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42화 (242/265)

< 242 >

“웰컴투 코리아~!”

“다니엘! 한국에서 만나니 느낌이 다르네.”

공항 출구로 나온 배우들이 동민을 안아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한국에 도착한 배우들은 챈들러와 조이, 피비, 레이첼, 조이, 모니카 역을 맡고 있는 이들로 모두 드라마 친구들에 출연하는 배우였다.

드라마 친구들은 1994년에 처음 방영을 시작하여 어느덧 시즌 6까지 나와 있었고, 시즌 6가 끝나고 잠깐 쉬는 기간 동안 홍보를 위해 한국에 찾아오게 되었다.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배우들의 출연료도 많이 비싸 지면서 해외 홍보를 위해 6명 모두 모으는 건 아주 힘든 일이었지만, 캐스팅 때부터 친분을 다져온 동민이기에 모든 멤버를 한국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일본도 아니고 2000년에 한국 홍보 방문을 하러 간다고 하면 기대를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동민이 여러 배우와 감독을 한국에 보내 극진히 대접했고, 한국에 가면 재미있게 일하다 올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은근 한국행을 기대하는 배우가 많아졌다.

“아시아에 우리 팬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 공항에서 부터 이렇게 환영 받기는 처음이야.”

“여기서 오래 있을 수는 없으니 적당히 사인해 주고 숙소로 이동하자.”

드라마 친구들 배우의 방한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생각 보다 훨씬 다양한 연령층이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고, 특히 10대와 20대 30대까지도 친구들을 보면서 영어공부를 하는 이들이 많이 있었기에, 자신이 즐겨 보는 에피소드의 대사를 모두 외워버리는 팬도 존재했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서 당연하게 드라마의 찐팬이 되어버렸고, 자신이 동경하던 배우들이 한국에 찾아오자 난리가 난 것이었다.

“으악! 지금 이걸 먹어보라는 거야? 살아서 움직이는데?”

“피로 회복과 피부 미용. 그리고 자양강장에 아주 좋은 음식이랍니다. 식감도 아주 특별하고요.”

배우들은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광장시장에 들러 산낙지를 먹어보는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낙지를 보고 배우들이 난리를 부렸고, 의외로 남자 배우보다 제니퍼가 피부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먼저 용기를 내어 맛을 보았다.

입 안에서 꿈틀거리는 식감에 이상한 표정을 지었고, 다른 배우들이 어떤지 물어 보았다.

“키스 처음 해 보는 10대가 과하게 프렌치키스를 하는 느낌이야. 꿈틀거리기도 하는데, 혀랑 볼에 달라붙어서 기분이 이상해.”

“배 속에서 꿈틀거리는 거 아니야?”

기운이 강한 만큼 에너지가 강력하고 남자한테 좋다는 이야기를 흘리자 조이 역을 맡은 르블랑이 먹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맛있다며 숟가락으로 퍼 먹었다.

낙지를 먹고 빈대떡과 파전 등 여러 시장 음식을 맛 본 배우들은 경복궁으로 이동해 한복을 입고 궁전 투어를 했고, 남산타워에도 올라 서울의 전망을 둘러보았다.

이들이 어딜 가든 미디어와 팬들이 우르르 몰려다녔고, 혼잡한데도 질서 있고, 자신들을 좋아해주는 팬을 보고 미국 파파라치와는 다르다며 좋아했다.

“한국에 가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이긴 하네.”

“난 여기가 너무 좋은걸?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오고 싶어.”

남자들은 PC방 체험을 했고, 여자 배우들은 스킨케어 체험을 하면서 최고의 스케줄에 만족했다.

아빠가 그동안 여러 배우들을 접대했다더니 완벽한 코스를 구성했고, 한국을 다녀간 배우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자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방문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다음 시즌에는 한국에 방문하는 에피소드를 하나 추가해 달라고 해야겠어.”

“작가들이 우리 요청을 들어줄까?”

“그 사람들도 한국에 초대 했으니까 잘 설득 해 봐.”

