게.”

송선형이 돌아갔다.

사형준은 무극대의 수련을 중단시켰다.

“임무가 떨어졌다.”

“어떤 임무입니까?”

무극대의 눈이 반짝였다.

수련만 해서 몸이 근질근질한 상황.

어서 빨리 새로 배운 벽력신장을 실전에서 써 보고 싶은 그들이었다.

“철원에 수천 구의 시체가 발견됐다고 한다. 우린 그곳을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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