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기본정보]
이름: 파랑이 - 성장도 70%
종: 십미호
희귀도: 블랙(현재 - 레드)
속성: 화, 수
호감도: 100
영역(1/2): 4대 성지의 금역(레드존)
-적대영역-
천상의 동쪽, 성화의 남쪽, 대지의 서쪽, 빙하의 북쪽 등 외 10곳.
[능력치]
공격력: A 방어력: A 속도: SSS
특수 공격력: A 특수 방어력: B
패시브 기술 - 마기(A)
액티브 기술 - 포식(SS), 죽음의 불꽃(S), 빙옥의 가시(S)
능력치가 대폭 올랐다.
D급이었던 능력이 A급 이상이 되었다. 물음표로 되어있던 속도는 무려 트리플S였다.
거기다 새로운 기술까지.
금상첨화였다.
두 개의 영약을 먹고 이 정도로 성장했다.
하나 남은 나머지 영약까지 먹이면 과연 어떤 괴물로 성장할까.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이준이 파랑이의 상태창을 껐다.
“계승의 꽃도 많이 컸네. 팔아도 되겠어.”
여러 개의 꽃이 피어 있는 게 보였다.
게이트가 레드존으로 격상하면서 꽃도 덩달아 성장한 것이다.
“암상에 슬쩍 하나 팔아볼까?”
이준의 손이 계승의 꽃 앞에서 멈춰 섰다.
“아니다. 팔 것도 많은데 다른 것부터 먼저 처분해야지.”
이준이 굽혔던 허리를 폈다.
파랑이에게 인사를 하고 오아시스가 있는 북쪽 영역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그의 앞에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살아있었구나?”
천중호수에서 이준을 보고 겁에 질려 도망친 녀석.
샥쿠와 샤크로아였다.
창을 바닥에 눕히더니 이준을 보며 인사했다.
“주, 주인을 뵙습니다.”
샥쿠의 육중한 저음이 울렸다.
기괴한 울음소리밖에 안 내던 몬스터였는데, 말도 하나 보다.
녀석의 부하인 샤크로아들도 머리를 땅에 박았다.
천중호수가 이준에게 귀속된 지금.
녀석들의 주인은 만년금구에서 이준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다른 몬스터도 속속 등장했다.
철장의 망치 때문에 3구간을 쉽게 건너뛰었더니,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 많이 있었다.
“다 모였나?”
몬스터들이 서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샥쿠가 육중한 저음으로 대답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너희들과 인사할 애들이 있어.”
스케먼 종족과 페어리 종족이었다.
갑자기 합쳐진 두 개의 게이트.
사이좋게 지내려면 안면을 터놔야 했다.
이준은 만년금구도 포함했다.
“너.”
[어허!]
“아, 진짜 그래야 해요?”
[어허! 사형이니라.]
사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사… 형도 와요.”
이준의 말에 몬스터들이 혼란스러워했다.
그들의 원래 주인은 만년금구.
인간에게 귀속이 된 만년금구는 상관이지, 자신들의 주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새로운 주인이 된 자가, 자신들의 예전 주인에게 사형이라고 한다.
그 뜻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주인이 예전 주인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다시 옛 주인을 우선으로 모셔야 할까 고민하는 찰나.
만년금구가 말했다.
[무신님 그만하세요. 다른 도련님께도 그러시더니, 그만 놀리세요.]
[에잉. 며칠만 더 놀리면 좋았을 것을. 서운하구나, 황금아.]
“진짜. 나이는 어디로 들었는지.”
[뭬야?!!]
이준의 중얼거림에 무극자가 꽥 소리쳤다.
“혼잣말이에요. 무시하세요. 자 따라와.”
만년금구의 배려 덕분에 사부의 마수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며칠 더 영물에게 사형이라고 부를 뻔했다.
이준이 천중호수의 몬스터를 이끌고 오아시스로 왔다.
그들을 처음 본 테구르가.
“으억!”
놀라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주, 주인님. 저, 저….”
테구르가 말을 더듬었다.
“인사해. 앞으로 같이 지낼 녀석들이야.”
“샤, 샥쿠에 만년금구까지… 켁.”
녀석들을 보며 기겁을 하던 테구르가 기절을 하고 말았다.
뒤이어 로티틸이 나왔다.
로티틸도 눈이 커졌으나, 테구르처럼 기절하진 않았다.
- 저들은…?
“앞으로 같이 지내게 될 친구들.”
- 안녕하세요.”
로티틸이 배꼽에 손을 얹으며 샥쿠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반갑다.”
두 몬스터가 악수를 했다.
기절했던 테구르가 일어났다.
자신의 추태를 민망해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테구르입니다요. 불편한 게 있으시면 저에게 언제든지 말씀하시면 됩니다. 헤헤.”
샥쿠의 강함에 곧바로 머리를 숙였다.
두 손을 삭삭 비비는 녀석.
역시나 상황판단 하나는 기가 막힌 녀석이었다.
* * *
신력권가의 가주실.
소파에 앉아 있는 권왕 이건무와 각을 잡고 서 있는 사형준이 있었다.
“이신의 호위에서 빠지겠다고? 천왕대 전부?”
“예. 주군.”
“심경변화의 원인은 이준이겠지?”
“그것도 없잖아 있습니다.”
“못난 놈 같으니라고.”
이건무는 사형준을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큰아들인 이신을 떠올리며 말했다.
사형준을 꼭 얻으라고 옆에 붙여 줬건만.
‘마음을 얻는 건커녕, 신뢰까지 잃었어.’
사형준은 이건무가 이끄는 권신단의 부단주다.
차기 단주로 이미 내정된 인물.
