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서브 퀘스트1 - 무사고 최연소 선생.]
난이도: A
설명: 부모와 같은 무극자는 당신이 학교를 다녔으면 합니다. 조금 더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며 학창시절을 보내길 바랍니다.
완료 조건: 한민성 이사장의 제안 수락, 최소 7명의 학생 모집.
보상: 하락된 능력치 복구.
‘거절하지 못할 퀘스트를 줘버리네.’
무려 보상이 하락된 능력치 복구다.
언제 정상으로 되돌아올지 모르는 상태.
거기가 파천멸기가 불쑥 나오기라도 한다면? 아주 골치 아플 것이다.
최대한 능력치를 정상으로 돌리는 게 최선이었다.
부여받은 퀘스트는 이준으로서 땡잡은 보너스.
모종의 일을 겪고 능력치가 떨어진 각성자들은 죽어라 노력해야 예전 능력치로 돌아갈까 말까 했다.
떨어진 능력치를 복구하는 것이 능력치를 그냥 올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여겨지기도 할 정도였다.
그런데 고작 애들을 가르치는 정도로 떨어진 능력치를 복구해준다니.
그냥 예전으로 되돌아가라고 밀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런 혜자 퀘스트를 마다하는 건 미친놈이지.’
이준은 서브 퀘스트를 수락했다.
완료 조건은 7명의 학생 모집.
한지유와 박은비, 서혜지와 남선호까지.
이미 네 명은 확보되었다.
학년 제안이 없으면, 허수와 박씨 남매까지.
‘다 골랐네.’
[제자야. 네가 고른 아이들의 의견은 안 물어보느냐?]
‘사부님.’
이준이 무극자 사부를 불렀다.
[말하거라.]
‘고금제일인에게 배운 제가 무려 사부님께서 가르쳐주신 무공의 깊이를 전수해준다는데, 감히 거부할 권한이 있겠습니까?’
[크흠. 우리 제자의 제안을 뿌리치면 기연을 놓치는 것과 진배없지.]
‘그러니 애들의 생각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이준이 뻔뻔스럽게 말했다.
사부의 면을 세우면서까지 말하자 무극자도 기분 좋은지 이준의 말을 동조하고 나섰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더니 누구의 제자렸다!]
‘흐흐. 고금제일인이시자, 모두가 칭송하던 무신이면서 전율스러웠던 혈신의 제자입니다.’
[홀홀. 계속 하려무나.]
두 사제가 말을 주고받는 사이.
퀘스트가 뜨고 얼마 있다가 건물로 들어갔던 이준이 이사장실에 도착했다.
“놔두고 간 물건이라도 있을까요?”
이준이 다시 돌아오자, 남 비서가 물었다.
“깜빡하고 이사장님한테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어서요.”
“안에 계실 겁니다. 들어가세요.”
“네.”
이준이 이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민성이 쇼파에 앉은 채 혈고독술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도 고민하세요?”
“어? 아, 아니. 그런데 무슨 일로 다시 왔어?”
“제가 선생 제안 수락하면 제 편의 많이 봐주실 건가요?”
“당연하지! 지금이라도 말하면 계약서에 특약 사항을 추가해줄게.”
이준의 말에 한민성이 눈을 반짝였다.
무사고의 선생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간 이준이 되돌아왔다.
그건 선생 제안을 수락한다는 말.
아주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제가 가르칠 아이들을 고를 수 있다고 하셨죠?”
“그렇지?”
“학년이 달라도 되죠? 가량 1학년도 제 반에 넣는다던지.”
“물론이야. 난 또 뭐라고. 특별반은 1학년에서 3학년까지 이준 학생이 뽑고 싶은 이들을 뽑아서 데려가도 돼.”
“좋네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 더 조건을 걸었다.
“그러면 절 보조할 선생님도 붙여주세요.”
“그러니까 부 선생을 말하는 거야?”
“네.”
무리한 부탁이었다.
이준이 등급이 높은 건 알지만, 나이가 고작 18살.
