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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35화 (135/705)

제135화

이준이 향한 곳은 신력권가의 보급창고였다.

‘여길 관리하는 사람이 전태풍이라고 했지?’

한주인이 준 장부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자.

전태풍은 권신단주 전경훈의 동생이었다.

‘보급품을 비롯한 여러 경비를 빼돌리는데도 신력권가의 각성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더니, 동생을 방패로 쓰고 있었던 거네.’

창고 앞.

보급품을 받으려는 각성자들이 줄 서 있었다.

창고 관리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지급 목록을 보면서 한 명, 한 명 챙겨줬다.

‘저 사람이 전태풍인가?’

인상으로 봐선 전경훈보다 더 안 좋아 보였다.

이준은 보급창고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전태풍의 행동을 관찰했다.

‘별 일 없는 것 같은데….’

조금 더 그들을 지켜봤다.

보급품을 빼돌리는 거면, 각성자들의 보급품을 손댈 거라 여겼다.

정말 때마침.

아무 일도 없었던 보급창고 앞이 조금씩 소란스러워졌다.

허겁지겁 새로 나타난 무리 때문이다.

“허억… 허억…”

“느, 늦었습니다.”

그들이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오늘 나눠줄 보급품은 끝이야. 내일 다시 와야겠어.”

전태풍이 새로 나타난 이들에게 말했다.

“예? 후욱… 저희 게이트를 돌다 간신히 빠져나온 겁니다…. 후욱….”

“빠져 나올 거면 더 일찍 왔어야지. 아무튼 오늘은 끝났으니까 내일 와.”

“내일은 광주 쪽으로 지원을 나가야 합니다. 이 상태로 게이트에 가란 말입니까?”

보급품을 받으러온 각성자의 꼬라지는 말이 아니었다.

여태 봤던 신력권가의 각성자들은 정갈한 복장을 했다.

권법을 사용하는 만큼 무기보다는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무복과 장비들에 더 신경을 썼다.

만독암가에 의뢰를 해 특별히 맞추는 무복과 장비들로 무장한 신력권가의 각성자들.

학교의 교복과 마찬가지로, 어지간한 공격이 아니면 찢어지지 않은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졌다.

한데, 이들은 어떤가.

그 특수한 재질이 거의 끝물에 다다를 지경이었다.

옷의 수명이 다한 것.

바꿔 입지 않으면 게이트에 맨몸으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럴 줄 알았어.’

[딱 보니 이곳에서 제일 약한 이들 같구나.]

‘네. D급 각성자들로 이루어진 일조대에요.’

일조대는 신력권가의 잡일을 도맡아서 하는 부대였다.

대표 무력 부대가 아닌, 잡일 담당.

후방 지원을 맡은 부대보다 못한 신력권가의 최하 각성자들이었다.

일조대는 발전 가능이 아예 없는.

등급이 완전히 정해진 각성자들이 가는 곳이었으니까.

성장이 가능하다면 타 부대로 차출될지 모르지만, 일조대의 대원들은 그 가능성이 전무 했다.

[어느 단체라도 차별은 있다지만, 치사하게 나눠주는 물건을 가지고 저 짓거리를 하는 건 참을 수 없구나, 제자야.]

‘사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능력 있는 각성자를 우선시한다지만, 저건 심한 거죠.’

이준은 저들의 심정이 어떤지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회귀 이전, 가문의 실패작으로 낙인 찍혔을 당시.

고등급의 무복은커녕 양말 한 짝 주지 않았었다.

그리고 내일 광주로 출장을 간다지 않나.

게이트를 깨러 멀리 가는 사람들에게 보급품을 지급하지 않다니.

그러면 저들은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게이트에 들어가란 말인가.

그냥 죽으라고 등을 떠민 꼴이다.

[보는 눈도 많은데, 저 멍청한 놈이 대놓고 저러는 이유는 있겠지?]

‘권신단주의 동생이에요.’

[가문에서 끗발이 있다는 소리구나.]

‘그러니깐 저 짓거리를 하겠죠?’

[주변에 있는 놈들도 아무 말 못하는 걸 보면 알만 하구나. 분위기가 고조될 때 딱 제자가 나서기 좋아.]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이준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상황을 보니, 일조대는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오늘 같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모양.

일조대의 눈빛은 눈앞에 보스 몬스터를 앞둔 자들의 눈빛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말 운 좋네요. 저보고 신력권가를 가지라고 등을 떠밀어주는 것 같아요.’

[끌끌. 운도 실력이지. 하늘이 신력권가를 가지라고 등을 떠밀면 가지면 되느니라.]

* * *

“너희가 늦은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보급품을 주십시오.”

“시간 지났다니까?”

