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234화 (23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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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하고 싶은 물건을 매장에서 사는 방법도 있었지만, 괜찮은 녀석들은 대부분 경매로 진행 되었고, 매물로 나오지 않는 것도 많이 있었다.

확실한 방법은 직거래를 하는 것인데, 인맥이 필요했기에 그쪽 방면으로 잘 알 것 같은 사람을 불렀다.

“요즘에는 자주 안 오시는 것 같아요. 삼촌이 안부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작년에 찍은 영화는 중세의상이 많아서 부탁할 수가 없더구나. 한두 벌 정도야 할리우드 세탁소에 의뢰하면 되겠지만, 수십, 수백 벌을 만들어야 하는데 세탁소에서 소화하기는 무리이지 않겠니?”

팀 볼튼 감독에게 안부인사를 했고, 작년에 개봉한 슬리핑 할로우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다.

“가락지의 제왕이랑 핸리 포터 제작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직접 진행해 보니 어떠니?”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네요. 예산 걱정하지 말고 여유 있게 쓰라고 했더니 정말이지 끝없이 손익 분기점을 높여가고 있네요. 정말이지 이러다가 적자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미 대박을 터트리는 걸 알고 있기에 예산을 마음껏 쓰고 있었는데, 벌써 원래 제작비를 넘겨 버렸고, 계속해서 추가적으로 자금이 투입되고 있었다.

동민이 욕심을 부려 테마파크를 만드느라 비용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지만, 소품이나 세트의 퀄리티가 많이 증가했다.

“그 많큼 좋은 결과가 나오겠구나. 그런데 갑자기 작가를 소개해 달라는 건 무슨 말인 거니?”

“제가 그동안 일만 했는데, 이제는 소비를 해 볼까 해서요. 본격적으로 작품을 수집하려 하는데 감독님이 알고 있는 작가분이 있으면 소개 받으려고요.”

동민은 최고의 플렉스이자 재태크인 아트 콜렉팅을 하기로 했고, 미술과 연관이 깊은 팀 볼튼 감독에게 미술 작가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어디보자. 제프 쿤스가 지금 로스앤젤레스에 와 있는데, 소개해 줄까?”

“제프 쿤스라면 조형물을 주로 만들어서 좋긴 하겠지만, 너무 이슈를 만들고 기업형으로 작품을 찍어내는 것 같아 제 스타일은 아니네요.”

“어떻게 보면 할리우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가 아니겠니? 그럼 다른 사람이 있으니 같이 만나러 가자구나. 너도 할리우드에 오래 살았으니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정도는 불편하지 않지?”

아무래도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도 할리우드에 살았다 보니 많은 동성연애자들을 보아왔고, 특별히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특히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취향을 가진 이들이 특출 나게 많았기에 동민도 이미 지인중에 게이가 여러 명 있었다.

팀 볼튼을 따라 베버리 힐즈에 위치한 집으로 가자 금발에 동그란 검은 뿔태 안경을 쓰고 있는 영국 남자가 있었다.

“팀. 오랜만에 들렸네? 같이 온 신비로운 귀공자는 누구야?”

“데이비드 이쪽은 다니엘 킴이라고 하는데, 내 영화에 꾸준히 투자를 하다가 이번에 제작사를 차린 할리우드에서 아주 유명한 청년 이에요.”

“반갑습니다. 다니엘 킴이라고 합니다. 데이비그 호구니.”

팀 볼튼이 소개 해 준 남자는 영국 출신의 팝아트 화가인 데이비드 호구니였다.

데이비드 호구니는 독특한 색감의 그림을 그리고, 사진 예술과 새로운 도구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화가로 로스앤젤레스와 영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했다.

아직은 미국에서 주로 지내고 있었고, 어느덧 수십 년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었기에 알고 지내는 예술가도 많이 있었다.

“다니엘이 아직 어리긴 해도 할리우드에서 15년 가까이 활동을 했어요. 조만간 정식으로 영화 감독 데뷔도 할 거고,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거부니까 데이비드의 작품을 구입할 예산을 충분히 있을 거예요.”

“팀. 나는 거래하는 갤러리가 따로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개인 거래는 안 한지 오래 되었어.”

“그래도 서로 알고 지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데이비드도 다니엘을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미술가는 영화 쪽 사람들과는 또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데이비드 호구니라면 관련해서 영화도 나왔었고, 살아있는 작가 중 가장 몸값이 비싼 작가로 알려져 있기에 동민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1970, 80년대에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린 그림이 가장 유명했는데, 지금은 다른 느낌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 그림을 사려는 건 아니고, 앞으로 좋은 작품이 나오면 미리 알려주시면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지인 중에 괜찮은 작가도 있으시면 소개 받고 싶고요.”

“미국에서 알고 지내던 유명 작가라면 앤디 워홀이랑 바스퀘스가 있는데, 둘 다 이미 세상을 떠났고, 마크 로스코도 이미 자살을 했으니 더 이상 작품을 구할 수가 없겠군. 독일에 미국 전시를 준비 중인 괜찮은 친구가 있는데, 미국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소개해 주겠네.”

“혹시 그 작가님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게르하르트 리히터라고, 아직은 미국에서 유명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뛰어난 작품을 완성시키지.”

독일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라면 동민도 잘 알고 있었다.

독일을 넘어 현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가 중 한명으로 포토 리얼리즘으로 유명했는데, 사진과 같은 뛰어난 그림을 그린 다음 붓으로 흐릿하게 만들어 초점이 흐터러진듯한 효과로 유명했다.