무사고의 최연소 선생이 되긴 하겠으나 누가 그의 밑으로 들어가겠는가.
자존심이 상해서 모두 이준을 피할 거다. 하나 이번에도 한민성은 흔쾌히 수락했다.
“그것도 가능해. 이준 학생으로 인해 여름 방학이 끝나면 무사고가 아주 큰 변화를 맞이할 거야. 부족함을 느낀 선생들이 각자의 가문으로 돌아가고, A급 이상으로 된 새로운 선생들이 오기로 했어.”
“F, E급이 모여 있는 제 반도요?”
“어.”
“차경진 선생님이 그만두신단 말이죠?”
“차 선생도 능력은 있지만, B급 각성자라 아쉬운 부분이야.”
마침 차경진 선생님이 그만둔단다.
이런 우연이 있나.
이준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면 제 보조를 차경진 선생님으로 해주세요. 그러면 무사고의 선생 수락할게요.”
“어려운 것도 아니지. 자 그럼 뒷장을 넘겨서 싸인 먼저 해.”
한민성이 아까 전에 보여준 서류를 내밀었다.
뒷장을 넘기자, 무사고 선생으로 계약한다는 근로계약서였다.
이준이 싸인을 하고 넘겼다.
한민성 이사장의 제안은 수락했으니, 이제 아이들만 구하면 끝.
참 쉬운 퀘스트였다.
남들은 적게는 수년, 많게는 십수년이 걸려도 복구할까 말까 한 능력치 복구를 이렇게 간단하게 해낼 수 있다니.
“방학이 끝날 때까지 비밀입니다.”
“물론이지. 자, 앞으로 잘해보세. 무사고의 최연소 선생.”
한민성 이사장이 반존대까지 하며 손을 내밀었다.
이준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마주 잡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무사고의 최연소 선생이 된 순간이었다.
* * *
하나의 조건은 완성이 됐다.
이제 남은 건 학생을 구하는 일.
우선 제일 먼저 한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딱 한 번 울리자 받은 한지유였다.
[무슨 일이야.]
굉장히 딱딱한 말투.
기다렸다는 듯 전화를 받은 것과는 굉장히 상반됐다.
“이사장님께 뭐 안 들었어?”
[어떤 거?]
“안 들었구나.”
[응. 안 들었으니까. 말해.]
“이사장님한테 무사고 선생직 제안 받았어.”
[아, 그래? 좋겠다.]
정말 기계적인 대답이었다.
한지유는 이미 이사장한테 듣고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죽을래? 안 들었다며.”
[응. 정말 몰랐었어. 아무튼 축하해.]
“성격 참 이상해.”
[뭐라고?]
“혼잣말이야.”
[그보다 네가 특별반 선생 된다며?]
“다 알고 있네.”
[나도 특별반 가면 안 돼?]
한지유가 먼저 말을 꺼냈다.
쿨한 척 하고 있지만 내심 이준이 안 받아줄까 봐 떨고 있는 게 다 느껴졌다.
이야기가 수월하게 진행될 것 같았다.
“그거 말하려고 전화한 거야. 내가 너 특별반에 넣을 건데 불만 없지?”
[응. 난 좋아.]
“그러면 박은비랑 다른 애들한테도 전해줘. 특별반에 합류할 거라고.”
[옆에서 다 듣고 있어.]
[꺄아아아! 준이가 특별반 선생이래!]
[이건 전대미문의 사건이야. 우리 또래가 선생이라니.]
[축하해!]
잠자코 있던 아이들이 자신의 일인양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준아. 축하파티하자. 빨리 지유네 집으로 와.]
[축하파티 좋다! 우리가 준비해 놓을 게.]
“특별반 모집해야 되서, 다 모으면 나중에 하자. 연락할 테니까 훈련 열심히하고 있어.”
이준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 채 전화를 끊었다.
네 명은 확보됐다.
사실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으면서 이준은 하나의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두고 있었다.
자신만의 세력을 만드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이세계의 악마들에 대적하는 것.
