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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무공 천재-101화 (101/705)

제101화

푸슉-!

최태민이 비장의 수로 가지고 있던 암기.

이화침이었다.

매화 김슬기가 사용했던 암기였다.

박정연이 다급히 검을 휘둘러 막으려 했지만.

“늦었어.”

이화침이 벌써 박정연의 지척에 다다랐다.

그때였다.

쩌엉-

박정연의 몸에 이화침이 박히려는 순간.

그녀의 주머니에 깃든 부적이 빛을 발했다.

투명한 막이 생기더니 이화침이 벽에 가로막힌 듯.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박정연의 홀로그램에 메시지가 떴다.

[전진의 수호부가 발동합니다.]

[호신강기가 생성되어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보호했습니다.]

[효용성이 다한 전진의 수호부 능력이 사라집니다.]

박정연은 메시지를 보고 이준에게서 받은 부적을 꺼냈다.

노란색이던 부적이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손에 든 부적이 바스러지더니 재가 되어 허공에 날아갔다.

박정연은 고개를 돌려 이준을 보았다.

‘귀여운 녀석.’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깜찍한 게 언제 이런 걸 준비했는지.

예뻐 죽겠다.

박정연이 이준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곤 고개를 돌렸다.

그녀에겐 할 일이 남아 있었다.

“호, 호신강기?”

최태민이 말을 더듬었다.

호신강기는 AA급 각성자가 되어야지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고차원의 무공을 A급 각성자인 박정연이 사용하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

“개같이 못된 건 알았지만, 다 끝난 비무에서 암기까진 사용할지 몰랐다. 개자식아.”

박정연의 검이 빛났다.

그대로 최태민을 향해 휘두른 그녀. 대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검기가 최태민을 향해 폭사했다.

쾅!

“크어억.”

먼지를 뚫고 최태민이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최태민이 중심을 잡고 일어서려고 애를 썼다.

“팔 한 짝 없어져 봐야 정신을 차리지.”

박정연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만. 하, 항복했잖아.”

“지랄. 내가 두 번 다시 너 같은 개새끼 말을 들으면 사람이 아니다.”

박정연은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최태민의 팔 하나를 자르려고 움직였다.

그녀가 천뢰제왕신공을 운용했다.

파지직-

뇌기의 기운이 검에 응집됐다.

최태민이 있는 자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검에서 나온 수십 가닥의 검기가 최태민에서 쏟아졌다.

콰과과광-!

그가 있는 바닥이며 공기 중이며.

피할 곳을 주지 않으려고 검기의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관중석에서 보고 있던 이준이 소리를 내며 박정연을 응원했다.

“그렇지. 정연 누나 잘한다! 팔 한 짝이 뭐야. 아예 도를 못 잡게 두 짝 다 잘라버려!”

최태민은 구제할 놈이 못 됐다.

어차피 이세계 악마들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팔아버릴 놈.

이미 그 때문에 박정연이 죽을 뻔한 적 있지 않았나.

무공도 못 쓰는 폐인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아쉽다. 최태민이 올라오면 내가 아예 밟아주려고 했는데.”

응원하고 있는 이준 옆에서 박혁진이 입맛을 다셨다.

마치 먹잇감을 놓친 표정이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난 듯한 얼굴을 했다.

“잠깐만!”

“무슨 잠깐만이야. 너도 빨리 정연 누나 응원해.”

이준이 만세까지 하며 박정연을 응원하는데, 박혁진이 홀로 중얼거렸다.

“저 누나가 올라가면… 대진표가 어떻게 되지?”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이준이 응원을 멈췄다.

박혁진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누구 누구 남았냐?”

“나, 너. 지유. 그리고 애들하고… 정연 누나?”

“아.”

그렇다.

오늘로 천무대전이 열린 지 4일째.

다음이 8강이었다.

한지유를 포함한 박은비, 서혜지, 남선호까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내일이면 경쟁하게 될 상대였다.

박은비와 서혜지, 남선호는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기적.

떨어져도 여한이 없을 터.

그러나 나머지는 아니었다.

한지유와 박혁진.

모두 다 1등을 꿈꿨다.

이준이란 거대한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이참에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알아볼 차례.

이준을 만나기 전에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네. 준아, 난 내일을 대비해서 훈련하러 가 볼게.”

“정연 누나 경기는?”

“더는 볼 것도 없잖아. 간다.”