신력권가를 이끌려면 사형준을 꼭 얻어야 했다.
그런데 이신이 멍청한 짓을 하는 바람에 그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이준이 수미천왕신공을 써서 녀석에게 마음이 간 것이냐.”
“아닙니다. 이준 도련님의 특기는 권법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창법을 쓴다고는 들었다. 그 창법을 보았느냐? 어떤 종류인지는 아느냐?”
사형준이 고개를 저었다.
그도 전혀 모르는 종류의 창법.
현대에는 수많은 종류의 무공이 존재했다.
무공을 익힌 아시아 지역에서만 발견된 게 수천 종.
아직도 계속 새로운 무공이 발견되고 있었다.
하나 S급 무공서는 거의 모두 발견되었다.
심지어 달마신공이나, 천마신공까지 발견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준이 익힌 건 어떤 창법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저도 이준 도련님이 익힌 창법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네가 말이냐?”
“죄송합니다.”
사형준은 무림 사관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
이론도 아주 빠삭하다는 증거였다.
그가 모를 정도면 다른 이들도 모른다는 말.
대체 이준이 무슨 창법을 익혔을까.
“알 수 없다라…. 녀석의 자신감은 무공에서 나오는 듯했는데.”
이준이 수미천왕신공을 익혔다는 걸 알고 직접 봤다.
녀석과 손을 섞기도 했다.
주먹을 휘두르는데 한 치의 주저함이 없었다.
그것만 봐도 실력에 굉장히 자신 있어 보였다.
“녀석을 다시 가문으로 데려올 수 있나?”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권신단이 움직인다 하더라도?”
사형준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신력권가 최강의 단체.
단 50명만 투입해도 웬만한 중소 가문이나 길드는 쑥대밭으로 만들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을 마친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높이 평가한단 말이냐?”
“제가 처음 이준 도련님을 봤을 때는 D급이셨습니다.”
“그런데?”
뭔가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자, 이건무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자세히 들었다.
“두 번째로 뵈었을 때는 B급. 천중호수에서는 어떤 등급이셨는지 아십니까?”
“A? 아니면 AA급?”
이건무치고는 굉장히 후하게 등급을 줬다.
아무리 자신과 손을 섞었다 하지만, 못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측정 불가였습니다. 못해도 AA급. 아니면 그 이상의 경지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건무의 눈이 앞으로 튀어나올 듯 커졌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다.
설마 자신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다니.
“녀석이… 그 정도야?”
“그저 제 감일 뿐입니다.”
“네 감은 언제나 맞았다는 게 문제지.”
“죄송합니다.”
“미안할 게 뭐가 있나. 수미천왕신공을 배웠다면 당연히 나보다 강할 수 있을 거야.”
천왕신공이 A급이라면, 수미천왕신공을 필시 S급일 터.
이 한 단계의 차이는 절대 노력으로 메꿔지지 않았다.
그게 철혈검가의 일제와 오왕들의 차이였다.
“준이를 꼭 가문으로 데려와야 할 이유가 생겼군.”
“…….”
“녀석을 가문으로 데려오는 데 총력을 기울여라.”
“그리하겠습니다.”
* * *
이준은 몬스터들을 소개시켜 주고 게이트에서 나왔다.
그가 간 곳은 홍대였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물건을 팔 때가 되었다.
이준이 클럽 앞에 섰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남자가 그를 보자.
“아, 안내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남자는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갔고, 다른 남자는 이준을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띠링-
경매장에 도착했다.
남자가 안내 데스크로 이준을 데려갔다.
“도련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데스크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템을 감정하고 있던 한상인이 성질을 내었다.
“지금 다른 손님 하는 거 안 보여?”
그는 VIP손님.
웬만해서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처리해야 하는 귀중한 사람이었다.
“회장님의 손님이십니다.”
회장이라는 말에 한상인이 고개를 휙 돌렸다.
그의 눈에 들어온 청년.
예전에 굉장한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온 사람이었다.
암상의 아이디 파천자.
할아버지께서 그가 오면 최우선으로 모시라 했다.
“헉! 파천자 님.”
한상인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리고 먼저 와 있던 VIP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 대신 여기 있는 직원이 대신 감정할 테니 양해 좀 바랄게요.”
“아니 어디가? 난 당신에게 감정을 받으려고 왔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귀중한 손님이 오셔서요.”
“뭐라고? 나 여기 VIP야! 사장 나오라 해!!”
VIP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변의 시선이 모였다.
다행히도 이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니,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한상인이 직원을 보고 처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시면 됩니다.”
“됐어. 감히 날 업신여겨? 저놈이 누구기에 나를 무시하는 거야!”
VIP가 난동을 피우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타났다.
“저분은 금전노 아니야?”
“헉. 경매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지 20년이 지났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금전노는 이곳에서 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가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
의문을 떠올리고 있는데, 소란의 원인인 남자 앞에 섰다.
“파천자 님이시지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VVIP실로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금전노의 태도에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저 사람이 누군데 20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던 금전노께서 직접 안내를 하시지?”
“얼굴 본 사람 없어?”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이준은 금전노를 따라갔다.
경매장보다 더 아래층에 있는 VVIP실이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금전노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준에게 본론을 꺼냈다.
“암살을 부탁한 이들 중 한 명에게 들었다고 해두죠.”
정말 그랬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이에게 들었던 내용이었으니까.
“복수, 아직도 유효한 겁니까?”
이준의 말에 금전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후드티에 가려진 검은 눈동자를 봤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눈빛.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보다 우선적으로 파천자의 말에 대답해야 할 듯싶었다.
금전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효합니다.”
“그 복수. 제가 해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