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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11화 (111/705)

제111화

중국 청도 해안 부근에 작은 게이트가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검은색을 띠고 있는 포탈.

동그란 원이 점차 커지더니, 네모난 직사각형 모양이 되었다.

“오오, 드디어 인주께서 오신다!”

극락사 지하에서 혈불을 만났던 독나찰 당소미였다.

그녀가 수하들과 같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

감격에 찬 눈으로 블랙존 게이트만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잠잠하던 게이트가 소용돌이 쳤다.

게이트에서 뿜어지는 검은 아지랑이에 주변이 초토화가 되든 말든.

당소미의 얼굴에 새겨진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바람의 세기가 정점에 달하자.

블랙존 게이트에서 하얀색 무복을 입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인주를 뵙습니다.”

당소미가 땅에 머리를 박으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30살가량으로 보이는 당소미의 얼굴.

그런 그녀에게 앳된 얼굴의 소년이 방긋 웃었다.

그 미소는 뭇 여성들을 설레게 만들 만한 마력을 지녔다.

“소미. 오랜만이다.”

“인주께선 그간 무탈하셨는지요?”

“인주. 오랜만에 들어. 요즘은 사람들이 나보고 무신이라고 부르는데 말이야.”

“제 기억은 옛 기억에 멈춰 있는 바람에…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당소미가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소년이 얼마나 잔인하고 지독한지 안다.

무림인들은 천지인의 주인 중 천주이자, 마주를 가장 두려워했다.

무자비하고 잔혹한 성격을 지닌 냉혈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냥 죽여 버린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인주의 성격이 그랬다.

저 잘생기고 해맑은 미소에 숨은 섬뜩한 비수는 지독한 독을 품고 있었다.

이 세계의 등급으로 AA급인 당소미가 인주란 청년에게 고개를 숙인 이유다.

“괜찮아. 너무 떨지 마.”

“네.”

청년의 뒤를 이어 새로운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모두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인물들.

그녀가 모시는 주군의 은덕을 받아서인지 늙어죽어야 될 그들이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혈불은 어딨어?”

“파멸겁을 회수하고 있을 거예요.”

“사형이 아주 좋아하겠어. 그 전에 나도 한 번 보고 싶은데.”

“혈불에게 가지고 오라고 전하겠습니다.”

“소미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그럼 난 파멸겁이 오기 전까지 이 세계에 대해 공부 좀 해볼까?”

자기 입으로 무신이라 칭한 사마영이 걸음을 옮겼다.

“제가 모실게요.”

당소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데리고 해안가를 떠났다.

게이트가 열렸던 공간은 닫혔다.

* * *

이준이 허수와 관련된 일을 해결하고 돌아왔다.

병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익숙한 살기가 느껴졌다.

“들어와.”

박정연이 환자가 없는 병실에 앉아 있었다.

“누, 누나 왔네?”

“누나 왔네? 뒤질래? 환자가 병실에 안 있고 어디를 싸돌아다녀!”

박정연이 버럭 소리쳤다.

“화장실 갔다 왔어.”

“화장실? 여기 VVIP실이거든. 너 옆에 안 보여? 화장실 있는 거?”

“하. 하.”

이준이 어색하게 웃었다.

“웃어? 지금 웃음이 나오냐?”

“울 순 없잖아.”

“이게 죽을라고. 맞기 전에 어서 앉아라.”

“어.”

이준이 빠르게 움직여 침상에 앉았다.

그가 침상 옆에 앉아 있는 박정연의 눈치를 봤다.

어색한 분위기에 리모컨을 들어 tv를 틀었다.

-청정구역인 도봉구에 출몰한 레드급 몬스터를 무사고 학생인 이준이 모두 처리했다는 제보가…

이준이 바로 TV를 꺼버렸다.

슬쩍 고개를 돌려 박정연을 보는데.

“틀어.”

“음… 난 뉴스를 별로 안 좋아.”

“틀어. 아니면 너 진짜 죽어.”

박정연이 침상에 걸쳐놓은 검을 잡았다.

‘이 여자들이 진짜! 틈만 나면 무기로 협박하네. 내가 무슨 동네북이야? 응? 하. 진짜. 그냥 엎어?’

이준은 속마음과 달리 손은 이미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TV화면이 커졌다.