지금 신기지가가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긴 했지만 언제까지나 식객의 위치를 유지할 순 없었다.
그런 의미로 박은비, 서혜지, 남선호는 괜찮은 인재였다.
한지유는 신기지가의 사람이라 일단 제외하고, 저들은 현재 뒤를 봐주는 세력이 없었다.
이준도 내심 놀랄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보여준 그들.
천무대전으로 인해 여러 가문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직 보류 중인 상황.
은연중에 세 사람을 키워서 조력자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세 사람은 자신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B급 특성을 얻게 해준 은인.
자신의 편이 되어 달라고 슬쩍 말하면 세 사람은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수락할 거다.
아이들은 그 정도로 자신을 신뢰하고 있었다.
이들뿐만이 아니라 무사고의 선생으로 활동하면 인재를 좀 더 빨리 스카웃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자신만의 세를 만들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 권한으로 숨겨진 인재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우선 이건 차차 진행하면 되고.
네 명은 확보한 상태.
이제 세 명이 남았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게이트를 열어 안에 있는 허수를 불렀다.
다음 학기는 특별반에 들 거라고 통보를 한 후, 대답도 듣지 않고 게이트를 닫았다.
이제 두 명.
이준은 폰을 들어 박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들리고, 한 참 후에나 전화를 받은 박혁진이었다.
[쭈우우운! 어쩐 일이야.]
“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내가 무사고의….”
이준의 설명이 다 끝나자 수화기 너머에선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전화가 끊긴 것처럼 침묵이 이어졌다.
잠시 후, 박혁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라지?]
“진짜야.”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나랑 동갑이 무사고의 선생으로 들어와? 그것도 특별반 선생? 하늘이 개벽할 일이다.]
그때였다.
박혁진의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우리 준이가 특별반 선생이 돼? 야. 폰 줘봐!]
[아, 쫌! 나 준이랑 전화하고 있잖아.]
[이 새끼가 누나가 주라는데 안 줘?]
목소리의 주인공은 박정연이었다.
이로서 완성된 인원.
두 사람만 수락하면 최소 정원은 채워지는 셈이었다.
“저기요들?”
[악. 왜 때려!]
[네가 폰을 줬으면 이런 일은 없을 거 아니야.]
[이씨. 두고 봐라. 내가 꼭 너 뒤통수 후려갈긴다.]
[이게 누나한테.]
[악!]
박혁진의 비명이 몇 번 들리다가 멈췄다. 그리고 박정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아. 아까 말했던 이야기 사실이야?]
“응. 그래서 말인데. 누나도 내가 맡을 특별반에 들어올래?”
[음… 생각해 볼게.]
[준아! 난 들어갈래!]
박혁진은 예상대로 오케이.
하지만 박정연에서 예상이 빗나갔다.
말하면 바로 수락할 줄 알았건만.
[생각해보고 말해줘도 되지?]
“그렇게 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박정연에겐 특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
단번에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는데, 조금만 뒤로 미루기로 했다.
* * *
특별반 아이들도 거의 다 모았겠다.
이제 할 일을 해야 할 때였다.
이준이 학교를 나와 패왕도가가 있는 본거지로 향했다.
패왕도가의 특이점.
그건 바로 그들의 본거지가 인천에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영역은 지부였고, 인천이 주 활동 지역이다.
이준은 패왕도가에 가기 위해 경공을 펼치는데.
‘누가 따라붙었어?’
이준의 기감에 수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원래의 능력치였다면 웬만해서는 다 파악했을 기운.
현재는 A급 각성자와 능력치가 비슷해서인지, 정확히 알아차리긴 어려웠다.
무엇보다 먼 거리도 한몫했다.
그나마 미행자의 기척을 알아낸 건 혼원신공 덕분이다.
SSS급 신공이 떨어진 능력치를 모두 커버 치고 있었다.
‘속도를 줄여야겠어. 가까운 거리라면 누가 따라 붙었는지 알겠지.’
이준이 무극군림보에 넣은 내기를 반으로 줄였다.
속도가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빨랐다.
