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기본 정보]
이름: 파랑이 - 성장도: 1%
종: 청호(?)
희귀도: ??
속성: 불
호감도: 30
- 「마기가 부족해….」
영역(1/2): 청호의 보금자리(그린존)
[능력치]
공격력: F 방어력: F 속도: ???
특수 공격력: F 특수 방어력: F
패시브 기술 - 무
액티브 기술 - 무
파랑이의 상태창을 본 이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드디어 자세한 내용이 나왔다.
“마기 때문에 파랑이가 아픈 거였어.”
이준이 파랑이를 끌어안았다.
혼원신공을 끌어올리자 몸에서 회색빛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파랑이에게 마기를 주입하려는데 무극자 사부가 말렸다.
[흡공은 쉽다만 기를 분출하는 기공은 잘못하면 큰일 나느니라. 지금 네 수준 가지고는 어림도 없으니 하던 걸 멈춰라.]
“마기가 부족하다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은 내 몸에서 나온 기운으로 보충하고 내일 현장 실습을 가는 날이니 데리고 가라.]
이준이 파랑이를 돌아봤다.
녀석이 입을 활짝 열고 고개를 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공기 중에 퍼진 혼원신공의 기운이 녀석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파랑이가 벌렸던 주둥이를 닫았다.
전과는 다르게 기운을 조금 차린 듯싶었다.
이준도 운용하던 혼원신공의 내기를 거둬들였다.
“에휴. 키우는 법이라도 알면 좋을 텐데.”
걱정스러운 눈으로 파랑이를 내려다봤다.
녀석이 폴짝 뛰어 다리 사이에 몸을 뉘였다.
마치 어미 품을 찾아온 새끼 같았다.
새근새근.
파랑이는 30초도 되지 않아 바로 잠들었다. 녀석을 제 보금자리에 놓고는 침대에 누웠다.
“내일 파랑이의 상태가 나아지면 좋겠다.”
* * *
운동장에 모여 있는 학생들은 시끌벅적했다.
1, 2학년이 같이 나가는 현장 학습 날. 학생들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한 얼굴이었다.
“넌 어디 갈지 정했어?”
“아직. 넌 어디로 갈 건데?”
“난 미궁의 보물 창고나 갈까 생각중이야.”
“난 너 피해서 샥의 해변으로 가야겠다.”
“나도 너랑 갈 생각 없거든!”
학생들이 각자 어디로 갈지 정하고 있는 사이, 5반 담임인 김태형이 운동장에 세워진 버스 쪽으로 왔다.
“갈 곳은 다 정했지?”
“네.”
“폐쇄된 게이트 위주로 정해졌으니까 안심하고, 인솔자 선생님 말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에 하나 말 안 들었다는 소리 들은 놈들은 전부 감점할 줄 알아.”
“네에!”
“1번 버스는 염화의 동굴, 2번 버스는 샥의 해변, 3번 버스는 미궁 보물창고로 출발하니 각자 버스에 올라탄다. 실시.
학생들이 버스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이준은 한지유에게 고개를 돌렸다.
“너 먼저 타.”
“너 타는 거 보고.”
“그러던지.”
등교하자마자 한지유가 따라붙었다.
관찰을 핑계로 자신을 감시하려는 것이다. 게이트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지켜보려는 거다.
괜히 피자집을 가가지고.
한지유의 관심을 더욱 끌어 버렸다.
그녀에게서 신경을 껐다.
한지유는 미래에 검후가 될 상. 그 정도로 싸움을 잘했다.
이기홍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신기지가에서 돌연변이가 태어났다 할 정도.
한지유 못지않게 자신도 강했지만, 괜한 충돌은 피하고 싶었다.
미래의 아군이 될지 모르니까.
트러블이 나는 건 사절이다.
염화의 동굴로 가는 1번 버스에 올라탔다. 이미 타 있는 학생 중, 한 남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배님 오셨습니까?”
허수란 인상이 험악한 남자 후배였다.
“그렇게 인사하지 말라고 했지?”
“시정하겠습니다. 선배님.”
녀석은 몇 번을 말해도 똑같은 태도였다.
“하. 너 이름이 뭐냐.”
저번에도 이름을 들은 것 같은데 까먹었다.
굳이 남자 이름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허수입니다. 선배님.”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기억 못할 정도면 미래에 이름을 날리지 못했다는 말.
녀석에게 관심을 껐다.