[이 얼음벽 안은 이준 학생의 후배가 사는 집으로 레드급 몬스터가 득실대던 공간이었습니다. 허수란 학생이 천무대전을 빠지자 이상함을 느낀 이준 학생이 15가문 연맹의 토벌대보다 먼저 찾아와 몬스터를 전부 해치웠다는 신기지가 비선의 제보였습니다.]

‘아주 소설을 써 놨구만.’

다른 때였으면 신기지가의 일 처리를 칭찬했을 터.

하지만 지금은 정연 누나가 옆에 있었다.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내는데 한지유만큼 얼굴에 냉기가 흘렀다.

“너, 그 몸으로 저길 갔다 온 거야?”

“그게 말이야….”

“미쳤어. 정말!”

박정연의 고양이 같은 눈매가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그녀가 이준에게로 성큼 다가왔다. 이준은 곧 떨어질 등짝 스매싱에 대비해 눈을 꽉 감았다.

하지만 등에서 불이 나는 대신,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더불어 달콤한 향기도.

“저… 정연 누나?”

박정연이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가슴께에 축축한 것이 느껴졌다.

‘뭐야, 우는 거야?’

천하의 박정연이 울다니.

당황한 이준이 그녀의 등을 토닥거리려 했으나 그 전에 박정연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환자면 병실에 가만히 있어야지. 레드급 몬스터가 있는 곳을 왜 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정말 죽고 싶어?”

언제 껴안았냐는 듯, 박정연이 쉬지 않고 잔소릴 했다.

무극자 사부 못지않았다.

귀가 따가울 지경.

조금만 더 들었다가 피가 날지 모른다.

[널 많이 걱정해주고 있구나.]

‘그래 보여요.’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걱정이 한 가득인 얼굴.

빨개진 눈 속에 안도감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이준에겐 보였다.

‘옛날부터 저랬거든요.’

이기홍에 의해 단전이 깨졌을 때, 박혁진처럼 흥분한 사람이 박정연이었다.

신력권가만 보면 벌레를 보듯 취급했다.

이 때문에 신력에선 철혈검가에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검제가 그 누구보다 아끼는 손녀.

박정연의 분노를 풀 방법은 신력과 관계를 끊는 게 최선이었다.

안 그래도 철혈검가에선 신력권가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던 상태였다.

이를 계기로 철혈검가는 신력권가에게 아예 등을 돌렸다.

고작 혈족 계승도 못한 자신 때문에 말이다.

‘지금와서 느끼는 거지만, 혁진이 말고도 정연 누나도 절 무지하게 아꼈네요.’

이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단지 소꿉친구란 이유 하나만으로 쓰레기인 자신을 받아준 남매였다.

정말 고마운 두 사람.

이러니 저 누나한테 져줄 수밖에 없었다.

“다신 안 그럴게. 누나 목소리 때문에 골 울려서 더 아프려고 해.”

“이게 아직 정신 못 차렸지!”

박정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준이 이불로 앞을 막으며 실눈을 떴다.

“하아. 환자니까 참는다. 사람 좀 걱정 시키지 마.”

“내 걱정한 거야?”

“당연히 걱정하지. 넌 내가 다치면 걱정 안 할 거야?”

“하지. 아마 잠 못 잘 거야.”

“나도 그래. 그러니까 몸 좀 사려.”

말을 하면서도 민망해하는 박정연이 괜스레 다른 곳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너!”

“응?”

“왜 나한테는 몬스터 키운다고 말 안했어?”

“나 아무한테도 말 안했어.”

“지유는 알고 있던데?”

“내가 들킨 거지.”

“이게 어디서 말장난이야.”

“진짜야. 몰래 키우고 있는데 들킨 거야.”

이준은 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만약 요정의 꽃밭에서 파랑이의 정체를 아이들에게 말했다는 걸 말한다면…

적어도 사망 각이다.

현재의 상황을 유연하게 넘기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좀 섭섭해.”

“하, 하. 미안. 다음부턴 무슨 일 있으면 누나한테 제일 먼저 말할게.”

“정말이지?”

“응.”

박정연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만족스러운 말을 들어서인지 화가 다 풀린 모양이다.

이준의 이불이 조금씩 꿈틀거렸다.

“뭐야?”

박정연이 이불을 확 거두자, 그 안에 아주 작은 생명체인 파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뀨우?”

박정연과 눈이 마주친 파랑이.

배를 뒤집어 까고 있었다.

“꺄아아. 귀여워.”

