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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42화 (142/705)

제142화

파랑이의 기운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이지안의 얼굴이 한결 편해졌다.

입술 틈 사이로 새어나오던 신음도 가라앉았다.

다 파랑이가 지닌 청염의 덕.

파랑이의 청염은 녀석이 가진 기운 중 제일 온도가 낮았다.

녀석의 진정한 양강의 기운은 암화.

불의 돌이란 아티팩트로 얻은 게 가장 뜨거웠다.

만약 파랑이가 암화를 태웠다면, 이지안은 더 고통에 헤맸을 거다.

똑똑한 녀석이 이지안에 맞게 온도와 기운을 조절했다.

이준이 동의각주인 이의태에게 운이 좋았다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 도련님! 저 쪼그만한 동물… 몬스터였습니까?”

이의태는 파랑이의 행동을 보고 말을 더듬었다.

파랑이가 이지안의 몸에서 나온 마기를 빨아들이는 건 이준의 눈에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데 지금은 어떤가?

녀석의 몸에서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굉장히 뜨겁기까지 했다.

AA급인 이의태가 뜨겁게 느낄 정도로.

“내가 말했잖아요. 동의각주는 운이 좋다고. 다행히 파랑이의 청염이 있어서 손녀가 덜 고통스러워하는 거예요.”

“허… 저 쪼그만 게 몬스터라니.”

동의각주는 불꽃을 태우고 있는 작은 동물을 보다가 이내 이준에게 시선을 옮겼다.

혈족 계승도 못한 사람이, 수미천왕신공은 물론.

몬스터까지 키우고 있다.

저 동물의 행동으로 볼 때 이준을 아주 잘 따르는 것 같았다.

몬스터의 복종은 쉬운 일이 아닌데 길들이기까지 한 이준.

보면 볼수록 놀라웠다.

“몸에서 뿜어대는 청염을 보면 청호새끼 같은데… 저만한 크기에 어찌 저런 무시무시한 양강의 기운을 내보내는지?”

“파랑이는 보통 청호가 아니거든요.”

이준이 씩 웃었다.

자신도 파랑이를 청호라 여겼다.

그런데 이게 왠걸.

파랑이의 종은 십미호였다.

그린존에 있지만 스피드만큼은 레드급에 해당하는 보스 몬스터인 청호와는 격이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괜히 블랙존에 서식하고 있는 보스 몬스터들이 파랑이를 경계하는 게 아니다.

블랙급 보스 몬스터에게도 위협적인 존재.

그게 바로 저기 앙증맞은 파랑이였다.

“허허. 도통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해하려하지 마시고 그냥 받아들이면 마음 편해져요.”

해맑게 웃는 이준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편해지는 미소다.

손녀의 문제로 진짜 웃음을 잃었던 이의태가 덩달아 웃었다.

‘정보력도 뛰어나고, 과감한 결단성까지 갖췄어. 젊었을 적 가주보다 더 뛰어나. 마치 검제 님을 보는 느낌이구나.’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의 감정은 이랬다.

“심법을 초기화시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앉아서 쉬세요.”

“그러겠습니다.”

이준의 말에도 이의태는 앉지 않았다.

손녀가 심법을 초기화하고 있는데, 앉아서 쉴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몸의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 음기가 폭주한다면 목숨을 잃기도 부지기수.

이준처럼 태평하지 못했다.

“걱정해봤자 괜한 헛수곤데, 알아서 하세요.”

이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폰을 꺼냈다.

심심할 땐 역시나 인터넷이 최고.

이준은 각성자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자신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지 보고 싶었다.

요즘 이준이 빼놓지 않고 하는 일과 중 하나다.

“흐흐. 오늘은 나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올라올까?”

이준의 눈이 빠르게 커뮤니티 글들을 훑었다.

죄다 그에 대한 찬양글.

간혹 미꾸라지들이 있었지만, 이준의 팬들이 집중 포격을 했다.

현재와 미래의 국보급 전력을 건드리지 말라고.

이준이 흐뭇하게 힐링을 하고 있을 때 하나의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오! 내 팬 카페도 생겼어?”

그도 주소를 타고 팬 카페로 들어갔다.

‘청호는파랑이’로 닉네임을 짓고 가입을 했다.

게시물을 클릭했지만.

“가입인사를 써야 돼?”

팬 카페를 가입해봤어야 알지.

커뮤니티 활동은 근래 들어서 잠깐 한 것 말고는 전무했다.

이준은 자신에 관한 게시글을 보기 위해 귀찮은 걸 꾹 참고 가입인사를 했다.

“나에 대한 정보가 뭐 이렇게 많아?”

가입인사 양식은 이랬다.

1. 이준의 생일

2. 이준의 과거 이명

3. 이준의 현재 이명

4. 이준이 좋아하는 음식

5. 신기지가와의 관계

6. 이준의 절친

……

……

……

무려 100문 100답.