“다음부터 또 그러면 가만 안 둔다. 허수야.”
“영광입니다. 선배님.”
이준의 한숨이 더 늘었다.
한 명은 자신을 감시한다고 쫓아다녀, 한 명은 보는 내내 조폭처럼 인사해.
평화로웠던 학교 생활이 왜 이렇게 꼬였을까.
학교에서 꼭 얻어야 할 아티팩트가 없었다면 이미 자퇴하고 남았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다.
인싸나, 일진들의 전용석은 버스 맨 뒷자리.
자신은 익숙한 자리를 선택했다.
뒤이어 한지유가 옆자리에 착석했다.
그녀가 앉자 마지막으로 김태형이 버스 안으로 들어왔다.
“이 인원이 끝인가?”
그가 인원을 체크했다.
이준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버스를 출발시켰다.
목적지는 한남대교 다리 밑.
염화의 동굴은 그곳에 있었다.
신력권가가 관리하는 게이트로 이곳 또한 청호 보금자리와 마찬가지로 보상이 짰다.
보스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아 버려진 사냥터였다.
‘불의 돌을 얻고 출처를 퍼트리면 가문에서 뒷목 잡을 거야.’
불의 돌의 쓰임새는 다양했다.
그 중 하나가 망가진 단전을 치료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작은 아버지의 성격으로는 이기홍의 단전을 고치기 위해 모든 정보를 동원할 터.
불의 돌이 딱 알맞은 물건이었다.
‘이기홍의 단전을 회복하게 둘 수는 없지.’
희망을 주고 절망에 빠트린다.
이기홍에 대한 복수는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다.
‘나락으로 빠져 봐야 내가 과거에 겪었던 좌절감을 조금이라도 느껴 보지.’
이준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옆에 한지유가 있다는 것도 깜빡했다.
“변태.”
“뭐?”
“웃는 게 꼭 범죄자 같아.”
“괜히 옆에 앉아 가지고 시비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친해질래야 친해질 수 없는 여자였다.
이준이 팔짱을 조심히 끼며 눈을 감았다.
가슴 안쪽에는 파랑이가 있기 때문.
녀석이 놀라지 않게끔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 모습이 더 이상해 보였을까.
“더러워.”
한지유가 인상을 찡그리며 쓰레기를 보듯 쳐다봤다.
“이걸 진짜!”
이준이 눈을 부라렸다.
그녀에게 화를 내려는데, 손에 들린 검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착한 내가 참는다.”
한지유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뉘였다.
* * *
용산에 위치한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간 이동하니 한남대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굴다리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섯 명의 남자들.
김태형은 그들을 발견하자, 학생들을 인솔해 그리로 갔다.
“반갑습니다. 이 아이들의 담임인 김태형입니다.”
“열화권의 자자한 명성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오행권의 명성에 비하면 보잘 것 없습니다.”
김태형이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머리에게 굽실거렸다.
그의 이름은 강민재로 신력권가의 무력부대인 투신단의 조장이었다.
각성등급은 B급.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닐 만한 인사였다.
김태형이 학생들에게 강민재를 소개시켰다.
“여긴 인솔자로 와주신 신력권가의 투신단 소속 무인들이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다. 투신단 3조장 강민재라고 한다. 우리만 따르면 게이트 안에선 아무 일도 없을 거다.”
자신감 넘치는 강민재의 말에 학생들이 동경 어린 눈으로 박수를 쳤다.
이준만이 가만히 있었다.
‘날 죽이려 온 건가? 아니면 불의 돌을 찾으러?’
투신단은 최소 C급 각성자로 일류의 실력을 가진 무력부대였다.
현장 학습 인솔자로는 과한 전력이었다.
후자라면 가문의 정보망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의 돌은 지금부터 5년 후에 발견되었으니까.
‘전자도 후자도 아닌 두 가지 다 일 수도 있고.’
이준은 가문에 당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음흉하기에는 패왕도가보다 더한 곳이다.
하나 확실한 건 자신을 여기서 죽이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현장 학습으로 올 정도로 안전한 곳.
다른 말로는 변수를 창출하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였다.
마침 강민재가 이준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너도 여기 있었나?”
“너도?”
“내가 형이니까 말 놓을게.”
이준이 피식 웃었다.
“마음대로 해. 대신 나한테 윗사람 대접 받으려곤 하지 마.”
강민재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원래 저런 성격이었나?’
이준의 성격은 익히 알고 있다.