박혁진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곧이어 한지유도 일어났다.

“설마 너도?”

“나, 너랑 하고 싶어!!”

한지유가 이준을 향해 크게 말했다.

그 말에 주위가 웅성거렸다.

“저기 지유야. 제발 중간에 단어 좀 빼먹지 마. 누가 보면 오해하잖아.”

“왜? 나 정말 너랑 하고 싶단 말이야.”

“아, 알았으니까. 그만 말해.”

“넌 싫어?”

한지유가 이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순진한 얼굴.

똘망똘망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하, 내가 졌다.”

이준은 그녀의 얼굴을 보곤 고개를 저었다.

* * *

무사고 내 치료실.

침대 위에 최태민이 분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다행히 그의 팔은 멀쩡했다.

“크윽… 치욕스럽습니다.”

그가 침상 옆에 앉아 있는 최강규에게 말했다.

“네 계획은 완벽했다.”

“박정연이 호신강기를 사용할지는 예상 못 했습니다.”

“검화가 쓴 건 호신강기가 아니다.”

“그럼 뭡니까?”

“아무래도 일회성 아티팩트인 것 같구나.”

아버지인 최강규의 말에 더욱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이 준비한 암기.

박정연이 준비한 호신부.

똑같이 준비를 했는데, 실력에서도 밀리고 준비성에서도 밀렸다.

“분… 합니다.”

최태민이 주먹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요즘 들어 계속 수모를 겪고 있는 그는 이미지 회복은커녕 점점 나락으로 빠졌다.

이젠 동네북이라도 된 듯.

여기저기서 처맞고 있으니, 최태민의 자존심으로는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드르륵-

“내가 여긴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아들과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던 최강규가 고개를 돌려 버럭 소리쳤다.

“소승이네. 시주.”

치료실로 들어온 사람을 본 최강규가 벌떡 일어났다.

손을 모아 승포를 입고 있는 스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스님. 수하인 줄 알고 실례를 했습니다.”

“아니네. 소승이 시주께 연락을 안 하고 온 게 잘못이지.”

천하의 패왕도가 가주가 극도로 예의를 차린 사람.

40대의 나이에 낡은 승포를 입고 있었다.

목에는 왕방울만 한 염주를 걸쳤다.

산에서 도를 닦다가 내려온 사람 같았다.

“아버지 저 사람은 누구시기에?”

“일어나서 인사드리거라. 아비가 모시는 은사님이시다.”

최태민은 처음 듣는 말이다.

자신의 아버지는 강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하다는 6인에 속할 정도로.

그런데 모시는 은사라고 하니 혼란스러웠다.

“어허. 뭐 하고 있느냐.”

최태민이 아픈 걸 알면서도 호통을 쳐 가면서까지 예를 차리게 했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그가 극진한 예로 스님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처 높으신 분을 못 알아봤습니다. 최태민이라합니다.”

“허허. 도왕 시주가 아들 하나는 잘 두셨구려.”

“과찬이십니다. 스님.”

치료실에 나타난 천외천의 인물.

혈불이 최태민을 향해 말했다.

“한데 우리 작은 시주께선 얼굴에 무슨 근심이 있을꼬.”

“그게…”

최태민이 말하려는 걸 최강규가 가로챘다.

“아들이 천무대전에서 우승하길 바랐는데, 실패했습니다. 마겁이란 좋은 상품이 걸려 있어 아쉽습니다.”

“허허. 우리가 찾던 물건도 마겁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이십니까?”

최강규의 눈이 커졌다.

천외천이 찾고 있는 물건인지 모른 척하기 위해 연기했다.

“그렇네. 이럴 줄 알았다면 도왕 시주께 도움을 청할 걸 그랬어.”

“그게 어떤 물건이기에.”

“그런 도왕 시주는 마겁을 왜 가지려고 하는가?”

“블랙존 게이트에서 얻은 물건이라, 당연히 좋은 아티팩트라 생각했습니다.”

“그뿐인가?”

혈불이 도왕을 빤히 쳐다봤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지 보려는 것.

최강규는 정말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답했다.

패왕도가가 천무대전 전까지 마겁을 숨기고 있었다는 걸 천외천의 인물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패왕도가는 끝이야.’

최강규는 저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

혈불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인물.

저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수십이다.

천외천의 눈 밖에 나면 죽음뿐.

자신은 저들이 찾고 있는 마겁까지 탐냈으니.