그냥 뒤로 가기를 누르고 싶었다.

하지만.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팬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기 위해 집념으로 양식을 채워나갔다.

얼마나 흘렀을까.

질문을 모두 적고 가입인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준은 폰으로 보이는 화면을 의심했다.

“젠장! 말이 돼?”

그의 눈앞에 뜬 하나의 창.

[가입 승인 대기중입니다. 활동은 가입 승인이 되고부터 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카페인데도 활동하지 못한 상황.

순간 열이 받았다.

어떻게 쓴 100문100답인데, 성심성의껏 답한 거 도로 지울까도 생각했다.

“후우우. 내 팬 카페인데 참아야지.”

그래도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이대로 나갈 순 없었다.

유일하게 한 게시판만이 가입 승인이 떨어지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었다.

예비 팬 게시판이란 곳을 클릭했다.

“이 자식은 또 뭐냐?”

[제목: 나 도귀 길필성이다. 이준 팬은 보아라.(필독) - 닉네임: 천상천하유하도존]

이준이 천상천하유하도존이란 자식의 글을 보았다.

아주 장문의 글로 호소했지만, 쓰잘데기 없는 내용이었다.

간략하게 이준의 팬을 그만두고 자신에게로 갈아타라는 것.

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 ???: 타닥타닥… 나 도귀 길필성이다… 이준은 보아… 아아!! 엄마!! 나 지금 바쁘다고!! 문 열지 말라고!!

- 이준은 세상에 바퀴벌레 있는 줄은 알아도 얘 있는 건 모름ㅋㅋㅋ

- 김치볶음밥 만드는 법: 1.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는다… 2. 잘게 자른 햄과 김치를 볶는다…

- 게시판 관리 안 하냐. 이젠 별 게 다 나오네.

- 길필성이 누군데.

- ㄴ 길필성 아… 아… 있었는데 아무튼 걔임

- ㄴㄴ걔가 누군데ㅋㅋㅋㅋ

- ㄴ 길필성 (힉힉호무리 42세)

평소 이런 어그로가 많았는지 팬들은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길필성을 조롱거리로 삼았다.

이준은 팬들의 처신에 만족스러워했다.

“좋아 좋아. 아주 칼이야. 저런 병신은 조롱이 답이지.”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더 볼 필요가 없다.

충분히 힐링을 했으니까.

“그런데 길필성 그놈 벌써 감옥에서 나온 거야? 도악의 입김이 꽤 강한가 보네? 3개월도 안 채우고 나오고 말이야.”

자신에게 참마도를 뺏으려 살인멸구를 하려다 도리어 당한 도귀.

파천자에게 복수는 안하고, 엄한 곳에 와서 깽판을 치고 있었다.

센 척을 엄청나게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방구석 여포… 아니 방구석 검제였다.

누가 머저리 아니랄까봐.

* * *

“X발. 누가 내 욕 하냐?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지?”

도귀 길필성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으니, 꼭 범죄자 같았다.

그와 함께 걷고 있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큭큭. 한두 번 듣냐. 너한테 당한 놈 중 하나겠지.”

“불만 있으면 내 앞에서 씨부릴 것이지. 하여튼 겁쟁이 놈들.”

“어떤 정신 나간 새끼가 사마고의 길필성 앞에 당당히 나타 나냐.”

“음귀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음귀라고 불린 음흉하게 생긴 청년은 음양배가의 소가주였다.

사마련의 련주 중 한 명인 색음마악의 아들이다.

아비와 같이 어렸을 때부터 음탕했다.

다른 말로, 여자만 보면 발정난 개새끼.

무사고의 학생들은 음귀를 그렇게 불렀다.

“큭큭. 그런가? 그보다 넌 파천자란 놈 찾았어?”

“그 새끼 이야기는 하지도 마.”

“왜? 못 찾은 거야?”

“아버지도 암상에 파천자에 대한 신상을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어. X발. 내가 그때는 내가 방심했는데, 다시 만나면 사지를 찢어버릴 거야.”

길필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몸에선 살기 가득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위협적인 분위기에 길을 가던 사람들이 길필성과 음귀를 피해 걸었다.

두 사람은 사마련의 인물.

그들의 얼굴을 알기에 해코지 당하지 않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진 사람들이다.

“암상이? 간덩이가 부은 거 아니냐? 도악께선 가만히 계시고?”

“암상의 본거지를 알아야지. 잘못 건드렸다가 숨어버리면 답도 없데.”

“골치 아프네.”

“그 파천자 새끼도 문제인데, 난 요즘 이 새끼가 왜 이렇게 싫지?”

“누구?”

“이준.”

“아, 실시간 검색어에 항상 1위를 하는 그놈?”

자신들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각성자.