독사인 척하지만, 여렸다.
삼재심법을 계승해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었다.
하나 지금은 어떤가.
몸에 여유가 배어 있었다.
강한 자만이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그런 여유랄까.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았다.
“쿨해서 좋군. 자 다들 안으로 들어가자.”
강민재와 투신단이 앞장섰다.
바리케이트를 지나자 허공에 초록색 원이 보였다.
그린존 게이트. C급 각성자가 공략할 수 있는 난이도를 가졌다.
모두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1학년 후배인 허수가 안으로 들어가기 전.
“선배님 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하지 않아도 될 예의를 지키며 안으로 사라졌다.
이준이 그린 존 게이트를 보며 살짝 웃었다. 해맑은 미소가 아닌 차갑디 차가운 섬뜩한 미소였다.
‘이걸 어쩌나. 너희만 변수 창출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닌데.’
가주 직속 최강의 무력집단인 권신단도 아닌, 투신단 따위가 직계 자손인 자신에게 ‘너’라니.
잘 돌아가는 집안이다.
기강이 해이해졌으면 바로 잡아야지.
‘여기선 내가 너희를 죽여도 도움을 구할 수 없을 거야.’
살기 가득한 웃음을 흘리면서 이준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 있던 한지유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손이 검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하마터면 뽑을 뻔했다.
“조금 전 살기는 뭐지…?”
쩌릿할 정도의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했다.
D급 각성자에게서 말이다.
물론 이준이 D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청호의 보금자리를 혼자서 클리어했을 수도 있겠어.”
조금 전의 살기는 B급인 자신도 두려울 만큼 농밀했다.
특급 살수만 가질 법한 고도의 살기.
그런 위험한 살기를 D급 각성자가 가지고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한지유가 뽑았던 검을 도로 집어넣고 이준의 뒤를 따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 * *
안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주위를 신기한 듯 살펴봤다.
염화의 동굴은 이름 그대로 후끈했다.
용광로 안의 열기가 이와 같을까.
“더워 죽겠어.”
“벌써 땀나. 등도 축축하고 찜찜해.”
학생들을 보고 강민재가 말했다.
“내공을 써서 몸을 보호하면 된다.”
이준은 이미 혼원신공을 끌어 올려 열기에 대항했다.
‘이러니까 이곳이 버려졌지.’
그린 존 게이트는 대부분 평야, 야산, 숲, 동굴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기온이나,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까다롭고 보상도 적은 염화의 동굴은 각성자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됐다.
[몬스터가 너희들을 공격하지 않는구나.]
‘비선공 몬스터라 그럽니다.’
학생들과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 몬스터가 있었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쥐새끼.
키는 성인 남자의 절반밖에 안됐다.
고블린과 키가 비슷하다고 할까?
손엔 창과 검, 활 다양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스케먼이라 불렀다.
[불의 돌은 어떻게 가지고 나올 생각이냐. 저 놈들이 널 잡아먹으려고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내는구나.]
‘곧 수십 개의 동굴이 나올 거예요. 아마 그쪽에서 작업을 걸어 올 것 같아요.’
수많은 동굴이 나올 거라 자신을 감시하는 한지유와 떨어질 방법을 찾을 필요 없었다.
무엇보다 저 머저리들.
투신단이 자신과 학생들을 알아서 떨어트려 줄 거다.
곧이어 이준 말대로 수십 개의 동굴이 나왔다.
강민재가 몸을 돌려 학생들에게 말했다.
“여기 앞쪽부터는 미개척 지역이다.”
“미개척 지역이래.”
“앞에는 뭐가 있을지 졸라 궁금하네.”
“아쉽지만 너희들은 여기 말고 개척된 곳을 둘러봐야한다.”
학생들이 아쉬워했다.
“이번 기회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곳에 와 보냐.”
“미개척 지역이라 그런지 한 번 가보고 싶긴 하다.”
그들의 말에 김태형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
‘계획대로 되고 있어.’
웃음을 지우고 강민재에게 가서 부탁했다.
“애들 말대로 한번 와볼까 말까한 곳인데 안전한 곳까지만 탐험하면 어떻겠습니까?”
“으음….”
강민재가 생각하는 척 턱을 매만졌다. 같이 온 투신단과 김태형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그 행동이 이준의 눈에 잡혔다.
‘저런 병신들한테 당할 생각을 하니, 기분 엿 같네.’
뻔한 수에 이준이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