동민은 친구들 드라마 감독과 각본가 그리고 주요 스태프를 모두 한국에 초대했고, 그들 역시 한국 생활에 만족 하면서 한국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정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쉬울 지경이네.”

“마지막으로 PC방 한 번만 더 가면 안 될까?”

모두 바쁜 인기 배우라 스케줄이 빠듯했고, 그들의 짧고 강렬한 방한 스케줄이 어느덧 끝이 났다.

“약간 억지로 진행한다고 생각 했는데, 와서 보니까 아니었네. 이번 일을 추진해 줘서 고마워 다니엘.”

“다들 남을 시즌 오프 잘 지내고 미국에 돌아가서 봐.”

“그래. 요즘은 스튜디오 놀러오는 게 뜸하던데, 김밥이랑 떡볶이 가지고 찾아와.”

친구들 드라마 촬영장은 세탁소에서 가까웠지만, 최근 들어 바쁜 일정에 세탁소에 자주 들리지 못 한 동민은 세트장에 발길이 뜸해져 있었다.

그들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돌려보내자 이제야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아빠도 고생 많으셨어요.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정신이 없긴 하네요.”

“다른 배우들보다 따라 다니는 팬이 확실히 많더구나. 그래도 다들 만족하고 간 것 같아 뿌듯하네.”

친구들 드라마 일행의 방한 스케줄을 마무리한 동민은 한창 영화 촬영으로 정신없는 박찬옥 감독을 찾아갔다.

“너 이번에 엄청난 사람들을 데리고 왔더라.”

“제가 데리고 온 건 어떻게 아셨어요?”

“뉴스에 배우들 옆에 있는 네 얼굴이 다 나왔는데, 어떻게 모르겠냐?”

“그건 그렇고 영화 촬영은 잘 하고 있어요?”

“제작비가 빠듯하긴 한데 그래도 어떻게든 잘 만들고 있어.”

박찬옥은 이전 두 영화를 홀라당 말아먹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해 왔고, DMZ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소설의 원작자는 전혀 유명하지도 않고, 흥행하지 못 한 감독이 자신의 소설로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에 투덜거렸지만, 이 영화는 한국 영화 기록을 대부분 갈아 치우며 감독과 작가를 한 번에 유명인으로 만들어 준다.

박찬옥 감독이야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명으로 성장하고, 작가는 이후로 여왕선덕과 뿌리가 깊은 나무 등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집필하는 초특급 극작가가 된다.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어요?”

“지금은 20억 정도 썼는데, 최대 30억까지는 생각하고 있어.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자금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30억이 넘어가면 감당이 안 될 것 같네.”

달러로 계산하면 3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정도면 거의 독립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것 보다 저렴했다.

이렇게 30억에 제작된 JSA 공동경비지역은 연속 9주 1위를 기록하며 관객수 589만 명을 기록한다.

송광호가 한서규를 대체할 국민 배우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제작사에서 시뤼가 기록한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갱신했다고 발표하자 시뤼 측에서는 그럴 리가 없다며 논쟁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논쟁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영화가 내년에 개봉하게 되고, 두 영화의 기록을 아득히 갈아엎으면서 논쟁을 쏙 들어가 버린다.

“원래는 북한군 주인공을 최만식 배우로 쓰려 했다면서요.”

“시뤼 촬영을 막 끝낸 타이밍 이었는데, 겨우 제대했는데 또 입대 해야 하냐며 거절하더라.”

결국 최만식 대신 송광호가 캐스팅 되게 되었고, 영화 시사회에 최만식을 초대하는데, 어쩌다 보니 좋지 못한 좌석에 배정되게 된다.

송광호가 안절부절 못 하며 좋지 못한 좌석을 드려 죄송하다고 하자 최만식은 이런 영화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 봐도 좋다며 쿨한 모습을 보여준다.

남양주 종합촬영장에서 박찬옥과 공동경비지역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배우들이 다가왔다.

“아. 여기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다니엘 킴 입니다. 아주 능력이 출중한 친구에요.”

