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9 >
그의 말대로 첫 작품으로 가락지의 제왕 제작에 들어갔고, 연이어 핸리 포터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보여줄 만한 결과물이 없는 것도 사실 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동민으로서는 도박을 하는 척 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다.
“저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택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초와 말에 개봉하는 가락지의 제왕과 핸리 포터의 성적을 보고 결정하시는 건 어떨까요?”
“저희야 그때까지 여유를 주신다면 회사 임원진을 설득하기가 쉬워지겠지만, 정말 자신이 있으신가 보군요.”
“이정도 확신이 없다면 트랜스포밍 로보트 같은 훌륭한 컨텐츠에 욕심을 부리면 안 되겠죠.”
“하하. 역시 마음에 드시는 군요.”
“대신 제가 한 발 양보하는 만큼 결과가 발표 되었을 때 지분 비율을 달리 하고 싶습니다. 흥행에 실패한다면 판권을 포기 하겠지만, 적당히 흥행 했을 때와 크게 흥행 했을 때 차이를 두고 싶습니다. 매출이 5억 달러를 넘어가면 지분 비율을 더 높이는 조건으로 하고 5억을 넘기지 못 할 경우 지분은 낮추고 가격을 더 높여 드리겠습니다.”
“설마 두 작품을 합쳐서 흥행 수익 5억 달라 라고 말하시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각각 5억 달러 입니다. 두 작품을 합치면 흥행 수익 10억 달러가 되겠군요.”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흥행에 성공해서 지분을 많이 드리더라도 그만큼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겠군요. 일단은 괜찮은 것 같으니 이 조건으로 계약서를 만들었으면 하는군요.”
“결정이 빠르신걸 보니 트랜스포밍 로보트의 수장다우십니다. 자세한 내용은 담당자를 보내 작성하도록 할 테니 오늘은 한국의 궁중 음식을 경험해 보시지요.”
동민은 트랜스포밍 로보트의 대표를 안심시키기 위해 5억 달러라고 말했지만, 가락지의 제왕 1편은 8억 7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거기에다 동시 촬영을 마친 2편과 3편의 매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게 되는데, 2편이 9억 2천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고 3편은 11억 2천만 달러를 찍으면서 3편을 모두 합쳐 30억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리고 2001년 연말에 개봉하는 핸리 포터 1편은 혼자서 1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달성하며 내년 개봉작 중 최고 매출을 기록하게 되니 트랜스포밍 로보트 계약에서 아주 유리한 입장으로 조율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럼 계약서 사인 할 때 다시 뵙겠습니다.”
“그때는 제가 괜찮은 곳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긍정적인 결과를 만든 동민은 기쁜 마음으로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나왔고, 회사의 법률팀에게 계약서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계속 신경 쓰고 있던 트랜스포밍 로보트의 계약이 일단락되자 동민의 첫 할리우드 데뷔작 홍보에 집중 했고, 금방 시간이 흘러 시사회 날이 다가왔다.
“이야. 드디어 다니엘 영화를 볼 수 있는 거야?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거야? 나한테도 안 보여주고 너무했어.”
“조니도 본인이 나온 작품들 미리 안 보여줬잖아요. 다 알면서 그래요.”
“그거야 나는 일개 배우 나부랭이일 뿐이니까 그런 거고, 넌 제작자에 감독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잖아. 하여간 축하한다. 드디어 할리우드에 데뷔를 하게 되었구나. 내가 너를 처음 보았을 때는 영어도 잘 못하는 초딩이었는데, 시간이 참 빨라.”
“그때는 조니도 어리고,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었죠. 하여간 와줘서 고마워요.”
조니 데브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리버 피닉서는 동생 호아킨과 절친 카이누 리부스와 함께 시사회장에 찾아와 축하해 주었다.
이후로도 전성기 외모를 자랑하고 있는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가 베프인 토미 맥과이어와 함께 나타났다.
“이상하게 너는 볼 때마다 한국에 같이 놀러갔던 기억이 난단 말이야.”
“리오는 영화 홍보로 한국에 몇 번 놀러 갔었잖아.”
“그래도 다 같이 갔을 때가 더 재미있었어. 이번에는 오락실이 잘 안보여서 PC방이라는 곳에 갔는데, 거기도 대단하더라.”
“나는 그때 이후로 한국에 간 적이 없는데, 나도 다시 가보고 싶네.”
“토미는 내년에 개봉하는 스파이더 가이 홍보로 갈 수 있을 거니 걱정 하지 않아도 괜찮아.”
두 사람 다음으로 영화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앤젤리나가 도착해 동민을 안아 주었다.
“드디어 네 꿈을 이루었구나. 내가 주연으로 영화를 준비할때 너도 영화를 개봉하게 되어 참 기뻐.”
“고마워. 너도 앞으로 더 잘 될 거야. 우리 서로 힘내자.”
초등학교부터 쭉 함께 자라며 세탁소에 가장 많이 놀러왔던 앤젤리나는 내년에 촬영을 시작할 도굴꾼을 위해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고, 몸 여기저기에 멍 자국이 눈에 띄었다.
드디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동민을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 앤젤리나는 자신도 열심히 하겠다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앤젤리나 보다 조금 늦게 만났지만, 세탁소 떡볶이 멤버인 드류 배리모어도 축하 한다며 등을 팡팡 두드렸다.
이후로도 동민과 친분이 있는 감독들이 데뷔를 축하하며 시사회장에 찾아왔고, 알고 지내는 배우 이외에도 조금 안면이 있는 배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객석을 채워 주었다.
“다니엘. 축하하긴 하는데, 이건 조금 과한 거 아니야? 시사회인데 무슨 아카데미 시상식 같은 분위기네. 그나저나 음식은 잘 준비 했지?”