색색의 카드로 대형 모자이크를 구성한 작품도 아주 유명한데, 시간이 흘러 미래에 2000년 전후를 대표한 작가로 역사에 남을 작가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였다.

그는 추상화를 그리기도 하는데 2012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화가 380억에 팔리면서 생존하는 작가 중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작가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이후 2015년 또 다른 추상화가 540억에 거래 되면서 자신의 기록을 갱신하게 되지만, 데이비드 호구나의 ‘예술가의 초상’이 1,000억 원이 넘는 경매가를 기록하면서 최고가 기록을 넘겨주게 된다.

하지만, 생존 작가 중 최고가 경매 기록은 미디어 플레이의 달인인 제프 쿤스의 금속으로 만든 ‘토끼’가 가지고 간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 작가들의 작품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구나. 이번에 현금이 많이 생겼으니 경매에서 작품들이 나오는 족족 모아야겠다.’

이전 생에서 샘송의 회장이었던 이고니가 수집했던 미술품들의 가치가 조 단위를 넘어섰고, 미술관과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대중들이 고가의 예술품을 관람할 수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에 초대형 미술관을 만들면 외국에서 사람들이 예술품을 보러 찾아오겠지?’

플렉스를 하기 위해 그림을 구입하러 왔다가 점점 스케일이 커져갔고, 동민은 미술관을 지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가격은 계속 오를 테니 적당한 작품은 다 모으는 거로 하고, 한국 어디에다 미술관을 건설할 지 알아봐야겠다. 서양작품말고 한국 작품도 모을 수 있으려나? 중국 작품이 나오면 그것도 사 둬야지.’

중국 예술품들은 아직 시장에 많이 유통되지도 않았고 가격이 저렴했지만, 중국이 성장하면서 가치가 하늘 끝까지 올라가게 된다.

딱히 보유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기왕 예술품을 수집하는 김에 당분간만 투자가치가 뛰어난 중국 예술품을 모으기로 했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동안 팀 볼튼과 데이비드 호구니가 둘이 대화를 나누다 동민을 불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심각하게 하는 거니?”

“호구니 작가님의 작업실을 보다 보니 미술관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이거 내가 괜히 소개해 줘서 미술계의 큰 손이 새로 등장한 게 아닌가 모르겠네.”

“미술관을 설립 한다고? 어디에다 지을 생각인데?”

한국에 미술관을 지을 거라고 하자, 호구니가 살짝 실망하는 듯 했지만, 동민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지금이야 한국이 덜 알려져 있고, 한국에 놀러가는 사람들이 적지만, 20년만 지나면 한국이 세계적으로 유명해 지면서 관광객이 찾아오게 되는 국가로 바뀌게 된다.

‘영화라면 자신 있는데, 미술관을 만드는 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

당장 급한 게 미술관을 만드는 건 아니기에 일단을 미술품 수집에 집중 하는 거로 하고, 데이비드 호구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데이비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40년 가까이 살았기에 할리우드와도 꽤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에 일어난 일은 잘 몰랐지만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었다.

“옛날에는 영상이 대부분 비슷해 보였는데, 요즘은 감독마다 자신의 개성이 화면에 들어나더구나.”

“필름이랑 카메라가 많이 달라졌고, 편집 기술이 발전했으니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만큼 많은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요.”

할리우드에서 자신만의 색감을 가진 감독 중에서도 대표 인물로 손꼽히는 팀 볼튼이 함께 있었고, 데이비드 호구니도 사진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했었기에, 영상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넌 언제 네 영화를 만들 생각이니?”

“각본은 다 썼고, 수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떤 내용 이길래 네가 그런 걱정을 다 하는 거야?”

궁금해 하는 팀 볼튼 감독에게 거의 완성된 각본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 주자 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대중적이지는 않게 들리는구나. 그래도 만들고 싶으면 만들어야지. 나도 대중적이지 않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있지 않니.”

“그래서 더 고민이에요. 이 시나리오는 한 편으로 완성할 수 있는게 아니라 속편까지 제작을 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큰 프로젝트를 시작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그것도 사실이긴 하지. 네가 만들 독립 영화를 보았을 때는 테크닉 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지만, 장편 영화를 만들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거든. 너 같은 경우에는 제작사의 간섭이 없으니 스트레스를 덜 받긴 하겠지만, 그만큼 직접 해야 할 일이 더 많아 지겠지.”

동민은 편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팀 볼튼 감독과 할리우드에 소문을 낼 일이 별로 없는 데이비드 호구니에게 고민하고 있던 걸 말했고, 두 사람은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었다.

그림을 사러 왔다가 창작에 관한 조언을 듣게 된 동민은 생각을 바꾸어 조금은 가볍고 대중에게 전달 될 수 있는 영화를 첫 작품으로 만들기로 했고, 조언을 해 준 두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늘 처음 뵈었는데, 이렇게 좋은 말을 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랫동안 예술 활동을 하다 보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후배를 많이 만나봐서 그래. 나도 사람 보는 눈이 어느 정도는 있는데, 넌 잘 될 것 같구나.”

뜻밖의 상황에서 첫 작품에 대한 힌트를 얻은 동민은 준비했던 시나리오를 조금 더 묶혀두기로 했고, 기존에 생각해 두었던 다른 각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럼 이 시나리오는 어떨 것 같은지 한 번 들어봐 주시겠어요?”

첫 번째 각본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었던 두 사람은 동민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겼고, 조금씩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23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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