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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했지만, 졸업식 당일 바로 전에 주문한 에어버스의 H135 Hermes 에디션 헬리콥터를 받을 수 있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멋있게 헬리콥터에 탑승한 동민은 차가 막히는 로스앤젤레스 하늘을 바라보며 유유자적하게 이동했다.
“동민아 그런데, 헬리콥터는 어디다 주차 하는 거니? 세탁소나 형 집에는 착륙장이 없는 것 같더구나.”
“평소에는 주변에 있는 격납고에 보관 하다가 필요할 때 와서 태우고 가는 시스템이에요.”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모님이 한국에서 오셨고, 삼촌네도 조카의 졸업식에 함께 했다.
돌아가는 길에는 동민이 이번에 구입한 헬리콥터를 함께 타고 이륙 했고, 다들 고급스러운 내부에 감탄하다 어디에 착륙을 할 것인지 궁금해 했다.
아직 착륙장을 만들지 못 했기에 동민의 회사 건물 옥상에 있는 착륙장에 내려야했고, 학교에서 가까이 있는 삼촌집을 가기 위해 멀리 떨어진 회사 건물에 내려 다시 집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하하. 첫 비행이라 태워드리고 싶어서 무리했네요. 저도 착륙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도 덕분에 신기한 경험을 해 보는구나.”
제시카도 졸업식에 오고 싶어 했지만, 영화 촬영 스케줄이 잡혀있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 했다.
일부러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시간을 가졌다.
“이제 졸업 했으니 어떻게 할 거니? 한국에도 들려야지.”
“당분간은 제작사 일을 하면서 영화 투자를 계속 하다가 각본 작업을 하려고요.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촬영 현장에도 방문할 계획이에요.”
부모님은 아들이 잠시라도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길 원하셨지만, 이미 올해와 내년 스케줄이 풀로 잡혀 있었다.
그래도, 한국에 투자한 회사들을 확인할 겸 한국에 한 번 들리기로 했다.
“영화 촬영일로 중국에 가기로 했는데, 그 전에 한국에 들렸다 갈게요.”
“그래. 너 때문에 요즘 아빠가 정신없이 지내 왔단다. 최근 들어서 정치인들을 계속 만나던데, 이러다가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게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어허. 주변에서 계속 권하기는 하는데, 안 할 거라고 하지 않았소. 동민아. 네가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긴 한데, 적절하게 거절하고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단다.”
대한민국을 금융위기로부터 구해줄 자금을 투자했으니 아무리 감추려 해도 알려질 수밖에 없었다.
워런트 버핏이 소개해 준 전문가들이 업무를 잘 처리해 주고 있었지만, 초반에는 아빠도 직접 사람들을 만나며 동민을 도와주었기에 원래 있던 인맥에 정계와 재계의 인맥까지 더해지면서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했다.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가 정말로 정치를 하려고 하시면 미국으로 이민 오게 만들어버릴게요.”
“좋은 생각이구나. 이 사람이 딴 생각을 품으면 바로 미국으로 오마.”
“어허. 나는 생각이 없다니까.”
한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아빠는 딱히 미국으로 오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살짝 정치바람이 들고 있었지만, 아들과 아내의 방해로 빠르게 포기했다.
부모님과 미국에서 잠깐 시간을 보낸 동민은 귀국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동민아! 엄청 대박이 났어!”
“제가 잘 될 거라고 했죠?”
“성공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로 잘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동민은 한국에 도착해 봉호준과 박찬옥을 만났다.
두 감독은 동민이 빌려준 1억을 시킨대로 시뤼에 투자했고, 올해 2월에 개봉한 시뤼는 30억에 제작되어 어림잡아 극장 수익으로 300억을 넘게 벌어들였다.
대략 10배의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인 두 감독은 동민에게 1억을 돌려주고도 10억이나 돈이 생겨 있었다.
