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43화 (243/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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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이 한국에 와서 감독들을 만나고 다녀 보니 2000년을 전후로 해서 한국 영화가 크게 달라지는 시기 같았다.

할리우드 영화와는 원래부터 경쟁이 되지 않았고, 홍콩 영화에도 밀리는 상황이었는데, 홍콩 영화계가 몰락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한국이 경제 위기로 부터 벗어나 성장을 시작했고, 거기에 적절하게 영화도 부상하고 있었다.

작년에 시뤼를 시작으로 올해는 공동경비지역이 한국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내년에는 4인방 친구의 이야기로 화려하게 불꽃을 피워낸다.

“이 타이밍에 나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그렇다고 영화 역사가 틀어질만한 작품을 발표하면 안 되니까 좋아하는 오락 영화를 만들면 되겠지?”

한국을 사랑하는 동민은 혹시나 자신의 참견으로 영화 역사가 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다양성을 위해 한국에 없던 장르를 만들 계획이었다.

“닐. 로스앤젤레스로 바로 돌아가려 했는데, 계획이 변경 되었어요. 한국에서 영화 하나만 후다닥 만들고 갈게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에요? 거기다 영화를 어떻게 후다닥 만들 수 있단 말이에요?”

“한국이 빨리빨리의 나라잖아요. 금방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거기에다 제작비가 할리우드의 1/10이니까 제작비 걱정도 하지 말고, 이번 영화는 개인 자금으로 만들고 갈게요.”

“어휴··· 다니엘이 하고 싶다니 말릴 수 없겠네요. 예산은 그렇고 촬영 기간은 얼마나 생각하고 있어요?”

“두 달에서 세달 정도면 될 것 같네요. 정 안되면 편집을 미국 가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어느 정도 자포자기한 닐은 어차피 영화를 만들기로 했는데, 한국에서 촬영 한다면 부담 없이 만들 수 있겠다며 필요한 게 있으면 요청하라고 했다.

“그럼 장비랑 컴퓨터 그래픽 디렉터 한 명만 보내줘요.”

한국에도 컴퓨터 그래픽 기술자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지만, 3D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 아직 부족한 건 사실 이었다.

이번 기회에 한국에도 미국 기술을 알려 줄 생각 이었고, 작업자는 한국에서 고용하되 그래픽 디렉터는 미국에서 실력이 좋은 사람을 초빙하기로 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영화 준비를 하고 있는 동민에게 자신의 데뷔작 편집 작업을 끝낸 봉호준 감독이 찾아왔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만들기로 한 거야? 네가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궁금해서 빨리 편집을 마치고 달려왔어.”

“영화는 마음에 들어요? 플란다스의 강아지였나요?”

“항상 아쉽긴 하지만, 나름 만족스럽게 완성 된 것 같아. 직접 장편 영화를 만들어 보니 배우는 게 많긴 하더라.”

이번 작품은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 하고 3년 뒤 연출하는 작품이 흥행에 성공 하면서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봉호준의 영화 스타일 중에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뽑으라면 왕성한 활동을 하는 할리우드와는 다르게 3년에서 4년에 한 번씩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 말고는 동민이 너무 좋아하는 롤 모델 같은 감독 이었다.

그런 봉호준에게 급하게 준비한 시나리오를 보여 주자니 민망한 감정이 올라 왔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영화라 쪽팔리는 걸 받아들이고 각본을 보여 주었다.

“우와. 스포츠물이라니 특이한 선택을 했네. 그것도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스포츠인 야구가 아니라 축구라니 설마 2년 뒤에 있을 월드컵을 노리고 만드는 거야?”

“어느 정도 월드컵을 의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2년 뒤에 영화를 개봉할 생각은 없어요. 빨리 작업을 마쳐서 올해 바로 개봉하려고요.”