“그건 만품각주의 재량 아닙니까!”

일조대 대주가 버럭 소리쳤다.

그는 D급 각성자로 만품각주인 전태풍에게 화를 내어선 안 됐다.

창고를 관리하는 자라도 A급 각성자.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등급의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었지만.

일조대의 대주가 참다 참다 폭발한 것이다.

또한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품각주의 뒤에는 가문의 실세인 권신단주까지 있었다.

누가 형제 아니랄까봐.

권신단주 전경훈이나 만품각주 전태풍이나 가문의 물건으로 장난질을 치는 건 아주 똑같았다.

하나, 차이가 있다면 전경훈은 나름 머리를 써서 몰래 빼돌리고 전태풍은 대놓고 갑질을 해댄다는 것.

전경훈은 지도 훔쳐 먹고 사는 주제에 대놓고 갑질을 하는 전태풍을 꾸짖었지만 전태풍의 행동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형에게 꾸지람을 받고, 갑질로 화를 풀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신력권가 각성자들의 몫.

정확하게는 일조대처럼 하위 각성자들의 몫이었다.

전생에 이준은 전태풍과 직접 마주한 적은 없었지만, 보급품 부스러기조차 받지 못해 곤혹을 치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원흉이 전태풍이었고, 그가 지금 눈앞에서 똑같은 짓을 벌이고 있는 걸 보니 열불이 났다.

“그러니까 보급품을 나눠주는 건 내 재량이니깐 너희에게 못 준다고.”

“그러면 저흰 내일 있을 게이트 공략은 어떻게 합니까?”

“가기 전에 각성자 백화점에 들러서 월급으로 사던가.”

“그걸 말이라고 하신 겁니까!”

웃고 있던 전태풍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조금 어울려 줬더니, 일조대주가 머리까지 기어올랐다.

“야. 내가 네 친구냐.”

전태풍이 손가락을 이용해 일조대주의 가슴을 꾹꾹 눌렀다.

주변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인지했다.

“단주… 그냥 가십시다.”

“그래요. 이번에도 그냥 저희 월급으로 보급품을 구입해요.”

여기에 더 있다간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일조대였다.

차라리 맨몸으로 게이트에 가는 게 나을 판.

개 같은 성격을 지닌 만품각주의 성격을 건드렸다간 피를 볼지 모른다.

이 사실을 알기에 일조대주도 뒤로 물러섰다.

싸워도 필패.

여기선 그냥 꼬리를 마는 게 최선이었다.

“제가… 잠시 실언을 했습니다. 용서해… 컥!”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전태풍의 발이 일조대주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A급 각성자의 발차기.

D급 각성자가 받아칠만한 공격이 아니다.

“대주!”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일조대가 대주에게 달려오려는데.

“저리 안 꺼져? 너희도 다 뒤져볼래?”

전태풍이 그들을 향해 협박을 했다.

오면 대주와 똑같이 만들어 버리겠다고 말이다.

대주보다 현저히 약한 대원들이라 전태풍의 말은 효과적이었다.

일조대가 주춤하며 자리에 우뚝 섰다.

“병신들.”

전태풍이 그들을 보며 욕설을 한 후, 일조대주를 쥐 잡듯 발로 찼다.

퍽퍽퍽!

보급품을 받으러 온 이들은 전태풍을 말릴 생각이 없었다.

불편하게 생각한 각성자들은 자리를 피했다.

나머진, 전태풍의 행동이 안 보이게 주변을 둘러싸는 게 아닌가.

아주 가관이었다.

“끄윽…”

“어디서 하위 각성자 따위가. 내가 창고나 관리하고 있으니까 우습냐? 어?”

퍽퍽퍽!

전태풍의 발길질은 무자비했다.

일조대주의 요혈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고통을 배가 시켰다.

“컥!”

피떡이 돼서도 발길을 멈추지 않은 전태풍. 마지막 피니쉬로 머리를 날려버리려는데.

턱.

그의 발길을 막는 발이 있었다.

“그만하지?”

“어떤 새끼가 감히 내 발을 막아?”

“어떤 새끼긴. 너보다 위에 있는 새끼지.”

전태풍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이준이 서 있었다.

* * *

‘그 짧은 사이에 아주 피떡이 됐네.’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이준.

일조대주가 맞는 걸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사실 이준은 일조대주가 막기 전에 나가려 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이곳을 둘러싼 가문의 각성자들 때문.

몇몇은 눈살을 찌푸리며 보급창고인 만품각을 떠났다.

나머진 그대로.

아니지, 도리어 만품각주의 행동을 가리기라도 하려는지.

그를 빙 둘러싸는 게 아닌가.

어이가 없었다.

