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48화 (148/705)

제148화

15가문 연맹의 건물.

각 가문의 수뇌부들이 회의실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도련에서 자꾸 자기 아들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계속 거부하실 생각입니까?”

“맞습니다. 음양배가에서도 음귀를 내놓지 않으면 일반인들을 건드리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쾅!

“그 인간말종들이 보자보자하니까!”

한 중년의 남자가 불같이 화를 냈다.

그는 철혈검가 가주인 검왕의 동생 박영수였다.

무적검대의 수장이자, A급 각성자이기도 했다.

“무작정 화를 낼 일이 아닙니다. 사마련이 진짜로 일반인들을 건드리면 어떻게 합니까?”

“당연히 응징해야하지 않겠소?”

“말처럼 쉬운 일이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사마련이 일반인을 인질로 잡기라도 하면 골치가 아파질 겁니다.”

“우리 15가문 연맹이 사마련을 무서워 피합니까? 더러워서 피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난 반대요. 무적검대주님의 말대로 이번엔 응징을 가해야 하오. 언제까지 사마련에 끌려 다닐 생각이오?”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철혈검가를 비롯한 신기, 만독은 도귀와 음귀를 내어줄 뜻이 없었다.

더 나아가면 응징의 뜻도 내비쳤다.

반대로 사마련의 비위를 맞춰야한다는 의견을 낸 가문은 검산그룹을 필두로 조가, 신룡, 진씨 세력이었다.

팽팽한 의견을 주고받은 대립이었지만 선은 넘지 않았다.

이번 일은 철혈검가의 자제들이 끼어 있었으니까.

검제가 속한 단체.

그의 손자와 손녀가 이번 일의 중심이었다.

말을 잘못했다가 검제에게 밉보이는 상황이 올 수 있었으니.

반대파라도 무조건 안 된다고 떼를 쓸 순 없는 노릇이다.

“독지객의 말도 옳지만, 제 말은 안 된다고 무조건 고집을 피우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그럼 도련의 요구를 들어주자는 말 아니요?”

“협상을 하자는 소리입니다.”

“검산그룹의 총수께선 참으로 협상을 좋아하시오. 그래 어떤 협상안이 있는지 들어나 봅시다.”

박영수가 검산그룹 회장.

매화일검 김국환을 아니꼬운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자기들 일이 아니라고 협상을 하잔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철혈검가의 입장에선 직계 자식 두 명을 잃은 뻔한 일이다.

아이들이 강했기에 망정이지, 약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게이트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했을 게 뻔했다.

어쩌면 어떤 식으로 죽은지도 모른 채 사건이 미궁에 빠졌을 수도 있었다.

부모 입장에선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인데,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닌가.

15가문 연맹에만 속하지 않았다면 당장 칼부림을 일으킬 만한 발언이었다.

“게이트 안에서의 공격은 불문율. 만약 이를 어길시 카오스 각성자로 등록을 하자고 제안하는 방향입니다.”

“사마련이 이에 동의해주겠소?”

“그래서 협상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다른 안은 뭐가 있소?”

“피해보상과 사과, 1년간 일반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게 하는 사마련의 통제. 자잘한 것들이 더 있지만 그건 생략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으음….”

“좋은 제안이긴 합니다.”

응징까지 고려하자는 강경파까지 매화일검의 말에 동의했다.

무리한 제안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도련과 음양배가 만큼은 협상에 응할 것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

어린 자식이 어떤 잘못을 했어도 감싸주려는 게 부모이니까.

사마련 전체가 협상을 수락하면 좋겠지만, 사마련 내에 있는 두 곳만 응한다 해도 굉장한 성과 일 거다.

‘만약 내가 사마련과 협상을 이끌어 낸다면 공석인 패왕도가의 자리에 우리 검산그룹이 올라갈지 모른다.’

김국환이 죽어라 협상을 하자 제안한 이유기도 했다.

5대 가문에 난 공석.

도왕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없는 상태였다.

패왕도가는 구심점이 없자, 거의 해체가 된 상황이다.

이때 비어버린 5대 가문의 공석을 차지하기에 적기라 생각한 김국환이었다.

모두가 김국환의 의견으로 돌아서려 할 때였다.

벌컥-!

회의실 문을 열고 다급히 안으로 들어오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

팔 셔츠 부분에 신기지가를 상징하는 매듭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가 신기지가의 수뇌부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 귓말로 무언가를 전했다.