“브래들리가 좋아하는 꼬마 김밥이랑 소고기 김밥이 있으니까 마음껏 먹고 가요. 예상했던 인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줘서 고맙긴 한데, 당황스럽긴 하네요.”
“그만큼 네가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사람이라는 거겠지. 그래도 널 욕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잘 하고 있어.”
브래들리 피트가 쿨하게 인사를 하고 들어갔는데, 그의 이야기대로 시사회장에 찾아온 동민의 지인들만 해도 엄청난 사람들 이었고, 거기에다 카메오로 출연한 유명 기업인마저 참석 하면서 취재진이 정말 유명 시상식장 처럼 몰려왔다.
나름 연륜이 있는 기업 대표들은 능숙하게 인사를 하고 입장 했지만, 관종끼가 있는 엘론 마스크는 기자 한명 한명과 인터뷰를 했고, 인증 사진도 엄청나게 찍으며 들어왔다.
안타깝게도 아직 그의 이마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바쁘신 와중에도 여기까지 찾아 주셔서 감사 합니다. 다들 궁금해 하시는 것 같으니 영화를 빨리 틀어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주연 배우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한 동민은 시사회를 시작했고, 관객들은 웃으며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했다.
영화가 끝나고 배우들과 제작진이 다시 올라와 인사를 했고, 비평가와 기자단의 질문을 답하자 시사회가 끝이 났지만, 사람들은 돌아가지 않고 남아 한국식 뷔페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었다.
“다니엘. 잠깐 이쪽으로 오지. 할 이야기가 있어.”
“조금 무섭긴 하네요. 살살 해 주세요.”
동민은 부른 사람은 동민의 실질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스필버그였고, 그의 옆에는 별들의 전쟁, 인디아나 존슨의 감독인 조지 누카스와 마르틴 스콜세지, 프란체스 포드 포콜라와 브라이언 드 팔머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흥행 위주로 만든 오락 영화이다 보니 비평을 하자면 후드려 팰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었고, 명작을 만드는 감독들이라면 날카로운 지적을 할 터였다.
“흥행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 보이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미가 너무 뛰어나서 오락 영화 같지 않았지만, 덕분에 몰입감이 훌륭했어.”
“화면에 집중을 시키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유머 요소를 집어넣어 강약 완급을 아주 잘 조절했더군.”
“시나리오만 보면 유치할 수 있었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워낙 잘 하고, 연출이 뛰어나서 딱히 흠 잡을 곳이 없더구나. 잘 했다.”
“혼 날 줄 알았는데, 너무 칭찬만 해 주시니 조금 이상하네요.”
“그야 처음에는 사탕을 주고 그 다음 때려야 더 아픈 법이니 그런 것 아니겠니?”
부드러운 표정으로 동민을 칭찬했던 감독들은 눈빛이 돌변하더니 자신이 느꼈던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며 돌림빵을 놓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지적은 예술성을 위한 도전을 하지 않고,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었는데, 동민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한국을 알리는 것이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영화에도 한국인은 출연하지 않지만, 김치를 비롯해 한국을 언급하거나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은근 많이 나오면서 대중에게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예술 영화는 동민이 유명해 진 다음에도 만들 수 있지만, 일단은 흥행 감독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다지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래도 선배 명감독들의 지적을 감사하게 받았고, 앞으로는 참고해서 연출에 적용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조지 누카스만 동민의 아이디어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며 비슷한 컨셉의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했다.
누카스가 비록 연출은 잘 못하지만, 컨셉 제작의 천재답게 웹소설의 흥행 공식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고, 환생이나 회귀를 이용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오늘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비평단의 평가는 전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나왔다.
오락 영화이긴 하지만, 영상미로 무게감을 더했고, 조금은 교훈도 남겼기에 예상보다 조금은 후한 평가가 나왔다.
할리우드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동민의 눈치를 보았을 거라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영화 비평가들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작자들이었기에 그만큼 동민이 데뷔작의 균형을 잘 잡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아들. 고생 많았어. 그렇게 영화감독이 될 거라고 하더니 정말로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개봉 하는구나.”
당연히 시사회에 참석을 위해 찾아오신 부모님은 아들의 영화를 보고 감격 하셨고, 엄마는 눈시울을 붉히며 좋아 하셨다.
“이미 한국에서 감독 데뷔를 했는데, 호들갑은. 동민아 이번 작품도 훌륭하긴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 성적도 아주 잘 나왔고, 아시아 한정이긴 하지만, 수출도 잘 되고 있단다. 요즘은 남미랑 유럽에서도 연락이 와서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있지.”
아버지는 아무래도 영어로 만든 ‘미국 에너지 재벌 3세’보다 한국어로 나오는 ‘두개의 심장’을 더 좋아하셨다.
“그리고 내후년에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지 않니? 그래서 네 영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구나. 극장에서 막을 내렸는데도, 오히려 월드컵이 가까워질수록 이슈가 될 것 같아. 그것 때문인지 요즘 한국에서 축구 관련 영화를 많이 만들고 있는데, 원하는 데로 영상미가 안 나와서 고생하고 있더라.”
동민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축구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월드컵 준비까지 겹치면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축구 협회에서 연락이 오긴 했는데, 네가 미국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어 시간이 없다고 대답했다. 아마 또 연락이 올 것 같은데, 한번 만나보고 이야기 해 주마.”
아빠가 계속해서 축구 이야기를 하자 엄마가 아빠를 끌고 사라졌고, 동민은 다른 사람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시사회를 마칠 수 있었다.
< 249 > 끝
ⓒ 돈많을한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