‘가문이 썩을 대로 썩었어.’

같은 가문에 속한 각성자였다.

말려도 시원찮은 판국에, 폭행을 감춰주고 있었다.

만품각주가 권력을 쥐고 있다지만, 아닌 건 아니다.

‘썩은 곳은 도려내야겠지.’

앞으로 가문을 통째로 먹을 생각인데 썩은 부분까지 먹을 생각은 없었다.

A급 각성자라 해도 거슬리면 잘라내야 했다.

어차피 앞으로 저 정도 각성자야 또 길러내면 되니까.

일조대주에겐 미안한 일.

이준으로선 일을 더 키워야 했다.

그래서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건, 충분히 보상해줄 생각이다.

이준이 고개를 돌려 일조대에게 말했다.

“이 사람 데려가서 치료해. 내가 보냈다고 말하고, 그게 안 통하면 사형준의 이름을 써.”

그의 말에 일조대가 멍하게 쳐다봤다.

갑자기 끼어 든 사람이 이준이었기 때문.

요즘 가문에서 그 입지가 갑자기 급부상한 인물.

그나 그와 함께 다니는 각성자들에 비하면 조무래기에 불과한 일조대주의 일을 신경 쓸 줄은 몰랐다.

“뭐해? 너희 대주 죽일 생각이야?”

“아, 아닙니다.”

일조대가 바닥에 쓰러진 일조대주를 안아 들었다.

전태풍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이 몹시 화가 났다.

늘 갑의 위치에서 살았는데,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을의 위치로 떨어져 버린 꼴이니 그의 입장에선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준은 까마득한 위의 각성자.

전태풍 주제에 이준에게 감히 개길 깜냥은 되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고만 있던 그가 이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도련님께서는 이런 사사로운 일은 그냥 제게 맡겨두시면 됩니다.”

“뭐라는 거야? 니한테 맡겼다가 다 뒤지게 생겼는데 뭘 맡겨?”

“전 하극상을 일으킨 놈을 응징한 것뿐입니다. 저런 놈을 내버려 뒀다간 나중에 도련님에게까지 하극상을 일으킬 것입니다!”

전태풍의 말에 이준의 입꼬리를 더욱 말려 올라갔다.

섬뜩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하극상. 말한 번 잘했네. 나도 똑같이 묻자. 넌 내가 뭘로 보이냐?”

“이준 도련….”

짝!

전태풍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주변에 있는 이들의 눈이 커졌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만품각주가 뺨을 맞았다. 그것도 20살 가까이 차이나는 어린놈에게.

“지금 뭐하는, 악!”

짝!

이준이 반대편 뺨을 때렸다.

“네가 하는 짓거리가 하극상인 걸 모르냐?”

[끌끌. 제자가 멍청한 놈을 요리 할 줄 아는구나. 암. 내 제자면 응당 이래야지. 속이 다 시원하다.]

무극자 사부가 사이다를 원샷한 듯한 목소리로 응원을 했다.

그러든가 말든가.

이준은 제 할 일을 했다.

“대답.”

짝!

다시 손을 휘둘러 전태풍의 뺨을 때렸다.

“악!”

그런데 일조대주가 맞을 때는 나서지 않던 이들이 이준을 말리려 들었다.

“멈추십시오!”

“도, 도련님! 체통을 지키십시오.”

그들의 말이 이준을 자극했다.

무서우니까 직접 막지는 못하고 옆에서 칭얼대는 것이다.

그가 전태풍의 목을 와락 움켜쥐었다.

“끄으윽…!”

“체통? 체통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밥통으로 존나게 쳐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이걸 콱 그냥!”

그 말을 끝으로.

화아악!

이준의 몸에서 회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무시무시한 기세가 삽시에 주변을 장악했다.

대기를 짓누르는 공기로 인해, 각성자들은 서 있을 수 없었다.

“허억…!”

“큭!”

“미, 미…친…”

털썩.

각성자들이 일제히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어할 수 없는 떨림이 일어났다.

“이, 이게…”

“… 말로만 듣던… 힘!”

각성자들의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고작 기세를 발산한 것만으로도 주위가 압도되었다.

만품각 주변에 있던 소나무들이 뿌리가 뽑혀 공중으로 하나, 둘씩 뜨는 게 아닌가.

“허, 허공섭… 물!”

권왕조차 흉내도 내지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오직 검제만 할 수 있는 무공을 이준이 한 것이다.

심지어 이준은 그 대단한 허공섭물을 쓰면서 말까지 했다.

“너희의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데 어쩌겠어. 내가 손수 가르쳐줘야지. 내 앞에서 건방을 떨면 어떻게 되는지 말이야.”

쿠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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