얼마 전까지 검룡만 스포트라이트 하다가 이젠 귀창이란 이준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패왕도가가 귀창한테 쓰러졌다는데 정말일까?”

“그게 사실일 것 같냐? 천왕대 끌고 갔다잖냐. 그리고 패왕도가에는 도왕도 없었고. 그냥 언론 부풀기야. 넌 정파란 새끼들 말 믿냐?”

길필성이 억지를 부렸다.

“아, 안 믿지. 설마 내가 걔네들 말을 믿을 리가.”

“우리 아버지도 못한 일을 그 새끼가 할 리 없지.”

길필성이 격하게 현실을 부정했다.

패왕도가를 무너트리는 건, 길필성의 아버지.

도악의 오랜 숙원이다.

평생을 해내지 못한 일을 고등학생이 했을 리가 없다.

언론 모르게 허튼짓거리를 했겠지.

예를 들어 음식에 독을 풀든가.

내공을 사용하면 치명적인 산공독을 사용했던가.

길필성의 둔한 머리로 상상할 수 있는 건 이게 한계였다.

길필성은 그렇게 애써 자기 위로를 했다.

“하여튼 이준 그 새끼 마음에 안 들어. 파천자란 새끼랑 동급이야.”

“우리가 직접 보면 그놈의 실력을 알 수 있을 건데.”

“보나마나 다 거짓말이야. 기분 잡치는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래. 오늘은 화끈하게 몸을 풀 생각이었으니까. 가서 시원하게 죽여보자고.”

아둔하기 짝이 없는 대화를 마친 후 두 사람이 한 게이트에 내려섰다.

주위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우리들이 온다는 걸 미리 알았나?”

“사마고의 도귀와 음귀가 나타나는데 당연한 결과지.”

두 사람은 흐뭇하게 웃으며 어깨를 당당히 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랐다.

두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사람들.

각성자들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빠른 파티를 맺고 있었다.

“우리가 무시를 당할 정도냐?”

“당연히 아니지.”

“쟤들은 아닌가본데?”

“안에 대단한 각성자라도 들어갔나? 어이.”

음귀가 파티를 짜고 있는 각성자를 불렀다.

“아, 바쁜데 누… 헉! 음귀!”

“날 알고 있잖아?”

“당연합니다. 음귀 님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이곳에 사람들이 잔뜩 몰린 이유라도 있어?”

“아, 모르시고 온 건지요…?”

“아는데 너한테 듣고 싶어서.”

음귀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각성자는 음귀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이곳에 몰린 이유를 빠르게 말했다.

“이곳에 검화와 빙화가 왔어?”

“네. 그래서 두 사람을 보러 게이트 안에 들어가는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나머지 여자애들도 꽤 반반하다는데요.”

“그래?”

음귀가 눈을 빛냈다.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게 그다.

그런데 이곳에.

사마련의 영역에 검화와 빙화가 왔단다.

그것도 모자라 다른 여자들도 예쁘다고 하니, 음귀인 배솔찬의 입맛이 돌았다.

“호위부대가 몇 명인지는 모르지?”

“제가 듣기론 따로 호위는 없고 홍련권만 따라왔다고 합니다.”

“홍련권!”

배솔찬이 입술을 혀로 적셨다.

남자의 말은 그의 마음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그가 여자에 환장하지만, 취향이란 게 있었다.

그의 완벽한 취향에 딱 알맞은 여자가 홍련권 차경진이었던 것.

흥분이 멈추지 않았다.

“좋은 정보를 알려줬으니, 너에게만 말해줄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지마. 네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알겠어?”

“네? 갑자기 왜?”

“나와 여기 있는 도귀가 게이트에 들어갈 거거든.”

두 사람이 게이트에 들어가면 피바람이 부는 걸로 유명했다.

몬스터와 각성자를 가리지 않고 사냥한다던 두 사람.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파티를 포기하고 자리를 황급히 피했다.

“필성아. 네가 데리고 온 호위들 몇 명있냐?”

“100명.”

“등급은 다 C 이상이겠지?”

“C급? 웃기네. 이번 일로 아버지께서 특별히 B급 완숙급 들로만 호위를 붙여주셨어.”

길필성이 허세를 부렸다.

그의 허세에 넘어간 배솔찬이 질 세라 똑같이 허세를 부렸다.

누가 베프 아니랄까봐.

지능도 비슷한 둘이었다.

“큭큭. 오늘 너한테 아주 재밌는 경험을 시켜줄 테니까. 나 좀 도와줘라.”

“콜. 대신 내 취향은 검화니까 나한테 넘겨.”

“홍련권만 안 건드린다면 빙화도 양보해줄게.”

“좋아.”

그들은 아직은 알지 못했다.

안에 들어간 사람들의 진정한 경지를.

그리고 자신들의 허세가 어떤 참극을 불러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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