이제 막 IMF가 끝난 한국에서 10억이라는 돈은 엄청나게 큰돈이었다.
“이 걸 다 받기는 부담 스럽고 절반은 너에게 돌려줘야할 것 같은데?”
“괜찮아요. 빌려드린 1억만 받고, 나머지는 다음에 만드실 영화에 투자한 거로 할 게요.”
“정말 그래도 괜찮아? 그러다 영화 망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예산에 여유가 생겼으니 잘 만드실 거라 믿어요.”
박찬옥 감독이 그동안 계속해서 망하는 영화만 만들어 왔지만, 이번에는 공동경비구역이라는 흥행작으로 복귀하게 된다.
봉호준 감독은 내년에 플란다스의 멍멍이라는 첫 장편 영화를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바로 다음부터는 쭉 흥행작을 만들기에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이번에 학교 졸업 했다면서?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제작사 일을 하면서 각본 작업을 하고 있어요. 저도 이제 연출을 해야죠.”
“저번에 만든 김치남은 충격적이더라. 내용이야 일부러 컬트적으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영상은 엄청나던데? 특히 액션은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좋더라.”
놀랍게도 두 감독은 동민의 단편영화를 보기위해 미국까지 찾아와 영화를 보고 돌아갔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과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중국에는 무엇 때문에 가는지 물어 보았다.
“이번에 여러 나라에서 합작으로 만드는 영화에 투자 했는데, 현장 확인도 하고, 연출 공부도 할 겸 직접 찾아가기로 했어요.”
“중국이면 무협 영화겠구나.”
“무협이긴 한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정통 무협이랑은 조금 다를 거예요.”
화려한 액션 보다는 와이어 액션에 치중한 영상미를 살린 영화라 무협영화 팬이 많은 동양권에서는 생각보다 성적이 덜 나오지만, 오히려 미국에서 엄청나게 성공하게 된다.
“이번 영화의 감독은 누구야?”
“이앙 감독님이에요.”
“설마 음식남여랑 제인 오스틴 원작 소설인 센서빌리티 앤 센스를 만든 이앙 감독님 말하는 거야?”
“역시 잘 알고 있네요.”
동민이 대만 영화계 출신으로 세계적인 명감독으로 자리 잡은 이앙 감독의 촬영 현장에 간다고 말 하자 두 사람이 부러워했다.
이앙 감독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뒤져도 찾기 힘들만큼 화려한 수상기록을 가지게 되는 감독인데, 베를린 영화제와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각각 2번 씩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을 2번이나 수상한다.
아시아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할 동민의 롤모델이 되는 감독이기도 했다.
특이하게 아시아 출신 감독이긴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을 훌륭하게 만들기도 하고, 인물간의 감정 묘사를 정말 훌륭하게 표현하는 것이 그의 능력이었다.
초반에는 대만에서 활동을 하다 1995년 할리우드로 건너와 센서빌리티 앤 센스로 베를린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하면 단번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번에 동민이 투자했고, 직접 현장에 참여하러 가는 와호잠룡은 북미에서만 1억 달러 이상을 벌면서 해외 영화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이전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영화 아름다운 인생의 2배에 달하는 기록이었다.
이 기록은 지금 함께 소주를 마시고 있는 봉호준에 의해 또 다시 갱신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앙 감독은 와호잠룡으로 할리우드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게 되고, 오두의 예상을 깨고 지극히 미국적인 브로큰백 마운틴이라는 영화를 만들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감독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이후 파이 오브 라이프라는 영화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기립박수를 받게 된다.
“어떤 영화인지 말해줄 수 있어?”
“이미 정보가 풀렸으니 말해줘도 괜찮을 거예요. 주연발이랑 양자경, 장쯔이가 주연으로 나오는데, 중국, 홍콩, 미국, 대만에서 합작으로 만드는 영화에요. 미국 투자는 제가 맡았고요.”