박정연이 파랑이를 갑작스레 안았지만, 녀석은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정연의 몸에 달라붙은 채로 볼을 부비기까지 했다.

“저, 저! 음흉한 수컷 놈!”

이준이 대노하며 파랑이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준아. 새끼한테 그러면 못써.”

“아니, 누나 몸에 막 얼굴을 비비잖아. 봐봐 저 녀석 느끼고 있는 게 분명해!”

“포근한가보지.”

이준이 눈을 크게 떴다.

저 조심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누나를 봤다.

파랑이는 몬스터다.

그것도 인간 못지않은 지능을 가진 녀석.

저렇게 조그맣고 귀여워 보이지만, 언제든 몸집을 키울 수도 있었다.

그런 녀석이 박정연의 품을 느끼고 있으니.

왠지 진 기분이 든 건 자신만의 착각일까.

파랑이 녀석이… 내심 부러웠다.

* * *

박정연이 돌아갔다.

병실에 혼자 남은 이준은 파랑이를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내가 혈불을 죽인지 3일. 천외천도 혈불의 죽음을 곧 알게 될 거야.’

그들이 어떻게 나올까.

혈불의 죽음에 반응을 하고 나올까?

아니면 계속 몸을 숨기고 차원 게이트를 열려고 할까.

‘둘 다 가능성은 있지만, 좀 더 무게가 가는 건 후자겠지?’

이세계 악마들.

천외천이라 불린 이들은 마겁과 혈신의 지도를 아주 중요시 여겼다.

그보다 최우선으로 생각한 건 바로 차원 게이트를 여는 일이다.

그곳에서 천외천의 주인인 진무열이 나오니까.

자신을 하늘의 주인이자, 마의 주인이라 칭하는 자.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악마였다.

‘혈불이 죽어서 미래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시간은 많아.’

눈을 뜨고 7년 후.

그때 천외천의 주인이 이 세계에 강림한다.

그가 오고 단 한 달.

모든 게 파멸 됐다.

전율스러운 힘.

손짓 한 번에 거대한 산도 흔적 없이 날아갔다.

‘진무열을 죽이려면 나도 더 강해져야 해.’

어머니를 죽게 만든 심진화는 죽였지만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심진화에게 다짐했기 때문.

진무열을 자신의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고 했다.

그 전까지 복수는 멈추지 않을 거다.

‘그 전에 천외천의 수족부터 차근차근 끊어놔야지.’

우선 패왕도가부터.

천외천은 그들을 이용해서 세상을 관조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뜻하는 바를 이뤘다.

그중 하나가 신기지가의 멸문.

신기지가의 식객들을 설득해서 배신하게 만드는 것.

지금도 공작은 이루어지고 있을 터.

자신이 신기지가와 했던 약속을 이행할 차례다.

일주일 뒤.

이준이 퇴원했다.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한민성 이사장에게 불려갔다.

“여기. 이준 학생이 원하는 1등 상품이야.”

“제가 천무대전 1등입니까?”

“알면서 연기는.”

이준이 씩 웃었다.

“감사히 받을 게요.”

“천무대전의 규정을 알고 있었어?”

“네 뭐.”

한민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암만 봐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미스테리의 인물.

자신과 형님의 안목조차 가볍게 빗나가게 하는 학생이다.

전부터 이미 대단한 건 알고 있었으나, 그가 보여주는 활약은 적응이 안됐다.

그가 이젠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이.

이준의 관심은 혈신의 지도에 있었다.

[혈신의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정보창을 열었다.

[혈신의 지도(봉인)]

등급: ??

난이도: ??

설명: ??

효과: ??

[아티팩트를 열람할 권한이 없습니다.]

[아티팩트를 열람할 권한이 없습니다.]

정보를 누르지만, 안된다고만 떴다.

한민성은 이준의 시스템 창에 어떤 메시지가 떴는지 알았다.

“이준 학생도 정보를 볼 수 없지?”

“네. 그러네요.”

“이준 학생이라면 뭔가를 알고 혈신의 지도를 달라고 한 거라고 생각해서 기대했는데.”

“풀어 봐야죠.”

이준이 혈신의 지도를 품에 집어넣으려는 순간.

무극자 사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원신공을 운용해 보거라.]

이준의 사부의 말을 듣고 곧장 혼원신공을 일으켰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던 혈신의 지도에 글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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