괜히 보법과 경공을 모두 어우르는 무공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많은 기운이 느껴질듯 말듯 애매했다.
거리가 더 가까워지면 알아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행자의 기운을 알아챘다.
이준이 경공을 쓰다말고 건물 옥상에 우뚝 멈췄다.
따라오던 기운도 급히 멈춰선 게 느껴졌다.
이준이 기운이 느껴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만 나와. 나한테 들켰어.”
그의 외침에 미행하던 이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천왕대주인 사형준이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천왕대도 예의를 차렸다.
처음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
천중호수에서 그들을 구해줬더니 이제야 정신을 똑바로 차린 듯싶었다.
“뭐야?”
“가주님께서 이준 도련님을 후계자로 지목하셨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이신의 단전이 깨졌으니, 후계자로 점찍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있다하더라도 다른 녀석들은 후계자로 내세우지 않을 거다.
나머지 녀석들이라곤 다 그저 그런 녀석들.
힘과 권력을 위해선 자신의 아내조차 버리는 신력권가인데, 그들을 선택한다는 것은 신력권가에 득 될 게 없으니까.
권왕은 자신의 이름을 빌려서 가문을 최고에 올려놓을 생각뿐이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후계자 자리를 그냥 준다는데, 손쉽게 신력권가를 먹어치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신력권가를 손에 넣어, 네다섯 조각으로 분해해 버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건무를 실각 시켜버리던지.
어쩌면 이게 최고의 복수일 수도 있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건 가문.
그런 가문에서 쫓겨나면 어떤 기분일까. 분해서 편히 눈감고 잠도 못 잘 거다.
그때를 생각하니, 속이 후련했다.
이준이 사형준을 똑바로 쳐다봤다.
“너희는 후계자로 지목된 날 보필하게 된 일이고?”
“예. 가주께서 그리 명령하셨습니다.”
“그러면 이제 너희들은 내 명령만 따라야겠네?”
“그렇… 습니다.”
이준이 씩 웃었다.
천왕대는 그의 미소를 보고 급히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언제 봐도 소름 돋는 미소였다.
“한 가지만 묻자.”
“말씀하십시오.”
“넌 권신단의 부단주로서 여기에 있냐. 아니면 천왕대의 대주로서 여기에 있는 거야?”
이준이 사형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형준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의 본래 신분은 권신단의 부단주.
신력권가의 가장 강력한 집단이자, 권왕의 수호대인 2인자가 사형준이다.
그가 머뭇거리더니 결심을 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 권신단의 부단주가 아닌 천왕대의 대주로서 이준 도련님 앞에 있는 겁니다.”
“내가 권신단 부단주의 역할을 버리라고 하면?”
“버리겠습니다.”
“가주의 명보다 내 명을 우선시 하라고 명하면 어떻게 할 거야?”
사형준도 이준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눈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끌렸다.
이 사람이라면.
세는 약했으나 위대한 패도를 느꼈던 신력권가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자그만 기대가 들었다.
사실 그는 가주의 명이 아니더라도 이준을 따를 생각이었다.
천중호수에서 이준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이후로 그를 따르게 될 거라고 예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준의 눈빛을 본 순간, 그의 예감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준에게는 목숨을 빚졌다. 자신의 목숨뿐만이 아니라 천왕대 전체의 목숨을.
“앞으로는 가주의 명보다 이준 도련님의 명을 최우선시 하겠습니다.”
사형준의 말에 이준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준과는 달리 천왕대는 눈이 튀어나올 듯 했다.
대주인 사형준이 한 말.
그가 천왕대주가 된 후로 단 한 번도 내뱉지 않은 말이었기에 놀랐다.
권신단의 부단주를 포기하고, 가주의 명보다 이준의 말을 우선시 하는 것.
사형준에게 다른 주인을 섬긴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헌데 그 일이 벌어졌다.
사형준에게서 원하는 말을 들은 이준이 그에게 말했다.
“원하는 대답을 들려줬으니까 그에 걸맞게 보답해줘야겠지? 따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