신기지가의 수뇌부의 눈이 커졌다.

“사실 확인은 했나?”

“예. 비선들이 확인한 결과입니다. 알았다. 곧 갈 테니 현장에 가 있도록.”

“예.”

회의실로 들어왔던 남자가 다시 사라졌다.

“이번 회의는 멈춰야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오?”

“현 사안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났습니다.”

“뜸 들이지 말하고 어서 말이나 해보게.”

회의실에 있는 이들이 재촉했다.

꿀꺽.

신기지가의 수뇌부가 침을 삼기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방금 전해들었던 말을 그대로 했다.

“신력권가의 이준이… 도련에 홀로 쳐들어 갔다합니다.”

“뭐요!?”

“그런 무모한 짓을?”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 * *

띠리링-

이준이 도악 길성수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폰 액정에는 박혁진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 세요?”

[이 자식아. 형이 다쳤는데 달랑 전화 한 통이 뭐냐. 나처럼 스무 통은 넘게 해야 할 거 아니야!]

“미안하다.”

이준의 사과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제일 미안한 건 다른 사람들을 먼저 챙기느라 신경써주지 못했다.

차라리 박혁진을 제일 먼저 챙겨 줄 걸.

친구가 다치고 나니 후회스러웠다.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자신에겐 무극자 사부의 무공이 있어, 15가문 연맹의 S급 무공이 필요 없다.

그래서 사형준과 허수에게 S급 무공을 줬던 게 아닌가.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 알았다면 박혁진부터 챙겼을 거다.

녀석에게도 그에 걸맞은 무공을 찾아서 전해주면 되니까.

그런데 친구를 뒷전으로 미뤄뒀다.

철혈검가라는 거대한 세력의 후계자.

자신이 아니더라도 녀석은 좋은 무공과 영약, 아티팩트로 무장할 거라 여겼다.

철혈검가에서 주는 것만 받아도 다칠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강해지고, 여러 사건이 생기고부터 전생과는 시간이 다르게 흘러 간거야. 그걸 간과하고 있었어.’

일명 나비효과.

전생에 있었던 시간대로 흘러가면 몰라도, 현생은 전생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자신이 강해졌고, 인간관계도 달라졌다.

나비효과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천중호수를 클리어하고부터.

그때가 시작점이었을 거다.

지금은 전생과는 굉장히 많이 달라졌을 거고.

그래서 박혁진이 게이트를 돌다가 도귀와 음귀에게 기습을 당한 거겠지.

[그래. 미안하면 됐어. 그런데 너 어디냐?]

“잠시 밖에 나와 있어.”

[나 퇴원했는데 베라나 먹을까?]

“벌써 퇴원한다고? 심각하게 다친 거 아니야?”

[심하게 다쳤지. 큭큭.]

“웃음이 나오냐?”

[내가 예상했던 반응이니까 그렇지. 큭큭.]

[야. 너만 준이랑 전화하지 말고 나 좀 바꿔줘!]

[아, 싫어. 아직 말 안 끝났어.]

[뒤질래?! 전화기 내놓으라고 했다!]

전화기 너머에서 정연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매의 싸움에서 이긴 승자는 박정연이었다.

[악! 왜 때려!]

[꼭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여보세요, 준아.]

“어. 혁진이는 어때?”

[얘 팔팔해. 다 꾀병이야.]

“……꾀병?”

[음, 그게 내가 음귀 그 자식 거시기를 잘랐거든. 도귀도 잘라주려 했는데 혁진이가 나를 말려서 지유가 대신 두들겨 패 줬지. 그래서 일을 엎으려고 낸 혁진이의 계책이었어!]

“……”

이준은 말이 없었다.

그러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폐허가 된 도련.

피비린내 나는 공기.

넋을 잃은 도악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준아?]

“그러면… 혁진이가 다친 게 아니야?”

[응. 쌩쌩해. 얘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애니? 얘 몸에 상처 하나 없는 걸.]

수화기 너머.

박정연의 옆에서 말을 하는지 박혁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야. 네가 그동안 써먹은 방법대로 해 봤더니. 효과 쩔던데? 졸지에 나 영웅 됐잖냐. 흐흐. 앞으로 종종 써먹으려고.]

“미친놈.”

뚝.

이준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크흠.]

‘사부님. 이걸 어째요.’