“이제 익숙해 진줄 알았는데, 너랑 이야기만 하면 약간 비현실적이라니까.”
“영화라고 상상하면서 들어요.”
와호잠룡은 청나라 건륭제 시기에 청명검이라는 명검을 둘러싼 인물간의 음모와 갈등, 배신을 다룬 영화였다.
무협 장르이긴 하지만, 인물간의 사랑과 배신, 갈등을 아름답게 표현했고, 아름다운 배경과 화려한 영상미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무협을 새롭게 해석한 신무협으로 분류되는 작품으로 무협의 전통은 남아있지만, 전반적인 플롯은 전통 무협과 아주 달랐다.
선과 악, 정파와 사파의 구분이 모호하게 나오고, 음모와 배신, 사랑을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기존 무협팬들에게는 악평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무협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으로 보여지면서 오히려 무협에 입문하게 되는 이들까지 생기게 된다.
“나도 직접 가서 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홍콩 영화 현장에도 직접 가 봤다면서?”
“이염걸의 황비옹 촬영장에 가본 적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병원에 실려 가는 스턴트맨 밖에 없네요. 솔직히 너무 위험하게 촬영했어요. 오죽하면 주연 배우들이 뼈가 부러진 채로 연기를 하겠어요.”
동민이 현장에 의사를 상시 배치하지 않았다면, 이염걸은 부상 후유증으로 빠르게 은퇴 하게 되지만, 지금은 다행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두 감독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동민은 잠시 한국에 머물며 지인들을 만나 인사했고, 연예 기획사에도 들러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미래 한류의 주역들을 보고 중국으로 떠났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이런 로케이션을 어떻게 찾으셨대요?”
“어서오게 다니엘. 여기까지 찾아오느라 고생이 많았겠군.”
영화는 중국의 여러 명소에서 촬영되었는데, 지금은 대나무밭과 호수 그리고 중국 명나라 때 만들어진 전통 마을이 있는 홍춘이라는 곳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앙 감독과는 할리우드에서 이미 안면이 있었고, 그가 동민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이앙 감독은 Ang Lee라는 이름으로 활동 했는데, 그래서인지 별명도 앵그리였다.
별명대로 현장에서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올 때 까지 계속해서 촬영을 반복하는 스타일이었다.
유명한 일화로는 색,개를 찍을 때 그 유명한 배드신을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올 때 까지 11일이나 촬영하기도 한다.
“지금은 무슨 작업을 하고 계신 거예요?”
“대나무 숲에서 주연발과 장쯔이가 검술 대결을 하는 장면을 촬영하려고 준비 중인데 쉽지 않구나.”
푸른 대나무밭 위를 달리며 그림 같은 대결을 펼치는 장면을 담기 위해 건설용 크레인에 와이어가 달려 있었고, 배우들은 와이어에 매달려 높은 공중에서 우아하게 연기를 펼쳐야했다.
조금만 균형을 잘못 잡으면 허우적거리는 모습으로 찍히기에 아주 난이도가 높은 장면이었고, 거기다 주연발은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무술을 따로 배운 적이 없기에 한쪽에서 열심히 검술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손으로 검술을 하시네요?”
“다니엘이니? 많이 달라져서 못 알아 볼 뻔 했구나. 내가 검술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차라리 한 손은 뒷짐을 지고 여유롭 게 검을 휘두르라고 하더구나. 그러면 다른 배우가 알아서 맞춰주니 나야 편한 대 상대가 고생을 하고 있지.”
아직 어린 외모의 장쯔이가 주연발과 연습을 하고 있었고, 주연발이 동민과 대화를 나누자 그녀도 다가와 인사했다.
“그쪽이 그 다니엘이군요. 소문대로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겼네요. 이염걸 선배님의 제자라고 들었는데, 실력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장쯔이가 갑작스럽게 동민에게 검을 건넸고, 동민은 얼떨결에 검을 받아 들였다.
< 221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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