동민과 대화를 하면서 시나리오를 빠르게 읽은 봉호준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너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야? 어떻게 한국 출신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최강팀인 유나이티드 멘체스터에 입단해서 골을 넣고, 시즌 챔피언 트로피와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는 거야? 이건 말이 안 되잖아.”

프로 축구는 아직 한국에서 크게 인기가 있는 스포츠 종목이 아니었고, 특출난 선수 한 두 명이 해외 리그로 진출을 하기 시작했지만, 중계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야구처럼 큰 인기를 얻지는 못 하고 있었다.

차범군이라는 특별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영상을 접하지 못 한 사람들은 전해져 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라 알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는 선수가 나타난다는 건 소설에나 나올 만 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야구 같은 경우에는 심리전이 들어가서 영화로 만들지 좋지만, 넓은 운동장을 뛰어 다니는 축구는 영상으로 긴박감을 살리기 어렵지 않을까?”

“특수효과 촬영 장비를 미국에서 가기고 오는 중이라 멋있는 장면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후작업도 할 거고요.”

중계 카메라 환경도 열악한 2000년도에 멋있는 축구 영화를 만든다는 건 비용도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동민은 전생에 아디다스나 나이키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멋있고 현실감 넘치는 광고 영상을 여러번 보았고, 촬영 기법도 자세히 알고 있기에 그림 같은 영상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슬로우 비디오와 타임렙스를 이용한 극적인 장면 연출과 1인칭 바디캠 카메라를 이용한 현장감 넘치는 효과도 더할 계획 이었다.

마지막에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야겠지만, 아직은 프리미어 리그의 몸값이 그렇게 까지 부풀지 않은 상황이라 적당한 비용만 지불하면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동민에게 불가능한 일이란 지불할 돈이 부족한 일 뿐인데, 절대 자금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황당하긴 해도 재미는 있겠네. 무명의 대학 출신 축구 선수가 성장하면서 국가 대표로 발탁되고, 월드컵에서 활약하면서 해외 진출을 한 다음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유럽 무대를 휘어 잡는다라. 남자들의 로망 같은 내용이네.”

몇년만 있으면 정말로 일어날 일이었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상상이라고 해도 말이 안 된다며 욕을 먹을 가정 이었다.

후속편으로는 축구 선수로 대성하지 못 한 남자가 자신의 아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어려서 부터 직접 트레이닝을 시켜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득점왕이 된다는 영화도 생각 하고 있었는데, 일단 이번 영화의 반응을 지켜보고 만들기로 했다.

봉호준가 황당하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관객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영화 같은 일이라고 받아들이겠지만, 몇 년 뒤 해버지가 유나이티드 맨체스터에 입단해 세계적인 플레이어와 발을 나란히 하는 걸 보게 되면 동민의 영화가 예언서였다는 걸 알게 될 것이었다.

‘너무 완벽하게 같은 내용이면 안 되니까 조금은 각색을 해야겠다.’

주인공의 출신을 대학이 아닌 상무 출신 축구 선수로 설정했고, 기본기가 탄탄하고 쉬지 않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성실함을 무기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내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월드컵에서 원더골을 넣으면서 국민 영웅으로 등극하고, 네덜란드 말고 독일에 진출하였다가 영국으로 입성하는 줄거리를 만들었다.

“이거 한편으로 만들기에는 내용이 너무 많은데? 마지막에 유럽 진출은 간략하게만 넣는 거로 하고, 한국에서 무명의 선수가 월드컵에 나가서 원더골을 넣는 것까지로 이야기를 풀어야겠네.”

이천년의 대한민국은 인력이 넘쳐흐르는 시대였고, 동민은 금방 스태프를 구할 수 있었다.

배우는 유명 배우 보다 무명이더라도 축구 실력이 있는 사람을 뽑고 싶었고, 생각보다 한국에는 축구를 잘하는 배우가 많이 있었다.

그렇게 출연자도 모두 섭외가 되자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축구 실력이 준수한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 했다.