[어쩌긴 어쩌냐. 빌어먹을 놈들을 응징한 걸로 쳐라.]

‘아.’

마음 한편으로 도악에게 아주 살짝.

조금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해로 인해 쑥대밭으로 만든 도련.

박혁진이 다쳤단 기사만 보지 않았다면 이런 일로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벌어진 일인데 어쩌랴.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없애버려야 사마련이다.

기왕 손을 쓴 거 마저 끝내놓아야 했다.

무극자 사부님이 했던 말.

상대를 적으로 돌렸으면 찍소리도 내지 못하게.

그림자만 봐도 오줌을 지릴만한 공포심을 심어주라 했다.

도련을 본보기로 사마련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를 완료해야 된다.

“너희가 먼저 날 자극한 거야. 날 원망하지 마.”

이준이 파멸겁을 휘둘렀다.

쓱-

넋을 잃은 도악의 목을 스쳐지나간 파멸겁.

아주 깔끔하게 잘린 도악의 머리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사마련의 한 축을 담당하는 칠악 중 하나.

AA급 각성자인 도악이 너무도 허무하게 죽었다.

도련과 함께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자식이 벌인 철없는 짓거리로 인해 말이다.

* * *

이준이 도련의 정문으로 나왔다.

안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비명이 일자 궁금해서 떠나지 못한 이들이었다.

“귀창이잖아?”

“저 사람이 그 유명한 귀창이야?”

“정말 사마고 애들이랑 같은 또래네.”

“처음 봤는데 포스가 장난 아니다.”

사람들은 이준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들은 일반인이 아니고 각성자.

사마련에 속한 이들이었다.

같은 편을 공격했으면 발끈할 법도 하나.

사마련에서 의리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위쪽에서 까라면 까라는 대로 움직일 뿐.

그래서 이준에게 적의도 드러내지 않은 거다.

이준이 그들을 무시하고 가려는 순간.

15가문 연맹의 각성자들이 도착했다.

이준의 말끔한 차림에 의아한 이들.

격전의 흔적이라도 보여야했지만, 방금 싸우고 나온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깔끔했다.

신기지가의 비선이 다가와 회의실에서 귓속말 했던 남자에게 또다시 속삭였다.

비선의 말을 들은 남자가 또 다시 놀라했다.

“정말이냐?”

“확인을 끝냈습니다. 가주께선 더는 참견하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15가문 연맹회에? 아니면 저 아이의 일을?”

“이준 님에 일에 대해서입니다. 가문으로 돌아오시랍니다.”

“하.”

신기지가의 수뇌부가 몸을 돌렸다.

“우리 신기지가는 이번 일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그럼.”

“저, 저.”

“갑자기 무슨 일이기에.”

15가문 연맹회에 참석한 각 가문의 대표는, 신기지가의 인원이 철수하는 걸 지켜만 봤다.

“비켜주시죠. 집으로 돌아가야 돼서요.”

이준은 길을 막고 있는 각 가문의 대표를 향해 말했다.

어안이 벙벙한 이들.

신기지가의 인원은 철수한 것도 모자라 이준이 태연스럽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각 가문의 대표라지만 애매한 포지션.

이준이 나이는 어리다지만, 명성은 자신들보다 위였다.

이미 오왕과 같은 서열에 있으니 반말을 사용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존댓말을 쓰자니 뭔가 이상했다.

“도련의 일은 15가문 연맹과 상관없이 제가 독단으로 처리한 겁니다. 그렇게들 아십시오.”

이준이 각 대표들에게 통보하고 나가려는 그때.

매화일검 김국환이 이준을 나무랐다.

“아주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어. 사마련과 협상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너 때문에 계획이 흐트러졌구나.”

김국환은 이준에게 앙금이 있었다.

자신의 귀한 딸을 세상의 비웃음으로 전락하게 만든 놈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 일을 계기로 5대 가문에 들기 위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 모든 게 이준 때문.

밖에서 보니 심사가 더 뒤틀렸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움찔해야만 했다.

이준의 싸늘한 눈과 마주쳤다.

“지금 협상이라 했습니까?”

“그, 그런데?”

“제 친구를 기습한 놈의 세력과 협상을 한다는 개소리 같은데, 만약 사마련과 협상하는 15가문 연맹이 있다면 신력권가를 떠나서 저와 척을 지는 걸로 알겠습니다.”

이준이 김환국을 비롯한 모두에게 경고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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