패왕도가를 가만히 둘 리 없었다.

그러기에 속내를 꽁꽁 숨겨야 했다.

“물론입니다.”

“도왕 시주의 마음 잘 알았네. 그러면 소승이 마겁을 가져가도 되겠는가?”

“혈불께서 찾는 물건이시면 당연히 가져가셔야지요.”

“허허. 소승이 이래서 도왕 시주를 좋아하네.”

“영광입니다.”

“소승이 오늘 기분이 좋아 작은 시주께 선물을 줄까 하네.”

“선물이라면…?”

최강규가 눈을 반짝였다.

천외천이 주는 선물은 하나하나가 진귀했다.

자신이 받은 힘 또한 마찬가지.

이 힘을 꺼내 쓴다면 대한민국 랭킹 1위인 검제도 이길 수 있다 자부했다.

그러니 기대가 안 될까.

혈불이 품을 뒤져 하나의 목갑을 꺼냈다.

“파천의 파편이네.”

“이런 보물을!”

최강규의 눈이 커졌다.

작은 목함에선 안을 꽉 채울 크기의 단환이 있었다.

자신이 먹었던 것보다 배는 컸다.

“작은 시주와 나눠 먹으시게. 그리고 당분간 대외활동은 끊는 게 좋네. 파천의 파편을 수습하려면 꽤 힘들 테니 말이야.”

“감사합니다. 스님.”

최강규가 떨리는 손으로 목함을 받았다.

“허허. 작은 시주. 그 분한 마음 잘 간직하게. 앞으로 강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네.”

“말씀… 감사드립니다.”

혈불이 최태민을 향해 말을 하곤 몸을 돌렸다.

최태민이 눈을 깜빡이자.

“헉!”

문소리도 들리지 않고 스님이 사라지고 없었다.

“아버지. 저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천외천. 블랙존 게이트에서 만난 분이시다. 검제 그 노괴도 상대할 수 있는 분이시지.”

“아.”

“가문으로 돌아가자꾸나. 혈불께서 주신 이 단환을 통해 강해지게 해 주마.”

도왕 최강규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어렸다.

자신의 가문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원흉.

이준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당분간은 살려두마.’

* * *

8강이 진행되는 날.

이준은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벌컥!

기숙사 방문이 난데없이 열렸다.

“너, 너 뭐야!?”

방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한지유였다.

“이준. 들었어?”

“안 들었으니까 문 닫고 나가!”

방금 전, 정말 간발의 차이로 하의를 입었기에 대참사는 막았다.

여전히 상체는 헐벗은 상태.

그래도 아래를 보이는 것보단 나았다.

이준이 한지유에게 소리쳤지만, 그녀는 우뚝 서서 자신을 보기만 할 뿐이었다.

“남의 방에 갑자기 쳐들어와서 뭐 하냐! 눈 안 돌려?”

오히려 남자인 이준이 난리를 쳤으나 한지유의 얼굴은 평온했다.

아니지.

오히려 호기심 가득하게 이준의 잔근육을 유심히 살폈다.

“너 정말 훈련 열심히 했구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난 네가 어떻게 훈련을 했는지가 궁금해.”

한지유가 고개를 들이밀려고 하자, 이준은 안 되겠는지.

“밖에 나가 있어. 옷 갈아입고 바로 나갈 거야.”

한지유를 방 밖으로 밀어버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의 눈은 자신의 상체에 가 있었다.

한지유를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

덜컹덜컹.

문을 부수고 들어왔는지 고장나 있었다.

“저 또라이. 박혁진보다 더 하다니까.”

“이준, 아직 멀었어?”

“다, 다 했어.”

이젠 집도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

역시, 자신의 편안한 심처는 파랑이가 있는 게이트뿐이라고 생각했다.

이준이 교복으로 갈아입고 기숙사 방에서 나왔다.

“훈련을 얼마나 했길래. 그렇게 몸이 좋아?”

“이 변태야. 좀 작게 말해.”

“왜?”

한지유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됐고. 무슨 일인데 아침에 내 기숙사 방문까지 부수면서 들어왔어.”

“마, 말하는 걸 깜빡했던 건 아니야!”

그제야 용건이 생각났는지 한지유가 재빨리 말했다.

그 모습이 귀엽게도 보이겠지만, 이준은 아니었다.

“뭔데 이래?”

“놀라지 마. 천무대전 1등 상품인 마겁이 도난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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