영화의 현실 모델인 해버지를 잠깐이라도 출연시키고 싶었는데, 지금은 일본에서 활동 중이라 한국에 따로 부를 수가 없었다.

“테리우스 안정한도 출연 시키고 싶은데, 올해 이탈리아로 진출했네? 그나마 이전수는 한국에 있구나.”

미래에 유명해지는 축구 선수 중에 몇 명을 영화에 특별 출연 시킬 수 있었고, 그들이 배우들에게 멋있게 공을 차는 법도 자세히 알려 주었다.

“이야. 이렇게 멋있는 장면은 유럽 축구에서도 못 봤는데, 영화 카메라로 찍으니까 다르긴 다르구나.”

“이전수 선수는 드리블이 너무 빨라서 카메라 감독님이 따라가기 힘들데요. 조금 천천히 달려 주세요.”

“그러면 타이밍이 어긋나서 잘 안 되는데요? 상대방을 제치려면 빨리 공을 움직여야죠.”

아직 젊은 이전수가 시키는데로 안하고 계속 튀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다른 선수에게 드리블 연기를 부탁했고, 이전수는 프리킥을 차는 장면에서 대역으로 사용했다.

그렇게 한 달 만에 적절한 코미디와 판타지 스러움, 그리고 인간승리의 감동을 잘 버무린 영화 촬영이 끝났다.

한국에서 촬영해야 하는 부분은 한 달 만에 완성 되었고, 영국으로 날아가 마저 촬영을 해야 했는데, 주인공과 스태프만 이동하고 현지에서 실제 선수들이 출연하면 되었기에 영국으로 날아가 일주일 만에 남은 장면 촬영도 마무리 했다.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가 영화를 찍는 동안 축구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해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직접 뛰고 있는 선수들과 공을 주고 받을 정도는 되지 않기에 주요 장면에서만 주인공의 얼굴이 나오도록 하고, 대부분의 장면은 1인칭 시점으로 선수의 머리에 카메라를 씌운 채 촬영했다.

“모자를 쓰고 드리블을 하다니. 신기하네요.”

“쉽지 않으시겠지만, 가능하면 머리를 안 흔들리게 해 주세요. 상대 선수들에게도 과격하지 않게 조금 천천히 움직이라고 했으니 원래 속도의 절반으로 움직여도 괜찮을 거예요?”

“그러면 너무 느리지 않나요?”

“필름을 2배 속도로 돌리면 되니까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천천히 해 주세요.”

동민은 어떤 선수에게 부탁할까 고민하다 아수날에서 뛰고 있는 티에라 앙리에게 촬영을 시켰고, 그는 화려한 드리블과 강력한 슈팅으로 그림 같은 장면을 완벽하게 보여 주었다.

자신이 맨체스터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에 불만을 표하긴 했지만, 얼굴이 나오질 않으니 괜찮다며 그를 다독였다.

유나이티드 맨체스터에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들은 주인공의 동료로 나와야 했고, 우아한 볼 컨트롤은 앙리가 제격이었기에 그가 카메라를 머리에 달고 촬영에 임했다.

‘영국 말고 스페인으로 주인공을 보낼걸 그랬나? 그랬으면 지단이랑 호나우도, 피구를 볼 수 있었을 건데.’

호나우도와 지단은 아직 레알 마드리두에 입단 하지 않았지만, 그것 까지는 모르는 동민이 아쉬워했지만, 영국에서 활동 중인 전설적인 선수들을 직접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아직 프리미어리그가 다른 유럽 리그에게 밀리는 시대라 구단 가격이 저렴하던데, 하나 인수 할까?’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 리거가 탄생하고, 영국 프로 축구의 전성기가 찾아오면서 구단의 몸값도 오르게 되기에 살짝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동민은 영화감독으로서 영화에 집중을 해야 했기에 영국까지 자주 찾아오는 데는 한계가 있어 포기해야 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있었고, 대신 다른 스포츠 구단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 24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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