“김동민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송광호 배우님.”

“동민씨 이야기는 들어 봤는데, 직접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말 편하게 하세요. 박 감독님이랑 송 배우님은 캐미가 좋아 보이시네요. 앞으로 종종 같이 작품을 하실 것 같아요.”

박찬옥 보다는 봉호준의 페르소나가 되는 송광호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명헌이 찾아왔다.

“어? 동민이니? 오랜만이구나.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잘 지내셨죠? 박 감독님이랑 친해서 인사차 들렸어요.”

이명헌은 동민이 입대하기 전 제작된 드라마 고속도로 사나이 촬영 때 안면이 있었고, 이후로도 군대 휴가 때 몇 번 보았기에 나름 친한 사이였다.

동민이 생각 보다 한국 배우들을 많이 알고 있자 박찬옥이 신기하게 생각하다 말을 걸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기 전에 한국에서 먼저 만들어 보는 건 어때? 제작비도 훨씬 적게 들 거고 시장이 작긴 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없을 거잖아.”

“어? 생각 안 해 봤는데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한국에서 만들면 제작 기간도 짧아질 거고 한 번 고려해 봐야겠어요.”

가락지의 제왕과 핸리 포터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동민이 해야 할 일은 대부분 끝났다.

여유가 조금 생겨 첫 영화를 만들 준비를 하려 했는데, 박찬옥 감독의 말대로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해외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만들고 싶은 장르로 만들어도 괜찮았고, 흥행하지 못 하더라도 한국에서 쓰는 제작비 정도는 동민에게 부담되지 않았다.

‘그래도 꽁으로 영화를 만들어 날리면 안 되니까 리스크 햇지 상품을 가입해 둬야겠다.’

박찬옥 감독의 현장에서 나온 동민은 빠르게 각본을 만들었고, 영화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투자자를 찾고 있는 한 감독을 찾아갔다.

“반갑습니다. 마이 점다고 하더 만 생각보다 훨씬 젊네요. 다니엘 씨 이야기는 미국에서도 들어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곽영택 감독님. 동민이라고 불러 주십시요. 이번에 만드시는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투자 차 연락 드렸습니다. 각본을 보니 부산 사투리가 많던데, 감독님이 원어민이셨군요.”

곽영택 감독은 부산에서 태어나 쭉 부산에서 살아왔고, 의대에 진학했다가 중퇴를 하고 미국으로 훌쩍 날아가 뉴욕대학교 영화연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97년 데뷔를 했으나 크게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었고, 내년에 개봉하는 친구 4인방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의 영화로 일약 스타 감독으로 떠오르게 된다.

“영화 시나리오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여러 조사를 거쳐 사실과 상상력을 더해 만든 각본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귀에 꽂히는  대사들이 많네요. 내는 니 시다바리가? 아버지 머하시노? 마이 무따 아이가 고마해라. 친구끼리 미안한거 없다.”

“생각보다 부산 사투리 잘하시네요. 느낌도 사라있는기 연기 하셔도 되겠습니다.”

“하하. 각본을 워낙 잘 쓰셔서 자동적으로 장면이 상상 되더라고요.”

혹시나 실수를 할 까봐 곽 감독의 영화에 10억을 투자하는 거로 하고, 그와 인사를 나누고 해어졌다.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하는 걸 생각하면 백만 달러는 너무 적은 금액 같아 보였지만, 총 제작비가 28억 밖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1/3이 넘는 자금 이었다.

이 영화는 비수이긴 3월에 개봉을 하고, 성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최단기간 100만 관객 돌파, 최단기간 600만 명 돌파, 개봉 주말 최다 관객 동원, 최다 예매표 판매, 최단기간 제작비 회수 등 한국영화계의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동민 역시 전생에 이 영화를 보고 괜히 친구들과 부산 사투리로 영화 흉내를 내었고, 가장 좋아했던 대사는 바로 이 것 이었다.

“니가 가라 하와이.”

< 24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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